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궁전에서 다시 쾌속선을 타고서 네바강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가득히 몰려오던 구름들도 바람 따라 많이 휩쓸려 가버린걸까.

하늘이 완전히 개이지는 않았지만, 이제서야 서서히 기울어지는 노을빛이 번잡한 네바강 주변을 촘촘히 내리쬐고 있었다. 





쾌속선에서 보이는 바실리 섬의 인류학 박물관 (연두색), 동물학 박물관 (오른쪽 노란색) 




돌아온 네바강의 선착장, 8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해가 대낮같이 중천에 떠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 공원에서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





에르마티주 박물관과 마주보며 궁전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舊) 참모본부 건물과 그 가운데 알렉산드로프 기념비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의 핵심인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궁전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궁전 광장을 반원으로 둘러썬 참모본부 건물 (General Staff Building)이 노을빛을 받아 그 기세가 더욱 등등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어가는데,

백야의 도시 답게 하늘은 파랗고 이제야 햇살이 천천히 기울면서 여전히 환한 대낮같은 묘한 느낌이 들더라. 



나도 러시아 여행을 굉장히 오래 머뭇거렸던 이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러시아의 치안, 특히 동양인에 대한 스킨헤드들의 테러였다.

내가 러시아여행을 가고 싶다던 2006년에만 해도 정말 동양인에 대한 염산 테러 소식이 간간히 있었고

10년이 지난 2016년에 러시아에 가겠다고 했더니,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러어어어시아?! 패키지도 아니고?!! 괜찮겠어? 살아돌아 올 수 있겠어????"

(혹은, 거기 겨울 아니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행하는 동안 치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다녔다.

일단,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스킨헤드족을 보지도 못했고, (단, 4월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서유럽이나 남미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소매치기들 걱정도 없었다.

그리고 백야까지는 아니었지만 여름은 해가 굉장히 길었던 덕분에

늦은 시간에 돌아다녔어도 날이 너무 환하여서 어둡고 으슥한 곳조차 없어서 

시간적으로도 굉장히 여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캄캄한 길을 다닐 일이 없어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방심해서도 안되고 여행지에서는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가 러시아에서 안전했다고해서 모두가 다 안전하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심지어 한국에서도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니 각자가 항상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막연히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비해서는 훨씬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남미 같은 곳이 소매치기 때문에 더 신경쓰였음!)


 



귀여운 마뜨료슈까 인형을 그려놓은 기념품 가게.





시계가 오후 8시 7분을 가리키는데, 구름이 조금 끼어서 그렇지 날 자체는 굉장히 밝다!




누가 보면 아침 8시 인줄....







숙소로 돌아가기 전, 가볍게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넵스키대로에 있는 러시아 전통 파이 가게인 슈톨(Штолле)로 들어가보았다. 

( 홈페이지 : http://spb.stolle.ru/en )



쭈삣쭈삣 거리며 들어가니 커다란 진열장 안에 두툼하게 속을 채운 파이들이 가득 있고, 

우리는 먹고 갈 거라고 했더니 안쪽의 테이블로 안내해주고 메뉴판도 가져다 주었다. 

파이 종류가 정말 많은데 고기 파이, 연어 파이, 버섯 파이처럼 식사로 먹어도 좋을 파이도 있고, 

사과 파이, 레몬파이, 럼 케잌, 치즈케잌 같은 디저트 파이도 종류 별로 있었다.

더 좋았던 건, 파이 크기가 그램 단위 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조금씩 시켜서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가격도 100~200루블 사이여서 부담도 없다. 


다만, 저녁 늦은 시간에 갔더니 이미 파이 종류가 많이 매진되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ㅜㅠ)

이것 저것 주문하려다 여러 번 실패하고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를 시켰습니다. 






고기 파이와 연어 파이



속을 꽉 채운 고기 파이 (250g짜리) - 맛있었다 :D 보니까 또 먹고 싶네.....






바삭거리는 빵 안에 고기가 두툼하게 꽉곽 채워져 들어가 있어서 먹고 나니 든든한 느낌!

