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ce of Life'에 해당되는 글 1119건

  1. 2016.11.28 뒤 늦게 쓰는 여행기 2
  2. 2016.11.14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3. 2016.11.09 10월의 독서
  4. 2016.10.30 어둠의 장막
  5. 2016.10.20 Unchanged melody.
  6. 2016.10.18 바람의 노래
  7. 2016.10.06 버리고 버리며. 4
  8. 2016.10.04 작지만 충분한.
  9. 2016.09.09 위로 4
  10. 2016.08.27 마음이란 우주를 탐험하는 마음비행사

 

한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장 많은 여행을 한 해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지 않았다.

사실 여행 사진을 추리고, 블로그 화면에 맞게 사이즈를 일일이 조절하고, 지난 기억과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2주간의 일기를 글로 풀어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것도 같다.

특히, 매일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업무적으로도 머리를 쥐어짜 글을 쓰는 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 일절 앉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글쓰는 작업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기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다 끝낼 때가지 스스로에게 부과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

사실 지금도 정말 여행기가 너무나도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내 직업으로 삼은 일 보다도 내게는 오래된 일이다.

시간을 들여 틈틈이 쓰기는 했지만 나는 학교가 바뀌고, 전공이 바뀌고,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신분이 바뀌는 동안에도

여행기만큼은 꾸준히 크게 지치지 않고 써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일 만큼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나와의 다짐과도 같은 것이다.

-

그래서 뒤 늦게 쓴다.

올해의 여행기.

2016년 2월의 샌디에고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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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서점가에서 몇 주 내내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일단, 나는 알랭 드 보통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완독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있고,
지금 굳이 사랑과 연애에 관한 글을 읽고 싶지 않았을 뿐 더러,
그리도 무엇보다 나 역시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과 내 삶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그 다른 부분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혀 싸우규 타협하고 인내해가야만 하는,
살아있으니 꿋꿋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지루하고도 고된 내 일상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나 내 성격, 가치관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 소름끼치도록 동일한 부분도 있었고,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명쾌하게 파악해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으며,
단지 남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단일한 성인으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부분도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원래 책에 손자국 하나 남기지 않는데
이 책을 두고두고 나이 들어가며 읽고 또 읽어볼 마음으로
2016년 30살의 내가 공감했던 부분, 깨달았던 부분에 형광펜까지 그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배우자도 읽어보았으면 좋겠고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모진 말을 내뱉고 공격할 때마다
읽고 또 읽어보고 싶다.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아래 조금 옮겨본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 6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 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흔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 116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만 선발된 게 아니다. 그 누구와, 심지어 천생의 배필과 결혼을 해도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켜 얻은 다양한 고통을 확인하게 된다.

- 239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한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 283p,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결국, 나의 결론도 하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은 원래 약간의 교집합을 가진 다른 존재이므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면서 이것을 인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이 조금은 더 수월하고 함께하는 인생이 조금은 더 즐겁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이러한데.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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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독서

■ 삶/II. 삶 2016. 11. 9. 16:58




1.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 정현주 ★★★


- 세상에 태어나 지성과 감성을 나누고 소통하며 한 평생 살 수 있는 반려자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마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매일 똑같은 일상도- 치이는 하루도- 지루할 것만 같은 삶도
서로에게 즐거운 자극을 주게되고 내 삶에 도전하게 하고 의욕을 갖고 그렇게 살게 될까?

 


2. 《스파이》 -  파울로 코엘료

- 꿋꿋하게 읽었지만 큰 울림이나 깨달음은 없었다.

 


3.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 얽히고 물려서 수수께끼 푸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완벽히 매듭짓지 않고 주인공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결말이 짜릿하다.

 


4. 《숨결이 바람될 때》 - 폴 칼라나티 ★★★★

- 잘나가던 순간 죽음을 선고받은 의사가 죽음을 앞둔 심경글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신경외과 의사로서 성장해나가는 동안 느꼈던
수많는 도덕과 가치관에 대한 생각들, 환자와의 관계에서 의사로서 구축해가는 그의 정체성,
그 일련의 -덤덤하게 기술되었지만 분명 치열하고 또 치열하게 고민했음이 분명한-
솔직한 고백과 고민들로부터 생각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결국 삶의 본질은 그 곳에 있다.

 


5. 《인더풀》- 오쿠다 히데오 ★★★

- 내가 한번 쯤 강하든 약하든 겪어냈던 일들을
이 책을 통해서 가볍지만 진지하게 마주했고 또 공감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이지만 옛날의 상처에 작은 치료를 더한 느낌.

 


6.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 인더풀이 낫다.

