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2.
오늘 밤, 야간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푸쉬킨 미술관에서 나와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 아르바뜨 울리차 (АРБАТ УЛ.)로 향햇다.
아르바뜨까야 역에서부터 외무성까지 길게 뻗은 이 보행자 거리는
지금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만난 모스크바와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스크바가 깨끗하고 정비된 청담동 같은 분위기였다면 (특히 츠베르까야 울리차부근)
여기 아르바트 울리차는 복작거리는 옛 대학로 혹은 옛 홍대골목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에 다소 생소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모습을 이렇게 보았다.
어느 쪽이 정말 모스크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잠시 헷갈린다.
어쩌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아르바트 울리차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크기대로 서 있는 마뜨료쉬까 인형들. :)
러시아 기념품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열어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인형이 아닐까? :)
이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료쉬까 인형은 다복과 다산, 부유함과 행운 등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5개까지가 세트인데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더 작고 더 섬세하게 만든 미니미 같은 인형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형이 많을 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는 거.
하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집에 크기대로 나열해놓으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너무나도 확실한 러시아 상징이어서 스타벅스 씨티 텀블러로도 있다. (완전 이쁨)
마뜨료쉬까 모양의 마그네틱. 색깔도 장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아주 저렴♡
이 아이는 췌부라쉬까 ^.^
원숭이 같기도, 기즈모 같기도 한 이 녀석 이름은 췌부라쉬까(Чебурашк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시아 어린이 프로그램의 외계인인가 우주인 캐릭터다.
이 췌부라쉬까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러시아어 선생님이 매 시험 때마다 100점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러시아에서 사온 선물을 주시곤 했다.
선물이 너무 탐난 나머지, 영어도 아니고 전공언어도 아닌 제3외국어를 열렬히 공부하여
중간, 기말, 중간, 기말 4번의 시험 중에서 3번을 100점을 맞았었는데
딱 한 번, 저 췌부라쉬까 포스터가 선물이었던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해
가장 갖고 싶었던 췌부라쉬까 포스터를 못받았다는 슬픈 이야기가.....(ㅜ.ㅠ)
여하튼, 그 때 당시 러시아어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궁금함이 생겼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정말 러시아에 오게 되었고. :)
쓰빠씨바 ♡ (Спасибо)
도형 같이 귀여운 러시아어, 단낀도낫쓰 (ДАНКИН ДОНАТС)
아르바트 거리의 푸시킨 부부 동상과도 함께.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뜨겁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이 흐려 낮에는 시원했지만 저녁이 되자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쌀쌀해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깼다가 다시 못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고갈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밤이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밤의 붉은 광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역시박물관
그저께 밤, 리츠칼튼 호텔 라운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광장 건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Light up이 된 붉은 광장의 야경은,
첫날 이른 아침 단체관광객들이 바글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야경을 즐기러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분명 싸늘한 바람에 부슬비가 내리는 밤인데도
분위기 자체는 낮보다도 활기차고 심지어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마저 들었다.
밤에 만난 성 바실리 성당과 스빠스까야 망루.
밤에 보아도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의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밋밋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 때는 마지막이란 마음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시간이어서 호텔로 발길을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자리에, 바로 그 곳에 서있을
성바실리 성당과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이지만
나는 이제 이 곳을 떠나고 나면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상했던 것보다도 좋았지만
똑같은 도시를 특별한 이유없이 2번씩 가는 일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떠날 때가 생각이 났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로비니도 너무 좋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
" 사진을 찍는 대신 나도 저 광장에 앉아
불 밝힌, 식지 않는 여름 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분위기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모스크바를 떠난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련을 달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이 떠난다.
여행했던 도시를 떠나는 건 마치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보는 그런 이별.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 2016. 8. 3. Trave note, Moscow in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레닌그라드 역
이별하는 것 같은 슬픈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짐을 빼 택시에 싣고 모스크바의 동북쪽에 위치한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출력해온 예약표를 가지고서 자동티켓발매기에서 표를 발권하고,
물을 사고, 짐을 추려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야간기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1층 객차의 4인실 중 침대 3개를 예매했는데,
나머지 1개 침대 주인공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우리의 침대칸에 타 있었다.
하악..웬만하면 여자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ㅜ.ㅠ)
10년전에 유럽에서 야간기차 타보고 정말 오랜만에 타는 야간기차네. 낭만 돋네....
우리가 탄 야간열차는 2015년에 도입된 2층 열차로 새로 만들어진 기차라서
내부 시설도 엄청 깨끗하고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고 시트도 깨끗하고 바삭바삭 거렸다.
어느 새, 기차가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칸의 할아버지가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자리에 누우셔서
우리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조용히 흔들리는 기차 침대에 누웟다.
고작(?) 11시밖에 되지 ㅇ낳아 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몸의 피로함이 나를 압도해서 자리에 눕자마자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진다.
이별한다.
안녕, 모스크바.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 기차 이용하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주간기차/야간기차)가 있는데,
우리는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겸 야간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야간기차도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붉은화살호라고 불리던 야간기차가 있고
2015년 새로 도입된 2층으로 설계된 야간기차가 있다.
야간기차의 좌석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가 가능하고, 미리 할 수록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예매싸이트 : http://pass.rzd.ru/
* 붉은화살호 (열차번호 002А «Красная стрела»)
모스크바 23:55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7:56 도착
2인1실 - 약 9만원 / 4인1실 - 약 7만원
* 2층열차 (열차번호 006А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 Москва (двухэтажный))
모스크바 22:50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6:47 도착
4인 1실 - 약 4만원
tip) 2층 열차는 모두 4인 1실로 되어 있고, 캐리어가 있는 경우 1층 객차로 예약하는 것이 탑승할 때 편리하다.
객실에 타면 오렌지주스와 작은 빵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으니 1사람씩 챙기면 된다.
같은 객실에서도 1층 침대가 2층 침대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참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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