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1.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셋째날. 니조조/오하라/후시미이나리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여행 3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었더니

토요일 이른 아침 햇살이 차분이 스며드는 이 아담한 동네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한참을 햇살을 느끼며 이 아침풍경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원래는 내가 구상했던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어제 저녁, 갑자기 엄마가 가이드북을 새벽내내 뒤적거리더니 내일 아침 일찍 니조조(니조성)를 가보고 싶다고 결단을 내리셨다.

 

 

 

어머.....니....조조요?


 

 

 

교토에서 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는 들어봤는데 니조조는...심히 낯선 이름인데.....

니조조(니조 성)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고쇼를 수호하고 교토 방문시 머물기 위한 숙소로 지은 성으로,

3대 쇼군 이에미츠가 후시미성의 건축 자재 등을 옮겨와 1626년에 완성하였다.

이 곳에서는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시대의 건축물 과 이에미츠의 지시로 제작된 그림과 조 각등이 어우러져

모모야마 시대의 문화를 감상 할 수 있으으며,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단다.

엄마는 금각사, 은각사 이런 절 말고 궁전 같은 역사적인 건물이 더 보고 싶다 하셔서

마침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우리는 일정을 바꿔 아침 개장 시간에 맞춰 니조조로 향했다.

 

 

니조조의 상징인 화려한 금색의 카라몬 앞에서 부모님

 

 

 

 

사실, 니조조는 이 화려한 금색 장식의 카라몬(당문) 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 건물은 사진촬영 불가임!)

워낙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이쁜 사진을 건지기가 정말 어렵다.

일단 부모님 찍어드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을 계속 찍어주다 아침 땡볕에 살짝 짜증이 남...(ㅜㅠ)

나도 이쁜 사진 남기고 싶었는데 아빠가 아빠 손가락으로 렌즈를 가려서 저 커다란 문을 다 가려버렸.........(ㅜㅠ)

순간 막 짜증을 냈는데, 내가 지금 엄마아빠모시고 여행을 온건지 응석을 부리러 온건지 혼자 멘붕이 왔다.

정신차려 이 못난 녀석아  ㅜ.ㅜ

 

 

화려한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일본스러운 멋이 묻어난다. 일본여행하면서 처음 본 장식.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끝끝내 저 대문이랑 사진을 찍었다....(..)

 

 

니조조의 저 커다랗고 화려한 문을 통과하면 니노마루 궁전 건물로 들어가게 되는데

'쇼인츠쿠리'라고 하는 무가풍 서원 건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6동의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이 곳은 자객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서 밟을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에서 뾱뾱- 하고 새소리가 난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앞 사람을 따라 미로 같은 방을 뾱뾱거리면서 걸어가게 되는데

확실히 엄마 아빠는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며 꼼꼼히 둘러보셨다.

 

 

그리고 니노마루 궁전에서 나오면 니조조 성 안의 니노마루 정원 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화려한 정원은 아니지만 아담하면서도 굉장히 잘 가꾸어져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니조조 성 안의 아담한 정원들

 

 

니노마루 정원은 옛 정원 조성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연못 중앙에 샘을 상징하는 돌과 그 좌우로 학과 거북이 모양의 돌을 배치한 '지천회유식' 정원이라고.

역시, 팜플렛이 자세히 설명해준다. (-_-)=b 

 

 

 

 

그리고 니조조도, 오사카의 천수각처럼 성벽과 수로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천수각 터에 오르면 혼마루 정원을 둘러싼 내호와 공개되지 않은 혼마루의 지붕 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너무 더워서 시작부터 지침 (..)

 

 

나갈 때는 이런 울창한 숲정원을 걸어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전혀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천수사나 금각사, 은각사보다 훨씬 더 인상깊고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에도시대 특유의 장식과 문양의 건물형식도 흥미롭고, 정원도 아기자기하고.

만약에 누군가 주위에서 교토를 간다고 하면 나는 은각사나 금각사보다도 니조조를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는 니조조에서 나와 교토역의 카츠쿠라에서 갓튀긴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오하라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 뒷자리에 앉은 엄마와 아빠는 서로 머리를 기대고 노곤노곤 낮잠을 자고요.

한참, 산따라 물따라 버스가 달려서 드디어 우리는 오하라 마을 에 도착하였습니다.

 

 

오하라 마을의 상징같은 나무 인형

 

간식을 좋아하는 아빠덕분에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물고용

 

 

산젠인과 스님

 

 

 

오하라 마을에 내려 처음 간 곳은 이끼 정원이 있는 산젠인.

조용한 가운데 잠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그런 불당같은데,

동자승처럼 생긴 조각상들이 이끼 정원위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특히 인상적인게 없어서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pass!

 

 

산젠인에서 나와 간 곳은, 700년된 소나무와 액자정원이 있다는 호젠인 !

여기 일본은 이런 액자정원식 구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호젠인에 들어가면, 어제 오오코치산장처럼 녹차와 작은 주전부리 하나를 준비해준다.

그 녹차를 마시면서, 호젠인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겨봅니다.

 

 

녹차와 (아마도) 양갱

 

 

700년된 소나무를 배경으로

 

 

 

액자정원을 바라보는 아버지. 콧대는 역시 아버지.