내친김에 내일 아침에 먹겠다며 연어파이까지 테이크아웃으로 사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호스텔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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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일찍 눈이 번쩍 뜨였다.

 

오후에 여름궁전(Петерго́ф : 뻬쩨르고프)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괜찮을지 계속 조바심이 나서

몇 번이나 방 문의 커텐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특히 여름궁전은 화창한 날 가야 이쁘다는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기도 전부터 혼자 좌불안석이었다.

 

 

 

 

 

마트에서 산 하얀 계란, 바나나, 그리고 하트가 이쁘게 그려지 호스텔 키 (♡)

 

 

 

 

 

 

 

 

 

여름궁전(뻬쩨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에서 약 30km정도 떨어진 핀란드만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궁전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수중익선, 메트로와 미니버스, 택시 등)가 있는데

뻬제르고프 익스프레스라는 쾌속선이 값은 좀 비싸지만 여름궁전까지 한 번에 데려다 주고 시간도 적게 걸려서

갈 때는 쾌속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도 귀찮아서 그냥 쾌속선을 타고 돌아왔음 ....홍홍홍)

 

 

 

 

 

 

 

뻬쩨르고프 익스프레스 쾌속선을 타는 선착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의 구 해군성 건물 뒤쪽에 있다.

 

 

 

구 해군성 건물 앞의 기념비

 

 

 

 

 

네바강 선착장에서 바로 표를 끊고 쾌속선을 탈 수 있는데,

참고로 성인 편도가 당시 750루블이었고, (현재 800루블)  왕복은 더 저렴했는데 (현재 1400루블)

우리는 돌아올 때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올 줄 알고 미련하게 편도표를 샀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더 힘 빠지고 배고프고 귀찮아서 더더욱 쾌속선을 타고 싶은 유혹이 솟구치니

애시당초 갈때부터 쾌속선을 탔다면 그냥 왕복을 사는게 훨씬 더 저렴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괜히 나중에 또 편도표를 사려면 괜히 아까움...(ㅠㅠ)

 

 

그리고 네바강 선착장에서 학생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우리를 학생값에 표를 끊어주었다. (당시 편도 500루블)

대박. 우리는 할인해서 판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돈 계산이 안맞아서 한참 옥신각신까지 했는데....

더더욱 왕복으로 샀으면 학생할인 가격으로다가 더욱 싸게....(ㅜㅠ)

동안이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 여름궁전 쾌속선 정보 - 홈페이지 : http://en.peterhof-express.ru/)

 

 

휘유.

 

 

네바강 위에 떠 있던 쾌속선이 시간이 되자 물살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아침일찍 깬 피곤함과 날씨에 대한 스트레스에 잠깐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쾌속선은 30분만에 우리를 여름궁전의 선착장에 내려다주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었고, 선착장옆에는 관광객들만을 위한 카페가 딱 1개 있었는데,

※ 우리 모두 꼭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사를 하고 여름궁전에 오도록 합시다! ※

한국이고 러시아고 관광객은 호갱인 것인가, 아니면 독점의 폐해인 것인가.

굉장히 내용물이 부실한 햄버거를 맛보게 됩니다....이렇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비주얼이라서 찍어놓음.

 

 

 

 

이제, 부실한 햄버거로 배도 채웠고 선착장에서부터 아랫공원 입장표를 끊고 긴긴 수로를 따라

저 위의 여름궁전을 보면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뻬쩨르고프라는 이름의 여름궁전은 18세기~19세기의 궁전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황제들의 여름별궁이었다.

10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과 수 많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고

특히 아랫정원의 삼손분수와 대궁전의 대폭포가 가장 화려하고 유명한데

이 아랫정원의 분수는 여름시즌인 5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한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여름이 아니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런 황제의 별궁이다.  ('이지러시아' 347p~348p 참조)

 

 

 

참고로 여름궁전은 윗정원, 대궁전, 그리고 아랫정원으로 크게 3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궁전 내부 입장과 아랫정원에 입장하려면 각각 따로 표를 끊어야 하고,

쾌속선을 타고 여름궁전에 올 경우는 아랫정원을 거쳐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입장권을 끊게 되어있다.

