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델 엘바 서울숲 스토어 :)

 

 

성수동 거리에서 - 

 

 

오늘 회사분 따님의 결혼식에 갔다가 픽업하러 온 남편(!)을 만나 성수동에 들렀다. 

목적지는 아쿠아 델 엘바(Aqua dell Elba), 이유는 디퓨저를 사러. :)

 

코가 예민하기도 하고 원래 향수도 디퓨저도 큰 관심이 없는 나인데

작년 여름,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여행할 때 가장 인상깊었던 숙소에서 아쿠아 델 엘바 디퓨저를 처음 보았다.

토스카나도 좋았고, 숙소도 좋았고, 디퓨저 향도 좋았고, 또 토스카나 브랜드여서 사오고 싶었는데

한참 여행 중이라 짐이 되는게 걱정되기도 했고,

(프로포즈 받은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결혼하면 살게 될 내 공간에 두고 싶은 로망(?)도 있어서

이탈리아에서의 구매는 잠시 미루었다가 드디어 때가 되어 서울숲에 있는 아쿠아 델 엘바 스토어에 들르게 된 것이다.

 

아쿠아 델 엘바의 시그니처 향은 마레(Mare)이고, 숙소에서도 마레(Mare)향을 맡았던 터라, (여름이기도 하고) 마레(Mare)를 살까 하다가

여러 가지 향을 시향해보고 조금 더 포근한 느낌의 몬테 카파네(Monte Capanne)를 골랐다.

 

 

아쿠아 델 엘바 디퓨저 (코가 예민한 편이라 약한 발향이 좋아서 스틱은 4개만)

 

 

저마다 여행을 추억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적엔 그것이 주로 사진, 마그넷, 기념품 컵 같은 것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여행하면서 만나는 특별한 (나만의 여행의 추억이 깃든) 물건 - 

단지 장식장에 세워두는 그런 것 말고 일상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찾게 된다.

그것도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억지로 찾는 것 대신, 여행 속에서 우연히.

호스텔에서 수건을 제공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빨간 타올, 

우산이 없어 급하게 샀던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분홍색 3단 우산, 

우연히 걷다가 들어간 가게에서 샀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주황색 지갑.

기념품과 달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이기에 쓰다보면 점점 낡고 망가져가지만

일상생활 속에 스며든 물건들은,

나의 삶 속에서 문득문득 그 때의 여행을 불쑥 떠오르게 하는 가장 소중한 추억환기제랄까. 

잊은 듯 살아갔지만 그 물건을 집을 때마다 여행했던 순간의 추억이 떠오르고,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 기억에 미소짓게 되는 그 특별한 느낌이 좋다. 

비록 이탈리아에서 이 디퓨저를 사오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한국에서 구할 수 있었고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에서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디퓨저 병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에는 2019년의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리고 흐뭇해하겠지. :)

 

 

이제 디퓨저 뚜껑을 열고 스틱을 꽂아놓으며 지난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려본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부터 시작해서 돌로미티 산맥을 돌고 토스카나 지방을 거쳐 로마까지 내려갔던 2주간의 여행.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유럽에서 이탈리아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룻 밤 짧게 머물렀지만 기대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평화로워서

다음에 다시 오면 일주일은 머물러야지 마음먹었던 토스카나. 

아름다웠던 풍경사진을 하나씩 꺼내보면서 너무 멀지 않은 때에 다시 가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올해는 작년에 못 다 쓴 여행기나 써야겠다. 그럴 여유가 많지 않겠지마는!

 

사이프러스나무가 뻗은 숙소 뒷뜰에 누워 휴식하던 날.

 

숙소에 딸려있던 프라이빗 수영장. 하늘도 맑고 물도 맑고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었다. 

 

조금씩 물들어가는 토스카나의 저녁 

 

아름다웠다. 진심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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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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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내가 이 돌로미티 편을 4번째 쓰고 있는 중...

다 쓰고 저장했는데 어디론가 날아가버려서 생고생 중입니다...ㅠㅠ

 

[돌로미티] 미주리나 호수 → 트레치메 → 라가주오이 → 미주리나 호수

 

 

돌로미티에서 맞이하는 3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서는 5일째 아침).

오늘은 돌로미티하면 뺴놓을 수 없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Tre cime de Lavaredo, 줄여서 '트레치메')에 간다!

한국인들에게 돌로미티 여행은 크게 서쪽 South tyrol 지역의 알페 디 시우시&세체다, 그리고 동쪽 Cortina d'ampezzo 지역의 트레치메로 나뉘어지는데

같은 돌로미티 지역이지만 서쪽은 푸른 초원지대가 펼쳐진 아름다운 트레킹이라면,

 동쪽의 트레치메는 돌바닥의 거친 느낌의 상남자 같은 트레킹이랄까.

(트레치메 트레킹 때문에 특별히 트레킹화도 새로 샀다! 그 뒤로 신발장에서 잠자고 있음...)

사실 돌로미티 여행 주간 내내 일기예보에서 흐림+천둥이라고 했는데

(날씨요정이 날씨얘기 듣고 신나게 Thunder노래를 부르다가 나한테 혼남)

다행히도 이 날도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아침 일찍 트레킹 준비를하고서 트레치메 트레킹의 시작점인 아우론조 산장으로 고우고우씬~

 

트레 치메로 향하는 입구. 입장료 30유로를 준비해야한다.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찬 차들, 그리고 그 너머 뾰족뾰족하게 솟은 크리스탈로 산군 

 

시작부터 날이 너무 좋아서 크리스탈로 산군과 함께 인증샷샷샷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니, 여태껏 느끼지 못한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아직 8월 중순인데 산악지대라 그런지 살곁에 닿는 공기 느낌이 차갑다. 

어제까지는 반팔에 자외선을 가려줄 얇은 셔츠 하나면 충분했는데, 

햇살은 밝아도 기온은 낮은지 레깅스도 신고 야주 약간의 기모가 들어간 티셔츠도 겹쳐입었다.

그리고 트레킹화와 내 무릎연골을 지켜줄 잠스트 무릎보호대, 그리고 등산스틱까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서 아우론조 산장을 거쳐 101번 트레킹 코스를 따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트레킹을 시작했다. 

처음 차에서 내렸을땐 공기가 싸늘했는데 그래도 해가 떠오르고 걷기 시작하면서 적당히 상쾌한 느낌이 난다!

 

아름다운 야생화 너머로 신선구름이 피어오르는 협곡의 장관. 

 

101번 코스를 따라, 라바레도 산장(Lavaredo Rifugio)를 거쳐 로카텔리 산장(Locatelli Rifugio)까지 갑니다.

 

101번 코스를 따라 보이는 크리스탈로 산군이 너무나 멋있어서 행복한 인증샷!

 

 

트레치메를 돌아보는 코스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지는데, 101번과 105번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아우론조 산장에서 시작해서 로카텔리 산장까지 왕복하는 코스인데, 

101번 코스를 따라갈 경우 아우론조 산장(시작) ▶ 라바레도 산장 (스침) ▶  로카텔리 산장 (반환점) 순서 걷게 된다.

105번 코스는 트레 치메를 가운데 두고 101번 코스의 맞은편인데, 아우론조 산장에서 바로 로카텔리 산장으로 가게 된다.

돌아올 때 101번으로 돌아올지, 105번으로 돌아올지 결정하지 않고, 우선은 101번을 따라 걸었는데

101번을 따라 걸을 때, 왼편에는 거대한 트레 치메가 솟아있고, 오른편으로는 깊은 협곡과 아우론조 산장 뒷편으로 크리스탈로 산군이 펼쳐져 있어서, 

그 풍경을 보면서 걷느라 힘든줄도 모르고 신나게 라바레도 산장까지 걸어갔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실 힘들 것이 없음ㅋㅋㅋ)

 

라바레도 산장에서 올라오면 보이는 웅장한 트레치메의 북쪽면 (사진 왼쪽 개미같은게 사람!) 

 

줄여서 트레치메라고 부르는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는 라바레도의 세 개의 봉우리라는 뜻.

치마 그란데, 치마 피콜라, 치마 오베스트라 이름붙여진 세 개의 거대한 암석 봉우리를 의미한다.

사진에서 보면 트레치메만 보이기 때문에 그냥 좀 커다란 돌덩이 같지만, 

암석 하나당 약 500~600의 높이로, 30층 정도의 빌딩 높이랄까?

사진에서도 보면 왼쪽 귀퉁이에 사람들이 서 있는데 개미같아 보일 정도로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암석봉우리다.

 

영차영차 걸으며 트레치메와 인증샷

 

저기 저기 로카텔리 산장이 눈앞에 보인다. 

 

왕복코스의 1/4지점이자, 편도코스의 1/2지점인 라바레도 산장을 지나 트레 치메를 등지고 걷다보면

드디어 반환점격인 로카텔리 산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101번으로 왔든, 105번으로 왔든 모두 로카텔리 산장에서 모이게 되어 있기 때문에 

로카텔리 산장에서는 우리보다 바지런히 걸어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날씨요정과 나도 트레치메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자리에 (로카텔리 산장 앞은 탁 트여있어서 사실 어디든 다 명당)

아빠다리하고 앉아서 저~ 멀리 맞은편에 우뚝 솟은 트레치메를 마음껏 구경했다.