 

 

 

빨간 종이우산과 연녹색 잎의 보색대비가 참 아름답다. 보색의 대비를 아는 민족이다. 일본은.

 

 

 

그렇게 산젠인과 호센인까지 둘러보고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여우 신사)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촬영장소로,  강렬한 주황색 토리이가 빽빽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는 신사다. 

오하라 마을이 교토에서 1시간정도 북쪽으로 떨어져있는데,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교토 중심부에서 한 15분~20분 정도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이동거리가 은근 만만치 않았지만, 오늘이 여행 마지막이니 열심히 환승+짜증+환승해가면서

뉘엿뉘엿 해가 질 즈음에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도착하였다.

 

 

살짝 해가 뉘엿 넘어가는 중.

 

 

천개의 붉은 토리이가 줄지어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엄마 아빠도 마지막 기념 사진

 

 

 

 

저 천개의 토리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갈 수도 있지만,

붉은 토리이의 오묘한 느낌은 충분히 만끽했기에 굳이 끝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날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 산속이라 모기가 많다!!!) 우리는 중간지점에서 돌아내려왔다.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와 (아마도) 다카시야마 백화점 지하에서 각자 먹고 싶은 도시락을 하나씩 골라서

또 어제 걸었던 그 길을 타박타박 걸어 숙소까지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는 그 백화점에서 사온 도시락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내가 그 동안 블로그를 뒤적거려가며 나름 맛집들을 찾아낸건데...........

그렇게, 엄마는 니조조와 백화점 도시락이 가장 맛있었다는 평을 내렸고

내가 다음부터는 어디 여행갈 때는 내가 맛집을 알아보나봐라!!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여름 가족여행 준비를 또 내가 하고 있을 뿐이고.. OTL

(여행사 Fee를 내가 받아야 한다며 이를 갈고 있음)

 

 

그렇게 짧은 3박 4일, 실제 관광은 2.5일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교토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2016년 여름 여행기만 남았다. 야호 !  

그래서 이번 교토 여행의 결론은, 니조조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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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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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둘째날 오후. 교토  

 

 

 

 

스타벅스에서 오후의 햇살을 조금 흘려보낸 뒤 우리는 교토의 관광명소 제 1번 기요미즈데라 (청수사)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것에 비해서 기요미즈데라 그 자체는 크게 볼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모시고 왔으니 아니 가볼 수가 없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단풍이 가득하고 라이트업을 하는 가을에 온다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한 번 와본 곳이라서 엄마랑 아빠 데리고 척척척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길을 따라 올라간다.


 

호칸지 야사카지 5층 목탑도 지나고요

 

 

기모노를 차려입은 일본 여인들. (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게 함정, 하지만 옷차림이 상당히 고급지고 많이 갖춰 입은걸로 봐서 일본인인것 같다.)

 

 

 

기요미즈데라 가는 길은, 교토 제 1 관광명소 답게 관광객들로 정말 발디딜틈이 없다.

우리나라 경복궁 같은 느김!

 

그리고 기요미즈데라 내부 역시도 사람들로 어마어마했다.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아마도 일본 다른 지역에서 수학여행온 것 같은 어린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생각해보니 5월이 수학여행 시즌이구나!)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색이 인상적인 청수사 입구

 

 

기요미즈데라 들어가다가 잠깐 옆길로 새면 이런 멋진 뷰를 건질 수 있다.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에선 저 멀리 교토시내가 슬쩍 내려다보인다.

 

 

본당에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나무기둥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만 같은 본당이 또 한눈에 보인다.

 

 

건강, 학업, 연애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하는 오토와 폭포의 물줄기

 

 

 

 

작년에 혼자 왔을 땐, 오토와 폭포의 물(따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부모님을 모시고 온 여행은 뭐랄까, 패키지 여행에서 하는 것 처럼

사람들이 하는건 다 해드려야 할 것 같은 그런 의무감이 들어서

긴 줄을 한참 서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물도 받아마셔 보았다.

문제는 무슨 물을 마셨는지 모른다는게 함정. (..)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서 겨우겨우 기념 사진 한 장 남기고. 카메라는 그저 어깨에 걸치고 핸드폰으로만 찍었다.

인사동 분위기가 나는 산넨자카, 니넨자카에서 엄마랑 ♡

 

 

원래는,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가는 길에 니넨자카에서 후지나미 가게*의 당고를 맛보여드리겠다!!

나는 간식까지도 생각해온 딸이다!! 라는 것을 호언장담했는데

기요미즈데라 폐장시간인 6시가 살짝 넘어서 갔더니 이미 니넨자카의 상점들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관광지라서 조금 더 장사할 법도 한데 6시가 넘어가니 칼같이 문을 닫다니.....ㅜㅠ

그리하여 나는 부모님께 당고맛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쓸쓸히 니넨자카를 걸어내려와야 했다.

 

(* 후지나미 가게 : http://sollos.tistory.com/7-기요미즈데라-청수사)

 

 

기요미즈데라를 내려오니 노을이 지고 있네요.

