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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0 사람
  2. 2016.07.17 way home.
  3. 2016.07.09 내 삶을 열렬히 II. 2
  4. 2016.06.19 진주가는 길
  5. 2016.06.15 우리 엄마
  6. 2016.06.14 행복에 관하여 2
  7. 2016.05.31 키스하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냐
  8. 2016.05.30 나의 소녀시대
  9. 2016.05.21 5월의 교토
  10. 2016.05.06 [21] 아스따 루에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1

사람

■ 삶/II. 삶 2016. 7. 20. 23:11

 


있으면 든든하지만 한편 버겁기도 하고,
없으면 외로우나 때론 홀가분하기도 한,
사람, 사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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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 home.

■ 삶/II. 삶 2016. 7. 17. 23:42

캄캄한 밤.
침대에 가로로 누워 벽에 다리를 기댔다.
조금 선선해진 여름 밤.
열린 창문 사이로 저 멀리서 풀벌레 소리가 난다.
나의 유일한 명상곡을 틀어놓고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
조용하고 담담한 피아노 선율이 나를 10년 전으로 데리고 간다.
청량했던 캐나다의 여름밤으로 나를 데려간다.
내가 마음놓고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음악.
잠시 현실감을 다 떨쳐버리고서 과거 그 시절과 그 때의 내 마음을 그리워하도록 하는 음악.
조용한 피아노 선율 위에 잔잔한 드럼 소리가 얹혀질 때는 마음마저 뭉클하다.

 


사실 그 때 그 시절이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불면증에 힘들어했고 새벽까지 잠못들다가 7시가 되면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고나와
방금 문을 연 비너리에서 따뜻한 런던포그와 쿠키하나를 들고서
촉촉하게 젖은 렉비치까지 걸어가 파도 앞에 한참 앉아있다 오곤 했다.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던 걸까.
한국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도 아니었던것 같은데.

 

이룬 것이 없던 시절.
그래서 잃을 것도 없던 시절.
불안하지만 또 자유로웠던 시절.
막연하지만 또 마음껏 그릴수 있던 그 시절.

 

이 음악을 끄고나면 나는 이제 침대에 제대로 누워 알람을 맞추고서 잠을 청해야겠지.
내일 새벽 5시 40분에 항상 그렇듯 일어나 운동하고 씻고 1시간의 지옥철를 타고 직장에 나가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회사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처리하며
그렇게 하루를, 이틀을
그리고 일주일을 보내겠지.

 


10년이 지나 이젠 기억들조차도 희미한 시간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걸 알지만
이렇게 아주 잠깐, 마음껏 그리워해본다.
그리운 시간을 마음껏 떠올려본다.
잠자고 일어나면 또 잊어버리고 살아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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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08. (음력 06.05)

1년만에 다시 만난
신나고 재미나는 언론학부 05학번 ♡
'언론학부'라는 이름은 이미 예전에 사라졌지만
삼통치킨에 '언론학부'로 예약해놓은 이 센스.
오늘의 드레스코드는 크림슨 vs. 로얄블루인데
크림슨이 왜 더 적냐. 이 배신자드라.

매번 오는 친구들도 있고
또 아주 오랜만에 온 친구도 있고.
입학한지 11년이 지났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별로 변한 것이 없구나.

이제는 당연한 연례행사인
삼통치킨 앞에서 단체인증샷찍기.
1년에 한 번 뿐이지만
이렇게 1년이 쌓이고 1년이 쌓이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겠지.

누군가 죽으면 영정사진을 가지고 찍자던 무시무시한 농담이라도
그렇게 꾸준히 모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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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는 길

■ 삶/II. 삶 2016. 6. 19. 18:22

나에겐 할아버지뻘 같으셨던 첫째 큰이모부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
온 가족과 막내이모 가족들까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서 진주에 내려갔다.
편도 4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가 지루할까 싶어 책을 2권이나 챙겼지만
나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멀어질 수록 부산스러운 마음은 복잡스런 도시의 풍경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나의 눈길은 차창 밖의 푸르른 산과 논과 밭의 풍경에 머물렀다.

