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일찍 눈이 번쩍 뜨였다.

 

오후에 여름궁전(Петерго́ф : 뻬쩨르고프)에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괜찮을지 계속 조바심이 나서

몇 번이나 방 문의 커텐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특히 여름궁전은 화창한 날 가야 이쁘다는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기도 전부터 혼자 좌불안석이었다.

 

 

 

 

 

마트에서 산 하얀 계란, 바나나, 그리고 하트가 이쁘게 그려지 호스텔 키 (♡)

 

 

 

 

 

 

 

 

 

여름궁전(뻬쩨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에서 약 30km정도 떨어진 핀란드만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궁전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수중익선, 메트로와 미니버스, 택시 등)가 있는데

뻬제르고프 익스프레스라는 쾌속선이 값은 좀 비싸지만 여름궁전까지 한 번에 데려다 주고 시간도 적게 걸려서

갈 때는 쾌속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도 귀찮아서 그냥 쾌속선을 타고 돌아왔음 ....홍홍홍)

 

 

 

 

 

 

 

뻬쩨르고프 익스프레스 쾌속선을 타는 선착장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옆의 구 해군성 건물 뒤쪽에 있다.

 

 

 

구 해군성 건물 앞의 기념비

 

 

 

 

 

네바강 선착장에서 바로 표를 끊고 쾌속선을 탈 수 있는데,

참고로 성인 편도가 당시 750루블이었고, (현재 800루블)  왕복은 더 저렴했는데 (현재 1400루블)

우리는 돌아올 때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올 줄 알고 미련하게 편도표를 샀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더 힘 빠지고 배고프고 귀찮아서 더더욱 쾌속선을 타고 싶은 유혹이 솟구치니

애시당초 갈때부터 쾌속선을 탔다면 그냥 왕복을 사는게 훨씬 더 저렴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괜히 나중에 또 편도표를 사려면 괜히 아까움...(ㅠㅠ)

 

 

그리고 네바강 선착장에서 학생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우리를 학생값에 표를 끊어주었다. (당시 편도 500루블)

대박. 우리는 할인해서 판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돈 계산이 안맞아서 한참 옥신각신까지 했는데....

더더욱 왕복으로 샀으면 학생할인 가격으로다가 더욱 싸게....(ㅜㅠ)

동안이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 여름궁전 쾌속선 정보 - 홈페이지 : http://en.peterhof-express.ru/)

 

 

휘유.

 

 

네바강 위에 떠 있던 쾌속선이 시간이 되자 물살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아침일찍 깬 피곤함과 날씨에 대한 스트레스에 잠깐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쾌속선은 30분만에 우리를 여름궁전의 선착장에 내려다주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었고, 선착장옆에는 관광객들만을 위한 카페가 딱 1개 있었는데,

※ 우리 모두 꼭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사를 하고 여름궁전에 오도록 합시다! ※

한국이고 러시아고 관광객은 호갱인 것인가, 아니면 독점의 폐해인 것인가.

굉장히 내용물이 부실한 햄버거를 맛보게 됩니다....이렇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비주얼이라서 찍어놓음.

 

 

 

 

이제, 부실한 햄버거로 배도 채웠고 선착장에서부터 아랫공원 입장표를 끊고 긴긴 수로를 따라

저 위의 여름궁전을 보면서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뻬쩨르고프라는 이름의 여름궁전은 18세기~19세기의 궁전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황제들의 여름별궁이었다.

10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과 수 많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고

특히 아랫정원의 삼손분수와 대궁전의 대폭포가 가장 화려하고 유명한데

이 아랫정원의 분수는 여름시즌인 5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한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여름이 아니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런 황제의 별궁이다.  ('이지러시아' 347p~348p 참조)

 

 

 

참고로 여름궁전은 윗정원, 대궁전, 그리고 아랫정원으로 크게 3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궁전 내부 입장과 아랫정원에 입장하려면 각각 따로 표를 끊어야 하고,

쾌속선을 타고 여름궁전에 올 경우는 아랫정원을 거쳐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입장권을 끊게 되어있다.

    

 

 

 

저 멀리 한 가운데 여름궁전의 대궁전과 삼손분수의 물줄기가 보이네요.

 

 

 

저 멀리 대궁전과 함께 ♡ 베스트샷

 

 

대궁전과 함께 2 ♡

 

 

 

 

핀란드만으로 흐르는 수로를 거꾸로 걸어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드디어!

여름궁전의 화려한 대폭포와 대궁전에 도착하였습니다. :D 

 

 

 

 

 

 

 

         

화려하다. 정말 화려하다!!!

 

 

 

파스텔톤의 연주황과 연민트색의 아름다운 궁전 그 앞으로

황금색 칠과 조각상들로 꾸며진 제단같은 계단이 층을 이뤄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그 한가운데 황금빛의 삼손 동상이 입을 찢고 있는 사자 동상에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순간, 구름에 가려져있던 해가 잠시 얼굴을 내밀었고

그 반짝이는 햇살에 황금빛 분수의 동상들이 일제히 눈부시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관광객들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여름궁전의 한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화려함과 맹렬함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뽑아내는

저 삼손분수는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의 '폴타바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분수라고 한다.