 

 

어스름이 지니 더욱 운치있는 가모강과 그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우리는 기온거리를 지나, 아늑한 느낌이 나는 가온 강을 건너

블로그에서 봐두었던 장어덮밥 파는 가게 (이즈모야)를 찾아갔다.

나 원래 여행할때 음식을 잘 챙겨먹지도 않고, 그냥 내키는 대로 들어가서 먹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점심, 저녁 모두 일정에 맞춰 열심히 찾았다는 거.

 

 

장어덮밥과 정식류의 식사를 먹으면서 아침일찍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에 기력을 보충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부모님 모시고 식사시간에 헤메지 않고 뜨뜻한 밥을 대접해드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렇게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우리는 하루종일 걸었지만 숙소까지 버스로는 2정거장정도, 걸어서는 3~40분 거리길래

엄마랑 아빠랑 손잡고 가모강 뒷편의 복작이는 이자까야 골목들을 지나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타꼬야끼도 사먹고 천천히 숙소까지 걸어올라왔다.

 

 

사실 아라시야마에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고 기요미즈데라까지 걸어갔다 온 것 밖에 없는데

많이 걸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신줄을 놓지 못하고 구글맵을 계속 확인하며 부모님을 이끌고 다녀서인지

한 건 없는데 은근히 피곤하네. 

 

 

 

내일은 우리팀 과장님이 추천해주신 오하라 마을에 간다!

 

 

 

숙소가는 길에 또 두 분이 손잡고 저래 다정하게 서있음....혼자 온 저는 그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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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2)

둘째날 오전. 치쿠린과 오오코치 산장

 

 

 

치쿠린 가는 기차역. 아담한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드디어 교토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삼일동안 에어비앤비에서 묵었는데,

다행히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해보는 부모님도 만족해하시는 눈치였다.

집이 좀 작긴했지만 (일본집 특징인 듯하다) 사람 사는 동네에 있는 것도 좋았고.

특히, 아침해가 뜰 때 아담하고 작은 사람하는 동네에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어쨌든, 교토에서의 첫번째 여정은 바로 대나무 숲이 아름답다는 아라시야마의 치쿠린

부모님을 모시고 이틀동안 어딜 가야 부모님이 좋아하실까, 루트를 고민해봤는데

일단 자연환경을 좋아하실 것 같아서 ( +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인 치쿠린으로 결정했다.  

아아 그동안 혼자 여행다니거나 친구랑 다닐때는 그렇게 루트나 식사같은 걸 고민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부모님이랑 다니려다보니 루트와 식사가 은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효도 관광은 힘들엉...(..)

 

 

 

시원하게 쭈욱쭈욱 뻗어 올라간 대나무 숲!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주말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엄마 아빠와의 첫 여행에 조금 어색어색해하며 치쿠린에 도착해서 숲을 한바퀴 돌았다.

루트를 잘못잡은건지 원래 그런건지 생각보다 빨리 길이 끝나버렸고

사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어느 간판을 하나 보고는 여기에 가보자며 나와 아빠를 끌고 갔다.

엄마의 주도적 여행은 여기에서부터였나보다.

 

 

 

그곳은 바로 오오코치 산장 (大河内山荘)

난 가이드북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트립어드바이저 마크와 함께 Garden + Green Tea라는 표시를 엄마가 찾아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약간의 언덕길을 타고, 오오코치 산장으로 들어왔다.

 

 

이게 바로 오오코치 산장이다. 연푸른빛에 감싸여 싱그럽기 그지 없다.

 

 

사람도 없이 한적하여 엄마아빠가 너무나 좋아했다.

 

 

모자를 썼는데도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오코치 산장 입장료에는 정원관람료와 함께 녹차 한 잔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녹차를 마시는 곳은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시원한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그런 찻집이었다.

원래, 예전에 철학의 길에 있던 요지야카페에 가서 일본식 정원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여기 오오코치 산장에 찻집에 앉으니 굳이 거기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왠지 여기가 훨씬 좋은 것도 같다.

물론, 나는 요지야 카페도 좋았지만.

 

 

 

5월의 뜨거운 햇살을 시원하게 가려주는 나무그늘

 

 

 

엄마아빠가 사진을 엄청 잘 찍어주셨다..하..스릉해요

 

 

 

 

 

 

 

그리고 오오코치 산장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아라시야마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작은 누각도 나온다.

야트막한 산세들이 한국과 비슷해보이기도 하고,

가을에 오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은(이라고 쓰고 자기 표현이 강한 엄마는) 치쿠린보다도 이 오오코치 산장이 더욱 맘에 드셨던 것 같다. 

사람도 많지 않고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면서 풍경도 즐길 수 있어서.

아라시야마에 가는 사람에게 주저 없이 추천해줄 만한 곳임은 인정.

 

 

 

교토의 건강식, 오반자이

 

 

 

정오에 다가갈수록 햇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한국도 5월답지 않게 폭염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여기 교토도 못지않게 건조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우리는 아라시야마에서 다시 교토 시내로 나와 교토 건강식 백반인 오반자이 를 먹으러 갔다.

