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료안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기온거리로 되돌아갔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며 걸어다녔더니 피곤했나보다.
잠깐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목적지 근처에까지 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니시키 시장' 에 있는 카츠쿠라.
회사 과장님이 돈까스가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해줘서 찾아왔다.
약간 고급져보였는데, 어짜피 하루 종일 굶은터라 저녁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나.
카츠쿠라
작은 히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히레까스
약간 저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왔던 터라,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피곤하고 허기진 배에
갓 튀겨져 나온 히레까스를 채웠다.
돈까스 종류뿐만 아니라 양도 고를 수 있었는데, 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교토에서 유명한 산죠오하시 스타벅스에 가려고 했지만 오사카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니시키 시장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저녁도 먹었는데 굳이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 여기 교토에서 해야만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현장연수를 함께 갔던 회사 동기가, 내가 오사카와 교토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교토에서 사온 시티 텀플러와 그 안의 쿠폰을 주면서
꼭 교토에 가면 이 쿠폰으로 음료를 한 잔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나, 하루종일 이 시티 텀블러를 들고 돌아다녔다.
교토 스타벅스에서 교토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라떼 인증샷.
비록 산죠오하시점에는 가지 못했지만,
씨티 텀블러를 내밀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리고 깍듯이 웃으며 건네주던 교토 스타벅스 스태프들의 서비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여행의 반이 지나갔다.
Full day로 3일. 총 4박 5일의 여행이.
항상 해외여행은 2주를 꼬박 채워서 해왔기에 3일은 짧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사카에 도착한지 3일째만에, 나는 한국에서의 어두운 나의 기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국은 여전히 변함없이 움직이고 있을텐데,
시차도 나지 않는 2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나는 흠뻑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곳의 낯섦보다도 익숙한 곳에서의 벗어남이 더 크게 와닿는 것도 같다.
변화가 필요한가보다.
그것이 직업을 바꾸는 것인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혼자서 하루종일 무료하게 돌아다니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LA에서도 혼자 있는 그 하루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는 도시에서 혼자 5일이라니!
하지만 왜일까.
이번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다.
일본이어서?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중이어서?
아니면 이제는 혼자인게 익숙해져서?
여전히 스미마센과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빼면 할 줄 아는 말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리고 나는 노래조차 듣고 있지 않지만.
혼자 오가는 순간들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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