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짐작했고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한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어안이 벙벙한 것은 여전히 극복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은 변함이 없다.
열이 나는 것 같다.
포근한 곳에 눕고 싶다.
이불을 덮어쓰고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싶다.
온 몸을 감싸는 이불에게 위로받고 싶다.
너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
너는 그 때 그 때 최선의 선택을 해왔던 거라고-
하지만 그게 막상 겪어보니 괴롭고 불편할 수 있는 거라고.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너의 폭신했던 점퍼를 생각한다.
내게 힘든 일이 있으면 딱한 표정을 지으며 숨이 막힐듯 안아주었던
그 품과 그 점퍼를 생각한다.
난 그 뒤로 그렇게 파묻힐듯이 누군가에게 안겨본 적이 없다.
내 몸을 다 덮어버리는 커다란 포옹에 나는 마음놓고 위로받았다.
파묻혀버리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진 고민도 책임도 모두 같이 작아져버린다.
내겐 지금 그런 위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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