    

 

 

 

저 멀리 한 가운데 여름궁전의 대궁전과 삼손분수의 물줄기가 보이네요.

 

 

 

저 멀리 대궁전과 함께 ♡ 베스트샷

 

 

대궁전과 함께 2 ♡

 

 

 

 

핀란드만으로 흐르는 수로를 거꾸로 걸어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드디어!

여름궁전의 화려한 대폭포와 대궁전에 도착하였습니다. :D 

 

 

 

 

 

 

 

         

화려하다. 정말 화려하다!!!

 

 

 

파스텔톤의 연주황과 연민트색의 아름다운 궁전 그 앞으로

황금색 칠과 조각상들로 꾸며진 제단같은 계단이 층을 이뤄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그 한가운데 황금빛의 삼손 동상이 입을 찢고 있는 사자 동상에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순간, 구름에 가려져있던 해가 잠시 얼굴을 내밀었고

그 반짝이는 햇살에 황금빛 분수의 동상들이 일제히 눈부시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관광객들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여름궁전의 한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화려함과 맹렬함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뽑아내는

저 삼손분수는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폴타바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분수라고 한다.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삼손은 러시아,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이지러시아' p348 참조)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는 모습으로 승리를 기념하다니.

역시 불곰국답다.

 

 

 

 

분수와 폭포수 사이사이 서있는 다양한 포즈와 형상의 동상들.

 

 

 

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궁전은 그야말로 여심저격입니다 ♡

 

 

 

도통 이 삼손 분수 앞을 떠나지 못하는....♡

 

 

 

 

 

화려한 궁전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많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렇게 아룸다움을 위하여 꾸며놓은 아름다움에 반하기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름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궁전.

잠시 얼굴을 내밀고 햇살을 내리 쬐어준 태약 덕분에 나는 소원 하나를 또 이루었다.  :)

 

 

문득, 유럽 다른 곳에도 아름다운 궁전들이 많은데

이 러시아의 궁전들이 유독 화려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생각해보았는데,

색감이 굉장히 컬러풀하기 때문인 듯 하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 등을 생각해보면

거대하고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외벽 색이 러시아의 궁전들만큼 컬러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궁전를 보자.

모스크바의 짜리찌노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분홍색 벽돌 건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여름궁전은 연주홍색 건물, 겨울궁전은 연민트색 건물. 

푸쉬킨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하늘색 건물.

다들 햇살아래 빛나면 마음이 설렐정도로 색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화려하다.

 

 

러시아 특유의 건축양식은 알 수 없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밝고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건물을 짓게 된 건 아닐까. :)

 

 

 

 

 

 

 

계단을 올라와 대궁전을 등지고 바라본 분수와 핀란드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로의 모습.

 

 

 

 

우리는 대궁전 내부에도 들어가보았다.

대궁전 내부는 하나의 박물관인데,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신발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심지어 입장객 수도 제한할만큼 그 관람자체가 깐깐한 궁전이었지만

각 방마다 제각기 다른 컨셉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화려한 관람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이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자기들의 문화와 유산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보존하고 아끼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피부로 와닿았다.

 

 

 

 

한적한 아랫정원의 모습

 

 

 

여기도 아랫정원

 

 

 

 

대궁전 너머의 윗정원이 있고 대궁전과 핀란드만 사이의 넓은 부지는 아랫정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왕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아랫정원을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 찰나에,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 관람차같은 작은 열차를 발견했다.

이걸 타면 아랫정원을 걷지 않고 빠른 시간안에 정원 전체를 크게 돌아볼 수 있다.

 

 

아랫정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원이라기보다 아주 커다란 전원의 풍경같은데

숲과 넓은 뜰 사이사이 간간이 자그마한 교회당같은 건물들이 하나씩 세워져있다.

이런데서 걷다가 길을 잃으면 미아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 같군.

 

 

 

 

 

 

아랫정원 어느 한 부지에 있는 또 다른 분수.