그리고서, 대망의 인스타 동굴샷을 찍기 위하여 로카텔리 산장 뒷편의 급경사 언덕을 기어오름...

(여기가 제일 어려움....급경사라 기어 올라야...)

인스타그램에서 트레치메를 검색해보면 종종 등장하는 동굴에서 찍은 샷이 있는데, 

바로 로카텔리 산장 뒤에 비밀스럽게 파여진 동굴에서 찍은 것!

로카텔리 산장에는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 이 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이런 보석같은 스팟을 아는 두세명만이 동굴샷을 찍는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

나도 그 영광열풍에 동참!

 

바로 동굴 프레임 속에 쏙 들어온 트레치메!

 

트레치메와 내 뒷모습...헷

 

동굴에서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실루엣도 찍고 오도방정을 떨고서

로카텔리 산장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치우고서 처음 왔던 101번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간다.

105번 길은 가보지 못했지만, 101번 길을 걸으며 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한 톨의 아쉬움도 없이 다시 101번코스를 따라 걷기로!

개인적으로, 트레치메는 돌로미티의 상징 같은 곳이라서 코스에 넣었는데 

트레치메 자체는 커다란 돌덩이이고, 풍경을 좋아하는 나는 트레킹 코스에서 보는 풍경이 훨씬 좋았다 ♡

물론 트레치메 자체도 멋있긴 멋있고.

 

돌아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아우론조 산장. 저기까지 가면 오늘의 트레치메 여정이 끝난다.

 

101번 코스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협곡의 풍경. 저멀리 호수와 (아마도) 아우론조 마을이 보이는 것 같다.

 

 

아우론조 산장에서 Tre Cime 간판과 함께 (5시간 걸어댕겨서 표정 약간 지침...)

 

 

그렇게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치메 트레킹을 마치고 나니, 시간이 어느덧 세시무렵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아우론조 산장에서부터 로카텔리 산장까지를 왕복하는 것 자체는 사실 2~3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걷다가 사진 찍고, 걷다가 사진 찍고, 걷다가 감상하고, 걷다가 노래부르고(읭?)

동굴에 기어올라가서 오도방정을 떨고 로카텔리 산장에서 샌드위치까지 먹다보니 의외로 시간이 오래걸렸다.

물론, 나는 이만큼 걸릴 것을 알고 있었지.

 

이렇게 날씨요정과 함께 오전부터 시작된 산행을 마치고 차를 타고서 

어제 스쳐지나갔던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으로 다시 고우고우씽!

우리가 첫날 샀던 슈퍼썸머패스는 개시일로부터 4일동안 3일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첫째 날 알페 디 시우시, 둘째 날 세체다, 셋째 날은 쉬고 오늘이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어서

야물딱지게 슈퍼썸머패스를 써주기 위해서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오르는 케이블 카를 타기로 했다.

참고로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오르는 케이블 카 급경사가 으마으마함....고소공포증 있는 분들 조심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바라본 풍경

 

라가주오이 산장에 올라 내려다보는 돌로미티 산맥의 너른 풍경은 멋졌다!

하지만, 이미 알페 디 시우시와 세체다에서 보았던 감동 뒤에 마주한 풍경이어서 그랬을까, 

처음 알페 디 시우시에서 몽삭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서 마주했던 풍경에 말문이 막히던 그런 감동은 없었다. 라가주오이 쏘리.

아마도 제일 처음 라가주오이를 왔다면 입이 쩍 벌어졌을텐데~!

어쨌든, 야무지게 슈퍼썸매패스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코르티나 담베초(Cortina d'ampezzo)에 차를 대고,

백화점 COOP에서 먹을거리가 있나 (혹시라도 아시아 음식이 있나) 살펴보다가 

샐러드바에서 보리밥과 쌀밥으로 만든 샐러드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돌로미티 지역이 로마같은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 레스토랑찾기도 힘들고 마트에도 아시아 음식이 없어서 슬펐는데, 

COOP 샐러드바가 우리를 구원하였다. (이후에도 쌀밥먹고 싶으면 COOP에서 해결함 ㅋ)

 

이번 여행을 위해서 시원스쿨 여행 이탈리아 편을 열심히 수강하고 중요한 단어들을 열심히 외워갔었는데,

여기 이탈리아 북부에서 아주 알차게 써먹었다는 거!

밀라노에서도 호텔 데스크에서 아꾸아 어쩌고 하길래, 내가 아꾸아 나뚜랄레(미네랄 워터)달라고 해서

날씨요정이 너 지금 이탈리아어 하는거냐 @@ 놀랐는데, 

특히 여기 돌로미티 지역에서는 더더욱 유용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함..호호

COOP 샐러드바에서 약간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에게 짧은 이탈리아어로

쌀밥들어간 샐러드 주세요, 문어 샐러드 주세요, 포크랑 숟가락은 어디에? 등등의 표현으로

훌륭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1회용 포크와 숟가락도 사서 나올 수 있었다능....

단어만 나열중인 내 이탈리아어에도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이탈리아 아주머니♡

비록 단어만 나열하는 의사소통이긴 하지만 현지인과 대화가 된다는 그 기쁨은 이루 설명할수가 없다.

역시, 여행에서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여행의 즐거움이 10배는 배가 되는 것 같다.

숙소에서 바라보이던 노을지는 미주리나 호수

 

그렇게, 저녁까지 싸들고서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 새 창밖으로는 미주리나 호수에 황금빛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 그 풍경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답던지.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여기 미주리나 호수 숙소에서의 순간들이 물결처럼 마음을 휩쓸고 지나갈 때가 있다.

숙소 문을 열때마다 내 눈높이에서 바라보이던 창 밖의 호수 풍경, 

잔잔하고 고요한 풍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눈앞에 펼쳐지던 그 공간.

오늘 하루 트레킹을 하느라 고생많았다고, 이제 남은 시간은 모두 자유시간이라고, 이제는 푹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던 

그 날의 공간과 그 날의 느낌,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련한 여행의 추억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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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세체다 - 셀라패스를 거쳐서 동쪽 미주리나 호수까지

 

돌로미티에서 맞이하는 2일째 아침 (실제 여행에서는 4일째 아침).

오늘은 돌로미티의 서쪽 지역에서 세체다(Seceda)파쏘 셀라(Passo Sella)를 거쳐, 

돌로미티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숙소가 있는 미주리나 호수(Lake Misurina)까지 이동할 예정.

시간 여력이 되면 가는 길에 라가주오이 산장 (Lagazuoi Hutt)을 들렀다 갈 예정이다!

 

오늘은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는 날이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 트렁크에 싣고

첫번째 목적지인 세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했다. (주차는 세체다 케이블카 승강장 주차장 이용!)

날씨가 완전히 흐리진 않지만, 그래도 쾌청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구름도 많고 날이 좀 흐린 것도 같다.

세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Ortisei-Furnes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에 내려서 Furnes-Seceda 케이블카로 바꿔 탔다.

날이 흐려서 긍가, 어제보다 훨씬 추운듯 >.<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산 정상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세체다의 시그니처 같은 모습.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렸다는 (풍문이 떠도는) 세체다 절벽의 풍경이 눈앞에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계곡사이로 끊임없이 구름이 피어오르는 대장관

 

 

여기가 세체다의 뷰포인트 맛집임이 분명한 것이, 

전문가 렌즈들을 장착한 카메라 맨들이 아예 자리를 잡고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구름 속의 세체다 풍경을 찍어내고 있었다.

분명 같은 장소인데도, 계곡 사이사이에서 구름이 빠른 속도로 피어오르다보니, 

단 1초도 같은 풍경일 수가 없었다. 찍는 족족 오늘의 베스트샷이여....

나도 여기 뷰포인트 맛집에서 세체다를 배경으로 요래도 찍어보고 저래도 찍어봤지만,

역시나 세체다는 세체다 그 자체만으로 가장 멋있는 것 같다. 

 

비탈을 따라 난 트레킹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데헷. 비탈길을 걷다가 세체다와 함께....♡

 

비탈길에 앉으면 보이는 풍경 또한 멋스럽구요.

 

 

세체다를 향해 비탈길을 따라 걷다가, 트로이어 산장을 향해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목적지를 어디로 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음. 그저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갔을 뿐)

한참 내려가다보니 트로이어 산장에 도착!

 

이 곳이 트로이어 산장, 테이블에 앉을 수도 있고, 그 앞에 (사진 오른쪽 모서리) 누워서 쉴수 있는 간이 의자들이 늘어져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새로 구입한 등산화.

 

파노라마 샷!

 

산장에서 마시는 라떼 마끼아또. 흐엉. 여기가 지상천국이다. 지상천국이야.

 

나랑 날씨요정은 간이의자에 자리를 잡고, 트로이어 산장에서 따뜻한 라떼 마끼아또 시켜먹었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해온 크로와상을 주섬주섬 꺼내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라떼 마끼아또 한모금과 함께 뜯어먹는 그 맛이란. 