삼손이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삼손은 러시아,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이지러시아' p348 참조)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는 모습으로 승리를 기념하다니.

역시 불곰국답다.

 

 

 

 

분수와 폭포수 사이사이 서있는 다양한 포즈와 형상의 동상들.

 

 

 

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궁전은 그야말로 여심저격입니다 ♡

 

 

 

도통 이 삼손 분수 앞을 떠나지 못하는....♡

 

 

 

 

 

화려한 궁전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많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렇게 아룸다움을 위하여 꾸며놓은 아름다움에 반하기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름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궁전.

잠시 얼굴을 내밀고 햇살을 내리 쬐어준 태약 덕분에 나는 소원 하나를 또 이루었다.  :)

 

 

문득, 유럽 다른 곳에도 아름다운 궁전들이 많은데

이 러시아의 궁전들이 유독 화려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생각해보았는데,

색감이 굉장히 컬러풀하기 때문인 듯 하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 등을 생각해보면

거대하고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외벽 색이 러시아의 궁전들만큼 컬러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궁전를 보자.

모스크바의 짜리찌노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분홍색 벽돌 건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여름궁전은 연주홍색 건물, 겨울궁전은 연민트색 건물. 

푸쉬킨에 있는 예까쩨리나 궁전은 연하늘색 건물.

다들 햇살아래 빛나면 마음이 설렐정도로 색감이 사랑스러우면서도 화려하다.

 

 

러시아 특유의 건축양식은 알 수 없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밝고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건물을 짓게 된 건 아닐까. :)

 

 

 

 

 

 

 

계단을 올라와 대궁전을 등지고 바라본 분수와 핀란드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로의 모습.

 

 

 

 

우리는 대궁전 내부에도 들어가보았다.

대궁전 내부는 하나의 박물관인데,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신발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심지어 입장객 수도 제한할만큼 그 관람자체가 깐깐한 궁전이었지만

각 방마다 제각기 다른 컨셉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화려한 관람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이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자기들의 문화와 유산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보존하고 아끼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피부로 와닿았다.

 

 

 

 

한적한 아랫정원의 모습

 

 

 

여기도 아랫정원

 

 

 

 

대궁전 너머의 윗정원이 있고 대궁전과 핀란드만 사이의 넓은 부지는 아랫정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왕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아랫정원을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 찰나에,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 관람차같은 작은 열차를 발견했다.

이걸 타면 아랫정원을 걷지 않고 빠른 시간안에 정원 전체를 크게 돌아볼 수 있다.

 

 

아랫정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원이라기보다 아주 커다란 전원의 풍경같은데

숲과 넓은 뜰 사이사이 간간이 자그마한 교회당같은 건물들이 하나씩 세워져있다.

이런데서 걷다가 길을 잃으면 미아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 같군.

 

 

 

 

 

 

아랫정원 어느 한 부지에 있는 또 다른 분수.

정원 안에 여러가지 컨셉의 분수와 조각상들이 많이 널려있다.

 

 

 

 

대궁전 앞에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아무리 찍어도 미련이 남는 마성의 궁전

 

 

 

 

 

황제들의 궁전답게 정원들이 너무 넓어서 윗정원은 둘러보지도 못했다.

여름궁전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이쁜 궁전만 있을 줄 알았는데

궁전 앞뒤로 커다란 정원이 둘러싸고 있어서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피크닉 삼아 천천히 정원을 돌아다녀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가면,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궁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궁전 근처에서만 맴돌게 된다는게 함정....☞☜)

 

 

여름궁전이야말로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해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잠깐잠깐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햇살을 내리쬐어준 햇님 덕분에

오직 이 여름 한철에만 볼 수 있다는 그 화려한 여름궁전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사랑해요 햇님 (♡)

 

 

그런데 여름궁전을 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면서 이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해야 할 일을 끝낸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숙제를 다 한 느낌 헤헤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러시아 여행 #여름궁전 #여름 궁전 #러시아 자유여행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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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오늘의 일정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 좋은 점 중 하나는, 여름궁전이나 예까쩨리나 궁전 말고는

모든 관광지들이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의 근거리에 오밀조밀하게 잘 모여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메트로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또 시원한 하늘로 우리를 맞아주던 오전과 다르게 

점심을 먹고서 관광을 시작하려하자 구름이 몰려들더니

기어코 빗방울이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소식은 밤부터였는데 일기예보보다도 더 빨리 비가 오다니 (ㅜㅠ)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건너 작은 물줄길을 따라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을 향해 걸어갔다.

이름부터 살짝 스산한데 날씨까지 흐리니 괜히 한기가 솟는 그런 느낌.




그리보도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날씨때문에 더 칙칙해보인다. ㅠㅠ 





피의 구원 사원은 얼핏 그 모습이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지만,

성 바실리 성당이 장난감같고 조금 유치한듯 동화스러운 면모가 있다면

피의 구원 사원은 훨씬 더 엄숙하고 무게감있고 복잡하하고 정교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성 바실리 성당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외관의 색부터가 조금은 톤 다운 되어 있다.