찾아간 곳은 마츠토미야 고토부키 이치에 (일알못은 이름이 너무 어려워 힘이 듭니다)

 

나름 부모님을 생각해서 오반자이를 점심메뉴로 골랐는데,

그리고 블로그를 뒤져서 나름 유명한 오반자이 가게를 골라서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아무래도 부모님 입맛에는 영 심심했던 것 같다. (ㅜ.ㅠ)

치쿠린에 이어 또 실패한 느낌 (ㅜ.ㅠ)

분명 평가받는게 아닌데도 계속 눈치를 보게된다.

 

 

점심을 먹고서 간 곳은, 가모강이 내려다보이는 스타벅스 산조오하시 지점!

마침 햇살도 너무 뜨겁고 오전에 아라시야마까지 갔다와서 피곤하기도 해서

다같이 시원한 카페라떼 한 잔씩 시켜 그늘진 테라스 좌석에 앉아 뜨거운 점심시간의 햇살을 피했다.

 

 

 

이렇게 작지만 한적한 분위기의 가모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카페라떼 냠냠

 

 

뒤에 보이는 벽돌집이 스타벅스 산조오하시점!


 

 

역시, 날이 너무 더울땐 시원한 카페라떼가 최고야!!

햇살도 조금은 누그러졌고, 시원한 카페라떼로 기분도 Up되었으니 -

이제, 오사카의 천수각처럼 교토의 관광 제1번지,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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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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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9.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첫날. 오사카  

 


 

지난 겨울 충동적으로 오사카-교토 여행을 하고와서

반 년도 채 지나기 전에 또 한 번 오사카-교토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어버이날 선물이기도 하고 또 8년전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
또 부모님과 해외여행하는 건 처음이라
여러모로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지난번엔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를 오가며 여행을 했다면  이번엔 교토를 중심으로 여행을 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에서 12:30 비행기를 타고 2시가 조금 넘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평일이어서인지 입국절차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었고
간사이공항의 JR티켓오피스에서 이코카&하루카 티켓까지 구매하고
(간사이공항-텐노지, 교토역-간사이공항 하루카 왕복표를 미리 구매했다)
하루카 특급열차를 타고 텐노지 역으로 향했다.
오사카 성을 보러 간다.

오사카성 천수각이 그려진 키티 이코카 카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있노라니 6개월 전 이 곳에 왔을때의 나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되었다.
6개월 전 나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이 곳에 오지 않았던가.  

 

현실에서 도망쳐 마음을 달래고 싶어 왔었다. 여행이 아니라 도피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정말이지 여행을 하러 왔다.

 

6개월 사이에 중요한 일들이 있었고 그 결과 나의 마음과 태도도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있었다.
어찌되었든 좋은 방향이었고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이젠 굳이 도망치고 싶지는 않은 이유이다.
불과 6개월 전인데 문득 새삼스럽다.

 

 



지난 겨울에도 보았던 그 노란색 푸드트럭이 또 있다!


 

 

지하철 역 코인락커에 짐을 넣어놓고 오사카성 공원을 향했다.
한국도 덥다던데 이 곳 햇살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오후 4시의 기운 햇살이 마치 소독이라도 하는듯 살결을 바짝 죈다.

 


한 번 왔던 곳이라고 반가운 마음으로 오사카성까지 걸었다.
서서히 폐장시간이 가까워지는 평일 오후여서인지 그렇게까지 북적이지 않고 여유롭다.
그 때도 그리 겨울답지 않았는데 봄에 오니 그야말로 연녹빛으로 싱그럽게 푸르르다.

 

 

 


연녹빛 나무와 그 뒤의 천수각.


 


천수각 앞에서 아빠와.

 

 

 


천수각 앞에서 엄마와.



 

천수각 뒷편. 낙엽이 가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이렇게 푸른 봄으로 뒤덮였다.


 

 


약간 노을이 지는듯한 공원을 걸으며.


 

 

그 때는 걷지 못했던 오사카성 공원을 걷는다.

서서히 해가 기울고 수북한 풀의 냄새가 추억을 부르고 기억을 흔든다.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숲과 풀의 냄새가 가득한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굳이 천수각을 2번 보러 이 곳에 온 것은 아니다.
간사이에 온 김에 엄마아빠는 보여드려야 했던 것도 있지만
나는 지난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이 오사카성 공원.
다시 오고 싶었던 이유도 오사카성 공원이었다.
물론 지난 겨울,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던 일은 부모님과 함께 온 탓에 다음 번으로 미뤄졌지만.

 

 

 


극락교였던가- 엄마와 아빠.



 

나와 아빠와 엄마. 동생이 없어서 못내 서운한 엄마와 아빠.


 


건물 사이로 숨어드는 5월 19일의 태양.


 

 

 

저 멀리 하얀 달과 분홍색 빛으로 변한 천수각

 

 


커다란 공원을 반쯤 걷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발그란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며 온 하늘을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하얀바탕의 천수각이 노을물에 발갛게 물이 들었다.
분홍빛 천수각 옆에 하얀 달이 떴다.

 

오사카 성만 둘러보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이제 교토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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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교토

■ 삶/II. 삶 2016. 5. 21. 22:27



햇살, 바람,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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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1. (4日)

 

 

 

해가 지고 있기는 하지만, 구름이 가득끼어 노을은 볼 수 없을 것 같은 날씨다.