크아~

(근데 그래서 돌로미티 여행하는 동안 사먹은 음식 사진이 없음......;;;;)

여기가 지상천국이다. 지상천국이야.

맞은 편에 우뚝 솟은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구름이 그 중턱을 휘감고 지나간다. 근데 이름을 모르겠음. 

 

그리고 역시나 날씨요정은, 오늘도 그 이름의 진가를 발휘하였는지 

아침에만 해도 흐릿하던 날씨가 점점 맑아져오기 시작했다. 잘했어~! 날씨요정!!!

배도 채웠겠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가야되는데...아뿔싸

우리는 내려왔던 것이다. 그말은 고로,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고된 산행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비탈길을 끝까지 걸어올라가는 일은 어쨌든 체력소모가 꽤 큰 일이었으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내 안의 흥을 돋우어준 덕분에 겨우겨우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고마워요 싸이. 고마워요 멜론...ㅜ.ㅜ 

 

세체다에서 2시간 정도를 예상했지만, 트로이어 산장에서의 느긋한 신선놀음을 만끽한 덕분에 (?)

원래 예상 계획시간보다 살짝 뒤쳐지기 시작했다.

돌로미티에서 또 경험해볼 것이, 파쏘 셀라의 구비구비진 헤어핀을 따라 돌며 풍경맛집을 구경하는 것이라길래

부랴부랴 파쏘셀라로 향했다. 

 

파쏘셀라에서 Val Gardena 간판과 함께 헤헤

 

파쏘셀라 언덕에서 바라보는 셀라 산군. 멋져브러 ...♡

 

 

나 키 165cm인데 설명할 수 없는 이 비율 뭐다?

 

 

파쏘 셀라에서 셀라 산군의 풍경까지 만끽하고, 다시 차를 돌려 파쏘 지아우 (Passo Giau)를 거쳐

이제 돌로미티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만난 또 이름 모를 마을 풍경들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름 모를 케이블카는 또 왜 이렇게 많던지,

우리나라 블로거들에게 가장 유명한 알페 디 시우시와 세체다만 열심히 공부해서 왔는데

멀지 않은 곳곳에 아름다운 마을들이 많아서, 다음 번에 또 오게 되면 새로운 마을 위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또 온다고 다짐함)

 

원래는 슈퍼 썸머 패스를 야무지게 써먹기 위해서, 가는 길에 있는 라가주오이 산장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마감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라가주오이 케이블카는 가볍게 패쑤!! 

 

(PS. 참고로, 파쏘 셀라와 파쏘 지아우 모두 지그재그 같은 헤어핀 도로라는게 특징이다.

헤어핀 하나 돌 때마다 처음엔 우와~ 했는데 나중엔 우엑...했음.....)

 

드라이브 중에 만난 너무나도 멋진 풍경 1

 

드라이브 중에 만난 너무나도 멋진 풍경 2

 

많은 사람들이 보통, 돌로미티의 동쪽에서는 코르티나 담베초 마을에 숙소를 잡는데, 

내가 예약할 때는 내 예산대에 맞는 코르티나 담베초 마을 숙소가 또 다 매진이었음....OTL

여기 돌로미티 지역은 기본적으로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숙소가 아주 넉넉하지는 않은편 같다.

나도 출발하기 3개월 전에는 예약을 시도했던 것 같은데,

가격 괜찮으면서 컨디션 좋으면서 거리도 괜찮은 그런 방은 이미 매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쪽 숙소는 코르티나 담베초에서 30분정도 떨어져있는 미주리나 호수 근처의 숙소로 잡았다.

그래도 다음 날 가게 될 트레치메에 더욱 가까운 위치기도 하고, 호수에 있는 숙소라 뷰가 너무 아름다워서 개인적으로는 엄청 마음에 들었다. ♡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던 미주리나 호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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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은 Hermit Rests 지역을 탐방하러 갑니다!



DAY 12. _18.9.5. (2)


Visitor Center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간단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하나 보고 나니

아주 조금은 뜨거운 열기가 가신 것도 같았다.


그랜드캐년 여행을 준비하면서 부모님께 헬기투어를 하실꺼냐고 여쭤봤더니

헬기투어는 시시하다 (← 30년 경력의 전직 전투조종사만 할 수 있는 발언) 고,

그랜드캐년 트레일을 직접 걸어보고 싶으시다 하셨다. 



그랜드캐년은 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인 Hermits Rest, 동쪽으로는 Desert View로 나눌 수 있다.

관광객들이 가볍게(?)걸어 볼 수 있는 트레일은 동쪽에도 서쪽에도 있는데 

Visitor Center를 기점으로 서쪽(Hermits Rest)는 약 11 km 구간인데 반해

오전에 지나왔던 동쪽(Desert View)은 약 35km 구간에 달해서 

동쪽에 있는 트레일까지 갔다오기에는 오고가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 South Rim의 서쪽 - HERMITS REST 구간 ※ 





Visitor Center의 서쪽부분인 Hermits Rest는 성수기에는 자가용으로는 진입할 수 없고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서만 접근할 수 있다. 

Visitor Center에서 하늘색 Village Route 버스를 타고 환승센터까지 이동한 후, 

환승센터에서 빨간색 Hermits Rest Route 버스를 타면 

버스가 Hermit Road를 따라 갈 때는 모든 정거장에서 세워주고, 

돌아올 때는 종점인 Hermits Rest에서부터 Pima Point, Mojave Point, Powell point 이 3개의 정거장에서만 정차한다.



Hermits Rest Route가 좋은 이유는, Point 마다의 거리가 짧고 

그랜드캐년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길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전에 보았던 동쪽의 Point에서만 풍경을 볼 수 있고, point 사이가 멀어서 차량 이동만 가능하다. 

그래서 계속 셔틀버스를 타고 원하는데서 내려서 정차 정거장까지 걸어가며 풍경을 볼 수 있다는게 특징!

우리는 버스를 타고 중간 지점인 Mohave Point에서 내려서 Hopi Point 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Mohave Point 에서 인증샷 한번 찍고 출발! :)




Mohave Point에서부터 Hopi Point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동안 동쪽 Point에서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느낌의 감탄사가 폭발하는 어메이징한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그 모습 한 번 보고 가실게요.



3


2



1


.

.

.



쒀리질뤄!!!!! 우와우!!!!!!!!!!




구름의 그림자가 조금 걷힌 모습. 저 아래 갈라진 틈 사이는 어떤 모습일까?



동쪽 포인트랑 뭐가 다르냐구?

사진으로만 보면 서쪽포인트나 동쪽포인트나 둘 다 스틸컷의 멋진 파노라마라는 느낌이 들지만, 

서쪽 포인트는 정말 그랜드캐년 Rim Trail을 따라 걸으며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동쪽 포인트에서 보는 뷰는 계곡이 넓게 트여있지만 협곡의 굴곡이 도드라지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드넓다, 탁 트여있다. 라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서

서쪽에서 보는 뷰는 협곡이 들쭉 날쭉 굉장히 굴곡이 심해서

빛에 따라 음영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멈춰 서 있는 풍경일 뿐인데도 훨씬 더 다이나믹 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동쪽 포인트는 차를 타고 가다가 정해진 포인트에서 뷰를 감사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듯 관점이 정적이지만,

서쪽 포인트들은 협곡의 굴곡진 가장자리(Rim)을 따라 들어갔다 나갔다 걸으면서 풍경을 보기 때문에

내가 몇 걸음 움직일때마다 눈 앞의 똑같은 협곡도 조금씩 다른 각도의 풍경을 보여주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동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이 와씨(wow-c)포인트입니다.




Mohave Point 부터 Hopi Point까지 반달 모양의 가장자리 (Rim)을 따라 걷다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멋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감격한 나머지 혼자서 와씨- 와씨 - (너무 멋있어서 급기야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리다가

내 마음대로 그 곳을 와씨 포인트 (wow-c point)라고 명명했다.

와씨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나 밖에 없다. 


이미 2013년에 그랜드캐년에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오전에 동쪽 포인트를 둘러보면서도 역시 감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서쪽 포인트를 둘러보면서 동쪽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짧지만 림을 따라 걸으며 햇빛과 구름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역동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그랜드캐년을 보면서

나는 이 광경이 말도 안되게- 설명할 수 없을만큼 -  너무 멋있어서 

잠깐 울먹거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많은 관광지들을 가보았고,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보았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동해서 울먹거린 곳은 (그것도 2번이나) 그랜드캐년 뿐이었다. 


 


와씨(wow-C)포인트에서 감상하는 그랜드 캐년의 장관은 너무나 멋진거...



림트레일 걷기를 끝내자 갑자기 차가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머리 위를 지나가며 그랜드 캐년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걷어갔다.

어느 새 오후도 저물어 가고 있어서, 우리는 굳이 다시 동쪽에 있는 트레일을 걷기보다는

Hermits Rest에서 가장 가까운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을 1시간 정도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림 트레일은 협곡의 가장자리를 따라 평지를 걷는데,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은 협곡 밑으로 걸어내려가는 하이킹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일반적인 등산과는 반대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랜드캐년을 항상 위에서만 조망하다가 캐년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가는 느낌은 또 색달랐는데

콜로라도 강이 있는 캐년 바닥까지 내려갔다 오려면 하루에는 체력적으로 불가능하고 (편도 9~10시간 정도)

캠핑을 해서 1박 2일 코스로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감히 시도해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걸어서 캐년 바닥까지 내려가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저물었을 때 전기도 불도 없는 자연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그랜드캐년 바닥 한가운데

나혼자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하며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올 것 같다. ㅠ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걷다가 엄마 아빠 화이팅!