1883년부터 24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1881년 3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당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내부에는 당시 피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이지 러시아' p301 참조)






날씨가 안좋아서 안타깝지만, 6일이나 있었던 덕분에 화창한 모습을 또 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피의 구원 사원의 내부는 내벽과 천장가지 모두 모자이크화로 꾸며져있었는데

그 화려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1층과 천장의 돔 사이에는 다른 층도 없는데 어쩜 저 높은 돔 끝까지 다 타일을 붙였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람이 - 또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 구원 사원 천장돔 한가운데의 모습!





높은 성당 내부를 가득채운 모자이크화. 성당 안에서는 모두 고개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의 섬광.





예상보다 빨리 흐려지고 추워진 날씨 탓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버렸다.

오늘 아침 모스크바역에서, 그리고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우릴 반겨주었던

그 상큼화고 화창한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비가 뚝뚝 내리는 날씨가 된거지?

(그런데 이 도시에 6일을 있어보고 깨달았는데,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빠르고 변덕스럽다.)




조금 슬프고 뾰로통한 마음으로 피의 구원 성당을 둘러보고서

(그리고 맑은 날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ㅜㅠ




그래서 우리는 우선 카잔 성당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 스타벅스는 창가에서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기로 유명한 스타벅스이다. 

2층에도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다른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일단 스타벅스로 고고고.





비가 와서 많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 세계 어딜가도 스타벅스는 참 비슷비슷하다.






운이 좋게도 창가석에 앉았다! 바로 저렇게 카잔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멋진 뷰가 베스트인 스타벅스.

물론 따뜻한 카페라떼에 춥고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





When you hold a cup of coffee, think of it's journey.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로 마음을 녹이는 사이 비도 어느 정도 그쳤다.

날씨가 맑지 않아 야외에서 무언갈 하기는 그런데

또 시간도 저녁이 가까워져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실내 관람을 하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넵스키대로를 따라 걸어 옐리세예프 상점(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에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 박물관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푸시킨 동상 따라하기.





옐리셰예프 상점은 넵스키대로에 서있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1층의 식료품 겸 기념품가게라고나 할까.

원래 1903년에 연 가게인데 2012년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재오픈 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면 베이커리, 디저트류, 초코렛, 술, 치즈 등등 다양한 식료품들과 

그리고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여러가지 기념 식료품등을 이쁘게 진열해놓고 있다.


가운데는 카페처럼 테이블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ㅎㅎ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의 약자. 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음음. 뭘 사면 좋을까. 초코렛에 마음을 빼앗겼엉 ♡





이런 마카롱과 디저트류도 있고



러시아 보드카도 있고 참고로 엄청 비싼데 소주도 있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좀 그쳐서 네바강을 따라 크게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고작 반나절의 경험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특유의 느낌보다도 커다란 유럽의 한 도시같았고

깨끗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던 모스크바에 비해서 호객꾼들도 많고 정비가 덜 된 느낌.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걸까.

결국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차이인걸까?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았던 걸까?

여기도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까?



사실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 다른 블로그의 얘기들을 많이 참조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더 좋고 볼게 많다는 글들을 보고

모스크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6일로 일정을 짰는데,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5일을 더 있으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피곤해졌다. 

게다가 일기예보는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고. 



아니야. 이제 어느새 여행5일차.

시차도 없이 3일을 풀로 여행했고, 야간열차도 탔고 조금 지칠때가 되었어.

내일은 오후에 해가 조금 날것 같아서 그 유명한 여름궁전(뻬쩨르호프)에 가기로 했는데

과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그런 화창한 날씨의 반짝이는 황금분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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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이름인 모스크바_쎄뻬베의 "쎄뻬베"는 러시아로 표기한 상트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의 약자 СПб 입니다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저는 야간기차로 달렸어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러시아의 자작나무 숲

 



 

찬 기운에 눈이 떠졌다.

한 번도 뒤척인적 없었는지 이불 속 온 몸이 뻐근한 느낌이다.

기차벽에서 찬 기운이 느껴져서 이불을 꼬옥 끌어안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차창 밖으로 곧게 뻗은 숲과 파란하늘이 훠이훠이 지나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아니지만 이렇게 야간열차로나마 

쎄뻬베(СПБ :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가가고 있구나.  :)

 



 

 

 

오전 6시43분을 가리키는 시계와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알리는 간판.

보는 순간 이 순간, 이 모습이 운명처럼 마음에 쿵! 하고 박혔다.




 

 

기차는 예상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기분좋게 서늘한 새벽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나와 함께 10년을 여행한, 

이젠 구식인 2바퀴짜리 캐리어를 드르르 드르르 끌며 기차역을 걸으니

10년 전 유럽여행하던 기분이 들었다.

로마의 떼르미니 역에 내리던 바로 그 순간이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심을 찾아,

나의 현실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느낄 수 없는 

스무살의 나의 추억 속 마음을 찾아 

여행하는 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버려서 더 이상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으며 설레고 흥분되고 낯설고

커다란 세계로 빨려들어가던 그 마음과 느낌을 찾아서. 