정원 안에 여러가지 컨셉의 분수와 조각상들이 많이 널려있다.

 

 

 

 

대궁전 앞에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아무리 찍어도 미련이 남는 마성의 궁전

 

 

 

 

 

황제들의 궁전답게 정원들이 너무 넓어서 윗정원은 둘러보지도 못했다.

여름궁전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이쁜 궁전만 있을 줄 알았는데

궁전 앞뒤로 커다란 정원이 둘러싸고 있어서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피크닉 삼아 천천히 정원을 돌아다녀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가면,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궁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궁전 근처에서만 맴돌게 된다는게 함정....☞☜)

 

 

여름궁전이야말로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해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잠깐잠깐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햇살을 내리쬐어준 햇님 덕분에

오직 이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다는 그 화려한 여름궁전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사랑해요 햇님 (♡)

 

 

그런데 여름궁전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면서 이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해야 할 일을 끝낸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숙제를 다 한 느낌 헤헤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러시아 여행 #여름궁전 #여름 궁전 #러시아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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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오늘의 일정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름궁전이나 예까쩨리나 궁전 말고는

모든 관광지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의 근거리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메트로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또 시원한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던 오전과 다르게 

점심을 먹고서 관광을 시작하려하자 구름이 몰려들더니

기어코 빗방울이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소식은 밤부터였는데 일기예보보다도 더 빨리 비가 오다니 (ㅜㅠ)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건너 작은 물줄길을 따라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을 향해 걸어갔다.

이름부터 살짝 스산한데 날씨까지 흐리니 괜히 한기가 솟는 그런 느낌.




그리보도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날씨때문에 더 칙칙해보인다. ㅠㅠ 





피의 구원 사원은 얼핏 그 모습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지만,

성 바실리 성당이 장난감같고 조금 유치한듯 동화스러운 면모가 있다면

피의 구원 사원은 훨씬 더 엄숙하고 무게감있고 복잡하하고 정교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성 바실리 성당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외관의 색부터가 조금은 톤 다운 되어 있다.



1883년부터 24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1881년 3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당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당시 피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이지 러시아' p301 참조)






날씨가 안좋아서 안타깝지만, 6일이나 있었던 덕분에 화창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피의 구원 사원의 내부는 내벽과 천장가지 모두 모자이크화로 꾸며져있었는데

그 화려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1층과 천장의 돔 사이에는 다른 층도 없는데 어쩜 저 높은 돔 끝까지 다 타일을 붙였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이 - 또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 구원 사원 천장돔 한가운데의 모습!





높은 성당 내부를 가득채운 모자이크화. 성당 안에서는 모두 고개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의 섬광.





예상보다 빨리 흐려지고 추워진 날씨 탓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버렸다.

오늘 아침 모스크바역에서, 그리고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우릴 반겨주었던

그 상큼화고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비가 뚝뚝 내리는 날씨가 된거지?

(그런데 이 도시에 6일을 있어보고 깨달았는데,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변덕스럽다.)




조금 슬프고 뾰로통한 마음으로 피의 구원 성당을 둘러보고서

(그리고 맑은 날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ㅜㅠ




그래서 우리는 우선 카잔 성당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 스타벅스는 창가에서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이다. 

2층에도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다른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일단 스타벅스로 고고고.





비가 와서 많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 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는 참 비슷비슷하다.






운이 좋게도 창가석에 앉았다! 바로 저렇게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가 베스트인 스타벅스.

물론 따뜻한 카페라떼에 춥고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





When you hold a cup of coffee, think of it's journey.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로 마음을 녹이는 사이 비도 어느 정도 그쳤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야외에서 무언갈 하기는 그런데

또 시간도 저녁이 가까워져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실내 관람을 하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따라 걸어 옐리세예프 상점(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에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 박물관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푸시킨 동상 따라하기.





옐리셰예프 상점은 넵스키대로에 서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1층의 식료품 겸 기념품가게라고나 할까.

원래 1903년에 연 가게인데 2012년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재오픈 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면 베이커리, 디저트류, 초코렛, 술, 치즈 등등 다양한 식료품들과 

그리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여러가지 기념 식료품등을 이쁘게 진열해놓고 있다.


