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니면서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여행하면서도 맛집이나 음식 사진을 별로 찍은 게 없는데,

그래도 이 도시에 6일이나 있었으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시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맛집을 정리해보았다.  (파란색)





3. 에르미타주 근처 



② Hermitage Cafe (샌드위치, 디저트, 카페)


에르미타주 별관 중 하나인 구 참모본부 (General Staff Building)의 지하에 위치한 카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입장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내부는 꽤 넓고 깔끔하며, 반지하이기 때문에 창가에 앉으면 궁전광장과 겨울궁전이 보인다. 

샌드위치, 샐러드, 케잌이나 타르타와 같읕 디저트와 커피와 쥬스 종류를 파는데 

샌드위치도 커피도 모두 괜찮았다.

다만, 직원의 싸가지가 하늘을 찌른다는 것을 주의하시길.

아마, 러시아 어디에서도 겪어본 적 없는 불친절함을 겪을 수도 있음. 

하루종일 에르미타주를 관람하시는 분들이라면, 

본관과 별관을 오가며 관람할 때 잠시 허기도 채우고 쉬어가기에는 괜찮은 곳. 




주소 :  Palace Square, 8, Sankt-Peterburg




생생한 연어가 쫄깃했던 연어 샌드위치




전반적으로 샌드위치들은 괜찮았음!





 Штолле (Shtolle  ; 러시안 파이) 


넵스키대로에 위치한 슈톨. 

러시안 전통 파이와 케이크를 파는 유명한 체인 레스토랑이다. 

진열대에 여러가지 파이들이 종류별로 놓여져 있어서 테이크 아웃 할 수도 있고,

내부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홀이 있어서 테이블에 앉으면 서버가 메뉴판을 가져온다. 

인테리어가 아주 화려하거나 모던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나름 이 곳 넵스키대로에서의 러시안 전통 파이를 파는 역사가 느껴지는 느낌이다. 


식사류의 파이로는, 고기/연어/버섯 등 속재료를 넣고 구운 파이도 있고, 

애플파이, 베리파이 같은 디저트류의 파이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파이는 크기별로 주문할 수 있고 음식에 비해 가격도 아주 저렴한 편! (50~200루블 사이)

한번쯤,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출출한 배를 채울 겸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소 : Nevsky avenue, 11/2,

홈페이지 : http://spb.stolle.ru/en (클릭!)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고기파이, 만두같기도 하면서 파이 같기도 하면서 맛있었다 ♥




 연어파이와 고기 파이







④ Bonch (이탈리안, 카페, BAR) 신사동 느낌!


넵스키대로에서 한 블럭 안쪽에 위치한 BONCH

불곰국 나라답게 귀여운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카페인데

내부는 굉장히 모던하고 깔끔하고 세련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젊은 서버들은 영어가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전혀 어려움 없다.


간단한 베이커리류부터, 오믈렛, 샌드위치, 파스타와 같은 식사류도 있고

커피를 기대할 수 없는 이 러시아에서 꽤 괜찮은 라떼를 파는 곳! :)



주소 : Bolshaya Morskaya ul., 16

홈페이지 : http://bonchcoffee.ru/ (클릭! 영어는 지원되지 않는 것 같지만 내부 분위기 사진이 많음!)




Bonch 외관



영어와 그림이 있는 메뉴판.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맛있는 샌드위치와 오믈렛. 그리고 머그잔에 담겨 나오는 커피!







⑤ Общество чистых тарелок (Clean Plates Society) - 이태원 펍 느낌 !


호스텔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사실은 유리가 깨져 있어서 들여다보다가)

내부에 젊은 러시아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하게 앉아있어서 

호기심에 들어가본 Clean Plates Society !

조도가 낮은 약간 어두컴컴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BGM이 이태원 펍 느낌.

역시나 영어 메뉴와 함께 영어가 유창한 서버들이 있으므로 겁먹지 말고 들어가자!

메뉴는 한국/일본/중국 음식 빼고 두루두루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베트남 포, 버거, 커리, 파스타 등등 (나는 심지어 페루전통음식인 셰비체를 먹었다. 두둥)

베지터리언을 위한 메뉴도 갖추고 있다. 

가격도 300~400루블 사이로 가성비가 괜찮은 편!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고 젊은 현지인들로 붐비는 걸로 봐서 현지 맛집임에 틀림없다! +_+



주소 : Gorokhovaya street, 13,

홈페이지 : https://www.cleanplatescafe.com/ (클릭!)




Clean Plates Society 



J가 먹었던 커다란 버거와 웻지 감자



정통스타일은 아니지만 연어와 아보카도로 만든 세비체 




Posted by honey,H
,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러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러시아에서 핀란드(헬싱키)로 이동할 예정인데, 오후 3시 반 기차여서 오전에는 어제 못갔던 바실리 섬에 가보기로 했다.

그나 저나, 원래 매일 아침마다 호스텔에서 투박한 사과 파이를 구워주웠는데

오늘은 한 눈에 봐도 감자전 같이 생긴 음식이 나왔다.

마지막 사과 파이를 먹을거라고 기대했는데................ㅜㅠ 아쉽....


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넉넉하게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구 그렇게 여유부리다가

점심 때 마말리가에서 K와 J를 만나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 묵게 될 에어비앤비에 살짝 문제가 생겨서 끙끙거리고,

또 갑자기 K가 나랑 같이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다리면서 많이 지체가 되었다.



오늘도 바실리섬까지 못갈꺼 같은...이 기분은 뭐지.............(-_-)






호스텔 앞을 가로지르는 모이카 강의 빨간 다리 (красный мост)



그리고 성 이삭 성당 가는 길의 파란 다리 (синий мост)





이번 주 내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날씨가 좋구나 :)

처음 왔을때 6일 내내 주구장창 흐리다고 해서 속상했었는데

후반부부터는 계속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기억이 더 맑고 상쾌하게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분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너는 바람의 도심임이 틀림없다. 





궁전다리를 건너며 보는 에르미타주와 네바강의 풍경. 유람선도 지나가고 :)



에르미타주도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끝내 바실리섬까지는 가지 못하고....(ㅠㅠ) 비르제바야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혼자라면 끝까지 갔겠지만, 일행이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




비르제바야 광장에는 이렇게 작은 뜰이 있었다. 여러번 왔다갔다 했는데 처음 알았당




비르제바야 광장의 돌턱에 앉아 다 쓰지 못한 메가폰 유심칩의 데이터를  열심히 낭비하는 중




심자가를 꽂고 있는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




에르미타주 앞에서 인증샷을 도대체 몇 번을 찍는거냐...




아틀라스 발을 붙잡고 소원을 빕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음..사실 기억이 안남.

(다리가 길게 나온건 사진빨 각도빨이어요.)




마말리가 가는 길의 카잔 성당 풍경






쨍하고 뜨거운 날씨를 만끽하며 바실리섬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제한 상 아쉽게도 비르제바야 광장까지만 가고 바로 코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거기에 뭐가 있는 건 아닌데, 몇번이나 가보려고 했다가 끝끝내 못가봐서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여행기를 쓸 때마다 생각이 난다.



항상, 여행하면서 깨닫는 단순한 진리이지만

어떤 기회들은 그 순간을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꼭 잡아야 한다.

어쩌면, 두 번이나 마음먹었는데도 가지 못했던 건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올 일이 있을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지금 내 앞의 미래는 너무나도 단조롭고 뻔해서 

이대로 시간만 훌쩍훌쩍 지나가버릴 것만 같다.



점심은, 첫 날 점심을 먹으러 왔었던 카잔 성당 뒷편의 마말리가에 다시 왔다.

이제 남은 러시아 화폐(루블)도 다 써버리고 가버려야짓! 