 



7.  《온전히 나답게》 - 한수희 ★★★

- 지하철 출퇴근 길에서 킥킥 웃다가 울컥울컥 울다가 반복하며 읽은 책.
글은 가볍지만 생각은 얕지 않고, 경험에서 비롯된 솔직한 기록이 마음를 많이 두드렸다.
내 옆에 두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8.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더글라스 케네디 ★★

- 나라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 지구에서 여자로서의 삶과 경험과 느낌은 국적과 시대를 너머 공통된 것인가?
작가가 여자가 아니었을까 잠시 의심할만큼 인간관계에서의 심리,
결혼생활에서 오는 좌절감, 비도덕한 행동 후의 공포감, 인생이 좌절되는 순간의 상실감 등을 예리하게 잘 포착했다.

 


9.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2번째.
  흡입력있는데 연달아 읽으니 신선함이 떨어진다.

 


10. 《스무살을 위한 교양 세계사 강의》

- 아비뇽, 이스탄불, 상트페테르부르그, 마추픽추.
세계사에 등장한 역사적인 장소에 내가 직접 가서 보았던 기억이 합해져
역사적 사실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역시 가장 큰 가르침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지구 곳곳을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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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장막

■ 삶/II. 삶 2016. 10. 30. 23:41


나는 여전히 헤메고 헤메이며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그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고 서성였다.

마음에 어두운 장막이 드리운다.
어두운 장막이 언제든지 다시 드리워질 수 있구나.
어쩌면 나는 평생 장막을 걷으며 살아야 할 수도 있겠구나.
평생을 싸워야 할 수도 있구나.

어둠이 드리워도 바로 굴복하지는 말자고 말해본다.
장막이 빛을 가리면 어떻게 헤쳐나갈지 순서를 정해놓도록 하자.

너무 쉽게 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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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hanged melody.

■ 삶/II. 삶 2016. 10. 20. 10:14

 

"Oh my love.
My darling.

Time goes by so slowly.
Time can do so much."


-


" 정리를 하다보면 갑자기 예전에 사긴 샀는데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물건,
과거의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물건, 일기장, 스크랩북, 편지 따위를 발견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나는 정리 같은 건 잊은 채 물건더미 속에 파묻혀서 추억 속에 빠지게 되고,
옛 남자친구와의 추억을 곱씹게 되고, 그러다보면 인생이 허무해지고,
내가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결국 지친 채로 산더미 같은 쓰레기들을 서랍 속에 쑤셔 넣고는 닫아버리게 된다.
이런 나도 15년쯤 전에 첫사랑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래도 못 버리겠다.
불에 태우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차라리 그 남자에게 확 돌려줘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남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겠지만. "

 

- 온전히 나답게 / 한수희


-


지난 월요일. 상영관도 2개 밖에 남지 않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을 퇴근 후 홀로 보았다.
영화를 혼자 보는 건 내게는 매끼 밥먹는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는 특유의 과장 없이 덤덤한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고,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같이 좋은 영화인데다
그 날 따라 새벽에 운동을 해버려서 저녁에 운동을 해야하는 숙제도 없어서
나는 냉큼 월요일 저녁의 프랑스 영화관람을 내게 선물했다.

 


나는,
인위적인 사건으로 극적인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로 관객을 매혹시키기보다는
기승전결이 아주 뚜렷하지 않지만 일련의 사건과 장면 속에 주인공들의 감정과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기승전결이 뚜렷하나 과하지않은 영화도 좋아한다.)

 


《다가오는 것들》이 바로 그런 영화였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아니면
내 개인적인 문제로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였는지
매끄럽지 않은, 뚝뚝 끊어지는 듯한 연결에 그 순간엔 다소 실망하고 몸을 뒤틀어가며 보았지만,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 하루 이틀이 지날 수록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노래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의 여운이 잔잔한 파도처럼 마음에 밀려온다.
영화의 장면들이 사진처럼 한 장, 한 장 마음에 메아리쳐 뇌리에 박힌다.

-

정신없는 출근길, 북적이고 비좁은 지하철안에서
그 마지막 장면에 나즈막히 깔리던 Unchanged melody를 들으며
 책을 겨우 반쯤 편 채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영화 주인공 남편 하인츠의 마음이 변했지만
나탈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멜로디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것이 일상인 사회인이 되었고,
11년 전 첫사랑에 대한 내 마음과 그의 마음 역시 변했지만
그 날의 편지에 쓰여진 꼬부랑거리는 글자들은 변하지 않았다.
나도 세상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순간 순간인것인가.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나는 변하지 않는 멜로디를 듣고 있다.