으아아아 화이팅! 저도 포효해봅니다!





1시간 가량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따라 걸어갔다가 다시 올라와, 

다시 한번 환승센터에서 Hermits Rest Route버스를 탔다.

바로 노을을 보러 가기 위해서!

(일출부터 노을까지 보는 이 엄청난 체력의 여정!)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Hopi Point와 Powell Point를 노을보는 스팟으로 추천해주어서

Powell Point에 내려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다.

그랜드캐년서도 여러 유명한 노을 스팟이 있겠지만

Powell Point를 추천받은 이유는, 

왼편으로는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고, 

오른편으로는 그 맞은편으로 노을 빛에 물들어가는 그랜드캐년의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낮의 뜨거웠던 햇살의 열기가 식으면서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랜드캐년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집니다. 이 여행도 이제 끝이 나네요.


황금빛 햇살이 그랜드 캐년의 협곡 사이사이를 비추는 뭉클한 순간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랜드캐년도 점점 어둠에 잠겨갑니다.


드디어 해가 모두 졌습니다. 우리의 여행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일몰의 붉은 빛으로 강렬하게 물드는 그랜드 캐년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의 대장정도 막을 내렸다. 

이렇게 그랜드캐년을 동에서 서로, 위에서 아래로, 오전부터 일몰까지 

다각도로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리고, 다시 와보고 싶다고 하셨던 엄마의 소원도 이뤄드려서 뿌듯하기도 했고. 


2007년에는 그랜드 캐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Eagle Point (스카이 워크) 를 보았고, 

2013년에는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동쪽 포인트 (Desert View, Moran Point, Lipan Point) 를 보았고,

2018년에는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서쪽 포인트 (Mohave Point, Hopi Point)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걸어보았다.






※ 그랜드캐년 관광 포인트 비교 정리 ※




1. 2007년 Eagle Point 

2007년에는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1 day tour를 신청해서 패키지로 그랜드 캐년을 갔었는데,

당시 포함된 루트는 그랜드 캐년의 가장 서쪽 부근에 위치한 Eagle Point와 Sky walk까지 가는 것이었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면 그곳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부는 아니고, 그 주변에서 그랜드캐년의 일부를 조망하는 정도이다.

사실 그땐 그게 그랜드캐년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그랜드캐년을 관광하려면 그랜드 캐년의 South Rim 또는 North Rim까지 들어와야

그랜드캐년의 장엄한 파노라마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07년 12월 23일 - Eagle Point를 보는 곳에서 그랜드캐년을 모두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2. 2013년 South Rim 동쪽 

Grand Canyon Village (Visitor Center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Moran Point, Lipan Point, Desert View까지 이동하며 감상했다.

그랜드 캐년의 장관을 차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 곳.

South Rim의 서쪽에서 비하면 상대적으로 탁 트인 광활한 배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 차량이 있을 경우 방문하기 더욱 용이하지만, 그랜드 캐년 내부 순환 셔틀 버스도 이용 가능하다.


Lipan Point ! 탁 저 멀리 탁 트인 느낌!



3. 2018년 South Rim의 서쪽

Grand Canyon Village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Hermits Road를 따라 Mohave Point, Hopi Point 등을 걸어서 이동하며 감상했다. 

앞서 말했지만, 동쪽에 비하면 캐년의 굴곡이 훨씬 도드라지고 걸을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그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훨씬 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물신 풍기는 뷰






3번의 경험으로도 그랜드캐년을 모두 경험해보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누군가 그랜드 캐년을 간다고 하면

Las Vegas에서 출발하는 1day tour/ 로드트립으로 반나절 관광 / 로드트립 중 하루종일 관광 해본 경험자로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만 하루 이상을 모두 투자해서 

그랜드 캐년의 동쪽, 서쪽, 위, 아래, 아침, 저녁을 모두 둘러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보고도 그랜드 캐년에 머무르면 머무를 수록, 

질리지 않고 끝나지 않는 그랜드 캐년의매력에 빠져서 더더욱 발걸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한 포인트에서만 보는 그랜드캐년의 풍경 하나만 보고 돌아서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곳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마지막에 보는걸 추천합니다.

그럼, 이렇게 또! 미서부 로드트립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향하게 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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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 모뉴멘트 밸리에서 그랜드캐년까지!




DAY 12. _18.9.5. (1)


그랜드써클의 정점.

그랜드써클의 끝판왕.

오늘은 그랜드캐년으로 갑니다.

끝판왕이니까 그랜드캐년은 2편으로 나눠서 연재하려구요!

하지만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모뉴멘트 밸리 일출을 보러 갑니다.


이번 여행에서만 세 번째 일출보기! (ㄷㄷㄷ)

요세미티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그리고 모뉴멘트 밸리.

사실 어제 모뉴멘트 둘러보고 왕복 10시간에 걸려 아치스 국립공원까지 갔다오느라 

엄마도 아빠도 나도 파김치가 되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일출은 포기하고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우리 부모님 사전에 포기란 없다.

눈뜨자마자 잠옷에 겉옷만 낑겨입고서 모뉴멘트밸리 초입의 The View 호텔까지 달려가봅니다..

숙소에서 모뉴멘트 밸리까지 차로 10분거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래서 숙소의 위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동 거리를 줄이고 폭넓은 경험을 가능하게 하니까!)



으아으 모뉴멘트 밸리 사이로 떠오르는 저 햇살. 장엄하다으 ...ㅠㅠ


뷰트위로는 비가 쏟아지는데 저 먼 지평선에서는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이 광경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일출을 보러 갈땐 맨날 뜨고 지는 해를 꼭 봐야 하나 싶었지만,

드넓은 평야에 우뚝 솟은 세 개의 거대한 뷰트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때는,

그리고 눈 앞에서는 내 머리 위엔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지만, 

거대한 뷰트 위로는 소나기가 흩뿌려지고 그럼에도 저 멀리 지평선에서는 이글거리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시 봐도 너무 멋있다...엉엉.

이번 여행에서 세 군데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모두 다른 풍경 속에서, 모두 다른 눈높이에서, 모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여튼, 모뉴멘트 밸리 가면 일출 꼭 봐야 합니다! 꼭!




이제 다시 남쪽으로 그랜드캐년 가는 길


며칠씩 달리다보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이 풍경들이 너무 멋있을 때가 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루트는 그랜드캐년을 마지막에 간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짰다.

그랜드써클을 시계방향으로도, 반시계방향으로도 돌아볼 수 있는데 

2013년도에는 세도나, 그랜드캐년에서부터 시작해서 반시계방향으로 그랜드 써클을 돌았었다.

모뉴멘트 밸리, 브라이스 캐년 모두 좋았지만

그랜드 캐년에서 받은 감동이 너무 커서 그랜드 캐년을 본 뒤에 보는 캐년들은 임팩트가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그랜드캐년을 가장 마지막에 보는 것으로 루트를 짰다.

크레센도의 느낌이랄까? 

우와. 우와아, 우와아, 우와아아아아


여행도 시작할 땐 작은 것 하나에도, 심지어 공항에만 가도 감동을 받지만 (비행가 창문만 봐도 감동이 넘쳐난다ㅋㅋ)

며칠 여행하다보면 조금씩 신선함이 떨어지고 피곤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여행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려면

초반엔 소박하고 작은 것으로 시작해서 여행 막바지에 가장 기대했던 것, 가장 임팩트가 큰 것을 보는게 좋다는게 

나의 여행관이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그랜드캐년만 세 번째여서, 큰 감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랜드캐년 가는 동안 여행 피로가 누적되어 예민해진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굉장히 찝찝하고 꿀꿀한 기분으로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가장 큰 감동을 느껴도 모자랄 이 끝판왕 그랜드캐년에서 삐짐이라니..삐짐이라니..삐짐이라니 ㅠㅠ!!!

난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아. ㅠㅠ

여행에서의 감동이 줄어든단 말이야...ㅠㅠ

여행의 감동을 100%이상 맛보려면 항상 정결한(?) 마음이 준비되어야 한다. (-ㅅ-)


 



그랜드캐년 South Rim의 동쪽에서부터 진입해서 서쪽으로 진행합니다.





드디어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 진입!

아쉽게도 입구임을 알려주는 간판과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ㅠㅠ 아숩..


그랜드캐년은 크게 South Rim과 North Rim으로 나눌 수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더욱 유명한 곳은 South Rim이고 Visitor Center도 South Rim에 위치해있다.

South Rim과 North Rim과의 직선거리는 길지 않지만, 캐년을 둘러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편도 5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North Rim은 포기하고 South Rim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South Rim의 동쪽에서부터 진입했다.

공원입구에서부터 30여분간을 달리다보니 드디어 첫 포인트인 Navajo Point에 도착했다.