(마말리가는 긴자프로젝트 레스토랑 중 하나로 가격대가 살짝 높음)

그런 마음으로 소고기 샥슈카를 시켜보았습니다. 헤헤헤

그리고 참고로 마말리가에서 물은 시키지 마세요. 목마르면 차라리 음료수를 시키세요.

이쁘고 작은 유리병에 담긴 물을 주는데 겁나게 비쌈.....(ㅜㅠ)




직원이 능숙하게 꼬치에 꽂혀진 고기를 샤샤샥. (살짝 얼어있는 내 표정)



러시아에서 먹은 마지막 오찬. 샥슈카!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남아있는 모든 러시아 화폐로 핀란드에 가져가서 먹을 요거트, 과일, 물 등등을 샀다. 

장보는 물가는 러시아가 갑(甲). 정말 저렴저렴하게 사재낄수 있다.





무려 6일동안 머물렀던 소울호스텔에 돌아가 맡겨높은 캐리어를 찾아

마지막으로 얀덱스 택시앱으로 핀란드역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불렀다.

3시 반 기차시간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대충 딱 맞게 도착할 것 같았는데

가다보니 길도 조금 막히고 네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공사현장이 나왔다. (@.@)a



젊은 택시운전기사는 기차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골목골목을 달리고 불법유턴을 해가며

우리를 헬싱키 역에 넉넉하게 데려다 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남은 동전까지 다 털어 택시기사에게 팁까지 얹어주었다는...

(동전이 쓸 데 없어서 그런거 아니다...)



참고로 헬싱키역이 레닌스퀘어 지하철 역이랑 맞붙어 있어서

잘못 들어가면 완전 엉뚱한 역에서 헤멜 수 있으니 지도를 잘 확인하고 

(우리는 식료품까지 욱여넣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잘못 들어갔음..ㅠㅠ)

이렇게 저렇게 헤멜 것을 생각하면서 

항상 기차나 비행기 시간은 여유롭게 맞춰가는 소심함  필요하다!



헬싱키 역에 들어가면 여권과 탑승표만 확인하고 바로 기차에 탈 수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 중앙역까지 가는 고속기차 이름은 알레그로.

기차를 타고서 3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러시아 국경일까 궁금하지만

원래 당이라는게 하나의 판덩어리이듯이

열차는 아무런 표식 없이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출국 심사관들이 돌아다니며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더니

곧이어 핀란드 입국 심사관들이 커다란 개를 끌고다니며 입국심사를 한다.

그리고 그 때 하나의 판덩어리고 뭐시고 간에 나라가 달라졌다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러시아에서 10일 동안 본 적이 없는 금발의 꽃미남들인 것이다!!!!!!!



이렇게 10일간의 러시아 여행은 아쉬워질법하다가 핀란드 꽃미남들의 환영(?)과 함께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가이드북도, 아무 계획도 없는 3일간의 헬싱키 여행으로 넘어갑니다. 


러시아.

나의 13년간의 소원이었고, 버킷리스트였던 여행.

딱딱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모조리 깨주었던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 러시아.

모두들 걱정했지만 아무런 사건 사고없이 잘 마무리해서 더 좋았어.




굿바이, 러시아 :)

пока(빠까)! Россия(로씨야) 



뒤돌아 있는 핀란드 입국심사관이 너무 잘생겨서 두근두근하는 짤로 인사드려요. 

안뇽!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여름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마말리가



Posted by honey,H
,







저녁엔 모스크바 역 근처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백조의 호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오후 한나절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K와 J는 에르미타주 박물관(본관)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가고

언제든, 맑은 날의 산책과 박물관 중에 고르라면 무조건 야외 산책인 나이기에 

(10년 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2시간을 채 못보고 뛰쳐나왔다.)


나는 혼자 남은 오후를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스치듯이 지나갔던 토끼섬 너머로 가보겠다는 계획을 짜면서.

시작은 일단 궁전광장에서부터!





확실히 아침보다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도시는 바람의 도시였다.어찌나 바람이 많이 부는지 이리 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정신이...ㅠㅠ




겨울궁전 못지 않게 화려한 구 참모본부 빌딩. 




날씨가 정말로 쨍하고 뜨겁다. 

토끼섬이나 바실리섬에 가려는 목표를 세우고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여러 풍경에 마음을 뺴앗겨 자꾸만 목적지와 멀어진다. 

햇살을 좇아 걷다가 날 보았던 피의 구원 사원을 만났다. 

우중충한 하늘과 쏟아지는 비 아래서 만났던 피의 구원 사원은 어딘가 모르게 음침해보이기까지 했는데

햇살 아래의 피의 구원 사원은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나름 그만의 밝고 경쾌한 매력이 느껴진다. 



작은 다리 너머의 피의 구원 사원. 심지어 로맨틱해보여.................





참고로 가이드북에서는 넵스키대로에서 바라볼 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써 있었는데

주관적인 경험으로는, 넵스키대로에서 그리보에도바 운하를 끼고 보는 모습은 썩 이쁘지 않다.

작은 운하 양 옆으로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피의 구원 사원이 반쯤 가려져 있어서

사진을 찍어도 피의 구원 사원에 시선이 가지 않고 심지어 주변의 빡빡한 풍경 때문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지저분해보이는 느낌.



오히려 위의 사진 처럼

피의 구원 사원의 입구에서 길 하나 건너(넵스키대로의 맞은편)에서 작은 아치모양의 다리와 함께 보는 것이 

피의 구원 사원이 훨씬 집중되면서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 스팟에서 웨딩촬영도 하고 있었다!!

웨딩 사진 찍는 곳은 일단 이쁜 곳이 확실하다!!




피의 구원 사원을 배경으로 웨딩촬여을 하고 있던 신혼부부.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에요. 축하해용 ♡






첫 날 축축한 풍경과 달리 쨍한 햇살 아래 (이름과 다르게) 사랑스러운 피의 구원 사원의 풍경 :-)

오래 있어서 다행이다. 짧게 있었으면 이 모습은 영원히 보지 못할 뻔 봤으니까.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피의 구원 사원

그 화려함과 정교함 때문에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사원의 분위기.





피의 구원 사원 앞 가판대에 늘어선 마뜨료시카 인형들. 너희들도 햇빛을 낭낭하게 받았구나.





원래는 피의 구원 사원을 지나 바로 토끼섬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나는 여름정원 옆의 마르스 광장의 정원을 지나다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버렸고, 

나는 목적지도 잊어버린 채 그냥 그 곳에 그렇게 눌러앉아버리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나 올릴법한 사진도 찍어보고욤...




피의 구원 사원 근처는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한 발자국 떨어진 이 곳엔 

햇살을 즐기러 나온 가족과 연인, 그리고 나같은 방랑객만이

한가로이 오후를 즐긴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또 밀어오는 

이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도시는 빛에 잠겼다가 어둠에 가렸다가를 셀 수 없이 반복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도시를 다 덮고도 남을 크고 두꺼운 구름이 무심히도 밀려온다.

그래도 괜찮다. 

또 바람에 사라져 갈 것을 아니까.


항상 밝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또 항상 흐리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또 아주 천천히 이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곧잘 잊어버리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이 도시가 나에게 온 하늘의 해와 구름과 비람과 빗방울로 알려준다.


- 2016. 8. 9. Travel note in Saint Petersburg, Russia 



마음을 빼앗긴 풍경. 넓은 잔디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 너머에 동그랗게 솟은 피의 구원 사원



비록 바실리 섬은 포기해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 






끝내 토끼섬, 그리고 바실리 섬에는 가지 못했다.

사실 마르스 광장에 자리를 펴고 앉을 때

이미 포기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내일 오전에 가지 뭐.......(과연......)



K와 J를 만나러 다시 에르미타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대문을 지나 들어오니 겨울궁전 안쪽에 작은 안뜰이 있는데

분수도 퐁퐁 솟고 꽃도 피어있고 참 예쁘구나. :)



참 이쁜 풍경. 




머리 위에 후광이 번쩍번쩍.



