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와 산불과 체리와 함께하는 10일간의 캐나다 서부 자동차 로드트립]

 

 

 

2017. 7. 15. Day1. #출국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대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여행갈 때만큼은 그래도 조금 설레이며 가는데 오늘만큼은 정신이 없다.

집에서부터 챙겨나가야 할 사람이 2명, 그리고 짐이 2개 더 늘었기 때문이다.

택시 트렁크와 뒷좌석에 캐리어 3개를 욱여넣고 드디어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뒷좌석에 앉은 내 마음이 심란하다. 아아아...

 

 

이번 여행은 특별한 동반자와 함께한다.

바로 엄마와 아빠.

(두둥)

그리고 캐나다에 간다.

(또?)

 

 

비행기 표를 예매한건 무려 1월.

원래 상상(?)대로라면 엄마와 아빠와 나와 동생까지 온가족 여행이 되어야 했지만

동생의 예상 취직 스케쥴이 우리 예상과 빗나가면서

엉겁결에 엄마와 아빠와 나 이렇게 셋만 떠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엄마가 종종 걸음으로 캐리어를 끌고 사정없이 홀로 쭉쭉 걸어간다.

아빠와 나는, 엄마가 엄청 여행가고 싶은가보다. 하며 뒤에서 속닥거렸지만,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엄마의 열정! 엄마의 추진력!

 

 

 

 

 

 

 

 

 

비행기 예정 이륙시간은 오후 6시 50분이었지만,

1시간씩, 1시간씩 딜레이 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한항공에서 밀 쿠폰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연착되는 경우는 여러번 있었지만 밀쿠폰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네.

 

그런데 대한항공에서는 센스없이 보딩시간 40분전에서야 밀쿠폰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때마침 저녁시간인지라 인천공항 식당가는 기본 20분씩 줄을 서야했다.

밀쿠폰을 나눠줄때는 늑장부리지 말고 잽싸게 줄을 서서 잽싸게 받아들고 잽싸게 식당가로 달려가야한다.!

 

 

 

 

 

(딸의 자유여행 내공만 믿고) 등 따시고 편안한 효도관광인줄로만 알았던

출발 전의 엄마와 아빠.

 

 

 

 

 

어둑해진 하늘이 캄캄해져버린 밤 9시 43분.

예정 이륙시간을 3시간 가량 넘기고서야 인천발 밴쿠버행 비해기는 컴컴한 하늘로 날아올랐다.

 

창문밖으로 빗물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이제 정말 간다. 캐나다로.

무려 1월에 비행기표를 끊고 6개월을 기다려 가는 이 여행.

밴쿠버에 간다는 상상만으로 일상이 너무나도 지칠 때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공정위원회 조사 때문에 무산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

그리고 오로지 이것만 기다리면서 반복적으로 되씹고 기다리며 홀로 질려버린 것도 있었다.

 

부모님 모시고 외국에 이렇게 오래 여행가는 것도 처음.

스스로 자동차 로드트립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되고

떠나기 전부터 심란하고 피로감이 극심하게 몰려왔다.

 

하지만 캐나다의 청정자연이 분명 상상하지 못했던 힐링과 즐거움을 선물해줄꺼야. 라고 생각해본다.

분명 내 상상 이상의 것일거라고.

지금 껏 겪어보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것을 겪고왔다. -.-)

 

 

 

 

 

 

 

장장 9시간 30여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큰 흔들림 없이 맑은 밴쿠버 하늘 아래 우리를 YVR공항에 내려주었다.

10년동안 몇 번을 내렸다 올랐다 했던 공항인데도, 창밖으로 밴쿠버가 보이자마자 마음이 마구 설렌다.

내 나라도 아닌데, 내 하늘도 아닌데 맑은 파란 하늘에 나도 모르게 엄마 아빠한테 자랑을 했다.

 

 

엄마, 아빠! 여기야! 여기가 바로 밴쿠버야!

(..어쩌라고..)