한 번 내려서 볼까?!






두두둥! 거대한 그랜드캐년의 등장!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돠)



그랜드캐년을 바탕으로 (동생없는)우리 가족 사진! (엄마 아직 삐졌음)







그랜드캐년은 그랜드캐년이었다.

그랜드 써클의 다른 캐년들도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고, 신기하고, 대단하지만

그랜드캐년은 그야말로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눈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가 눈보다 가슴을 먼저 때린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서 - 뭐라 형용할 수식어가 없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세상의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눈앞에 펼쳐진 이 광활하고 장엄한 지질협곡의 파노라마가 주는 감동을 써내려가기가 어렵다.

우리 가족도 한참을 Navajo Point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가

조금 더 움직여서 이번엔 Lipan Point로 이동했다.


크아......ㅠㅠ

더 멋진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Navajo point보다 더 앞이 트인 것 같다. 



Lipan Point에서 바라본 뷰,뷰,뷰!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 커다란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금세 사라진다는거!



같은 자리에서 시야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보이는 또 다른 뷰,뷰,뷰!



네. 인생샷입니다. 야아아아아호오오오오오!!!@ㅁ@!!!!!!!




사실 그랜드캐년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절벽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인생샷을 많이 찍는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더 멋진, 더 짜릿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몇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왔을 땐 눈 대중으로 보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절벽 끄트머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곤 했었다. 


하지만,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트레일을 벗어나거나 

무리하여 절벽 끄트머리까지 가서 사진을 찍는건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절벽 끄트머리에 서거나 앉아있는 아슬아슬한 외국인들을 보았는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는 아찔한 느낌이 들더라. 얘들아 ㅠㅠ 조심해 ㅠㅠ  

나도 부모님도 계시고 안전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 욕심은 과감히 버리고 안전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러분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여행하세요!





엄마아빠도 인생샷 찍으시고 기분이 풀리셨다!



동생없는 가족사진2 (Feat.어쩌다보니 3명이서 씨밀러룩)




그랜드 캐년 오는 내내 삐져있던 엄마도, 그랜드캐년의 멋진 풍경 앞에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셨나보다.

원래 일상생활에서의 딸과 엄마와의 싸움은 "딸, 밥 먹을꺼야?" 와 "엄마, 나 밥 줘" 한마디면 풀릴 정도로 시덥잖은 삐침이건만

여행 중에는 체력적으로도 피곤해서 예민한데다가 

서로 잠시 피해있을 곳도 없고 아침부터 밤까지 작은 차안에서 하루종일 같이 부대껴야 하다보니

밥먹을래?로는 풀리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ㅜㅜ


그래도 그랜드캐년의 설명할 수 없을만큼 장엄하고 감동적인 풍경 앞에서는

인간의 사소한 삐죽한 마음들은 모두 훌훌 날아가버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대자연은, 경이롭고 대단다.


동쪽포인트에서 중앙부로 이동할 수록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Moran Point도 잠깐 들렀지만 사람도 많고, 이렇게 포인트 하나하나에 너무 시간을 많이 썼다가는

계획한 여행을 다 못할것만 같아서 과감하게 Visitor Center로 이동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리 가족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사먹고 

Visitor Center에서 하는 20여분짜리 그랜드캐년에 대해서 알려주는 짧은 무료 영화도 보았다.

(일단 정오즈은엔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실내에 있는게 나은 것 같았다.)



사실, 2007년, 2013년, 2018년. 5~6년 텀으로 그랜드캐년을 방문하고 있는데

2013년에 처음 South Rim을 방문해서 느꼈던 그랜드 캐년의 감동이 너무나도 압도적인 인상으로 남아서인지

물론, 이번 방문에도 여전히 그랜드캐년은 너무나 경이롭고 거대하고 멋있지만

처음 느꼈던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냥, 아 역시 그랜드 캐년 참 대단하구나. 그때 그대로구나. 

이런 덤덤한 마음?



하지만, 이건 나의 오만불손한 생각이었다.

오후에 만난 그랜드캐년은 - 

지금까지 본 그랜드캐년과는 또 다른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걷고 걸으며 감탄사를 토해내다시피 했다.



그럼, 이제 정말 마지막 그랜드 캐년 감동의 끝판왕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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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멘트 밸리에서부터 북쪽으로 달려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DAY 11. _18.9.4. (2)

오전에 모뉴멘트 밸리를 돌아보고서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남쪽 그랜드캐년으로 내려가야 했으나....

내가 서부에서 친구와 여행하는 동안 엄마가 가이드 북을 읽어보다가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National Park)을 꼬옥 꼬옥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아치들이 무너져내리고 있어서 더 늦게 가면 못 볼수도 있다나 ?


결국, 모뉴멘트 밸리 숙박을 1일 늘리고 모뉴멘트 밸리를 베이스 캠프 삼아 편도 3시간/왕복 6시간 걸리는

아치스 국립공원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일정을 짤때 고려했다면 브라이스 캐년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가는게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ㅠ)

앞으로는 여행 루트를 짜기 전에 미리 엄마에게 가이드 북을 드리는 것으로...

음................엄마와 로드트립을 또 간다는 것인가? @@....



모뉴멘트 밸리를 지나가며 조망하는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ㅠㅠ 또르르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모뉴멘트 밸리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달리다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길 한가운데 차 몇 대가 멈춰 서 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바로 그 곳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촬영지!

나는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저 장면을 뒷배경으로 달리기를 했다던가 달리다 멈췄다던가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는 인적도 없는 이 허허벌판에서 왜 달리기를 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영화 촬영지가 아니라고 해도 너무나 멋진 풍경이긴 했다. 



그리고, 아치스 국립공원에 가는 길은, 사실 힘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않는 것을 컨셉으로 

첫날, 둘째날 조금 빡세게 운전하고

점점 운전하는 거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중간에 운전거리가 늘어나게 되면서

첫날, 둘째날의 피로도 누적되고 해서 

루트를 바꾸자고 해서 미안하셨는지 엄마가 거의 운전대를 잡긴 했지만

뒷좌석에 앉아서 내내 툴툴거렸던 것 같다.

..가 아니고 툴툴거렸다.  @@



게다가... 가지 더 복병이 있었으니..

아치스 국립공원까지는 약 3시간 걸렸는데

공원 입구에서부터 아치를 보러 또 30분을 차를 타고 들어가야했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는 40분 가량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야했던 것이다......

(참고로 아치스 국립공원도 국립공원 Pass 사용 가능하다)

즉! 구글맵으로만 검색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꿱...





툴툴거리는 나와 달리 군말하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시는 부모님 흥 !



이런 돌산을 가다보면 작은 창문같은 아치도 만날 수 있다.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2500여개의 다양한 아치들이 분포해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델리케이트 아치(Delicate Arch)와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인 것 같다.

유명한 아치들은 차로 휙~ 둘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트레일을 따라 걸어들어가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치 하나 보는데마다 시간이 꽤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치 않은 관계로 가장 유명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기로 결정했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유타주 차번호판에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한참 (툴툴거리며) 걸어들어가다보니 갑자기 어느 순간

눈 앞이 탁 트이면서 델리케이트 아치가 등장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치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아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느껴지지 않았다.



델리게이트 아치 등장의 순간! 아치만 보면 그리 커보이지 않는데 사람드로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다



일단은 멀리 앉아서 아치를 감상해봅니다.어쩜 풍화작용에 저렇게 가운데가 뻥 뚫린 아치가 살아남았을꼬..



델리케이트 아치의 거대함은, 아치 앞에 다가섰을 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아치의 높이만 해도 18m정도라는데 9층짜리 아파트 높이랄까?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델리케이트 아치와 인증샷을 찍는다.

우리 가족도 열심히 서로 카메라를 바꿔가며 인증샷을 찍었다. 



엄마랑 아빠 ㅋ 엄마만 브이를 하고 아빠는 반쪽짜리 하트에 맘이 상했나?



(언젠가 볼 수도 있겠지) 사랑의 하트 발사!



엄마랑 나랑 아빠! 사진을 보니 갑자기 무너지지 않을까 급 무섭네



툴툴거리던 나를 위해서 엄마가 이쁘게 사진도 찍어주셨다.



이 아치를 보려고 한참을 차를 타고, 또 걸어 들어왔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다들 느긋하게 아치 주변에 편하게 앉아 노닥노닥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노을이 지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던것도 같다.

그리고 엄청 좋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들도 많았다.


사실 델리케이트 아치가 있는 지형이 냄비처럼 움푹 파여진 경사형태라서 조금 위험하기도 한데 

우리 가족끼리 열심히 카메라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갤 들어보니 사진기자의 렌즈캡이 떽데구르르르 우리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떨어지는 렌즈캡만 바라보며 집중한 가운데

아빠가 떨어지는 렌즈캡을 잽싸기 낚아채서 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Nice Catch! 박수를 받았다. ㅋㅋ

다들 일면식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각 세계 사람들일 뿐인데

이런 좋은 일에는 인종도 국경도 없는 것 같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박수치고 고마워하고 ㅋ

노을을 기다리는 심심한 가운데 작은 이벤트였달까? 