관람을 마치고 난 K와 J와 만나, 다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었다.

박물관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더니, 작품은 아주 좋았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웠다고....ㅜㅠ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엄청 많다..........ㅜㅠ

아침에 조깅할 때도 보면, 성이삭 성당 근처에 관광버스들이 어마무시하게 쏟아내고

에르미타주 뒷편에도 깃발 든 중국인 관광객무리로 정신이 없다.....ㅜㅠ



어쨌든, 운이 좋게도 우리는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티투어버스 막차를 타고

옐리시예프 상점 맞은편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 내렸다.

이로써 오늘 시티투어버스는 티켓 1번으로 총 번을 이용했으니 아깝지는 않았다!



그제, 마린스키에서 본 발레 <백조의 호수>에 너무나도 감명 받은 나머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래 머무르는 김에 다른 발레 공연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기간에 공연되는 발레는 <백조의 호수>밖에 없었다....ㅜㅠ

마린스키 극장에서 다시 볼까 하다가, 이왕이면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하는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예매했다.

(좌석은 가장 싼 4층의 Side 좌석으로)





붉은색과 금색 톤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공연의 구성과 결말은 마린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나같은 발레를 잘 모르는 관람객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린스키에서 보았던 발레가 훨씬 더 수준있었고 코스튬이나 무대연출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알렉산드린스키에서 공연한 팀의 발레 실력이 전반적으로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팀보다 약한 것 같았고, 

코스튬도 너무 색조합을 화려하고 칼라풀하게 한 바람에 어린이용 발레 공연 같은 유치한 느낌.

심지어 4층에서 내려다보니 오케스트라가 한 눈에 보였는데, 

몇몇 연주자가 중간 중간 핸드폰을 하는 모습이 보여주어서 더 실망스러웠다.

(물론 자기 파트가 아니었지만서도 프로페셔널이라면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그냥 마린스키에서의 그 청초하고 처연한 느낌의 아름다운 모습만 머릿속에 남겨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조악한 공연 관람으로 처음 보았던 마린스키의 공연까지 덧칠되는 것 같아 아쉬울 지경이었다.

다른 공연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




이렇게, 아침부터 조깅과 시티투어버스와 홀로 하는 산책과 발레 공연관람까지 빡센 일정을 끝내고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쉽게도 흘려보낸다. 

이제 내일이면 러시아와도 작별이다.

생각보다 할게 없는 것 같았는데, 어느 새 6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Posted by honey,H
,






이미 아침 조깅하며 만끽했는데, 오늘 날씨 정말 쾌청하고 맑다!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던 아침과 가끔씩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어줬던 것 빼고는

거의 4일 내내 흐린 날씨였기 때문에 이렇게 구름 걱정없이 맑은 날이 얼마나 소듕한지!

(라고 했지만 이 맑은 와중에 때때로 소나기가 내렸다....이제는 그러려니....)



사실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써 6일째. 왠만큼 봐야 할 것들은 다 본 상태에서 

나는 여행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시티투어버스(Hop on hop off)를 타기로 했다!

사실, 버스를 타기 전에는 

시티투어버스는 시간 없는 관광객들이 유명 관광지만 빨리 훑어보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타보고 나니, 단순히 유명 관광지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각 유명한 장소에 대한 역사나 특장점 등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그 장소를 파악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왜 이제 타봤지? 라는 생각도 ...)



시티투어버스는 정해진 정류장(관광지)마다 서는데,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정해진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탔다가 무한 반복할 수 있으니까 

이동이 많은 날, 아침 일찍 표를 사서 끝날때까지 사용하는게 좋다. 

(우리도 아침에 사서, 멀리 저녁먹으러 가고 올때까지 알차가 사용했다. YAY!)





빨간색 루트가 시티투어버스의 노선






니콜라이 1세 기념비 (Памятник Николаю I)


우리는 버스노선의 시작점인 성 이삭 성당의 티켓박스에서 버스표를 사서 2층 버스위의 제일 뒷자석에 앉았다. (일명 일진 자리)

출발하기 전에 이어폰을 나누어주는데 버스 옆 벽면에 있는 연결잭에 꽂은 다음에 한국어로 맞추니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르미타주도 그렇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어서 관광하기 참 좋구만!


버스는 성 이삭 성당에서 출발하여, 바로 그 앞에 있는 니콜라이 1세 기념비를 끼고 한 바퀴 돌았다.

이 기마상 기념비는 특이하게도 말이 앞발굽을 모두 들고 있고 뒷발굽으로만 동생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 앞다리를 들고 있는 형태의 동상이 무게중심 문제 때문에 제작하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나서 보니 정말 얇은 두 다리로만 말과 니꼴라이 동상까지 멋지게 균형을 잡고 있는게 대단해보였다.







카잔성당 (Каза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


버스는 넵스키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버스의 오른편에 첫 날 꾸리꾸리한 날씨 뒤에서 왔었던 카잔 성당.

날도 흐리고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관광객도 많아서 그 위용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마치 팔을 내밀어 품은 듯한 성당의 자태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못지 않다.


2층 버스를 타고 좋은 점 또 하나는 사람들에게 전혀 가리지 않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 카잔 성당 앞도 관광객으로 아주 많이 붐비는데, 아예 2층에서 찍어버리니 피사체에 집중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거 :D




(▼ 카잔 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스타벅스 ▼ (클릭) 

[16 모스크바_쎄뻬베СПБ] - (10) 상트페테르부르크 - 피의 구원 사원, 옐리시예프 상점)







옐리시예프 상점 (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


이번엔 넵스키대로의 왼편에 첫날 왔었던 옐리시예프 상점도 보인다. (사진에서 오른쪽 건물)






넵스키대로 (Невский пр.)


에르미타주(겨울궁전)가 있는 궁전광장에서부터, (모스크바에서 오는 기차가 도착하는) 모스크바 역의 보스따니야 광장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4km길이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최대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넵스키 대로.

이 대로의 양 옆으로 대부분 18~20세기초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있다. 



다만,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길을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이 많아서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너구리 굴을 걷는 듯 목이 케케함을 느낄 수 있으니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오래 걷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ㅜㅠ 








보스따니야 광장 (площадь Восстания)과 오벨리스크


드디어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는) 모스크바 역이 있는 보스따니야 광장의 로터리까지 버스가 도착했다. 

보스따니야 광장 한 가운데에는 높이 36m의 화강암과 그 끝에 황금별이 달려 있는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고,

그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빌딩들이 광장을 둘러 싸고 있다. 

모스크바 기차역, 보스타니야 광장 지하철역, 호텔 옥타브리스까야까지.

버스는 이 역사적인 건물들이 가득한 로터리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넵스키 대로를 되돌아 간다.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해 준 것 중 흥미로운 것이,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물들은 한 건물이지만 창문의 크기가 층마다 다른데

(당연히 그렇겠지만) 잘 사는 사람들은 커다랗고 화려한 창문이 있는 곳에 살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서 다시 건물들을 보니, 건물들마다 제각각 크기가 다른 창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호라!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아틀라스 동상


에르미타주(겨울궁전) 바로 옆 별관 중 하나인 신(新) 에르미타주 입구에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아틀라스 조각상들이 있다.

오디오에서 설명하기를, 각 동상마다 각자 의미하는 것(예를 들면 건강, 행운, 사랑 등등)이 있어서

그 동상의 발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헤헤 그래서 우리는 내일 와서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 갔다온지 반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효험따위 없는 듯..)






확실히 아침에 비해 사람이 많아진 궁전광장. 건물도 엄청 큰데 구름은 하늘을 다 덮을듯이 거대하다.





에르미타주 (겨울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구 참모본부 건물.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전차 동상과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노란빛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와 파아란 네바강 






이렇게 버스는 모든 루트를 끝내고 다시 우리를 처음 시작점이었던 성 이삭 성당에서 내려주었다. 