 


때론 명백한 비극보다, 처절한 울부짖음보다
괴로운 상황에서도 담담하고 처연한 태도가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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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우리나라 2016. 10. 18. 09:43

세화의 파아란 바다

김녕의 옥색 바다

고요한 숲 속의 무한자미향

비자나무의 청량한 공기 가득한 비자림

건물대신 하늘과 땅이 펼쳐지는 용눈이 오름

그리고 흐드러지는 억새

해를 따라가는 구름

광활한 노을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 위에 부드럽게 깔리는 연분홍의 하늘. 곽지과물해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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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휴 내내 이사 준비 겸 방정리를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싸그리 내다버림" 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마치 못버려서 한이 서린 사람처럼 비정하고 냉정하게
적어도 내가 3년간 쓴 적이 없거나, 향후 3년 내 쓸 일이 없거나, 그냥 이유 없이 간직하고 싶어서 간직했던 모든 것들을
다 분류해서 버리고, 기부하고, 중고로 팔았다.
그렇게 30년을 거쳐 사들이고 만들고 모았던 많은 것 들을 내 삶에서 덜어냈다.

버리고 버리다 보니 결국 내 삶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남는다.
고등학교때부터 써온 일기와 플래너,
10년간 여행다니며 쓴 여행 일기,
한 때 온 마음을 담아 찍었던 수 천장의 필름 사진들.
결국 내가 쓰고 기록한 나의 삶이 중요한 것이었다.

또 버리고 버리다 보니 앞으로는 어떤 물건을 살 때 정말 끝까지 쓸 수 있는지,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적어도 3번은 생각해보고 사겠다는 다짐도 했다.
나름 필요하다고 샀는데 다 쓰지도 못하고 처박혀 있다가 버려지는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끝까지 가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버리기로 했다.
앞으로 신중하게 구매하라고 내 자신에게 하는 경고라고 생각하면서.


비운 건 방인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던 과거와 주렁주렁 달고 온 나의 욕심들을 같이 버린 것 같다.
버리고 나니 중요한 것이 보인다.
비단 물건 뿐만 아니라 -
사람도 삶도 꼭 필요한 것, 정말 애정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곳에 마음을 쏟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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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느긋한 일요일 아침.
꾸미지 않은 편안한 복장.
크림이 적어 담백한 당근케잌1조각.
러시아에서 온 마뜨료슈까 텀블러.
그리고 따뜻하여 감미로운 카페라떼.
마지막으로 아껴읽는 책 한 권.
이 모든 조합이 어우러지는
작지만 충분한 나만의 행복.
일주일을 버텨내는 힘,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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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삶/II. 삶 2016. 9. 9. 19:24

망치로 얻어맞은 듯이 얼떨떨하다.
대충 짐작했고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한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어안이 벙벙한 것은 여전히 극복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은 변함이 없다.

열이 나는 것 같다.
포근한 곳에 눕고 싶다.
이불을 덮어쓰고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싶다.
온 몸을 감싸는 이불에게 위로받고 싶다.
너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
너는 그 때 그 때 최선의 선택을 해왔던 거라고-
하지만 그게 막상 겪어보니 괴롭고 불편할 수 있는 거라고.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너의 폭신했던 점퍼를 생각한다.
내게 힘든 일이 있으면 딱한 표정을 지으며 숨이 막힐듯 안아주었던
그 품과 그 점퍼를 생각한다.
난 그 뒤로 그렇게 파묻힐듯이 누군가에게 안겨본 적이 없다.
내 몸을 다 덮어버리는 커다란 포옹에 나는 마음놓고 위로받았다.
파묻혀버리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진 고민도 책임도 모두 같이 작아져버린다.
내겐 지금 그런 위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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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쓰는 얘기.  
내게 가장 흥미로운 미지의 세계는 의외로 내 자신이다.

이 육체 안에 하나의 정신이 30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나를 가장 잘 알면서  또 여전히 나 스스로도 잘 모르는 나의 세계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같다.
어릴 적 생활기록부에 "사교적이고 명랑하다"라고 일관되고 단순하게 정의 내려졌던 내 성격이 사실은 만나는 사람과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태도로 드러나는지 나조차도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는지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다.
나는 항상 일관되게 행동하지 않으며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고 때론 아주 모순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내가 이해하는 동안 나는 외부 환경과 타인과의 관계와 상호작용하며 또다시 조금씩 변해간다.
내가 변해가는 것인지 우주같은 내 정신세계에서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나도 나를 다 모르는데 남들이 나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나조차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해가면서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사람은 그럴 수 있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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