가운데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ㅎㅎ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의 약자.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음음. 뭘 사면 좋을까. 초코렛에 마음을 빼앗겼엉 ♡





이런 마카롱과 디저트류도 있고



러시아 보드카도 있고 참고로 엄청 비싼데 소주도 있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쳐서 네바강을 따라 크게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고작 반나절의 경험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특유의 느낌보다도 커다란 유럽의 한 도시같았고

깨끗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던 모스크바에 비해서 호객꾼들도 많고 정비가 덜 된 느낌.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결국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차이인걸까?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여기도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까?



사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다른 블로그의 얘기들을 많이 참조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더 좋고 볼게 많다는 글들을 보고

모스크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6일로 일정을 짰는데,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5일을 더 있으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피곤해졌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고. 



아니야. 이제 어느새 여행5일차.

시차도 없이 3일을 풀로 여행했고, 야간열차도 탔고 조금 지칠때가 되었어.

내일은 오후에 해가 조금 날것 같아서 그 유명한 여름궁전(뻬쩨르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과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그런 화창한 날씨의 반짝이는 황금분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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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이름인 모스크바_쎄뻬베의 "쎄뻬베"는 러시아로 표기한 상트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의 약자 СПб 입니다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저는 야간기차로 달렸어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러시아의 자작나무 숲

 



 

찬 기운에 눈이 떠졌다.

한 번도 뒤척인적 없었는지 이불 속 온 몸이 뻐근한 느낌이다.

기차벽에서 찬 기운이 느껴져서 이불을 꼬옥 끌어안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차창 밖으로 곧게 뻗은 숲과 파란하늘이 훠이훠이 지나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아니지만 이렇게 야간열차로나마 

쎄뻬베(СПБ :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가가고 있구나.  :)

 



 

 

 

오전 6시43분을 가리키는 시계와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알리는 간판.

보는 순간 이 순간, 이 모습이 운명처럼 마음에 쿵! 하고 박혔다.




 

 

기차는 예상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기분좋게 서늘한 새벽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나와 함께 10년을 여행한, 

이젠 구식인 2바퀴짜리 캐리어를 드르르 드르르 끌며 기차역을 걸으니

10년 전 유럽여행하던 기분이 들었다.

로마의 떼르미니 역에 내리던 바로 그 순간이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심을 찾아,

나의 현실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느낄 수 없는 

스무살의 나의 추억 속 마음을 찾아 

여행하는 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버려서 더 이상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으며 설레고 흥분되고 낯설고

커다란 세계로 빨려들어가던 그 마음과 느낌을 찾아서. 

 


 - 2016. 8. 4. Travel note in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Day 5.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정

 


 

모스크바 역에서 택시를 타고서 미리 예약해 둔 쏘울키친호스텔(Soul Kitchen Hostel)에 도착했다.

원래는 에어비앤비나 호텔을 이용하려다가 러시아 No.1 호스텔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트리플 룸을 예약했는데,

이 곳에서 6일이나 머물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방도 써보고 싶어서 호스텔에 예약 변경하는 메일을 썼었다.


방을 바꾸고 싶다 어쩐다 하면서 러시아 No.1 호스텔에서 묵게되어 기대된다! 라는 나의 말에,

Staff는 방 변경을 도와주는 친절한 답메일 끝에 이런 추신을 붙였다.



"P.S. We are the best small hostel in the world, according to Hostelworld.com :)"

 

 

 

인 더 월드....뭐야......자신감 대박...

호스텔이면 호스텔이지 얼마나 좋은 호스텔이길래...


 

 

쏘울 키친 호스텔

 

 


초인종을 누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어려보이는 스태프가 친절하게 인사해주며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다행히 우리가 쓸 방이 비어서 바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여기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이뻤다. 