이미 가 본 곳도 있었고, 처음 가보는 곳도 있었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보는 것과 또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ㄱ-) 

그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건물의 특징들을 들으며 다니니 여행도 훠얼씬 알찬 느낌!

가격이 좀 비싼 감이 없잖아 있지만, 

우리는 저녁에 모스크바 역 근처에 있는 바클라잔까지 갈 때 왕복으로 한 번 더 써먹으면서 뽕을 뽑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 새 점심 시간.

다음일정까지 시간이 넉넉치 않았던 우리는

구 참모본부빌딩 (General Staff Building)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미 한 번 와봤던터라, 이미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는데

건물에 들어올 때 짐 검사를 한 번 하기는 하지만 빌딩 입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표가 있어야 하는 줄 알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았다...ㅠㅠ)

※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 입장티켓을 사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카페와 깨끗한 무료 화장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 ※

카페 내부는 안으로 아주 널찍해서 사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몰래 앉아 있어도 될 정도.

메뉴는 커피와 주스, 다양한 샌드위치와 디저트 파이 등등 다양한데,



딱 한 가지.


여기 주문 받고 계산하던 키 엄청 큰 금발머리 남자 종업원이 엄청 싸가지가 없다!!!

여행다니면서 이토록 싸가지가 없는 녀석은 처음 보았다!!!!


원래 싸가지가 없는건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건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 동안 러시아를 10일 가까이 여행하면서

츤츤하기는 해도 싸가지 없는 녀석은 못보았는데, 아아주 싸가지가 없었다.




하지만, 생생한 연어가 올라간 샌드위치가 맛있었으니까, 

맛집으로 인정해주도록 하겠어...........(...)

참고로, 반 지하로 되어 있어서 창가에 앉으면 창문 너머로 겨울궁전이 한 눈에 보인다.

뷰도 좋으니까 참고 봐주도록 하겠어.........(...)



만약 내가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

그리고 무언가를 봐야한다는 압박감 없이 느긋한 하루를 즐기고 싶다면

나는 여기 겨울궁전이 내다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다.

물론 그 때 싸가지 없는 종업원은 없길 바래...







연어가 탱탱해서 용서한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에르미타주 맛집 #러시아 자유여행 #여름 러시아 #러시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 부르크 

Posted by honey,H
,






몇 번이나 등장했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숙소 앞 풍경 ♡




여행하면서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 곳에서 여유로운 아침 조깅을 하는 것 :)

다들 맛집을 찾거나 미술관을 찾는데 조깅이라니, 조금 특이한가? ㅎㅎ


이것도 나름 제약이 많은데, 일단 너무 관광지 같은 도시면 조깅할 만한 장소가 없고

머무르는 기간이 너무 짧으면 조깅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관광의 핵심 장소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사실 조깅을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일단 작은 모이카 강이 있기 때문에 강을 따라 한 번 뛰었고,

마침 어제 성 이삭 성당의 전망대에 올라갔을 때, 

그냥 걸어다녔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을 봐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항상 사과파이가 구워지기도 전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곤 했고

K와 J는 아침 느긋하게 곤히 자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고맙게도 아침에 혼자 마음놓고 조깅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황금첨탑이 빛나는 구 해구성 건물. 아침이라 분수는 쉬고 있어요.




분수에 비친 구 해군성의 건물.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에서 상큼한 아침 산책을 ♬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날씨는 정말이지 너무 화창하고 맑은데

공원의 가로수길 사이로 말간 햇살이 비추고

나처럼 조깅하러 나온 사람 두세명의 사람 빼고는 관광객들도 없고 너무 상쾌하다. 정말!


신나는 마음으로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뛰고서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아까워서 바로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옆에 있는

에르미타주 겨울궁전으로 걸어가 보았다.



WOW !!!

아무도 업쒀!!!!!!!!!!!!!!!!!!!!!




텅텅 빈 궁전 광장





낮에도 와보았고 밤에도 와보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의 No.1 같은 곳이라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리는데

이 아침에 왔더니 사람이 정말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없었고,

오롯이 아침 햇살아래 빛나는 겨울 궁전이 당당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나도 관광객이고 주로 도시를 여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많은 사람들 속에서, 관광객이라는 프레임에서 그 도시를 만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그 도시, 그 건물, 그 광장을 홀로 여유롭게 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아침 조깅을 할 때, 바로 그런 장면들을 마주친다.



경적소리가 지워진,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사라진,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서

내 마음이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만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들여다보고, 훑어볼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게 지금 바로 이 순간.

에르미타주를, 궁전광장을 나 혼자 독차지했다. ♡





혼자서 궁전 과장을 이리 걷고, 저리 가로지르며 만끽하다 이제 돌아갑니다. 





바꾼 방에서 보이던 풍경 >.<




가볍게 한 바퀴 조깅을 하고, 겨울궁전도 독차지했다가 숙소에 돌아오니

갓 구워진 사과파이의 향긋한 향기가 퍼지고,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트리플 룸을 쓰다가 어제부터 화장실은 없지만 복층으로 되어 있는 트리플 룸으로 바꿨는데

으앙..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이카 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뷰가 있는 방이었다.

공용화장실을 써야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화장실이 가깝고 깨끗한데다가

새로 바꾼 방이 화장실이 없는 만큼 훨씬 더 넓고 쾌적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역시, 러시아 넘버원, 아니지 전세계 넘버원 호스텔답다. 쏘울키친호스텔 ('0')=b





침대에 누워서 뎅구루르르르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겨울궁전 #궁전광장

#여름 러시아 #러시아 여름 #상뜨뻬쩨르부르크









Posted by honey,H
,






예카테리나 (예까쪠리나) 궁전이 있는 푸시킨 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남쪽에 위치해 있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푸시킨 시, 일명 황제마을.

이 곳에는 '호박방'으로 유명한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인 예카테리나 (예까쪠리나) 궁전과 공원이 있는 곳.

이 나라. 황제가 있었던 나라 답게 궁전들도 참 많구나.

모스크바의 예카테리나 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과 겨울궁전, 그리고 푸시킨 시의 예카테리나 궁전까지!



오늘 우리가 가는 예카테리나 궁전은 1717년 포트르 대제 당시 황후 예카테리나 1세의 여름별장으로 지어지기 시작해서

그녀의 딸인 엘리자베타 시대인 1756년 건축가 라스트렐리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리고 예카테리나 2세 시기에 건축가 까메론에 의해 새로운 내부 장식을 비롯해서 궁전 앞에 예카테리나 공원을 만들었다고.

('이지러시아' 352p 참고) 



참고로 우선 예카테리나 공원 (영문 : 캐서린 공원)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다음에, 

예카테리나 궁전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하면 된다. 여름궁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눈이 부시네요. .파란 하늘 아래 황금빛 돔이 반짝이는데 탄성이 절로 납니다!




정말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궁전이에요.




길이가 무려 300m에 달하는, 파스텔 톤의 예카테리나 (예까쩨리나)궁전. 

궁전 앞의 긴 줄은 오후부터 시작되는 궁전 개인 입장을 위한 긴 행렬입니다. 





여기도 바람이 너무 거세서 일단 옷 좀 여미고 가실게요.





예카테리나 궁저은 그 내부가 화려하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방은 보석 호박으로만 꾸며진 호박방인데

아, 러시아에서 이렇게 긴 줄은 본 적이 없다. 

정말, 300m의 궁전길이를 따라 늘어선 줄을 보고서 

우리는 얼마전 여름궁전 내부도 관람했었고, (궁전이 아무리 화려하다 한들 잠깐 보면 그만인 것을.)

특히 나는 이 좋은 날씨를 줄 서며 보내기 아까워서 예카테리나 정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물론, 궁전 내부를 들어가지 않았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단언컨대, 예카테리나 공원을 산책한 것은 나에게만큼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b

과연 어떤 모습이길래, 함께 가실까요?








