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오늘의 일정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름궁전이나 예까쩨리나 궁전 말고는
모든 관광지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의 근거리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메트로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또 시원한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던 오전과 다르게
점심을 먹고서 관광을 시작하려하자 구름이 몰려들더니
기어코 빗방울이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소식은 밤부터였는데 일기예보보다도 더 빨리 비가 오다니 (ㅜㅠ)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건너 작은 물줄길을 따라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을 향해 걸어갔다.
이름부터 살짝 스산한데 날씨까지 흐리니 괜히 한기가 솟는 그런 느낌.
그리보도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날씨때문에 더 칙칙해보인다. ㅠㅠ
피의 구원 사원은 얼핏 그 모습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지만,
성 바실리 성당이 장난감같고 조금 유치한듯 동화스러운 면모가 있다면
피의 구원 사원은 훨씬 더 엄숙하고 무게감있고 복잡하하고 정교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성 바실리 성당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외관의 색부터가 조금은 톤 다운 되어 있다.
1883년부터 24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1881년 3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당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당시 피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이지 러시아' p301 참조)
날씨가 안좋아서 안타깝지만, 6일이나 있었던 덕분에 화창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피의 구원 사원의 내부는 내벽과 천장가지 모두 모자이크화로 꾸며져있었는데
그 화려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1층과 천장의 돔 사이에는 다른 층도 없는데 어쩜 저 높은 돔 끝까지 다 타일을 붙였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이 - 또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 구원 사원 천장돔 한가운데의 모습!
높은 성당 내부를 가득채운 모자이크화. 성당 안에서는 모두 고개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의 섬광.
예상보다 빨리 흐려지고 추워진 날씨 탓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버렸다.
오늘 아침 모스크바역에서, 그리고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우릴 반겨주었던
그 상큼화고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비가 뚝뚝 내리는 날씨가 된거지?
(그런데 이 도시에 6일을 있어보고 깨달았는데,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변덕스럽다.)
조금 슬프고 뾰로통한 마음으로 피의 구원 성당을 둘러보고서
(그리고 맑은 날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ㅜㅠ
그래서 우리는 우선 카잔 성당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 스타벅스는 창가에서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이다.
2층에도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다른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일단 스타벅스로 고고고.
비가 와서 많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 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는 참 비슷비슷하다.
운이 좋게도 창가석에 앉았다! 바로 저렇게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가 베스트인 스타벅스.
물론 따뜻한 카페라떼에 춥고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
When you hold a cup of coffee, think of it's journey.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로 마음을 녹이는 사이 비도 어느 정도 그쳤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야외에서 무언갈 하기는 그런데
또 시간도 저녁이 가까워져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실내 관람을 하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따라 걸어 옐리세예프 상점(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에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 박물관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푸시킨 동상 따라하기.
옐리셰예프 상점은 넵스키대로에 서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1층의 식료품 겸 기념품가게라고나 할까.
원래 1903년에 연 가게인데 2012년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재오픈 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면 베이커리, 디저트류, 초코렛, 술, 치즈 등등 다양한 식료품들과
그리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여러가지 기념 식료품등을 이쁘게 진열해놓고 있다.
가운데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ㅎㅎ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의 약자.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음음. 뭘 사면 좋을까. 초코렛에 마음을 빼앗겼엉 ♡
이런 마카롱과 디저트류도 있고
러시아 보드카도 있고 참고로 엄청 비싼데 소주도 있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쳐서 네바강을 따라 크게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고작 반나절의 경험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특유의 느낌보다도 커다란 유럽의 한 도시같았고
깨끗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던 모스크바에 비해서 호객꾼들도 많고 정비가 덜 된 느낌.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결국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차이인걸까?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여기도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까?
사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다른 블로그의 얘기들을 많이 참조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더 좋고 볼게 많다는 글들을 보고
모스크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6일로 일정을 짰는데,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5일을 더 있으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피곤해졌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고.
아니야. 이제 어느새 여행5일차.
시차도 없이 3일을 풀로 여행했고, 야간열차도 탔고 조금 지칠때가 되었어.
내일은 오후에 해가 조금 날것 같아서 그 유명한 여름궁전(뻬쩨르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과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그런 화창한 날씨의 반짝이는 황금분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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