더 볼 것도 없이 내 맘 속의 베스트 호스텔 인정 ♡

 

 

 

 

호스텔에서 보이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이 풍경 ♡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사랑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여심을 저격하는 이 아기자기한 부엌 ♡ 매일 아침 사과파이 굽는 냄새가 향긋하게 퍼지곤 했다. (하아)

 

 

 

 

아기자기한 느낌의 중간 거실. :)

 

 

 


호스텔은 정말, 그동안 다녀보았던 모든 호스텔을 통틀어 엄지척(-_-)=b 할 수 있을만큼

내부 공간이 아주 넓고, 인테리어도 이뻤고, 관광지에서 가깝고 테라스에서 보이는 뷰도 아주 좋았다.

그래. 월드 베스트라고 자랑할만 하다. 인정. 

 

 

 

그리고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사과파이를 큼지막하게 구워서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서

쟁반위에 가득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아주셨다.

게다가 커피와 차, 간단한 씨리얼같은 것도 있어서 사과파이와 커피로 아침을 먹어도 되고,

냉장고와 주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가까운 슈퍼에서 장을 봐두고 직접 해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아침 일찍 부엌에 퍼지는 사과파이 구워지는 향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갓 구운 사과파이라니 (♡.♡) 사랑하지 않을 수 가 없자나! 

 


 

우리는 바로 체크인한 방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였다.

K가 야간기차에서 잠을 푹 못잔듯 많이 피곤해해서 잠시 재웠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이불을 털고 나왔다

이제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무려 6일이나 머물게 된다.

해외여행하면서 한 도시에 이렇게 길게 있어본 적은 처음인데.  :)



그런데 다만, 날씨예보가 심상치가 않은 것이

6일 내내 비소식..................아니, 이 여름에 우기도 아닌 것이 웬....6일 연속 비?!!

설마................안돼............제발............................

 

 

 

 

일단은 맑은 하늘의 쎄뻬베(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먹는 점심은 바로, 마말리가(МАМАЛЫГА).

카잔성당 뒷편에 있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등 지방의 분위기있는 전통 레스토랑인데

러시아 유학생들 블로그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레스토랑이어서 눈여겨봐두었다.

(*마말리가 주소 : Kazanskaya ul., 2, Sankt-Peterburg, 러시아 191186)

 

 

 

 

 

 

카잔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창가석에 앉으면 이렇게 카잔 성당이 바로 내다 보인다.

 

 

 

헤헤 멋진 뷰와 함께 ♡

 

 

 

 

음식종류는 고기꼬치구이인 샤슬릭, 피자같이 생긴 하차푸리 등이 메인이었고 (우리는 마지막날 와서 또 먹었다!)

생과일 주스 같은 것도 파는데 전반적으로 음식 퀄리티나 플레이팅도 상당히 괜찮다. :)

음식을 여러 개 시켜서 천천히 나눠먹다보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훌쩍 가버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을 해보려고 하는데

왜 슬픈예감은 틀리지가 않는지................OTL

왜 우리나라 일기예보와는 달리 틀려주지 않는 건지................ㅜㅠ

아침에만 해도 화창하기 그지 없었던 하늘이, 어느새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어둑해져있었다. ㅠ.ㅠ

 

 

일단 마말리가에서 가장 가까운 카잔성당(Каза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으로 향했다.

어으..날은 오후 3시답지 않게 어두침침해지고 사람이 많아도 넓직넓직했던 모스크바와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인도가 좁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계속 치일 수 밖에 없어 더 정신이 없었다.

 

 

 

 

곧 비까지 내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 우리?

 

 

 

 

 

아아. 햇님은 갔습니다. ;ㅅ;

 

 

 

★ Soul Kitchen Hostel

 

http://www.soulkitchenhostel.com/ 

 

1) 관광지와의 접근성 매우 좋음 (카잔성당, 에르미타주박물관, 마린스키극장, 피의 구세주 사원 등 보도 15분 이내)

2)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 (도미토리부터 2인실, 3인실 다양한 방, 요리가 가능한 커다란 주방, 컴퓨터 및 프린트 사용 가능)

3) 편리한 관광을 위한 자체 지도 제공 및 다양한 1 day 프로그램 진행 (러시아 음식 만들기, 벼룩시장 함께 가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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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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