예카테리나 궁전을 길게 가로지르면 카메론 갤러리가 나오고 그 너머에 커다란 호수가 보이는데

이 풍경이 정말 동화처럼 평화롭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다. 




호수 한 켠에 있는 예쁜 건물.



셔터만 갖다 대면 화보 >.<




이름모를 들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뜰과 오솔길. 그 자체로도 평화롭다.



호수를 따라 조금 걷다가 K와 J는 이제 여기는 다 비슷비슷하니,

궁전이나 다른 곳으로 가보자고 했고

나는 이 호수를 따라 끝까지 걸어보고 싶어서 잠시 따로 떨어져 다니기로 했다.


사실 셋이 여행다녀본 적도 없었거니와, 

K와 J는 어릴때부터 함께 자란 이종사촌 지간이고, 

나와 그녀들은 사실 5촌 이모-조카사이인데다  자주 만난 적이 없어서 친하지는 않았는데 

K와 J가 너무 친자매처럼 붙어 다녀서 주로 내가 그들의 얘기에 맞추고 들어주느라 

잠시라도 내가 즐기고 싶은 풍경을 혼자 조용히 즐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한시간 뒤에 어디서 만나자 약속을 하고서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홀로 호숫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북적이던 관광객들도 거의 없어지고, 이 오솔길을 나 혼자 차지한 것 마냥 한적함을 즐기면서.






한참을 걷다보니 호수가 끝의 터키식 목욕탕 건물이 나타났다. 




아! 잔잔한 호수위에 비친 하늘과 구름의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들.




잔잔한 호수, 그 위에 비친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

한 여름 지금 이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긴 여행 중에 한 순간은 정말로 마음깊이 행복한 곳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은 항상 예상치 못했던,

기대하지 못했던 곳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 가장 좋은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지금일 것이다.  


- 2016. 8. 8. Travel Note in Saint-petersburg, Russia 



화려하게 피어난 장미 꽃 너머로 건축가 네욜로프의 팔라디오 다리가 보인다. 




예카테리나 공원의 호숫가를 따라 걷는 지금.

파란 호수의 일렁이는 물결, 

하얗게 비치는 구름

시원한 듯 서늘한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수초와 이름모를 들꽃까지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너무 맑고 꺠끗해서 이 풍경을 바라보는 내 눈까지 같이 맑아지는 느낌.

수풀내음을 담은 청량한공기가

캐나다 같으면서도 캐나다와는 또 다른 

섬세한 살결같은 풍경에 마음을 뺴앗긴다. 


문득,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노을을 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만큼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 2016. 8. 8. Travel Note in Saint-Petersburg, Russia





노래를 들으며 행복하게 셀카




큰 호수가를 다 돌아 칼같이 정비된 정원으로 돌아왔다. 베르사유의 축소판 같은 느낌.




이 곳은 K와 J가 같던 곳. 꽃이 만발한 정원에 궁전건물까지. 그야말로 여심저격 ♥.♥







며칠 전에 갔던 여름궁전도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햇살때문일까, 파란 하늘 때문일까

여기 푸쉬킨 시의 예카테리나 궁전이 훨씬 더 웅장하고도 압도적이라는 느낌.


그럼에 분명한 것은, 각각의 궁전마다 독특한 색감과 개성이 있어서

이 궁전을 보고, 저 궁전을 보아도 질리거나 지겹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각 궁전들 사이에서 어떤 개성이 있는지 어떻게 다른게 이쁜지 나도 모르게 그려보게 된다. 

대단하다. 이렇게 이쁘고 또 이쁘고 또 이쁘기도 힘든데.


어쨌든, 내가 공원을 커다랗게 한 바퀴 걷고 왔을때도

여전히 궁전 앞에는 입장하려는 줄로 끝없이 줄을 서 있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우리는 미련없이 우리 눈과 마음속에

햇살 아래 반짝이던 황금빛 하늘색 궁전과

그리고 장미와 이름모를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렸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호수를 담아두고서

그렇게 황제마을을 떠났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여름 러시아 #러시아 여름 

#예카테리나 궁전 #예까쩨리나 궁전 #푸시킨시 #황제마을 




Posted by honey,H
,




밝게 비치는 아침 햇살 =) 

매일 아침 내 마음에 잔잔한 행복을 안겨주었던 사랑스러운 부엌.




우리 방 창문에서 보이던 풍경. 이제 남은 이틀은 다른 방으로 옮겨갑니다.




호스텔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성 이삭 성당








어젯밤, 발레 공연을 보고서 돌아오던 길에 퍼부어대던 비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낸 5일째 날이되어서야

몹시도 화창하고 깨끗하고 청량한 날씨가 되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는 예쁜 풍경을 찾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는 날씨가 엄청 중요하다!)


언제 그렇게 큰 구름이 이 하늘을 뒤덮었었냐는듯이 

하늘은 정말 말갛게 개었고 내리쬐는 햇살과 청량한 바람에 

나뭇잎들은 투명하게 반짝이고 우중충하던 건물들의 빛깔에도 생기가 돈다.


오늘은 호스텔 근처에 있는 성 이삭 성당과 푸시킨시에 있는 예카테리나 궁전에 갈 예정!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는 푸시킨시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쪽으로 25km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오늘은 바지런히 움직일 예정이다 :)

 



파란 하늘아래 반짝이는 성 이삭 성당의 황금돔, 안타깝게도 일부는 보수중이어서 뽁뽁이처럼 꽁꽁 싸여있다.




성 이삭 성당은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몽페랑이 무려 40년에 걸쳐 지은 것으로 1858년에 완공되었다.

러시아 성인 '이삭'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성 이삭 성당은 

러시아 최대의 러시아 정교회 건물로 고전주의 양식과 전통적인 러시아 비잔틴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112개의 서로 다른 화강함 기둥과 100키로그램의 황금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황금돔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지러시아' 284p 참고)


이 성 이삭 성당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참고로 성당 내부에 들어가는 입장권과 전망대에 올라가는 입장권은 별개로 우리는 전망대에만 올라갔다. 

역시 이 번에도 자동티켓발매기로 편하게 빠르게 발권!


 





성 이삭 성당의 정원과 니꼴라이 1세 기념기마상. 저 뒤에 빼곡하게 들어찬 주차장이 사실은 '블루 다리'이다.




사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멀쩡한 사진 찍기가 넘나 어려운 것.




홀로 툭 튀어 나와있는 파란색 돔에 황금빛 장식이 너무 이쁜 성당. 그런데 정확히 어느 성당인지는 모르겠다.







성 이삭 성당의 전망대에 오르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구 시가지와 그 너머의 전경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에르미타주도 보이고 피의 구원 사원도 보이고 

지나다니면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알렉산드로프스키 정원도 내려다 보인다.



도시에 건물 높이 제한 규제가 있는 것인지, 전반적으로 건물들의 높이가 높지 않아서

낮은 건물의 지붕들이 지평선을 이루고

그 지붕들 너머로 고개르 빼꼼히 내어 높은 것은 

성당의 동그란 돔들 뿐이다. 

각양각색의 돔이 이 구시가지의 스카이라인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  





전망대는 성당의 돔을 따라 360도 돌아볼 수 있는데 중가 중간 종탑과 사원의 조각상이 보이네요.




바람맞은 여자처럼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몰아쳐서 더 이상 정상적인 사진 촬영은 불가 ㅠ!!





저 멀지 않은 곳에 겨울궁전(에르미타주)도 보이고 뾰족한 첨탑모양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도 보여요.





코발트 블루처럼 유난히 파란 색의 네바강. (웬일...)



전망대와서 처음 보았는데 네바강과 성 이삭 성당 뒤편에 이쁜 공원도 있었네요.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날씨가 맑으니 검게만 보였던 네바강도 짙은 푸른색으로 보이고

강한 바람에 구름이 흘러가면서 네바 강변을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한 건물 외벽에 햇빛이 스며

이 도시가 아름다워진다.