 

 

엄마 아빠한테 캐나다가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10년동안 캐나다♬노래를 불러서 엄마 아빠가 애를 캐나다에 잘못 보냈다며 짜증까지 냈었는데

이번 기회에 캐나다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과연.....)

 

 

생각했던 것보다 수속도 빨리 끝나고, 짐도 찾았다.

공항 밖으로 나와 10일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렌터카도 픽업했다.

여러 렌터카 업체 중에 가격을 비교해보고 알라모(Alamo)에서 렌트했는데

추가 운전자등록을 무료로 할 수 있어서 아빠, 엄마, 나 모두 추가 운전자를 등록했다.

보험부분에서 버벅 버벅 했지만, 자손 보험과 추가 자차보험까지 모두 가입했다.

 

 

 

 

 

오늘의 일정 : 밴쿠버 국제공항 ▶ 켈로나

 

 

 

오늘 일정은 이제, 밴쿠버에서부터 록키산맥을 향해 동쪽으로 400km를 달리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BC(브리티시 컬림비아)주의 켈로나(Kelowna).

록키산맥이 있는 밴프까지 가는 길의 중간 경유지 같은 곳이다.

 

처음은 아빠가 운전대를 잡았고 드디어 우리는 로키산맥을 향해 긴 여정을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단 1분도 잠들지 못했지만, 막 도착한 직후라 나는 잔뜩 들떠있었고, 날씨도 환상적이었다.

 

 

 

 

 

 

 

 

 

출발은 좋았지만,

오늘 여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게 더 바보같다...10시간 비행 후 400km 운전....

비운전자가 여행 루트를 짜면 이따구로 짜게 됨.)

 

한 시간 정도를 운전하고 아빠가 피곤해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이 캐나다 로드트립을 위해 6개월간 매 주말마다 운전연습을 했고

여기 캐나다는 길도 넓고 차도 많지가 않아서 운전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첫번 째 관건은 속도였다.

 

시속 110km~120km를 꾸준히 밟아줘야 했는데

초보자인 나는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러면 뒷 차들이 바짝 쫓아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낯선 나라에서 엄마 아빠 다 태우고 난생 처음 엑셀을 밟아대려니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ㅠㅠ

블로그에서는 캐나다 길이 단조로워서 장롱면허도 운전하기 쉬운 길이라고 했는데

차도 없고 길도 쉬운데 초보가 운전하기에 속도가 결코 쉽지 않다. ㅠㅠ

저 속도로 커브한 번 돌때마다 핸들 붙들고 부들부들...

 

그리고 두번 째 관건은, 피로감이었다. OTL

사실 어제 3시간 딜레이 끝에 밤 비행기를 타고 9시간 30분을 비행하고 바로 400km를 달리는 일정이었는데,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시속 120km로 달리는데도 졸립기 시작했다. ㄷㄷㄷ

길은 단조롭지, 차 안은 노랫소리도 없이 적막하기만 하지.

점점 눈 뜨는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느낌 ㅠㅠ

너무 힘든데 차마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어...ㅠㅠ

나도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은 더 힘드시겠지..엉엉 ㅠㅠ

 

 

첫날은 밴쿠버에서 하루 쉬고 이동할껄 왜 무리해서 이렇게까지 이동해야 했는지

운전하고 있는 나도 정말 죽을 맛이고,

내 나이 2배 되시는 부모님도 체력적으로 너무 지치시는 것 같아서

속으로 계속 후회가 되었지만

이젠 밴쿠버로 돌아갈 수도 없고 무조건 밟아서 켈로나까지 가야한다.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는 이 고통.

그런데 심지어 배도 고프다...

마지막 기내식을 먹은지 5시간이 지나고 있었는데 캐나다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없다...OTL

뭘 먹으려면 Exit으로 고속도로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살려줘. (@.@)

 

 

등 따숩고 배부른 여행을 기대하셨을 부모님은

첫 날부터 등 아프고 배고픈, 고달픈 로드트립 중.....