빽빽한 건물과 자동차와 사람들 대신
온통 연녹색 나무로 뒤덮인 자연의 평화로운 풍경이 평온과 안정을 선물한다.
뭘 하지 않고서 이렇게 가만히 창 밖 풍경을 보는 것도 참으로 좋구나.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서 서울을 벗어나볼까 싶기도 했다.

요즘 도시에서의 삶에 싫증을 너머 약한 혐오의 느낌까지 일고 있다고 해야할까.
높고 정신없는 건물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차들이, 곳곳에 치이는 사람들이 밉다. 답답하다. 싫다.

이름도 모를 작은 강이 잔잔하게 흐르는데
이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갈까?
어떤 상상을 한다.
여기 어디 작은 집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사는 상상.
햇살에 눈뜨고 달빛에 잠드는 상상.
변화와 트렌드에 뒤쳐지고 삶은 다소 밋밋하겠지만
트렌드나 유행을 좇을 필요도 없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자연을 가꾸며 살테니 나름 다채롭겠지.
나는 시간에 쫓기며 빨리 가지 않아도 될 거고 원하는 곳에 얼마가 걸리든 천천히 걸어가면 될텐데.
길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델같은 여자들을 보며 오늘 먹은 것을 후회하고 자책하지 않아도 내 몸 하나 건강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을텐데.
보기에 이쁘지만 자극적인 음식보다 투박해보여도 건강한 음식을 매 끼니 챙겨먹고 싶은데.

이런 곳에선 시간이 느리게 가지 않을까.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덜 신경쓰고 덜 치이고 살 수 있다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자연의 흐름과 빛깔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가지고 조금 더 빠른 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텐데.

도심에 지친 정신이 초록빛 상상을 한다.
하지만 상상도 결국 사람사는 일이야.
라는 나의 현실적인 자아의 목소리는 잠시 눌러두고 싶다.

왜냐면 난 이제 좀 그러고 싶어.
마음과 정신이 여유를 주고 싶어.
빠르게 말고 천천히,
편하게 말고 불편해도 바르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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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 삶/II. 삶 2016. 6. 15. 19:32



가끔 아주 가끔은 대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엄마 손 잡고 걷던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싶다.
그 땐 하루가 엄청 길었고 오후4시에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지. 
내일 학교가는 것도 즐겁기 그지 없었는데.
모든 책임과 고민을 내려놓고 엄마 손 잡고 조잘대며 걷고 싶다.
무엇보다도 서른 중반 화창하게 젊고 건강하던 우리 엄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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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목표이자 바람이자 동반자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인생의 궁극의 가치를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고, 행복이란 이름으로 많은 것을 용서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토록 놓지 않으려 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아니 실은 4~5년 전쯤 생각하고 결론지었던 행복이란 것을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성취와도 같았다.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던 것,
시험에서 A+나 원하던 점수를 받았던 것,
도전했던 대학원과 기업에 합격했던 것.
나는 내가 성취했던 결과에 행복해했고
이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이벤트와 같았다.
압도적인 행복감을 주었지만 유효기간이 썩 길지 않았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것 같던 이 행복은 하루 이틀이면 무덤덤해졌고,
일상은 여느 때와 같았다.