 


 - 2016. 8. 4. Travel note in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Day 5.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정

 


 

모스크바 역에서 택시를 타고서 미리 예약해 둔 쏘울키친호스텔(Soul Kitchen Hostel)에 도착했다.

원래는 에어비앤비나 호텔을 이용하려다가 러시아 No.1 호스텔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트리플 룸을 예약했는데,

이 곳에서 6일이나 머물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방도 써보고 싶어서 호스텔에 예약 변경하는 메일을 썼었다.


방을 바꾸고 싶다 어쩐다 하면서 러시아 No.1 호스텔에서 묵게되어 기대된다! 라는 나의 말에,

Staff는 방 변경을 도와주는 친절한 답메일 끝에 이런 추신을 붙였다.



"P.S. We are the best small hostel in the world, according to Hostelworld.com :)"

 

 

 

인 더 월드....뭐야......자신감 대박...

호스텔이면 호스텔이지 얼마나 좋은 호스텔이길래...


 

 

쏘울 키친 호스텔

 

 


초인종을 누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어려보이는 스태프가 친절하게 인사해주며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다행히 우리가 쓸 방이 비어서 바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여기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이뻤다. 

더 볼 것도 없이 내 맘 속의 베스트 호스텔 인정 ♡

 

 

 

 

호스텔에서 보이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이 풍경 ♡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사랑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여심을 저격하는 이 아기자기한 부엌 ♡ 매일 아침 사과파이 굽는 냄새가 향긋하게 퍼지곤 했다. (하아)

 

 

 

 

아기자기한 느낌의 중간 거실. :)

 

 

 


호스텔은 정말, 그동안 다녀보았던 모든 호스텔을 통틀어 엄지척(-_-)=b 할 수 있을만큼

내부 공간이 아주 넓고, 인테리어도 이뻤고, 관광지에서 가깝고 테라스에서 보이는 뷰도 아주 좋았다.

그래. 월드 베스트라고 자랑할만 하다. 인정. 

 

 

 

그리고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사과파이를 큼지막하게 구워서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서

쟁반위에 가득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아주셨다.

게다가 커피와 차, 간단한 씨리얼같은 것도 있어서 사과파이와 커피로 아침을 먹어도 되고,

냉장고와 주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가까운 슈퍼에서 장을 봐두고 직접 해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아침 일찍 부엌에 퍼지는 사과파이 구워지는 향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갓 구운 사과파이라니 (♡.♡) 사랑하지 않을 수 가 없자나! 

 


 

우리는 바로 체크인한 방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였다.

K가 야간기차에서 잠을 푹 못잔듯 많이 피곤해해서 잠시 재웠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이불을 털고 나왔다

이제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무려 6일이나 머물게 된다.

해외여행하면서 한 도시에 이렇게 길게 있어본 적은 처음인데.  :)



그런데 다만, 날씨예보가 심상치가 않은 것이

6일 내내 비소식..................아니, 이 여름에 우기도 아닌 것이 웬....6일 연속 비?!!

설마................안돼............제발............................

 

 

 

 

일단은 맑은 하늘의 쎄뻬베(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먹는 점심은 바로, 마말리가(МАМАЛЫГА).

카잔성당 뒷편에 있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등 지방의 분위기있는 전통 레스토랑인데

러시아 유학생들 블로그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레스토랑이어서 눈여겨봐두었다.

(*마말리가 주소 : Kazanskaya ul., 2, Sankt-Peterburg, 러시아 191186)

 

 

 

 

 

 

카잔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창가석에 앉으면 이렇게 카잔 성당이 바로 내다 보인다.

 

 

 

헤헤 멋진 뷰와 함께 ♡

 

 

 

 

음식종류는 고기꼬치구이인 샤슬릭, 피자같이 생긴 하차푸리 등이 메인이었고 (우리는 마지막날 와서 또 먹었다!)

생과일 주스 같은 것도 파는데 전반적으로 음식 퀄리티나 플레이팅도 상당히 괜찮다. :)

음식을 여러 개 시켜서 천천히 나눠먹다보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훌쩍 가버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을 해보려고 하는데

왜 슬픈예감은 틀리지가 않는지................OTL

왜 우리나라 일기예보와는 달리 틀려주지 않는 건지................ㅜㅠ

아침에만 해도 화창하기 그지 없었던 하늘이, 어느새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어둑해져있었다. ㅠ.ㅠ

 

 

일단 마말리가에서 가장 가까운 카잔성당(Каза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으로 향했다.

어으..날은 오후 3시답지 않게 어두침침해지고 사람이 많아도 넓직넓직했던 모스크바와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인도가 좁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계속 치일 수 밖에 없어 더 정신이 없었다.

 

 

 

 

곧 비까지 내릴 것 같은데, 괜찮을까 우리?