별 볼일 없어보였던 것이 아름다워 지는 것.

햇살이 너무나도 소중한 이유다.






성 이삭 성당의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이제 호박방으로 유명한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는 푸시킨 시(황제마을)로 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하철을 타고 (아마도) 모스콥스까야 역에서 내렸던 것 같다. 

같은 도시인데도 지금까지 한 유럽의 도시에 있었다면, 이 곳은 갑자기 다시 모스크바에 온 것 같은 느낌!

사회주의풍의 딱딱하고 거대한 건물과 동상이 여기도 러시아라는 느낌을 순식간에 환기시킨다. 



역에서 내려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으로 가니

이미 버스에 올라타 있던 기사 아저씨가 우리들한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거 그냥 시내버스인데 누가 보면 투어라도 예약해놓은 관광버스인줄 알겠....(-.-)

아마도 우리가 딱 봐도 예까테리나 궁전으로 가는 관광객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먼저 불러준 덕분에, 푸쉬킨 시로 가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햇살은 따뜻하고 전망대 위에서 바람에 패대기쳐지다 버스에 앉으니 한없이 평화롭고 졸립다.

기사 아저씨, 우리 예카테리나 궁전에 잘 내려주세요......zzz




시계 보는 동상인줄 알고 따라했는데, 알고보니 베레모를 손에 쥔 동상이었....(...)



#러시아 #러시아 여행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자유여행 #상트뻬쩨르부르크 #성이삭성당 #전망대


Posted by honey,H
,





(10년 전에 산 노트북을 켜서 글쓰는 페이지까지 오는데 몇 시간이 걸린건지.....

그런데 이 노트북 키감 참 오랜만! 괜히 글도 잘 써지 것 같은 기분.......인데 다 쓰고 나니 오타가 많다. -_- )




드디어 여행이 반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맞는 일요일.  



오전에는 호스텔에서 워킹투어로 진행한 플리마켓(a.k.a. 벼룩시장)에 다녀왔다.

이 곳도 유럽이다보니 뭔가 벼룩시장도 팬시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따라나갔지만

웬걸.

10년도 더 전에 사라진 청계천 시장보다 더 허름한 공터에서 (근데 크기는 또 엄청 큼)

이건 중고품도 쓰레기에 가까운 중고품 같은.. (-_-..)

심지어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느꼈던 러시아의 모습과 달리

소매치기나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썩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날도 흐려서 으슬으슬 한 가운데,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중 하나인 zoom cafe 본격 방문!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좁은 입구에서 20여분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자칫 놓치기 쉬운 zoom cafe 입구.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 거기 커플 떨어져.



테이블마다 색연필이 있어서 낙서하면서 기다리는 중 :) 배고파요, 빨리 줘영.



사과와 당근이 상큼한 샐러드 



또 나왔다! 메밀밥! 미트볼과 메밀밥!





Zoom cafe는 만족 ('ㅅ')=b 

조금 많이 기다리긴 했지만 아담한 반지하 공간에 분위기도 따뜻하고

단 나는 이 러시아의 메밀밥이 너무 좋아......

쌀밥처럼 쫀득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퍼슬퍼슬하면서도 든든한 느낌.

(항상 밤에 여행기를 쓰는데, 음식사진 올리면서 항상 먹고 싶다.....ㅠㅠ)



점심을 먹고서 K는 몸이 좋지 않아 호스텔에서 쉬기로 하고

J는 쇼핑을하고 싶어해서 자라(zara)에 데려다 준 뒤에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었다.







여행 일주일 만에 홀로 걷는다.

이어폰이 있으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좋다.

이미 와 본 곳, 걸어본 길이지만 처음왔을때 보다도 더 찬찬히 본다. 

쫓기지 않으니 마음이 여유롭고

길가의 가로등, 건물의 조각상, 사람들의 표정들까지

찬찬히 눈여겨 볼 수 있어서, 

또 그리 보여서 좋다.

셋일때는 스쳐지나 보냈던 것들이 혼자 있으니 보인다. 


첫날, 조금 실망스러웠던 모습도

온종일 커다란 구름아래 무겁게 눌려있던 이 도시도, 

4일째가 되니 조금씩 정이 든다. 나쁘지 않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보아 매력을 느껴서 다행이다. "


- 2016. 8. 7. Travel Note in Saint Petersburg, Russia.









마린스키 극장





오늘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레 <백조의 호수>를 보는 날. 

런던과 뉴욕에서 뮤지컬으 봐야하듯이, 러시아에서는 당연히 발레를 봐야지!



하지만 발레를 보고 싶다고 언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모스크바 편에서 언급했지만, 8월이 발레단의 정기 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볼쇼이 극장에는 아에 공연이 없었고, 

마린스키 극장은 다행히도 마린스키 발레단 대신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단(?)이 마린스키 공연장을 대관해서 

8월 한달 동안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함께 러시아 최고의 발레, 오페라 공연극장으로 알려진 마린스키 극장(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

참고로 마린스키 극장은 마린스키 구관, 마린스키2, 콘서트 홀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공연을 예매하고 보러갈 때 잘 구별해서 가야 한다. 

러시아에서 발레만큼은 꼭 보고 싶었던 터라,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좌석까지 예매해놓았다. 후훗.

(그나저나 발레 예매 페이지가 영어지원이 안되어서 러시아어로 예매하느라고 러시아어 공부 지대로 함.)







발레 <백조의 호수> 공연 포스터.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마린스키 극장의 내부  






원래 러시아 사람들은 발레 공연을 볼때 격식을 갖추고 드레스업하고 공연을 본다고 한다.

그 동안 여행다니면서 공연이나 멋진 식사를 위해서 옷을 따로 준비해간적 없었는데

러시아에서 발레를 볼 때만큼은 나도 잠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발레와 그 문화를 존중하는 한 명의 문화인이고 싶어서

비좁은 트렁크에 딱 1번 신을 하이힐과 딱 1번 입을 원피스를 챙겨갔다. 

(여름이니까 챙겨갔지 겨울이었으면 캐리어가 비좁아서 107번쯤 다시 생각했을 것 같음...특히 구두!!)



마린스키 극장 내부로 들어가니, 

여느 오페라 극장, 발레 극장처럼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실내 장식으로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놓았다. 

더더욱 원피스와 구두를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후후)

이제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봅시다. 





땨댠 :D 두근두근





무대에서 보는 좌석의 배치도. 우리는 2층 정 가운데의 Royal석 바로 옆! (분홍색 화살표) 자리를 예매했다.

사실상 거의 정중앙이어서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좌석이었다. 




화려한 커튼과 황금빛이 번쩍이는 실내




장식 하나하나가 어찌나 화려한지!




빠질 수 없는 기념사진 (하트)




드디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총 4막으로 구성된 <백조의 호수>가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실제 발레공연 자체를 처음 보는 거라

어느 정도 수준의 공연인지 전혀 기초 견문이 없는 상태라 나 스스로가 걱정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리나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굉장히 몰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발레를 조금 배우고 공연을 봤더니, 

동작 하나하낙 너무너무 자세하게 보여서 좋았다. :D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여행도 공부하고 올 수록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수준 높은 공연에 비해서,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공연 관람 태도는 썩 좋지 않았다.

공연 중에 어찌나 핸드폰으로 촬영들을 많이 하던지, 중간중간 플래시가 터지기 까지 해서 

극장 관계자들이 저지하러 다닐 정도였다.)



마린스키에서 본 <백조의 호수>는 그야말로 청초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푸르스름한 무대에 하얀 백조들의 손짓과 발짓에서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인사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 



다같이 인사, 좋은 공연 정말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한없이 우아하면서도 발끝까지 힘이 실려있는 힘찬 공연을 보고있으니

새삼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 

칸딘스키와 샤갈의 그림들. 