이제 슬슬 오늘의 마무리를 해야겠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기 전에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에를 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소원을 적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나의 소원은, 행복- 건강- 사랑. 욕심이 많은가?

 

 

공중정원 전망대에 올라서니 오사카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360도로 돌아가며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얼핏 한강같은 느낌도 난다. 조금 작은 한강.

 

 

번화한 우메다 지역. 빌딩 빛이 밤을 밝힌다.

 

 

공중정원에서의 야경은,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냥 스치기에 아쉬워서 들렀을 뿐.

 

이제 가는 곳은 아메무라 지역의 <타코타코킹>

에어비앤비 주인이 맛집으로 추천해준 곳이다.

오사카에 4박 5일 있으면서 가장 유명한 난바와 신사이바시지역은 가보지 않았는데

타코타코킹에 찾아가면서 처음으로 신사이바시의 뒷골목을 걸어보았다.

마치..홍대같은 느낌?

 

구글지도를 보면서 한참 따라가니, 아메무라 지역 뒷골목에서 드디어 타코타코 킹을 발견했다.

1층엔 Bar석만 있을 정도로 아주 비좁은 곳이었는데

다행히 1자리가 있어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여기 - 뭔가 아담하고 정겹다.

정말 홍대에 온 것 같다.

옛날 홍대.

내가 대학다닐 때 알던 그런 홍대.

 

 

여기 타코타코 킹

 

 

밀키스 맛이 나는 츄하이

 

 

원래 뒤에 문어를 찍으려고 했는데 귀여운 직원들.

 

작은 Bar 앞에 옆 손님들과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모던하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손때와 정이 묻은 것 같은 이 자리가 왠지 정감이 간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구글 번역기에서 돌린것 같은 한국어 메뉴판을 줬다.

타코야끼 6개에 300엔. 우리 돈으로 3000원.

소스를 고르고 토핑까지 고르고 츄하이도 한 잔 시켰다.

3일 연속 술이라니!

한국에서 2015년동안 술을 마신 날이 3일도 안될 것 같은데

일본에선 3일 연속 내리 술을 주문하고 있다 .

드디어 나왔다. 타코야끼!

 

 

타코야끼는 사랑입니다!

 

 

아담하고 코지한 분위기의 타코타코 킹.

 

내가 지금까지 타코야끼를 먹어본 것은,

언제나 종로 3가에 있던 타코야끼 트럭에서 만든 거였다.

그마저도 벌써 10년 전에 먹었지만.

김이 호호 나는 타코야끼를 입안에 넣어 깨물면 그 안에서 뜨거운 반죽과 문어가 입안으로 퍼지는 걸 좋아했다.

입안에 넣고 뜨겁다고 뜨겁다고 하면서도 그 뜨거운 타코야끼 맛을 참 좋아했다.

한국에서 먹어본 타코야끼가 전부여서 그게 타코야끼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내가 지금까지 타코야끼라고 믿고 먹어온 것과

지금 내 앞에 있는 오사카의 타코야끼는 많이 다르지 않다.

갓 구워낸 타코야끼위에 바베큐 소스와 가츠오부시. 그 안에 들어있는 문어까지.

정말 맛있어서 순식 간에 6개를 다 먹어버리고야 말았다.

6개면 내 저녁으로는 충분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4개를 더 사먹었다.

친절하고 장난기 가득한 가게 직원들에게 엄지를 몇 번이나 치켜세우면서.

 

 

좋았다.

맛있었고, 또 편안했다.

관광지에서의 일본이 아니라

사람사는 일본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런 여행이 좋다.

가이드 북에 써있는 곳 말고,

정말 현지인들이 가는 곳.

현지인들을 위해 열려있는 곳.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리 늦지 않았는데 길거리는 한밤중이 된 것 처럼 캄캄하고 한국에 비하면 많이 조용했다.

나는 우산을 손에 꼭 쥐고서 걸어 걸어 숙소를 지나

다시 한 번 오사카 성 공원에를 갔다.

 

관광지기도 하고, 공원이기도 하니 밤에도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오사카성 공원은 귀신이라도 나올 것 처럼 인적이 없었다.

여행지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이렇게 캄캄하고 인적드문 곳에 혼자 오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지만,

무슨 무대뽀같은 심정이었는지

나는 불도 거의 없는 캄캄한 오사카 성 공원에 혼자 걸어들어갔다.

엄마가 알게된다면 지금이라도 등짝을 맞을 일이다.

 

그리고 환히 밝혀진 오사카성을 보았다.

아침의 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오사카성 주변은 오싹하리만큼 고요했다.

조금 섬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여서 좋았다.

아침에 사람들의 분위기에 쌓여 보이지 않던 오사카 성만의 오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오전에 내린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오사카성이 비쳤다.

바람한 점 없어 흔들림 없는 물의 표면에

오사카상이 그대로 비쳤다 .

그리고 나의 갤럭시는 그대로 잠들었다.

 

 

 

 

이것은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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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1. (4日)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잠에서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푸욱 잠들었다.

물론 매일 깨던 시간이 있어 눈을 뜨고, 다시 눕고를 반복했지만.

