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 내내 이사 준비 겸 방정리를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싸그리 내다버림" 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마치 못버려서 한이 서린 사람처럼 비정하고 냉정하게
적어도 내가 3년간 쓴 적이 없거나, 향후 3년 내 쓸 일이 없거나, 그냥 이유 없이 간직하고 싶어서 간직했던 모든 것들을
다 분류해서 버리고, 기부하고, 중고로 팔았다.
그렇게 30년을 거쳐 사들이고 만들고 모았던 많은 것 들을 내 삶에서 덜어냈다.

버리고 버리다 보니 결국 내 삶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남는다.
고등학교때부터 써온 일기와 플래너,
10년간 여행다니며 쓴 여행 일기,
한 때 온 마음을 담아 찍었던 수 천장의 필름 사진들.
결국 내가 쓰고 기록한 나의 삶이 중요한 것이었다.

또 버리고 버리다 보니 앞으로는 어떤 물건을 살 때 정말 끝까지 쓸 수 있는지,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적어도 3번은 생각해보고 사겠다는 다짐도 했다.
나름 필요하다고 샀는데 다 쓰지도 못하고 처박혀 있다가 버려지는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끝까지 가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버리기로 했다.
앞으로 신중하게 구매하라고 내 자신에게 하는 경고라고 생각하면서.


비운 건 방인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던 과거와 주렁주렁 달고 온 나의 욕심들을 같이 버린 것 같다.
버리고 나니 중요한 것이 보인다.
비단 물건 뿐만 아니라 -
사람도 삶도 꼭 필요한 것, 정말 애정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곳에 마음을 쏟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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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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