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재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가끔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우울에 빠지고 싶다.

 

 

밝고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하고,

많이 웃으라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 하는데

그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며 사는데

가끔은 정말 내게 밀려오는 허무함 속에서

그냥 한없이 허우적거리고 싶어.

 

 

무기력함을 누르고 꾸역꾸역 일상의 의무를 다하는 거 말고,

나를 사랑하려고 나의 사랑스러운 구석을 찾는 거 말고,

슬프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 애써 떨쳐보려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는 거 말고,

허무한 생각에 빠지면 만사에 의욕을 잃을까봐 재빨리 나를 단도리하는 거 말고,

 

 

 

 

정말 가끔은

그래, 무기력함에 백기를 들고

내가 해야할 몫의 일을 모두 포기하고,

나를 미워할수 있을만큼 내 모든 것을 미워하고

인생이 잘못되어 간다고 한탄하고

나란 인간은 왜 이 모양일까 내 탓을 하면서  

허무한 마음이 들면 허무한대로,

무기력하면 무기력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그냥 그런 우울함에 마음을 맡기고 그 안에 드러누워버리고 싶다.

 

 

-

 

 

다만, 그렇게 우울함에 너무 마음을 맡기면

그 결말이 비극이 되니까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우울함에 빠져도 힘들고

우울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들고.

 

-

 

 

나는 '어른'이 되는 과정의 성장통을 오래 그리고 강하게 앓고 있는게 분명하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생각하는 많은 주제가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어른이 되는 과정, 어른이 되었다는 자각, 어른이 되어 느끼는 부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대개는 그 방향이 부정적이네.

 

 

어른은 외롭고 괴로운 것이라고,

나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보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은 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는 보는 내내 어른이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괴로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

 

 

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을 한지 이제 제법 되었고,

많은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의 인간관계가 자의반 타의반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좁아지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니 이것도 어른의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것인걸 알면서도.

외롭다는 감정은 마음을 힘들게, 지치게 한다.

 

 

외롭고, 외로워서 슬픈 감정이 밀려올 때

생각한다.

그래도 우주는 너를 사랑한다고.

부모님도, 하나님도, 예수님도, 부처님도 아니고

이 우주가 너를 사랑한다고.

 

 

그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우주의 모든 별들이,

이 우주를 이루는 모든 생명과 시간과 공간까지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절대자가 아니라,

이 우주 전체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있다는 느낌.

 

 

인간이란 존재여서 외로울 때,

나란 존재가 스스로 미워질 때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우주는 너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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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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