 

 

 

 

 

 

겨우 잠시 쉬어갈 Rest Area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앗. 산 속(?)이라 그런지 저녁이라 해가 없어져서인지 청량하고 서늘한 공기가 코와 피부를 스쳤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해가 긴 탓에 한국의 오후 3~4시 같이 바깥이 환하다.

잠시 리프레쉬하고 갈길 먼 우리는 또다시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새 달리는 차의 뒷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지는지

하늘이 분홍빛으로,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 중간을 곧게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눈 앞의 풍경도,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내가 스쳐 지나가버린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서

운전하는 피곤함이 잠시 잊혀질 정도였다.

다만, 운전을 하고 있으니 이 멋진 풍경을 맘껏 즐기지 못하고

슬쩍 슬쩍 곁눈질로 눈을 흘기며 봐야 하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다.

운전하면 이런 점이 안좋구나. 조수석에만 앉았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사실 이번 여행에 사진이 많이(?) 없다.

 

 

그나저나, 어느 새 날이 컴컴해지고 밤 9시 30분이 지나서야 우리는

드디어!!!! 웨스트 켈로나에 도착했다.

다들 기내식 먹은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당장 저녁에 먹을 것과 내일 아침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인 Safeway로 찾아 들어갔는데,

나 처음으로 45도로 주차하다가 방지턱까지 밀고 들어가버렸다. .....(...) 아몰라..

 

 

그런데 장을 보는 엄마가 심상치가 않다.

엄마가 진심 성심성의껏 장을 보고 계신다.

어머니........ㅜㅠ

알버타 쇠고기를 집어서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어느 부위가 맛있을까? 이건 지방이 좀 많은 것 같은데?

로메인을 집어서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양이 너무 많으려나? 샐러드 팩을 살까?

체리 봉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어머어머, 가격이 너무 싸다~!

내일 아침 빵은 뭘 먹었으면 좋겠어? 여긴 식빵이 너무 대용량이네? 작은 빵은 없나?

 

 

 나 : Aㅏ..엄마..제발 대충해..ㅠㅠ

(여기서 장보고 나가면 20분을 더 달려야 숙소에 도착하고, 거기서 또 체크인 하고 나면

숙소에 들어가면 10시 반인데 11시에 고기를 구워 먹겠다고? 우리 대충 먹고

엄마 나 좀 재워줘요 그냥............................ㅠㅠ)

 

 

엄마 : 그럼 고기는 그냥 사지 말까? 다시 갖다 놓고 올까? 빵을 더 사갈까?

 

 

나 : Aㅏ..........그냥 엄마 하고 싶은거 다 해. . .

 

 

 

그렇게 결국 우리는 소고기도 사고, 로메인도 사서 이스트 켈로나로 넘어와

켈로나 다운타운에서 북쪽에 위치한 UBC Okanagan Campus에 도착했다.

체크인하고 숙소를 못찾아서 또 한참 빙빙빙빙 돌다가 (이쯤되니 다들 급격히 말수가 적어짐) 

밤 11시,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는 아마도 하루 지난 오후 3시? 4시쯤에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고.........소리가 절로 나네.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아이고 소리가 나네;

 

 

 

샤워고 뭐고 나는 정말 그대로 기절하고 싶은데

정말로 알버타 소고기를 구우시던 어머니,

 

 

딸아 - 고기굽는데 후드팬이 작동이 안된다. 어떡하지?

 

 

Aㅏ...........어머니.....ㅜ.ㅜ 

후라이팬에서는 미친듯이 연기가 솟구치고

여기서 Fire Alarm까지 울리면 전 미촤버릴꺼에요............(ㅠ.ㅠ)

급한대로 연기탐지기에 비닐을 돌돌 말아 막아놓고

엄마가 구워준 알버타 소고기 몇 점을 먹긴 먹었다.

그런데 맛이 기억이 안나....소고기 맛이 기억이 안나. 세상에.

나는 양치질만 겨우하고서 침대도 아닌 거실 소파에서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엔 꼭 밴쿠버에서 하루 자고 올꺼야.....(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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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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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 봄 2017.08.18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으로 엮으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늘 잘 읽고 있슴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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