차이코프스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단.



많은 사람들에게는 시베리아와 스킨헤드 밖에 떠오르는게 없는 

이 나라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만 들추어내면 

이토록 대단하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것들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보기 위하여 이 곳에 오고, 직접 관람을 하고, 그리고 박수를 친다.


그저 불곰국, 강대국 이런 이미지의 러시아 안에 이런 문화의 힘이 있었구나.

러시아인들이 자부심을 느낄만 하구나.

새삼, 눈에 보이지 않는 러시아만의 강렬한 문화와 정신이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다. 



좌석은 로얄석 다음으로 가장 비싼 좌석이었지만, 

그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만큼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내가 꼭 발레를 봐야 한다고 해서 (심지어 좋은 좌석에서 보겠다고 우겨서) 

얼떨결에 같이 발레를 봐야했던 K와 J도 대만족!

(심지어 K가 너무나도 감동받은 나머지, 

이틀 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하는 <백조의 호수>를 또 예매해버림 )



  아직도 그 날의 감동, 여운이 잔잔하게 기억이 난다. 

  러시아에 간다면 그 어느 것보다도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발레 <백조의 호수>였다. 

 

 

 

 

한국에서 러시아 발레 인터넷 예매하는 방법보러가기

http://sollos.tistory.com/1075 







Posted by honey,H
,









미술관 관람은 생각했던 것 보다, 기대했던 것보다 (사실 기대를 안함;;;) 훨씬 좋았다. :)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우리는 네바강을 건너 여행 일주일만에 한국식당 밥집에서 한국음식을 먹었다.

사실 나는 여행하면서 한식을 먹지 않아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인데

함께한 K와 J는 매일 아침 한국 컵라면인 "도시락"을 사다 먹었다는........

(참고로, 러시아에 "도시락" 컵라면 완전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한국에서보다 찾기 쉽고 맛도 다양함!)



한국음식을 먹고 한층 기운이 난 K와 J, 그리고 나는 네바강을 건너온 김에

에르미타주르 마주보고 있는 토끼섬으로 산책 겸 걸어갔다.

표트르 대제가 이 섬에 스웨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를 지으면서 이 섬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섬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둘러싸여져 있고 그 안에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과 형무소 박물관 등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땐 이미 개관시간을 지났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서 크게 섬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건너온 네바강.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노을이 지는지 붉은 빛이 감도네. 



토끼섬이라고 토끼동상이 있는데 러시아 토끼는 삐쩍 말랐나봐요. 전혀 토끼다운 귀여움이 없음....




요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요새 바깥을 따라 걸으면, 네바강 맞은편에 줄지어 서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빼꼼이 피의 구원 사원의 돔도 보이고요, 네바강 선착장을 따라 정박해있는 유람선들도 보이고, 운치있는 풍경 :)




이 도시의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구름.




요새의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해변같은 모래 사장이 나왔다. 넘나 한적하고 낮에 소풍오면 딱 좋을것 같다 ♡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는게 함정)





저녁도 훌쩍 지난 시간.

해가 지면서 무거운 구름 아래로 황금빛 노을이 도시를 비추었고, 

토끼섬 쪽에서 바라보는 네바강변에 늘어선 아름다운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모습의 발견이자, 생각지도 못한 운치와 분위기가 있었다. 




때론 가이드북에 쓰여지지 않은 곳에서, 

혹은 가이드북이 가르쳐주는 곳 바로 그 옆면에 서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런 곳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고 :)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의 따뜻한 일상 풍경 




특히, 강 하나 건너니 

반대편의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던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이 곳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산책하고 일상 생활을 즐기는 동네가 나타났고, 

그래서인지 한결 여유롭고 포근해보였다. 




며칠 뒤 조금 시간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은 다리를 건너 라스트랄 등대가 있는 바실리 섬의 비르제바야 광에 들어섰다. 





비르제바야 광장족에서 바라본 토끼섬과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의 실루엣. 그리고 그 뒤에 옅게 깔린 노을 




우뚝 솟은 라스트랄 등대





러시아인들의 흔한 춤바람. jpg





어라,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라스트랄 등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궁금해서 보니, 등대앞의 작은 공터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을 켜놓고

Fiesta (피에스타)라는 간판을 걸고서는 살사(?)같은 흥겨운 춤을 추고 있었다.





대박...............



춤 동호회에서 나왔나? 다들 쑥쓰러움도 없이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 춘다.

다들 열심히 추긴 추는데 다들 키가 너무 커서 살짝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보임.........(..)


(러시아라고 그런 흥겨운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무뚝뚝하고 츤츤하기만 한 러시아 사람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남녀 짝을 지어서 이렇게 열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는데!

러시아에서는 매일매일 나의 선입견을 하나씩 깨뜨려주는 것 같다.

도대체 나도 러시아를 얼마나 딱딱하게만 생각한걸까?



한참을 이 흥겹고 신나는, 러시아 사람들의 춤 사위를 바라보다가 

궁전다리를 건너 다시 겨울궁전이 있는 쪽으로 건너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노을따라 걷고 노을 보며 걷고. 





노을빛에 멋있게 물들어가는 궁전다리. 저 멀리 라스트랄 등대.




인어 형상의 조각상이 달린 전등. 귀엽다 ♡




궁전다리를 건너오니, 이번에는 에르미타주 근처에서 또 다른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바로 겨울 궁전가 있는 코너에서 길거리 버스킹이 한창이다.

어제는 이 근처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켜는 버스킹을 봤는데...



늦은 밤,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밤.

토요일 밤 이 도시의 분위기는 이토록 흥겹고 생생하구나 :)



숙소가 관광지 한복판에 있어서 이리저리 관광객들에게만 치이다가

이렇게 한 여름밤, 이 곳 주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 삶을 즐기는 그런 모습을 보니

덩달아 흥이 나고 마음도 들뜬다. 



숙소로 가는길에 궁전광장을 가로지르는데, 

낮에 보았던 겨울궁전 위로 양떼구름이 멋지게 깔려있다.

십자가를 지고 있는 전승기념비의 천사의 실루엣이 유난히 도드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나, 둘 건물에 광장의 건물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정확히 밤 10시에. 





불이 켜지기 직전, 이제야 조금은 캄캄한 밤 10시의 궁전광장과 겨울궁전.




갑자기 궁전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점점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겨울 궁전의 야경.




짜잔 ^_^V 역시나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요, 손에는 에르미타주 기념품샵에서 산 플라스틱 백 호호.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아 푸른빛의 하늘과 Light up으로 한결 로맨틱한 분위기가 된 궁전광장. 




구 참모본부의 아치에 들어온 강렬한 하늘과 승리의 천사와 그리고 불밝힌 아름다운 궁전의 조화. 





흔한 러시아 언니들의 다리길이. jpg






밤 10시, 우연히 궁전광장에서 만난 겨울궁전의 Light up.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파란 기운이 감도는 멋진 하늘 아래

거대한 궁전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던 순간.



참 아름답다.



이 여름 밤.

이토록 해가 지지 않는 이 여름 밤.

등대 밑에 모여 뜨겁게 춤추던 사람들도, 

길거리의 공간을 가득 채우던 버스킹의 음악도, 

찬란하게 불을 밝히는 궁전의 불빛과 궁전 광장의 로맨틱함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곳 러시아의 살아있는 삶 그 자체로구나.






또다른 운치가 있는 모아키 강의 야경 :)



Posted by honey,H
,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쾌청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구름도 물러가고 나름 상쾌한 듯한 날씨다.

나는 근질거리는 몸을 견디지 못하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겨서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이른 아침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도심 속으로 걸어나왔다. 


맑게 개어가는 하늘을 보고 모이키 강을 따라 가볍게 구 시가지를 뛰고서는

선선한 아침 바람에 취해 숙소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순식간에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금세 쏴아 - 하고 퍼붓기 시작했다. 