 

 

 

 

 

아아. 햇님은 갔습니다. ;ㅅ;

 

 

 

★ Soul Kitchen Hostel

 

http://www.soulkitchenhostel.com/ 

 

1) 관광지와의 접근성 매우 좋음 (카잔성당, 에르미타주박물관, 마린스키극장, 피의 구세주 사원 등 보도 15분 이내)

2)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 (도미토리부터 2인실, 3인실 다양한 방, 요리가 가능한 커다란 주방, 컴퓨터 및 프린트 사용 가능)

3) 편리한 관광을 위한 자체 지도 제공 및 다양한 1 day 프로그램 진행 (러시아 음식 만들기, 벼룩시장 함께 가기 등등)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뜨뻬쩨르부르크 #뻬쩨르 #러시아 자유여행 #여름 러시아 #여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숙소 #러시아 호스텔 #여름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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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2.

 

 


 

오늘 밤, 야간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푸쉬킨 미술관에서 나와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하는 아르바뜨 울리차 (АРБАТ УЛ.)로 향햇다.

아르바뜨까야 역에서부터 외무성까지 길게 뻗은 이 보행자 거리는

지금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만난 모스크바와는 또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스크바가 깨끗하고 정비된 청담동 같은 분위기였다면 (특히 츠베르까야 울리차부근)

여기 아르바트 울리차는 복작거리는 옛 대학로 혹은 옛 홍대골목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에 다소 생소한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모습을 이렇게 보았다.

어느 쪽이 정말 모스크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잠시 헷갈린다.

어쩌면 그 둘 모두일 수도.

 

 

아르바트 울리차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도 들어갔다.

 

크기대로 서 있는 마뜨료쉬까 인형들. :)

 

 

 

 

러시아 기념품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열어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인형이 아닐까? :)

이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료쉬까 인형은 다복과 다산, 부유함과 행운 등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5개까지가 세트인데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더 작고 더 섬세하게 만든 미니미 같은 인형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형이 많을 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는 거.

하지만 기념품으로 사서 집에 크기대로 나열해놓으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너무나도 확실한 러시아 상징이어서 스타벅스 씨티 텀블러로도 있다. (완전 이쁨) 

 

 

 

마뜨료쉬까 모양의 마그네틱. 색깔도 장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아주 저렴♡

 

 

이 아이는 췌부라쉬까 ^.^

 

 

원숭이 같기도, 기즈모 같기도 한 이 녀석 이름은 췌부라쉬까(Чебурашк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시아 어린이 프로그램의 외계인인가 우주인 캐릭터다.

이 췌부라쉬까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러시아어 선생님이 매 시험 때마다 100점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러시아에서 사온 선물을 주시곤 했다.

선물이 너무 탐난 나머지, 영어도 아니고 전공언어도 아닌 제3외국어를 열렬히 공부하여

중간, 기말, 중간, 기말 4번의 시험 중에서 3번을 100점을 맞았었는데

딱 한 번, 저 췌부라쉬까 포스터가 선물이었던 2학기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맞지 못해

가장 갖고 싶었던 췌부라쉬까 포스터를 못받았다는 슬픈 이야기가.....(ㅜ.ㅠ)

 

 

 

여하튼, 그 때 당시 러시아어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궁금함이 생겼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정말 러시아에 오게 되었고. :)

쓰빠씨바 ♡ (Спасибо)

 

 

 

 

 

도형 같이 귀여운 러시아어, 단낀도낫쓰 (ДАНКИН ДОНАТС)

 

 

 

아르바트 거리의 푸시킨 부부 동상과도 함께.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뜨겁던 어제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이 흐려 낮에는 시원했지만 저녁이 되자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쌀쌀해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깼다가 다시 못자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고갈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밤이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밤의 붉은 광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불을 밝힌 역시박물관

 

 

그저께 밤, 리츠칼튼 호텔 라운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광장 건물들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Light up이 된 붉은 광장의 야경은,

첫날 이른 아침 단체관광객들이 바글거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야경을 즐기러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분명 싸늘한 바람에 부슬비가 내리는 밤인데도

분위기 자체는 낮보다도 활기차고 심지어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마저 들었다.

 

 

 

밤에 만난 성 바실리 성당과 스빠스까야 망루.

 

 

 

밤에 보아도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의 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밋밋하지만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 때는 마지막이란 마음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는 호텔에서 짐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시간이어서 호텔로 발길을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자리에, 바로 그 곳에 서있을

성바실리 성당과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이지만

나는 이제 이 곳을 떠나고 나면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스크바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상상했던 것보다도 좋았지만

똑같은 도시를 특별한 이유없이 2번씩 가는 일은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로비니를 떠날 때가 생각이 났다.

떠나는 그 순간에도 로비니도 너무 좋았지만, 다시 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

 

 

 

 

 

" 사진을 찍는 대신 나도 저 광장에 앉아

불 밝힌, 식지 않는 여름 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분위기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모스크바를 떠난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미련을 달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이 떠난다.

여행했던 도시를 떠나는 건 마치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보는 그런 이별.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  2016. 8. 3. Trave note, Moscow in Russia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레닌그라드 역

 

 

 

 

이별하는 것 같은 슬픈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짐을 빼 택시에 싣고 모스크바의 동북쪽에 위치한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출력해온 예약표를 가지고서 자동티켓발매기에서 표를 발권하고,

물을 사고, 짐을 추려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야간기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1층 객차의 4인실 중 침대 3개를 예매했는데,

나머지 1개 침대 주인공인 할아버지 한 분이 이미 우리의 침대칸에 타 있었다.