 

커텐을 여니 일기예보대로 밖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도 오고,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천천히 일어나 샤워하고 나오니 그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집 주인에게 우산을 빌려 나왔다.

어제 그제 오가면서 봐둔 집 앞의 프랑스 베이커리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이런, 오늘 문을 안열었다.

 

 

아, 오늘은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는데.

 

 

문닫은 베이커리앞에서 몇 초간 서성이다 나는 발길을 돌려

에어비앤비 주인이 추천해준 Tea Cafe까지 걸어올라갔다.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데 막상 그 Tea Cafe는 완전 영국식 찻집이었고 나는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먹고 싶었다.

한숨 쉬며 돌아서려는데 바로 그 건물 옆에 사람들이 꽤 북적거리는 -

그리고 신사동에 있을 법한 브런치 가게가 있어서 조심이 문을 열었다.

 

 

- 저..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분주한 오픈 키친. 그런데 왠지 낯익다.

 

 

 

따뜻한 분위기의 실내. 날씨가 좋으면 테라스에 나갔을텐데.

 

 

 

따뜻한 카페라떼를 한 잔 시키고서, 오랜만에 평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꼭 해봐야 하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그러지말자.

따뜻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니 조급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일본에 와서 꼭 일본스러운 것 하라는 법 있나.

그냥 휴가라고 생각해.

하고 싶은 걸 해.

그 어느 강박관념도 갖지 말아.

 

 

든든하게 차려진 함박스테이크 정식

 

 

 

이 곳 카페 이름은 Northshore.

늦게 일어나 늦게 아침을 먹기도 했고, 커피까지 마셔서

점심은 나중에 먹으려고 했는데

옆 사람들이 먹는 브런치 정식이 너무 괜찮은 것 같아서

나도 결국 함박스테이크 정식을 시키고야 말았다.

 

이 여유.

이 낯선 곳에서 여유와 평안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일하지 않는 평일은 시간이 천천이 흐른다.

월요병에 시달리지도 않고,

만원 지하철에서 치이지도 않고,

1시까지 점심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다.

 

나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일기를 쓰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나는 아직 오사카에서 오사카성 말고는 본게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는 전철을 탈 수 있었지만

비도 그치고 해서 천천히 우메다역까지 걷기 시작했다.

그저께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너무 많이 걷는 바람에 골반이 아팠고

여행하는 내내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점점 통증이 줄어들고 걷는 걸음이 경쾌해졌다.

통증에서 벗어나니 한 결 마음이 가볍다. 별거 아닌데도 행복하다.

그렇게 마음 편히 걸으며 우메다 역에 도착했다.

 

 

 

한큐 백화점에서 엄마와 아빠에게 줄 손수건을 사고 Grand Front Osaka 건물로 들어왔다.

쇼핑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9층에 있다는 야외정원에 가고 싶었다.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9층 정원에서 바로본 전경

 

 

 

Grand Front Osaka 9층 정원에 나와 우메다역 근처의 광경을 내려다보며

비가 그친 뒤의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뭔가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배경음악과 함께.

 

오전 내내 흩뿌리던 비가 멈췄다.

아직도 구름이 가득 하지만,

이 바람에 따라 구름이 서서히 몰려가고 아기같은 하늘이 드러났다.

 

역 근처여서 끊임없이 전철의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지만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을 비행기의 소리도

저 공기를 뚫고 들려온다.

이 곳엔 나말고는 아무도 없다.

사각사각 거리는 펜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한참을 홀로 바라보았던 그 하늘.

 

 

좋다.

이 월요일에 천천히 일어나 원할 때 식사하고 빗속을 걷는 하루.

 

구름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오후 4시 20분.

공항에서 내려 노을이 진다고 생각했던 시간이다.

여기 이렇게 앉아있으니 참 좋다.

내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이 다 내 것 같다.

저 멀리서 들리는 차소리, 전철소리가 아득해서

현실에서 떨어져 있따는 실감이 들게 한다.

최근 여행다니면서 가장 일기를 많이 쓰는 여행 같다.

그만큼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난 오늘 비가 와서 참 좋다.

날씨가 좋았으면 뭐라도 밖에서 더 해야하나 싶어서

오사카 만에 가야 하나 아님 오사카성 공원을 돌아야 하나

안절부절하고 웬지 둘 다 해야할 것만 같아서

아침 일찍 시간 아끼려 일찍 일어나 나왔겠지.

 

다행이다.

비가 와줘서.

날이 흐려서.

푹 자고,

한참을 누워있고,

생각 없이 걸어다니고,

해가 질 때까지- 이렇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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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료안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기온거리로 되돌아갔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며 걸어다녔더니 피곤했나보다.

잠깐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목적지 근처에까지 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니시키 시장' 에 있는 카츠쿠라.

회사 과장님이 돈까스가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해줘서 찾아왔다. 

약간 고급져보였는데, 어짜피 하루 종일 굶은터라 저녁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나.

 

 

카츠쿠라

 

 

 

작은 히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히레까스

 

 

약간 저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왔던 터라,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피곤하고 허기진 배에

갓 튀겨져 나온 히레까스를 채웠다.