이 낯선 도시에서 비를 맞으며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으면서도

우연히 만난 비가 마치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같아 바보처럼 실실 웃음이 났다.

서울에서 출근하는 길에 이렇게 비를 쫄딱 맞았다면 짜증부터 났을 텐데

이런 웃음이 나는 것도 여행이 선물하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







비에 쫄딱 맞고 돌아오니, 갓 구워진 사과 파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당 ♡ 





비가 쏟아지고 잠시 개인 맑은 하늘. 빨간 씨티투어 버스와 노란 택시.









에르미타주에 들어가면 중간에 식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호스텔에서 추천해 준 BONCH 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오, 내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높은 천장의 인테리어에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고

젊은 써버들은 친절하고 또 영어가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어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카페라떼를 머그잔에 담아준다!!!

그 동안 손잡이 없는 유리잔에 담아 빨대를 꽂아주는 방식에 황당했었는데

드디어 머그잔에 라떼를 담아주는 카페를 찾아쒀!







호밀빵에 속을 가득채운 닭가슴살 샌드위치. 맛도 분위기도 좋은 카페 Bonch. 




오랜만에 멀쩡한(?) 라떼를 마셔서 기분이 좋은 나.




Bonch의 마스코트인 불곰 캐릭터. 따라해보려다......(...)











드디어 구 참모본부 건물의 커다란 아치 사이로 알렉산드로프 전승 기념비가 보이고, 

그 너머에 겨울궁전이라 불리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모습을 보였다. 

며칠 있으면서 알게 된 건데,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날씨가 정말 변덕스러워서 

거의 1시간 단위로 비가 내리다가 그치다가 맑았다가 구름끼다가를 반복한다.

하루에도 12번은 날씨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

분명 호스텔에서 출발할 때는 아침 소나기에 맑게 갠 느낌이었는데, 밥 먹고 나왔더니 찌뿌둥한 날씨가 되어 있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Эрмитаж : The State Hermitage Museum) 박물관. 

정식 명칭은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바로크 스타일의 기품있는 궁전인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포함한 4개의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에르미타주 박물관

(https://namu.wiki/w/%EC%97%90%EB%A5%B4%EB%AF%B8%ED%83%80%EC%A3%BC%20%EB%B0%95%EB%AC%BC%EA%B4%80)





프랑스어로 '은둔지'라는 뜻의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1764년 예까쩨리나 2세가 겨울 궁전 옆에 

작은 에르미타주(Малый Эрмитаж)와 구 에르미타주(Старый Эрмитаж)라는 별관을 건설하고

그 곳에 본인이 수집한 예술작품들을 소장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원래는 예까쩨리나 2세 전용 미술관이었다가 19세기 말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이 곳에는 총 1,012,657점의 미술작품과, 1,124,919점의 화폐기념품과 771,897점의 고고학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및 에르미타주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본관에는 박물관답게 1,020여 개의 방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빈슨 등의 명화와

이집트, 그리스 의 고고학 유물 같은 전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4개의 별관 중 겨울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는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 같은 근현대 미술작가의 미술작품들이 3층과 4층에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어짜피,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동안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본관이나 별관을 선택해서 보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박물관 울렁증이 있는 나는 겨울궁전의 본관 대신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의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인터넷에 에르미타주 박물관 표 구입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긴~ 줄을 서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i) 인터넷으로 사거나, ii) 본관의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거나, iii) 구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서 사는 것.




구(舊) 참모본부 빌딩에 들어갈 때 우선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면 되는데

본관과 별관 4개를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이 600루블,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제외한 별관 중 1개를 들어가는 티켓이 300루블이다.



어짜피 오늘 본관에 가지 않을 것이지만, 통합권 말고는 선택권이 없으므로 일단 통합권을 샀다.

그리고서 티켓 오피스 바로 뒤에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는 원형모양의 데스크가 있는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

조금 쌀쌀맞아 보이는 나이 지긋한 러시아 할머니가 오디오 대여를 해주었는데, 

처음엔 쌀쌀맞게 굴더니 러시아어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했더니

또 츤데레처럼 우리를 불러다가 작동법을 츤츤하게 알려주었다. 



약간 나이가 있는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츤츤함이 있지만

특별히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한 두 번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츤츤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시크하게 잘 도와준다.  :)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모던한 참모본부 빌딩 내부 




ЕТАЖ 가 귀여워서 찍어봤음.




겨울궁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경관은, 그 반대쪽에 있는 참모본부의 실내에서였다. 





구 참모본부에 있는 미술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4층에 보통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할 만한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바로 4층부터 집중공략.

오디오 가이드를 켜니, 익숙한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배우 손숙씨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온다.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주요 작품에 오디오 해설이 있으니

가이드가 없어도,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그 그림과 화가와 배경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어 좋다.

특히, 김성주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는 해설은 목소리가 귀에 콕콕 박혀서 더 잘 들어오는 듯.

에르미타주에 가시는 분이라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꼭 추천 ('_')=b




 


칸딘스키의 1913년 작. 추상화로 완전히 넘어간 뒤의 그림. (에르미타주 박물관) 




칸딘스키의 1909년 작. Winter Landscape. 




좋은 작품들과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미술관 4층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둘러보던 가운데 정말 운명같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

바로 추상화가 칸딘스키의 1909년 작품인 ≪ Winter Landscape 




사실 그림을 먼저 보고 후에 제목을 읽었다가 망치로 한 방 맞은 듯 멍하게 서 있었다.

제목이 겨울풍경이라는데 그림은 한 없이 따사롭고 포근하다.

분명 풍경 그 자체는 겨울 풍경이 맞는데, 

겨울 풍경을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서늘하도록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니.

겨울은 당연히 하얗고 차가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 하나가 나의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뜨려버렸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면서, 이렇게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하나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 하나로 나는 오늘 이 에르미타주에 온 값어치를 다 한 느낌이다.  :)





마티스의 1910년 작. 춤(II) @ Hermitage Museum in Saint-Petersburg.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작품은, 

야수파 화가인 마티스의 ≪춤 (The Dance, 1910)≫ 이었다.

이 그림은 러시아 미술 컬렉터가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진 벽화라고 하는데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붉은 피부의 3가지 색과 단순한 스케치가 전부인 것 같아 보이는 이 그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이 작품을 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예전 LG전자의 광고에도 쓰였던 이 작품은, 

뉴욕의 MOMA 미술관에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인 1909년, 

이 작품의 초안으로 그려진 또 다른 ≪ 춤 (The Dance, 1909)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08년 뉴욕에서 처음 이 작품을 보고, 8년이 지나서 러시아에서 이 연작을 만나게 되다니, 

두 작품은 비슷한듯 하지만 러시아에 있는 작품이 훨씬 그 색감이 강렬하고 동작이나 신체표현이 역동적이었다. 







마티스의 1909년 작. 춤I  @ MOMA in NYC





뮤직과 댄스 중에서 댄스와 함께 기념사진 :)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인상적인 문양의 등. 





4층부터 3층까지는 미술 작품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2층부터 1층까지는 옛 러시아의 전투복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빠르게 훑으며 내려왔다.



근래에 미술관 관람하고 이렇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여러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즐겁게 관람했다.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서는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나는 마음에 들어했던 칸딘스키의 Winter Landscape 카피 기념품을 내게 주는 선물로 사주었다. 

집에 돌아가면 이쁜 액자에 넣어서 방에 걸어두고, 

이 그림을 처음 마주쳤던 그 따뜻한 느낌과, 겨울 풍경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이 그림을 보면서 항상 기억해야지.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쁨, 

한 눈에 반하는 작품을 마주친 기쁨,

무미건조한 일상에 나만의 애정하는 것이 생겼다는 기쁨.



이 모든 것을 에르미타주가 내게 선물해주었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 박물관

#에르미타주 미술관 #에르미타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