하악..웬만하면 여자이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네...(ㅜ.ㅠ)

 

 

10년전에 유럽에서 야간기차 타보고 정말 오랜만에 타는 야간기차네. 낭만 돋네....

우리가 탄 야간열차는 2015년에 도입된 2층 열차로 새로 만들어진 기차라서

내부 시설도 엄청 깨끗하고 화장실도 크고 깨끗하고 시트도 깨끗하고 바삭바삭 거렸다.

 

 

 

어느 새, 기차가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칸의 할아버지가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자리에 누우셔서

우리도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조용히 흔들리는 기차 침대에 누웟다.

고작(?) 11시밖에 되지 ㅇ낳아 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몸의 피로함이 나를 압도해서 자리에 눕자마자

덜컹덜컹 거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진다.

이별한다.

안녕, 모스크바.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 기차 이용하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기차(주간기차/야간기차)가 있는데,

우리는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겸 야간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야간기차도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붉은화살호라고 불리던 야간기차가 있고

2015년 새로 도입된 2층으로 설계된 야간기차가 있다.

 

야간기차의 좌석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가 가능하고, 미리 할 수록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예매싸이트 : http://pass.rzd.ru/

 

* 붉은화살호 (열차번호 002А «Красная стрела»)

  모스크바 23:55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7:56 도착

  2인1실 - 약 9만원 / 4인1실 - 약 7만원

 

* 2층열차 (열차번호 006А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 Москва (двухэтажный))

  모스크바 22:50 출발 ▶ 상트페테르부르크 06:47 도착

  4인 1실 - 약 4만원

 

tip) 2층 열차는 모두 4인 1실로 되어 있고, 캐리어가 있는 경우 1층 객차로 예약하는 것이 탑승할 때 편리하다.

     객실에 타면 오렌지주스와 작은 빵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으니 1사람씩 챙기면 된다.

     같은 객실에서도 1층 침대가 2층 침대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참고 :P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여행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열차 #야간기차 #배낭여행 #해외여행 #세계여행

#여름 러시아 #모스크바 #모스크바 여행 #붉은 광장 야경 #러시아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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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1. 오늘의 일정

 

 

 

 

'프라임'에서 사온 그래놀라 요거트

 

 

 

 

아침에 일어났더니, 어제와 달리 날씨가 조금 흐리고 촉촉하다.

어제는 너무 뜨거워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조금 흐리니까 선선하고 좋은 것 같다.

 

어제 저녁, 츠베르스까야 울리차에서 "Prime"이라고 쓰여진 카페를 발견했는데

가볍게 Take-out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샌드위치나, 롤, 샐러드, 요거트까지 !

그러면서도 굉장히 Heathy한 음식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유행하는 비트-당근 쥬스 같은 과일 주스류도 많았다. :D

샐러드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내용물도 신선하고 양도 넉넉해서 완전 괜찮았다.

저녁에는 연어샐러드를 먹고, 아침에는 가볍게 그래놀라 요거트로 :)

 

 

 

오늘 저녁이면 야간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 때문에

3일간 정들었던 호텔에서 짐을 정리해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그동안 러시아에서 실망했던 마음을 달래서 카페 푸쉬킨(카페 푸시킨)으로 향했다.

 

 

어제가 샛노란 벽이었다면 오늘은 연회색빛의 파란 벽. 도시가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컬러풀하다!

 

 

여러가지 색이 다 칠해진 건물. 날이 쨍했으면 이뻤을 텐데!

 

 

Kafe Pushkin (Кафе Пушкинъ)

* 홈페이지 : https://cafe-pushkin.ru/'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러시아 전통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카페 푸쉬킨/푸시킨.

점심에 가면 2코스(620루블) 또는 3코스(930루블)로 우리나라 돈 2만원 내외에서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카페 내부는 Library Hall, Pharmacy Hall등 다양한 컨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Library Hall로 안내된 것 같았다.

나는 그린샐러드 - 만두가 들어간 콘소메 - 오리 콩피로 이어지는 3코스로 주문 했다.

일단 서버들이 굉장히 격식있게 차려입고 영어도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내가 음식 이름을 영어로 몰라서 그렇지....(....)

콘소메가 뭔가요?

 

 

고급진 내부 인테리어 :)

 

 

음식을 기다리며 행복한 모습 :)

 

 

메밀밥 위에 얹어진 오리다리 콩피와 양파튀김

 

 

왠지 오리 다리 콩피만 시키면 배고플 것 같아서, 만두가 들어간 콘소메까지 시켰던 건데

콩피 다리 밑에 살짝 양념해서 볶은 메밀밥이 자박자박 깔려있다.

여행다니면서 느낀 것이 여기 러시아에서는 메밀로 된 밥을 많이 먹는다. 