돈까스 종류뿐만 아니라 양도 고를 수 있었는데, 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교토에서 유명한 산죠오하시 스타벅스에 가려고 했지만 오사카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니시키 시장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저녁도 먹었는데 굳이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 여기 교토에서 해야만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현장연수를 함께 갔던 회사 동기가, 내가 오사카와 교토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교토에서 사온 시티 텀플러와 그 안의 쿠폰을 주면서

꼭 교토에 가면 이 쿠폰으로 음료를 한 잔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나, 하루종일 이 시티 텀블러를 들고 돌아다녔다.

 

 

 

교토 스타벅스에서 교토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라떼 인증샷.

 

 

비록 산죠오하시점에는 가지 못했지만,

씨티 텀블러를 내밀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리고 깍듯이 웃으며 건네주던 교토 스타벅스 스태프들의 서비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여행의 반이 지나갔다.

Full day로 3일. 총 4박 5일의 여행이.

 

항상 해외여행은 2주를 꼬박 채워서 해왔기에 3일은 짧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사카에 도착한지 3일째만에, 나는 한국에서의 어두운 나의 기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국은 여전히 변함없이 움직이고 있을텐데,

시차도 나지 않는 2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나는 흠뻑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곳의 낯섦보다도 익숙한 곳에서의 벗어남이 더 크게 와닿는 것도 같다.

변화가 필요한가보다.

그것이 직업을 바꾸는 것인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혼자서 하루종일 무료하게 돌아다니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LA에서도 혼자 있는 그 하루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는 도시에서 혼자 5일이라니!

 

하지만 왜일까.

이번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다.

일본이어서?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중이어서?

아니면 이제는 혼자인게 익숙해져서?

 

여전히 스미마센과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빼면 할 줄 아는 말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리고 나는 노래조차 듣고 있지 않지만.

혼자 오가는 순간들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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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날이 참 맑다.

창밖의 풍경이 한국인듯 일본인듯 하면서

일본 같다.

 

 

금각사는 교토에서도 약간 서북쪽에 동떨어져있다.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 한다.

창밖의 날씨는 화창하고, 버스에 타고 한참을 가려니 노곤노곤하니 졸립다.

한 30~40분을 갔을까, 교토의 관광지가 아니라 교토의 사람 사는 곳들을 지나

드디어 버스는 금각사(킨카쿠지) 앞에 멈춰섰다.

 

 

 

푸르른 금각사 입구 전경

 

 

 

금각사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 걸을 것도 없고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호수 가운데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금각사를 만날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위의 화려한 금각사

 

 

 

바람도 불지 않고 물결이 잔잔해서 모든 것들이 그대로 비친다.

 

 

 

멋드러진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부적같이 생긴 이 것은 금각사 입장권이다. 은각사 입장권도 비슷하다.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개인적으로 소나무가 더 멋있는건 왜일까.

 

 

 

 

금각사와 함께 인증샷

 

이름부터 찬란한 금각사.

교토에서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다음으로 금각사(긴카쿠지)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금으로 뒤덮인 절 하나를 보려고 관광객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비약일수도 있지만, 마치 봄 가을에 앞 등산객 꽁무니만 보고 쫓아가는 등산길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유명하다고 해서 오긴 왔지만, 남는 거라고는 엽서에 나올법한 이쁜 사진들 정도인걸 보면

내 여행의 취향도 점점 확고해지는 것 같다.

 

 

팥(?) 단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미식여행은 또 내 타입이 아니어서

여행하다보면 끼니를 대충 때우게 된다.

특히 해가 짧은 겨울엔 중간 중간 당만 보충하면서 이동하는데

대신 평소 다이어트하느라 참아야 하는 간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달까.

 

 

안녕, 두더쥐 친구?

 

 

금각사 다음 갈 곳은 '료안지'

역시나 에어비앤비 주인 Mark가 추천한 곳.

Mark의 취향도 한적하고 느긋하게 정취를 즐기는 편인 것 같아서

(사실 더이상 교토에서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금각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료안지에 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천천히 골목 골목을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료안지 가는 길

 

 

 

참 예쁜 대문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최단거리를 무시하고 마음껏 골목을 쏘다니며 걸었다.

영화에서 애니에서 보던 그런 일본의 골목들.

나는 멋드러지게 꾸며놓은 관광지보다, 사찰보다도

이런 사람 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엿보는게 더 좋다.

 

료안지 가는길에 리츠메이칸 대학을 보았다.

UBC 시절 기숙사 중 하나였던 리츠메이칸 대학이 교토에 있는 대학이었다니!

별거 아니지만 묘한 우연을 신기해하며 드디어 료안지에 도착했다.

 

 

 

 

 

늦가을이 한창인 료안지의 호수

 

 

 

금각사도 그렇고, 료안지도 그렇고 사찰보다도 호수와 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특히 료안지의 호수는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훨씬 더 아늑하고 평화롭달까.

 

 

료안지의 유명한 정원

 

 

 

 

대청마루에 앉아 돌로 된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

 

 

 

 

호수를 한 바퀴 걸어나오며.

 

 

사실 금각사와 료안지 부분은 내 여행일기에 단 한 줄도 적혀있지 않다 .