이렇게 외계행성마냥 동그랗게 파여 있다.



사실 처음에 아치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는 큰 흥미도 없었을뿐 더러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일정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들 여유도 없었다.  

(당시엔 이제 해가 지는데 캄캄한데 운전해야하는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ㅜ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달리 국립공원 일대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밤 운전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 나니,

풍화침식의 결과로 이런 아치가 생겼다는 것도 대단한데

나는 아치 그 자체의 대단함보다도

아치가 거대한 자연 액자가 되고, 그 공간 사이로 아치 너머의 풍경들이 액자에 담긴 그림이 되는

특별한 자연의 프레임 구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아치와 아치 속에 담기는 너머의 풍경이라니.

종종 창문이 프레임이 되어 잘라내는 풍경은 감상해봤지만

이렇게 자연아치에 의해 담겨지는 풍경은 처음 본 것 같다. 

나는 거기서 그런 생각을 했네 허허.


그런데 신기한게, 이제 우리는 이런 자연 환경 속에 멋진 아치가 서 있는 곳을 알고

GPS로도 알 수 있고 트레일도 잘 닦여져 있으니 아치에 접근하는게 어려지 않지만,

도대체 이 아치를 발견한 사람은 어떻게 처음 발견했을까?


아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도 이렇게 구불구불 오랜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치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저 이런 산길을 헤메다가 발견한걸까?

아치에서 바라보면 내가 올라온 길이 보이는데, 반대로 올라오는 길에서는 아치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는데.

여하튼,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런 아치들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

 

 


다시 돌아가는 길. 비록 운전의압박은 있었지만 올라올때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도 노을을 보고 가려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구름이 잔뜩 끼어 노을을 보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린 돌아갈 길도 멀고, 내일도 일정이 있기에 델리케이트 아치를 뒤로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 하는 동안 잠시 해가 비추었고, 

아마도 끈기있게 노을을 기다리던 사진작가들은 금빛 햇살이 비추는 멋진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1% 정도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이 고단함을 알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했던것 만큼 (혹은 그 이상) 피곤했다. 그랬던 것 같다.

그 피곤함이 내일 여정에도 약간의 여파를 끼쳤다. ㅠㅠㅠ



하지만, 아치스 국립공원에 갔다오긴 잘했다.

사실 뭐든 하기 전엔 조금 귀찮고, 별거 없을 것 같고, 몸이 피곤하고 그런 핑계거리가 잔뜩 생기지만

또 경험하고 난 뒤에는 그 나름 좋은 것이 있었고, 또 결국엔 거의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나이가 먹으니 호기심이 줄어들고 기대가 줄어들고 

몸이 편한걸 찾게 되면서 점점 삶도 여행도 단조로워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이겨내야지. 

내가 머릿속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과 느낌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하면서 꿈을 꾸면서 살아가야지.



이제 내일은 드디어 대망의!

그랜드캐년이다 두둥두둥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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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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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텔로프 캐년에서 모뉴멘트 밸리까지 이동!



DAY 11. _18.9.4.

부모님과 함께하는 TOO MUCH BUSY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트립의 다음 목적지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모뉴먼트 밸리 역시 안텔로프 캐년과 마찬가지로 Native American인 나바호(Navajo)족의 관할지역이다.

그래서 미국 국립공원패스도 사용할 수 없다. (ㅜ.ㅜ)


모뉴먼트 밸리는 2억 7천만년전의 지층이 풍화, 침식되어 남은 거대한 사암 덩어리가 기념비(Monument)들처럼 솟아올라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건 계곡 바닥 기준으로 약 300m나 솟아 올라있다고.

모뉴먼트 밸리안으로 입장해서 흙길을 달려볼 때  그 웅장하고 거대한 사암덩어리의 압도하는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사실 난 칙칙한 겨울에 한 번 와봤는데 그 땐 그냥 거대한 돌덩어리들 사이를 지나는 느낌 뿐이었다.

그런데 맑은 가을 날에 다시 와보니 산도 아닌, 거칠가 깎아내린 것 같은 붉은 돌덩어리가 대평원에 불쑥 불쑥 솟아오른

그 장엄한 풍경은 모누먼트 밸리가 아니면 그 어떤 곳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풍경인 것 같았다. 



모뉴먼트 밸리의 가장 유명한 풍경. 우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흙길을 달리는 차와 비교해보면 저 돌기둥이 얼마나 커다란지 알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전에 사진 한 장! 오랜만에 교복같은 흰 티셔츠 벗고 초록색 티셔츠!


내가 찍었지만 진짜 너무 멋있는것 같다. (ㅠ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았다.




우리가 고작 3명밖에 안되지만 7인승짜리 SUV를 렌트한 이유는 바로, 이 모뉴먼트 밸리의 비포장 흙길을 달리기 위한 것!

모뉴먼트 밸리 초입의 The View Hotel에서도 모뉴먼트 밸리의 근거리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차를 타면 약 17km정도 되는 모뉴먼트 밸리 구석구석을 돌아 볼 수 있다.

차가 없어도 단체 투어로 계곡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단점은, 투어차량은 4면이 뚫려있어서 

비포장 도로의 풀풀날리는 먼지를 코로 다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ㅠㅠ)



우리는 SUV도 렌트해왔고, 거침없이 비포장도로를 달려들어가다가 눈길이 가는 View Point에 차를 세우고

기념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해맑게 웃는 엄마와 반쪽 하트가 되어버린 아빠의 애잔한 사랑 (Feat.의도치 않은 씨밀러룩)



부모님께 이런 포즈를 주문해놓고 연행되는 것 같은 나. 엄마아빠 사이에 있으니 꾸러기 같지만 사실은 서른넘은지 오래..ㅠㅠ



병풍처럼 서 있는 카멜 뷰트 (Camel Butte) 모뉴먼트 밸리의 사암기둥을 뷰트라고 부른다.



외계 행성에 발을 디딘 느낌 (> .<)



오늘도 빠지지 않는 나의 벙거지 모자. 벙거지 모자 덕분에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서 소중한 나의 피부를 지켰다. 여러분 모자는 필수입니다 필수!!



엄지 손가락을 닮은 뷰트와 엄지척 인증샷 (손은 점점 까무잡잡해지는 중)



광활한 모뉴먼트 밸리를 풍경으로 자유를 외쳐보는 나...



아빠가 맘에 들어하셨던 매릭스 뷰트



모뉴먼트 밸리를 차로 돌아보는데는 (하나하나 내려서 천천히 둘러보면 더 길어지겠지만) 어림잡아 2시간면 충분 한 것 같다.

처음엔 뷰트들을 보면서 우와우와 하면서 둘러보지만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감흥이 떨어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뉴먼트 밸리는 호텔에서 조망도 하고, 차로 밸리 안쪽을 구석구석 다녀 보는 것 모두 가치가 있다.

모두가 다 깎여나갔는데 뷰트부분만 지질학적 차이로 수억년의 풍화작용에서 살아남아 우뚝 솟아난 걸 보면서

원래는 어떤 지형이었을까, 왜 저 부분만 저렇게 풍화에 견디는 퇴적층이 쌓이게 된건가 상상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그랜드써클을 여행하다보면, 없던 지질학에 대한 관심이 치솟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또 갈 길이 한참 멀기에 모뉴먼트 밸리 관광을 마무리하고,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다음 가는 곳은, 바로 아치스 국립공원!

원래 내가 짠 예정에는 없는 곳이지만, 내가 먼저 미국에 가면서 엄마에게 미국 가이드 북을 드리고 온게 화근이었다.

이미 숙소와 동선을 다 짜고 출발했건만, 가이드북에서 아치스 국립공원을 보고 빠져든 엄마가

기어코 동선과 숙소를 바꿔서 꾸역꾸역 아치스 국립공원을 추가하고야 만 것이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널널해져야 할 여행계획이 후반부로 갈수록 빡센 여행이 되고야 말았다.


그래도 엄마가 가자고 하면 가는 겁니다.

우리집 대장은 엄마니까 가자고 하면 가는 겁니다.

그럼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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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캐년에서 안텔로프 캐년까지 이동!



DAY 10. _18.9.3.

브라이스 캐년에서 일출과 짧을 트레일을 마치고 오전 10시경 브라이스 캐년을 출발해서 

애리조나 주의 안텔로프 캐년(Antelope Canyon)까지 달려왔다. 

1시 30분에 안텔로프 캐년 투어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이다. 


안텔로프 캐년은 미국 국립공원은 아니고 Native American들이 운영하는 투어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투어 상품은 어퍼(Upper Antelope Canyon)과 로어(Lower Antelope Canyon)으로 나뉘는데

해가 수직으로 내리쬐는 황금 시간대를 예약하려면 여행 몇 주 전에 미리미리 예약을 해놓아야 한다.

한 번에 캐년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인원수가 정해져 있어서, 황금 시간대는 쏙쏙 매진되기 때문!