살짝 양념을 해서 나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메밀이 고슬고슬한데다가 고소해서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한 느낌으로다가 맛있다. ♡

 

 

식사를 다하고 나니 커피가 디저트로 나왔는데

눈이 땡글땡글한 서버가 무려 4종류나 되는 설탕을 이쁘게 담아 들고와서는,

그 큰 눈을 (말그래도) 부라리면서 우리를 훑으며 말했다.

 

 

"Some Sugaaaaaaaaaaar?"

 

 

원래도 설탕은 필요 없었는데,

너무 눈을 부릅뜨고 물어봐서 꼭 설탕을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 ....;;

그뒤로 우리는 여행이 지칠 떄마다 Some Sugar Server를 떠올리며 ....

 

어쨌든, 모스크바에서 먹은 음식 중에 3코스로 나오는 카페 푸쉬킨 음식이 가장 훌륭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좋고, 인테리어도 예쁘니까

모스크바에 간다면 런치코스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카페 푸쉬킨에서만 2시간 넘게 천천히 식사를 하고서

츠베르스까야 울리차를 걸어내려와 그 유명한 볼쇼이 극장(Большой театр) 앞에 도착!

 

러시아에 오면 꼭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8월은 볼쇼이 극단의 휴가기간이라서 발레공연이 없다.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볼쇼이 극장 앞에서 발레 파쎄(Passé) 동작을 스스로 하는 것으로 달랬다.

 

이 러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러시아 여행을 위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간단한 러시아어 수업과 발레를 6개월 정도 배웠는데

러시아 여행을 하는데 훨씬 더 스스로 많이 배우고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볼쇼이 극장 앞에서 (어설픈) 파쎄와 알라쎄콩♡

 

 

 

 

다음에 모스크바에 다시 온다면, 꼭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를 보리라 마음 먹으며

(이렇게 또 모스크바에 오겠다는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 놓습니다. 홍홍홍)

근처에 있는 쭘 백화점에 들어가서 기념품같은게 살만한게 있나 구경을 하려다가

불곰국의 야채 크기에 엄청 놀라서 되돌아 나왔다.

 

 

불곰국은 토마토조차도 이렇게 큼. 내 손도 여자손치고 엄청 큰데.....너무 놀라서 한국 친구들한테 막 보내줌.

 

 

 

쭘 백화점에서 나와 간 곳은, 어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맞은편에 있는 푸쉬킨 미술관!

 

푸쉬킨 미술관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푸쉬킨 미술관 본관에는 마치 대영박물관처럼 고대 이집트 유물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푸쉬킨 미술관 별관에는 나같이 미알못인 친구들에게 익숙한

세잔, 고흐, 마티스, 모네 같은 화가들의 미술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 티켓 한 장으로 본관과 별관을 모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본관 티켓으로는 본관만 들어갈 수 있고, 별관 티켓으로는 별관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본관으로 입장해서 본관 티켓을 끊고 나서야 이 티켓으로는 별관 입장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ㅜ.ㅜ)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본관으로,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관으로 가야 한다.

물론 두 개 다 들어갈만큼 시간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ㅠ,ㅜ)

 

참고로, 그리스 신전같이 생긴 것이 본관이고 그 옆에 작은 골목길 하나 건넌 곳에 별관이 따로 있다.

 

 

푸쉬킨 미술관 본관과 그 앞에 앉아 크로키 스케치를 하던 학생

 

 

 

휴. 나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미슥거리는 관계로

1층만 대충 스르륵 스르륵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별관까지 둘러볼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 푸쉬킨 미술관을 이렇게 막을 내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제는 엄청 덥더니, 날이 흐리니까 점점 스산해지는 느낌이다.

낮에는 아무리 뜨거워도 저녁에는 조금 쌀쌀하니 가디건 하나 챙기는 센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아르바트 거리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붉은 광장 야경을 보고 모스크바를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여행 #모스크바 #모스크바 맛집 #모스크바 여행 #배낭여행 #카페푸쉬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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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은 칭찬보다 쉽다.
잘못을 가리는 데는 1개의 잘못으로도 충분하지만 잘함을 가리는데는 단 1개의 잘못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얀 백지에 검은 점 하나가 찍히면 더이상 완벽한 백지가 아니듯이.
99점을 맞아도 1점이 틀리면 100점이 아니듯이.
99번을 잘해도 1번을 못하면 1번의 못한 것은 분명한데 잘한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듯이.

세상사가 그렇다.
잘한 것을 찾는 것보다 잘못한 것이 더 쉽게 찾아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이쁘게 바라보고 좋은 점을 찾아내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나의 이쁨이, 착함이, 좋은 점이 몇 개의 잘못과 실수에 완전히 묻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들여다보고 찬찬히 살펴보아 스스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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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시내에서 한참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짜리찌노 공원

 

 

 

카페 쏰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으로 간 곳은 모스크바에서 한참이나 남서쪽에 위치한 짜리찌노 공원(ЦАРИЦЫНО)

공주풍의 궁전들과 공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서 조금 멀긴 하지만 메트로를 타고서 짜리찌노 역에 내렸다.

 

 

아, 그런데 짜리찌노 역에 내려서 그 동안 모스크바 도심의 깔끔하고 정비되고 깨끗했던 모습과 상반된

조금 지저분하고 슬럼화된 것 같은 풍경에 살짝 놀랐다.

