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온에어

2015.12.19. (2日)

 

 

오사카/교토 가이드 북을 읽으면서 종종 눈에 띄는 것이 웬 사람 캐릭터로 라떼아트를 해 놓은 녹차라떼였다.

단순히 어느 카페 캐리커쳐인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요지야'라고 한다.

나름 교토여행의 시그니처 음식인 것 같아서 가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라떼아트따위에 관심없어 보이는 한국 청년들도 그 라떼를 꼭 마실거라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은각사 근처에 그 요지야 카페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은각사에서 나와 철학의 길을 한참 따라 걷다가 포기하려던 찰나,

바로 코 앞에서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에 도착했다.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은 일반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전통 일본 가옥같은 곳이었다.

여기선 녹차라떼가 아니라 전통 차라도 따라마셔야 할 것 같은.

안내에 따라 들어가니 직원은 우리를 전면유리를 통해 정원이 내다보이는 다다미 방에 데려다 주었다.

딱딱한 다다미 바닥에 따닥따닥 아빠다리를 하고 앉으니

바로 눈 앞의 통유리 너머의 일본식 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작 말차 카푸치노 하나를 먹으러 왔는데, 일본 전통문화 체험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낯설기도 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니 -

 

 

 

요지야 카페 긴카쿠지점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카페 내부

 

 

 

 

이런 풍경을 보면서 차를 마신다

 

 

이렇게 일본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다다미 방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한편으로는 일본이 간직하고 유지해나가는 日本다움이라는게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중국, 한국, 일본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텐데 이토록 외부인으로 하여금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일본문화의 매력과 저력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본다움을 경험해보고 싶어 이 곳을 찾아온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해내지 못한 걸까.

겨우 카페에서 말차 카푸치노 한 잔 마시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그런데 이 카페 하나가 이런 별별 생각을 다 하도록 한다.

 

 

 

마셨다. 요지야 말차 카푸치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여기 이 카페가 굉장히 좋았다.

테이블과 의자가 아니라 다다미에 앉아있는게 특이하기도 했고,

조용하기도 했고,

따뜻하게 차 한잔 마시면서 가만히 - 호젓하게 앉아서 일기도 쓰고, 정원도 감상하고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다니는 이 열혈청년들이 너무 패기가 넘친다.

하루 일정으로 돌아다닐건데 심지어 기차를 잘 못타서 1시간이나 일정이 늦어졌다는 아이들에게

여기서 일기쓰면서 조금 더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말하지 못했다.

차를 홀짝홀짝 다 마시고는 이제 여기서 해야할 일은 다 끝났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일어났다.

혼자 여행한지 반나절만에,

혼자하는 여행이 얼마나 자유롭고 내맘대로 할 수 있어 좋은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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