내가 알아볼 때는 이미 원하는 날짜의 어퍼(Upper Antelope Canyon) 황금 시간대가 모두 매진이라서

로어(Lower Antelope Canyon)을 예약했다. (예약한 사이트 Ken's Tour - http://lowerantelope.com/)

참고로, 브라이스 캐년은 유타 주(Utah)에 있고, 안텔로프 캐년은 애리조나 주(Arizona)에 있는데

시간대가 변경된다는 걸 유의해야한다!

안텔로프 캐년 예약하면 시간대를 확인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고 있다.

다행히, 브라이스캐년에서 안텔로프 캐년으로 가면 1시간을 벌 수 있다. 

(헷갈려서 실수할까봐 몇 번이고 다시 계산해봤다 ㅋ)


구글맵으로 집결지인 Ken's Tour를 검색해봤는데 사막같은 허허벌판에 차를 대고

예약을 확인한 다음에 해당 시간대 예약자들을 모으고 팀마다 가이드가 붙는다. 

어퍼(Upper)를 예약하면 지프차 같은걸 타고 좀 더 이동한다는데

로어(lower)를 예약하면 집결지서 조금 걸어서 바로 캐년의 비좁은 틈으로 

철제 사다리를 타고 한참 내려가게 된다




캐년 안쪽으로 들어가는 중! 계단을 내려갈땐 위험해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슬롯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과 안텔로프 캐년의 환상적인 모습



어쩌다보니 모두 하얗게 차려입은 우리가족





햇빛에 따라 오묘하게 빛나는 캐년의 모습이 신비롭다.



일단 멋있음.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는 광경




몇몇 포인트에서 가이드가 독사진을 찍어준다.



부모님과도 :)



Slot에서 나오고 있는 사람들



캐년 내부로 들어가서 들여다보는 안텔로프 캐년의 속살은, 

캐년 내부의 휘몰아치는 듯한 굴곡과 쨍한 주홍 빛깔. 그리고 천정에서 쏟아지는 햇빛의 반사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다만, 내부는 비좁은데 한 번에 들어가는 인원수가 많은데다가

인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전 세계의 과한 사진열정(?) 때문에

이 아름다운 캐년을 조용히 감상하고 그 느낌을 간직할 수 없다는게 아쉽다.

캐년자체는 매우 아릅답지만, 그 관람환경은 뭐랄까. 

너무 정신사납고 북적거리고 여유가 없어서 도떼기 시장같달까 ㅠ

그래서인지 먼저 가본 친구들이 모두 생각보다 별로라고들 했는데

나는 기대치를 확 낮춰서인지 관람환경은 둘째치고

물결치는 듯한 캐년 내부의 모습과 햇살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캐년이라고 생각했다. 

인스타용이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왕 미국 서부 일대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은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투어가 길지는 않은데, 야외로 나오니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엄마 아빠 그리고 나까지 모두 좀 지친 것 같았다.

남은 일정은 홀스슈밴드(Horseshoe Bend)인데 노을지는 때가 멋있다고 해서 시간도 한참 남았고

어느 교회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잠시(?) 낮잠타임을 가졌다.


나는 미국에 온지도 벌써 2주가 넘었고, 아직 한참 젊을 때인데도 꽉 찬 일정이 조금 버거운데

이제 환갑이 되어 미국에 도착한지 2~3일밖에 안되신 부모님은 얼마나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셨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갸륵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 수록 엄마 덕분에 더 빡센 여행을 하게된다는....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오긴 했지만, 그 사이 날이 좀 흐려졌다.



의도치 않게 커플룩 입으신 엄마 아빠의 V샷. 인생은 60부터!




휴..끝난줄 알았죠?

우리는 이제 숙소가 있는 모뉴멘트 밸리까지 가야 합니다. 흑흑 ㅜㅠ

구글맵상으로는 2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데도

이제 해가 져버려서 암흙속을 한참 헤멘 기분.

모뉴멘트 밸리에서 가장 가까운 굴딩스 랏지를 예약했는데

랏지가 마치 마을처럼 퍼져있어서 리셉션에서 배정받은 숙소까지는 차타고 10분정도 들어가야했다.

헉...이쯤에서 코인세탁기로 빨래를 할 참이었는데, 세탁실에 가려면 차를 타고 10분을 오가야 하는 상황 

게다가 숙소는 크고 널찍했는데 햇반을 데우려는 찰나, 두꺼비집이 내려가버려 부엌에 전기가 끊기고야 말았다.


퓨...이럴 땐 대도시에 있고 싶다...또르르

전기 잘 들어고 가전제품 잘 갖춰져있는...ㅠㅠ

하지만 내일 일정도 만만치가 않으니 불평불만은 그만 하고 어서어서 꿈나라로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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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그리고 브라이스 캐년까지.



DAY 9.  _18.9.2.


이제 더이상 LAZY & CRAZY 한 여행은 없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TOO MUCH BUSY 로드트립이 시작하는 날!

사실 어제 아침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부모님을 픽업!

빡세게 몬테레이까지 갔다왔지만 관광을 하러 간건 아니고, 30년 전 살았던 가족 추억여행을 간 거라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뺐다.

그리고 이제부터 빡세디 빡센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올해가 부모님 모두 환갑이셔서, 어떤 기억에 남을 선물을 드릴까 하다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로스쿨 다니던 시절, 아빠가 다시 한 번 몬테레이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고 나 졸업하면 우리 가족 다같이 미국서부엘 가자! 했었는데

어쩐지 지금이 아니면 이제 부모님이 더 나이드셔서 로드트립은 어려울 것 같아서 2년 연속 부모님과 함께하는 로드트립 결정!

대박 환갑선물! 미국 서부 로드트립!



대신 지난번 여행의 교훈으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코스를 짰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정신이 너덜너덜할 만큼 무리스러운 여행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서, 

라스베가스에서부터 브라이스캐년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 뿐!

널널한 줄 알았지만, 4시간 운전이 만만치가 않다. 만만치가 않아...

(이 날 이후로 가장 짧은 운전거리였던 것 같다....OTL)



브라이스캐년 가는 길. 라스베가스를 지나니 그 뒤로는 한적하고 지루한 직선도로가 이어진다.



일주일동안 수고해준 우리 SUV와 함께!



근데 사실 어마어마하게 컸다.





작년 겨울에 친구들과 먼저 그랜드써클을 여행했던 동생이, (동생은 캐나다에 이어 이번 여행에도 참석하지 못했따 ㅠㅠ)

모뉴멘트 밸리가 비포장도로니까 세단 말고 SUV를 빌리라고 해서 

3명 밖에 안되지만 Herts에서 SUV를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키를 받았는데

생각없이 타고 다니다보니 차가 5인승이 아니라 8인승쯤 되는 엄청 큰 SUV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빠 왈!  딸, 왜 이렇게 큰 차를 빌렸나고......

나도 이렇게 큰 줄 몰랐지....(☞☜) 보고 빌렸나...인터넷에서 그냥 적당하게 골랐지.ㅋ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차체가 워낙 크고 넓어서 짐도 많이 싣고 널부러져있기도 좋아서 로드트립용으로는 결과적으로 아주 편리했다는 거!

역시 돈이 최고다! 역시 크고 좋은게 최고다! 




구글맵을 찍어보니 4시간이라서 금세 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좀 쉬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 새 노을이 다 지고 나서야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했다.





숙소는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Ruby's Inn Best Western Plus 로 잡았다.

13년에도 묵었던 곳인데 국립공원이랑 차로 10분밖에 안걸리는데다 그 때 시설도 크고 좋아서 야심차게 예약했는데

이번에 배정받은 숙소는 그때 기억이 왜곡되었었나....생각보다 별로여서 흠칫.

어쨌든, 우리는 내일 브라이스 캐년 일출을 보러 가기로 하였으므로! 

다들 피곤한 몸을 뉘이고 알람을 맞추고 첫날의 여정을 마쳤다.






DAY 10. _18.9.3.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아빠, 엄마, 나 일동은 잽싸게 일어나 얼굴에 고양이 세수하고 옷을 입는 대로 껴입고 

이게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캄캄한 밤길을 달려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입장했다.

원래 국립공원 Pass를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Pass검사하는 사람도 음슴.

우리는 Sunset Point와 Inspiration Point 중에, 일출이 더 아름답다는 Inspiration Point로 향했다.



인터넷에 보면, 뭐 일출 보러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주차장에 차 대기가 어렵다는 둥, 사진기 들이밀 데가 없다는 둥 후기가 있어서

일출보다 1시간 전에 달려갔는데, Inspiration Point 주차장은 민망하리만큼 텅텅 비어있었다.

게다가 일출도 한참 남아서 밖은 너무 캄캄하고 불빛도 없어서 무섭고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빠가 차를 주차하고서, 또 왈!

사람들로 붐빈다더니 우리 밖에 없네! 촌스럽게 제일 일찍 왔네!

아빠!!! ㅜㅠ 힝......



차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가 슬슬 여명이 밝아오기에 옷깃을 여미며 슬슬 올라가봅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을 벗어나지 않은 9월 2일이지만, 해뜨기 전은 너무너무 추웁다 ㅠ

여러분, 일출을 보려면 옷을 따숩게 입어야 합니다!




