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1.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셋째날. 니조조/오하라/후시미이나리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여행 3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었더니
토요일 이른 아침 햇살이 차분이 스며드는 이 아담한 동네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한참을 햇살을 느끼며 이 아침풍경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원래는 내가 구상했던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어제 저녁, 갑자기 엄마가 가이드북을 새벽내내 뒤적거리더니 내일 아침 일찍 니조조(니조성)를 가보고 싶다고 결단을 내리셨다.
어머.....니....조조요?
교토에서 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는 들어봤는데 니조조는...심히 낯선 이름인데.....
니조조(니조 성)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고쇼를 수호하고 교토 방문시 머물기 위한 숙소로 지은 성으로,
3대 쇼군 이에미츠가 후시미성의 건축 자재 등을 옮겨와 1626년에 완성하였다.
이 곳에서는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시대의 건축물 과 이에미츠의 지시로 제작된 그림과 조 각등이 어우러져
모모야마 시대의 문화를 감상 할 수 있으으며,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단다.
엄마는 금각사, 은각사 이런 절 말고 궁전 같은 역사적인 건물이 더 보고 싶다 하셔서
마침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우리는 일정을 바꿔 아침 개장 시간에 맞춰 니조조로 향했다.
니조조의 상징인 화려한 금색의 카라몬 앞에서 부모님
사실, 니조조는 이 화려한 금색 장식의 카라몬(당문) 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 건물은 사진촬영 불가임!)
워낙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이쁜 사진을 건지기가 정말 어렵다.
일단 부모님 찍어드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을 계속 찍어주다 아침 땡볕에 살짝 짜증이 남...(ㅜㅠ)
나도 이쁜 사진 남기고 싶었는데 아빠가 아빠 손가락으로 렌즈를 가려서 저 커다란 문을 다 가려버렸.........(ㅜㅠ)
순간 막 짜증을 냈는데, 내가 지금 엄마아빠모시고 여행을 온건지 응석을 부리러 온건지 혼자 멘붕이 왔다.
정신차려 이 못난 녀석아 ㅜ.ㅜ
화려한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일본스러운 멋이 묻어난다. 일본여행하면서 처음 본 장식.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끝끝내 저 대문이랑 사진을 찍었다....(..)
니조조의 저 커다랗고 화려한 문을 통과하면 니노마루 궁전 건물로 들어가게 되는데
'쇼인츠쿠리'라고 하는 무가풍 서원 건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6동의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이 곳은 자객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서 밟을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에서 뾱뾱- 하고 새소리가 난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앞 사람을 따라 미로 같은 방을 뾱뾱거리면서 걸어가게 되는데
확실히 엄마 아빠는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며 꼼꼼히 둘러보셨다.
그리고 니노마루 궁전에서 나오면 니조조 성 안의 니노마루 정원 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화려한 정원은 아니지만 아담하면서도 굉장히 잘 가꾸어져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니조조 성 안의 아담한 정원들
니노마루 정원은 옛 정원 조성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연못 중앙에 샘을 상징하는 돌과 그 좌우로 학과 거북이 모양의 돌을 배치한 '지천회유식' 정원이라고.
역시, 팜플렛이 자세히 설명해준다. (-_-)=b
그리고 니조조도, 오사카의 천수각처럼 성벽과 수로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천수각 터에 오르면 혼마루 정원을 둘러싼 내호와 공개되지 않은 혼마루의 지붕 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너무 더워서 시작부터 지침 (..)
나갈 때는 이런 울창한 숲정원을 걸어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전혀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천수사나 금각사, 은각사보다 훨씬 더 인상깊고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에도시대 특유의 장식과 문양의 건물형식도 흥미롭고, 정원도 아기자기하고.
만약에 누군가 주위에서 교토를 간다고 하면 나는 은각사나 금각사보다도 니조조를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는 니조조에서 나와 교토역의 카츠쿠라에서 갓튀긴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오하라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 뒷자리에 앉은 엄마와 아빠는 서로 머리를 기대고 노곤노곤 낮잠을 자고요.
한참, 산따라 물따라 버스가 달려서 드디어 우리는 오하라 마을 에 도착하였습니다.
오하라 마을의 상징같은 나무 인형
간식을 좋아하는 아빠덕분에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물고용
산젠인과 스님
오하라 마을에 내려 처음 간 곳은 이끼 정원이 있는 산젠인.
조용한 가운데 잠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그런 불당같은데,
동자승처럼 생긴 조각상들이 이끼 정원위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특히 인상적인게 없어서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pass!
산젠인에서 나와 간 곳은, 700년된 소나무와 액자정원이 있다는 호젠인 !
여기 일본은 이런 액자정원식 구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호젠인에 들어가면, 어제 오오코치산장처럼 녹차와 작은 주전부리 하나를 준비해준다.
그 녹차를 마시면서, 호젠인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겨봅니다.
녹차와 (아마도) 양갱
700년된 소나무를 배경으로
액자정원을 바라보는 아버지. 콧대는 역시 아버지.
빨간 종이우산과 연녹색 잎의 보색대비가 참 아름답다. 보색의 대비를 아는 민족이다. 일본은.
그렇게 산젠인과 호센인까지 둘러보고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여우 신사)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촬영장소로, 강렬한 주황색 토리이가 빽빽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는 신사다.
오하라 마을이 교토에서 1시간정도 북쪽으로 떨어져있는데,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교토 중심부에서 한 15분~20분 정도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이동거리가 은근 만만치 않았지만, 오늘이 여행 마지막이니 열심히 환승+짜증+환승해가면서
뉘엿뉘엿 해가 질 즈음에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도착하였다.
살짝 해가 뉘엿 넘어가는 중.
천개의 붉은 토리이가 줄지어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엄마 아빠도 마지막 기념 사진
저 천개의 토리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갈 수도 있지만,
붉은 토리이의 오묘한 느낌은 충분히 만끽했기에 굳이 끝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날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 산속이라 모기가 많다!!!) 우리는 중간지점에서 돌아내려왔다.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와 (아마도) 다카시야마 백화점 지하에서 각자 먹고 싶은 도시락을 하나씩 골라서
또 어제 걸었던 그 길을 타박타박 걸어 숙소까지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는 그 백화점에서 사온 도시락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내가 그 동안 블로그를 뒤적거려가며 나름 맛집들을 찾아낸건데...........
그렇게, 엄마는 니조조와 백화점 도시락이 가장 맛있었다는 평을 내렸고
내가 다음부터는 어디 여행갈 때는 내가 맛집을 알아보나봐라!!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여름 가족여행 준비를 또 내가 하고 있을 뿐이고.. OTL
(여행사 Fee를 내가 받아야 한다며 이를 갈고 있음)
그렇게 짧은 3박 4일, 실제 관광은 2.5일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교토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2016년 여름 여행기만 남았다. 야호 !
그래서 이번 교토 여행의 결론은, 니조조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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