아마 내가 정말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아니어서일수도 있고,

명성에 비해서 딱히 내게 와닿는 점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 교토에서 어디갔다왔어? 라고 묻는다면 금각사와 료안지의 이름을 댈 수는 있을 정도.

 

 

오늘이 교토에 오는 마지막 날이니,

이제 교토에서의 미션을 행하러 가야겠다.

 

첫번째는 카츠쿠라에서 돈까스를 먹는 것.

두번째는 교토의 스타벅스에 가서 시티 텀플러에 커피를 마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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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오사카성 가는 길 자판기에서 뽑은 로얄밀크티!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일본어 아침인사가 생각이 안나더니, 드디어 생각났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코 끝의 공기는 조금 차갑지만 굉장히 청량해서

마치 밴쿠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오사카와 밴쿠버라니..

 

 

 

 

 

 

깨끗한 오사카의 거리

 

아직도 노란 은행나뭇잎이 12월의 가을느낌을 준다.

 

 

숙소가 있는 사카이스지 혼마치 역에서 오사카 성까지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걸어서는 15분.

동쪽을 향해 걸었더니, 드디어 넓은 오사카성 공원이 등장했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공원을 보자마자,

아! 너무 좋다!!

행복해진다.

교토보다 여기가 더 좋아!

 

 

 

공원을 따라 들어가면 저 멀리 오사카성이 보인다.

너무너무 유명한 건물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역시나 가까이 가니 아침 9시인데도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나도 관광객이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관광객은 중국인, 한국인 밖에 없어.

 

 

나는 어제 교토에서 만났던 동완이와 양갱이를 오사카 성으로 들여보내고

조심스럽게 오사카성 뒤쪽을 찾아 조용히 들어갔다.

 

어제 밤, 에어비앤비 주인인 Mark에게 오사카성 공원에 간다고 했더니,

성 안에는 (Mark기준) 별볼거 없는 박물관 같은게 있고, 사람만 디글디글 많은데

그 성 뒤로 돌아가보면 성벽을 따라 오사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가 있다고 했다.

마치 사유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람이 없는데, 절대 사유지는 아니고

또 사람이 없어서 정말 평화롭고 좋을 거라고.

 

 

오사카 성 뒤편에서 바라본 모습

 

 

 

낙엽에 어우러진 오사카성 참 이쁘다.

 

 

오사카 성을 끼고서 낙엽이 가득한 성벽길을 따라 조금 걸었는데,

갑자기 탁 트인 전경이 나타났다.

 

 

오사카성 뒤쪽 성벽에서 바라본 풍경

 

 

회사분이 꼭 교토 스타벅스에서 마시라고 준 교토 시티 텀블러도.

 

저 아래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을이었으면 더욱 예뻤을텐데.

그래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추는 저 넓은 공원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평화롭다.

고마워, Mark!

여기 정말 계속 있고 싶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공원. 실제로 보는게 훨씬 멋있었는데.

 

 

 

공원에서 주운 빨간 나뭇잎과 함께.

 

 

 

한적하기 그지 없었던 가을 정취의 오사카 공원

 

 

 

 아직 다 돌아보지 못했지만

오사카에서 제일 좋은걸 꼽으라고 한다면,

오사카 성을 둘러싼 오사카 공원을 고르고 싶다.

 

도심 한 가운데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오사카공원은

날씨 좋은 날이면 언제든 가볍게 운동화만 신고 나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만약 내일도 날씨가 좋아 오사카에서 뭘 하고 싶냐고 한다면,

카메라 같은건 다 내려놓고, 청명한 늦가을 날씨를 즐기면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손에 들고 혼자서 걷고 싶다.

 

왜 혼자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서

기다리지도 않고,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그냥 온전히 나로서만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

 

 

 

어느새 마스코트가 된 것 같은 빨간 나뭇잎!

 

 

 

수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겨우겨우 인증샷!

 

 

 

아기자기한 푸드 트럭. 하늘과 나뭇잎과 햇살과 노란 푸드트럭.

 

 

 

나무 사이로 보이는 오사카 성

 

오사카 성 안에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단 1g의 후회도 없었다.

나는 오사카 성 뒤편 아무도 오지 않는 곳,

늦가을의 나뭇잎이 가득 밟히는 곳,

그 곳에서 홀로 일요일 아침, 오사카가 깨어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정말 좋았다.

 

 

봄이나 여름, 가을이면 더 좋았을텐데

겨울이다 보니 해는 짧고, 나는 이제 한큐패스를 마저 쓰기 위해 교토에 가야해서

오사카 공원을 다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몇번이고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공원에서 빠져나왔다.

 

 

괜히 교토에 2일씩이나 쓴다는 후회도 조금 들었다.

원래 휴가 계획은 오사카에서 그냥 서울에 있듯이 여유를 즐기는 거였는데

관광객 버릇을 못고치고 이틀 내내 정신없이 관광지만 둘러보는 일정이라니!

 

 

나오면서도, 이 공원 때문에 오사카에 또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하지.

어느 도시에나 있는 공원 하나 때문에 이 도시에 또 오고 싶다니.

하지만, 정말 다음에 온다면 나는 오사카성 공원에만 들러붙어 있을거야.

정말.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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