그 이후로 20대 중반과 후반에 생각했던 행복은, 내 마음에 불안하거나 괴로움 없이
모든 것에서 균형이 맞고 평온한 것이 되었다.
불안하고 불행한 마음이 없는 것.
살아보니 그런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들이 언제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꼭 무언가 하나씩 마음에 돌을 던지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부모님과의 다툼이나 남자친구와의 다툼일 때도 있었고,
취업이나 시험에서의 고전 혹은 고배기도 했고,
때론 몸이 아주 심하게 아프거나 마음이 다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것들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고, 나는 행복이란게 내가 얻고 싶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마음에 짐 같던 것들이 어느 하나 나를 건들이지 않는 날, 그 날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행복에 대해서 또 한 번 생각한다.
과연 모든 것들이 균형잡히고 무결한 상태가 행복한 것일까.
그것이 사람의 일생에서 가능한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는 것일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때가 아니라
조금은 부족한 것이 있는 때가 정상적이고 또 행복한 게 아닐까.
외롭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 와중에 즐겁기도 하고 웃음짓기도 하고
그런 모든 좋고 나쁜 감정들이 어울려 얼룩져 있는 것이 실은 행복이 아닐까.

우리는 완전무결한 행복을 위해 살아갈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건 신기루 같고 영원히 갖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꿈같은 게 아닐까.
지금 이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이 모든 것에 무릎꿇지 않을 수 있을 정도라면
이것이 실은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제도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하고
또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조금 슬프고 외로워도 된다.
조금 아프고 괴로워도 된다.
이미 그것으로도 행복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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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흔치 않은데 일주일에 영화를 3편씩이나 보기 되었다.
《곡성》, 《싱 스트리트》 그리고 《나의 소녀시대》
모두 보고나서 만족할만큼 좋은 영화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곡성》은 영화가 내뿜는 오로라가 과히 대단하다라고 느껴질 정도였는데
《곡성》이 내 지적호기심을 흔들었다면 나의 감수성을 흔들어 놓은 것은
풋풋했던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나의 소녀시대》였다.

 


비슷한 대만영화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재밌게 봤었고
《나의 소녀시대》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관람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의 마음이 하염없이 가라앉는걸까?


 

5월의 해가 저무는 초저녁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문닫은 가게 속 유리에 비친 내 모습에 눈길이 닿았다.

 

서른.
나도 영화 주인공 린전신처럼 열여덟나이에 어떤 내 모습을 상상했었던가.
상상을 하긴 했었나.
이제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다.
상상을 했는데 이룬건가? 이루지 못한건가?

 


13~4년이 지났는데
내 모습은 그 때로부터 신체적 나이가 들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더 예뻐지지도 않았고, 더 날씬해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더 패셔너블해지지도 않았다.
직장인이 되긴 했지만 경제생활을 하고 있을 뿐 그때 학교를 다니던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그런 학창시절과 별반 다를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담배를 피지도 않고 문신도 하나 그려넣지 않았다. 그 시절 내가 나쁘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도 어기거나 깨뜨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를 미워하며 사랑하며 애증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참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십수년 쯤 지나면 뭔가 그럴싸하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세월과 시간이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시간이 훌쩍 지나서가 아니라
그 훌쩍 지나는 시간동안 나는 여전히 그대로 내가 알던 그대로의 내 모습이여서 말이다.

 


《나의 소녀시대》를 보고나서 첫사랑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내 고등학교시절 첫사랑도 영화만큼 강렬하고 영화처럼 소중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를바 없음을 깨달았다.
더 이쁜 사람,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것 같은데
지금 내가 그런 사람인가-
과연 나는 지금으로부터 13~4년 뒤엔 내가 바라던 내 모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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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교토

■ 삶/II. 삶 2016. 5. 21. 22:27



햇살, 바람,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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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4.

Buenos Aires

 

 

 

 

 

#21 de Agosto, 2015

 

 

 

라 보까를 보고 나니 이제 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그리고 이 남미 땅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남짓.

웬만큼 볼 건 다 본거 같으면서도 또 아직 돌아보지 못한걸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만 느껴진다.

잠시 그저께 날씨가 좋으면 샌드위치를 사들고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레꼴레따에 다시 갈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 우리는 숙소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5월 광장 근처로 이동했다.

 

겨울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는 화창하고, 공기가 청량하다.