Inspiration Point로 올라가는 엄마와 아빠의 실루엣


가장 높은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는 중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1)



빛이 들기 전의 Inspiration Point의 풍경 (2)



해 뜨기 전에 인증샷! 옷을 몇겹을 껴입었는지 모른다.




어둠이 가시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지 어두컴컴하게만 보였던 브라이스 캐년의 후두들이 섬세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년 전 겨울의 눈덮인 브라이스 캐년을 보았을 땐 후드들을 뒤덮은 눈이 압도적이라 융단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초가을에 마주한 민낯의 브라이스 캐년의 풍경은 마치 지구가 아닌듯한 생경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이 만든 건물과 도로로 뒤덮인 세상에 있다가, 지구의 속살이 다 드러난 것 같은 캐년을 내려다보니 

새삼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지구가 참 신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해가 후두들을 비출만큼 높이 떠올랐다.



황금빛 햇살이 후두를 비출 때, 황금빛으로 물드는 후두들의 풍경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Inspiration Point의 후두에 빛이 들만큼 해가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형 때문에 예정했던 일출시간보다도 상당히 늦게 해가 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45도 각도의 황금빛 햇살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할 때,

수천 개의 후두들에 황금빛 햇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두운 장막을 물러내고 황금빛 파도가 밀려드는 장면이었다.

해가 위에서 내려쬘 때보다 사선으로 빗겨 들어오면서 후두의 입체감이 생생하게 도드라졌다.

쨍한 한낮에 왔다면 이 수천 개 후두들의 입체감이 덜했을 것이다. 

이래서, 브라이스 캐년에 일출을 보러오는구나.

바다에서 해가 끓어오르는 그런 일출과는 전혀 다른 그런 일출이었다.

섬세한 자연의 조각에 빛이 드리워지는 것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햇살이란 것이 이렇게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햇살이 없을땐 칙칙하게만 보였던 풍경이, 

햇살 아래서 자기 본연의 색을 최대치로 내뿜게 되니까.



엄마랑 나랑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개시해버린) 아빠와.



바람이 몰아치는데 독사진도 남겨봅니다.



2013년 1월 말. 눈에 덮여 수천개의 후두들이 눈에 뒤덮여 있던 때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기 전)


Inspiration Point 전체샷 (해 뜨는 중)



Inspiration Point에서의 황홀한 일출 구경을 끝내고 장소를 옮겨 Navajo loop Trail을 내려가보기로 했다. 

Navajo loop Trail은 브라이스 캐년 내부로 내려가 볼 수 있어서

View Point에서 내려다보는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협곡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게 되는 또 다른 View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려갈 땐 웃으며 내려가지만 올라올 땐 이를 악물어야 한다..ㅠ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던 중 만난 토르의 망치!



드디어 시작된 삼각대 가족사진! 가족여행에는 삼각대와 리모컨이 짱이다!



후두 사이의 깊은 협곡 사이를 내려가는 길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좁은 협곡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 멀리 손톱같은 초승달



다시 올라와서 마지막으로 만세 인증샷!




해가 다 뜨고 나자 거칠 것 없는 태양이 얼굴에 곧바로 내리 꽂으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침이었는데도.

시간이 더 넉넉했으면 트레일을 따라 더더 깊이 내려가볼 수 있었을텐데

사실 오늘 정오에 인스타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안텔로프 캐년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브라이스캐년에서 더 느긋하게 트레일을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엄마아빠는 자유여행을 하니 이렇게 트레일도 걸어서 협곡 안으로 들어와 걸어보고 얼마나 좋으냐

에둘러서 이 여행을 준비한 나를 칭찬해주신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이렇게 여행기를 쓰다보니, 엄마아빠가 중간 중간 한 마디씩 던졌던 말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부모님과 하는 여행은, 여행 전과 여행하는 동안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친구들과 하면 나눠할수 있는 준비를 내가 다 해야 하는)

이렇게 끝나고 나서 추억했을 때 훨씬 더 뭉클해지는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미친 매력 때문에 내가 작년에 다시는 길게 부모님과 여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서

올해 기꺼이 또 한 번 로드트립을 시도했나보다.



Bryce Canyon 표지판 앞에서. 이렇게 찍어놓으면 두고두고 꺼내보게 된다.





자, 이제 시간대를 넘어 주(State)를 넘어, 안텔로프 캐년으로 출발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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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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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에서 롱비치에 들렀다가 LA까지!



오늘의 일정은 샌디에이고에서 LA까지 이동!

내일 부모님을 모시러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가야 하는데

부모님 한국 도착하는 비행기시간편을 찾다보니 샌디에이고보다는 LA에서 타는게 합리적인 것 같아서

LA → San Francisco 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원래는 샌디에이고에서 하루를 완전히 즐기고, 저녁에 LA 공항근처 숙소로 바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구글맵을 보니까 오전에 출발하면 보통 2시간 정도면 되는데, 저녁에 출발하면 길이 많이 막혀서 4시간 넘게 걸린다길래

과감하게 일찍 샌디에이고를 출발해서 LA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

계획 없이 왔더니, 당일 아침에 눈떠서 상황보고 판단하기가 요로케나 편하구나. 


사실 나나 친구나 둘 다 LA에 대한 큰 기대는 없어서...(..)

LA가는 길에 롱비치에 들르기로 했다.

친구가 한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롱비치에 있는 한식집에 들러서 

한국에서도 안먹는 떡꼬치를 먹었는데,

외국에서 갑자기 떡꼬치 사진을 봤더니 왜그렇게 먹고싶던지



그렇게 롱비치 도착!



여긴 어디...나는 누구



야자수들이 시원시원하게 뻗은 롱비치 공원. 샌디에이고에 비하면 잘 정돈된 상업시설 휴양지의 느낌이 났다.



오늘도 이어진 나의 흰 티셔츠 사랑. LA햇살도 샌디에이고 못지 않게 뜨거워서 모자 없으면 큰일날뻔 했다.



가로수길을 걷는 힙스터 느낌..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샌디에이고에 있다가

갑자기 롱비치로 오니까, 뻥 뚫린 대로와 긴 해변, 그리고 호텔과 커다란 쇼핑몰까지

지역 일대가 모두 전형적인 상업시설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정오의 햇살은 너무 뜨거워서 바깥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큰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름 가로수가 시원시원하게 뻗은 롱비치, 그리고 관광지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지역주민 코스프레하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이런 여행을 위한 여행, 휴양을 위한 휴양지에서 관광객 티를 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정오의 땡볕을 돌아다니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우리는 또 스타벅스를 찾아, 스타벅스 만쉐이!

 

롱비치에서 USC를 들러 유학 중인 언니도 만나고, 쭈욱쭈욱 북쪽으로 올라가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에 도착했다.

10년 전에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와볼 엄두를 못했는데

10년이 지나 이렇게 오게 되다니!

그런데 확실히 유명 관광지답게 주차장 길목부터 차가 꽉 들어찼다. ㅠㅠ




Hollywood 간판이 보이는 곳이 여기였구나! (그리고 희미하게 천문대에 입장하려고 길게 줄을 선 차들이 보인다)

 

 

NASA 잠바를 입고 엄마한테 안긴 나. 내 기억에 단 한번도 그리피스 천문대를 온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무려 30년전에 왔었다!

 

 

32살이 되어 다시 찾은 그리피스 천문대_석양을 기다리면서 :)

 

 

포스만으로 화보가 되는 이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바라본 LA 다운타운의 전경


노을이 진다 -



노을지는 타이밍에 잘 맞춰 올라간 덕분에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노을부터 야경까지, 천천히 해가 지는 LA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관광명소답게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어둠이 깔리는 LA의 풍경을 바라보니 

다소 북적이는 가운데에서도 내 작은 마음속에는 나름 낭만이 느껴졌다.



반짝이는 LA 다운타운의 풍경


반짝이는 LA다운타운의 풍경 2




언젠가부터 복작복작거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지는 

의식적으로 피하곤 했었는데 

그리피스 천문대 역시 큰 기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까?

복작거리는 느낌도, 다소 어수선한 느낌도

하지만 어둠이 그 모든 것들을 천천히 덮어버리는 그 광경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젠 LA가 더이상 어린날의 동경의 대상의 자격을 잃었다는 조금은 허무한 느낌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먼 이국땅에서 느끼는 낯선 도시에서의 야경은 또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어

내가 조금은 오만했던가. 싶었다.


이게 다 무슨 말이람.

오랜만에 미국에서 만난 친구와의 여행도 태평양으로 떨어져버린 해 처럼 끝이 나고 있었다.

내 휴가기간에 맞춰 기꺼이 휴가를 맞춰준 친구 덕분에, 

너무 빡세지도 너무 늘어지지도 않고 게다가 외롭지도 않은 딱 알맞게 즐거운 그런 여행을 했다.

이제 내일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세상에서 제일 빡센 에너자이저 엄마 그리고 말없는 아빠를 모시고

그랜드써클 로드트립을 시작한다.


으아. 나 잘할 수 있겠지.

분명 작년 캐나다에서 다시는 부모님 모시고 장기 로드트립 안한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올해도 또 하게 되었네..ㅠㅠ

과연 올해는 지난 번보다 덜 다투며 다닐수 있을까.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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