단 한 순간도 어디 실내에서 이 좋은 날씨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날은 화창하지만 마른 가지를 드러낸 나무가 겨울임을 실감하게 하네.

 

 

어디 실내에 들어가기 싫은 날씨이긴 하지만, 식사를 거를 순 없어서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한 카페 또르또니 (Cafe Tortoni)를 찾아갔다.

카페 또르또니는 1858년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가 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원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식인과 정치인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에게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그랑 까페 또르또니. 원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였나보다 "Venta de helados"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적혀있네.

 

 

 

유명한 관광지(?)답게 조금 기다려서 자리를 안내받았다.

내부에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실내장식과 작은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유명한 곳이니 와보긴 했지만 글쎄 - 굳이 카페를 가야 한다면 꼭 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 또르또니의 실내

 

 

카페 또르또니에서 :) 스테이크 샌드위치. 빵과 스테이크 only.

 

 

 

 

 

여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아 이거 저거 많이도 시켜봤다. 라떼랑 샌드위치랑 케이크까지.

스테이크 샌드위치라고 해서 시켜봤는데,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만 끼운 샌드위치가 나와서 사실 깜짝 놀랐...

부실해보였다기보다는, 남미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여기서 샌드위치라고 파는 것들이 원래 좀 단순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이 BLT처럼 샌드위치 속재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여긴 정말 한 두가지 속재료만 들어가는 것 같아.

어쨌든, 피가 뚝뚝흐르는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라 이렇게만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이제 우리 첫날 노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았던 5월 광장으로 가볼까?

금요일 점심시간인데도 5월 광장은 관광객들과 잠깐의 시위로 복작이고 또 한편 활기찬 느낌마저 든다.

 

 

하늘에 구름이 붓질처럼 흩어져있네.

 

 

 

 

이 맑은 하늘, 이 햇살, 이 푸르름을 정말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와서인지 마음이 쿵쾅거린다. 두근거린다.

나는 복작거리는 5월 광장대신 대통령궁을 따라 그 뒤편으로 크게 한 바퀴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한 도시안에서도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것 같다.

대통령 궁 뒷편으로는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져있고 큰 상록수 나무의 푸른잎이 바람에 산들산들거린다.

우리는 그렇게 크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까사 로사다 (Casa rosada), 대통령궁 앞으로 돌아왔다.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지는 분홍색 대통령 궁

 

 

 

관광객 인증샷은 필수지

 

 

 

 

 

 

 

 

 

대통령궁 앞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나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고 -

이제 더 이상 이 곳에서 가야 할 곳도, 갈 수 있는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숙소로 돌아가야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그냥 여기 이 곳에서 남미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햇살을 즐길래.

나도 잔디밭에 털썩 누웠다.

 

 

누운 자리에서 올려다본 하늘. 이 세상 하늘은 모두 같을까. 마치 가을 하늘처럼 손에 영원히 닿지 않을 것처럼 높게만 느껴진다.

 

 

 

대통령 궁 앞 잔디밭에 누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첫 날처럼, 그냥 여기 이 곳에 이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 행복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조차 모르겠다.

내게 행복은 대개 성취라는 결과와 함께 왔던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성취를 위해서는 나는 그 준비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고 희생해왔다.

그리고 나서 얻는 성취의 행복은 강렬했지만 그 행복이 항상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나는 존재만으로 행복하기도 하다.

하늘이 맑고 파랄 때,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쾌청할 때.

그리고 지금처럼 눈치보지 않고 그냥 나답게,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잔디밭에 풀썩 누워서 이 순간을 즐긴다. 

나는 이 순간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의 내가 너무나도 좋다 . 

행복하다고- 온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안녕 - 안녕 - 안녕.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지막 순간을 행복가득하게 떠나게 해줘서 고마워.

언젠가 다시 올테니까 아디오스라고 인사하진 않을게.

Hasta Luego!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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