그냥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짜리찌노 공원까지 가는 길도 조금 위험한 것 같으니 되도록 밝은 때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 (ㅜ.ㅠ)

 

 

그런데 또, 막상 짜리찌노에 도착해보니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

입구는 약간 에버랜드 들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

짜리찌노 궁전 입장권도 있는데 우리가 살짝 늦게 간 터라

궁전까지 돌아보기엔 입장마감이 임박해서 공원만 둘러보기로 했다.

 

 

 

 

깨끗한 하늘과 맑은 호수.

 

 

분수가 총총 솟아오르고 오리들이 유유자적하게 헤엄을 치는 목가적인 풍경.

 

 

 

 

 

짜리찌노 궁전은 공원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데

가는 동안 잘 정돈된 호수와 분수와 잔디밭을 지나게 된다.

그런데, 햇살을 가릴만한 데가 전혀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8월의 모스크바는 아주 덥습니다. 아주 더워요.

(러시아는 여름에도 겨울이냐고 물은 사람 나와)

짜리찌노 정말 정말 이쁜데, 근데 정말 정말 뜨거워....(ㅠ.ㅠ)

 

 

 

나 원래 양산쓰는 그런 여자 아닌데 모스크바에서는 계속 양산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일본에서 사온 가벼운 양산을 챙겨갔기에 망정이지,

완전 저기 크로아티아 있는 아드리아 햇살 저리 가라임.

짜리찌노까지 오긴 왔는데 다들 너무 뜨겁고 덥고 땀나서 너무 힘들어함...ㅠㅠ

 

 

 

 

하. 분홍분홍한 건물에 왕관같은 장식. 푸른 잔디밭과 나무 그늘아래 쉬는 언니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땡볕의 정원을 한참 걸어들어가서야 우리 눈앞에 등장한 예까제리나 대궁전!

정말 소녀소녀한 여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파스텔톤의 분홍색과 하늘색이 아름답게 조화된 그런 궁전이다!

1775년 예까쩨리나 2세가 이 지역을 지나던 중에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궁전을 짓도록 했고,

1776년부터 1785년까지 건축가 바실리 바제노프가 이 궁전을 지었는데 거의 완성되었을 즈음에

객실이 너무 좁고 어두워서 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예까쩨리나 2세가 철거를 명령했다고 한다.

그 후에 이 궁전은 다른 건축가에 의해 다시 지어지기 시작했으나, 예까쩨리나 2세가 죽은 뒤 중단되었고

200여년을 완성되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2007년에서야 겨우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지러시아' p210참고)

 

 

 

 

 

 

 

궁전 뒤쪽에도 너른 들판이 있고 사람들이 그늘에 누워 책도 읽고 편하게 쉬고 있었다.

 

 

 

 

저런 왕관같은 뾰족뾰족한 장식이 인상적이었던 건축양식

 

 

 

예까쩨리나 궁전의 풍경

 

 

너무 더워서 그런건지 아님 멀어서 그런건지 사람도 많지 않고 아주 한적해요 ♡

 

 

 

 

 

 

짜리찌노,

예쁘긴 참 예뻤는데 끔찍하게 더웠다는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은 곳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베어물고는 이를 악 물고 정원을 가로질러 나왔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 때문에

원래 계획은 저녁에 붉은 광장에 다시 가서 야경을 보기로 했지만

다들 너무 지친 나머지 각자 먹을 것만 조금 사들고서 호텔로 돌아와버렸다.

 

 

그래도 모스크바 시내에는 크렘린이 워낙 빨갛고 딱딱하고 뾰족한 느낌이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궁전이 있어서 모스크바의 색다른 모습, 낭만적인 모습을 보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우리는 뜨거워서 헉헉거렸지만,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하고 여유로이 거니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또 도심에서는 보지 못한 그런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여행지도 아니고

자료도, 가이드 북도 많지 않아서 오히려 잘 모르는 채로 가게 되고,

그래서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에 놀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느낌을 갖게되는 것 같다.

 

 

 

모스크바 도심에서 보이는 삐죽삐죽한 스탈린풍의 건물양식이 조금 지겹다면

피크닉 하는 마음으로 이런 낭만적인 궁전을 구경하러 근교로 나와보면 좋을 것 같다. :)

물론, 나는 이런 낭만적인 건물을 보느라고 스탈린 건물을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했음 홍홍홍.

 

 

어쨌든, 이렇게 또 나의 선입견을 깨준 낭만적인 너, 모스크바.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여행 #모스크바 여행 #모스크바 #짜리찌노 #여름 모스크바 #여름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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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크렘린과 노보데비치 수도원, 그리고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붉은 광장의 야경까지.

알차디 알찬 모스크바에서의 첫 하루가 지나고 모스크바에서의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호텔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관계로,

오늘도 츠베르스카야 울리차로 나와 카페거리에 가서 두리번 거리다가

가이드북에서 말하기를,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샤깔라드니차 (ШОКОЛАДНИЦА) 당첨.

 

 

문을 열고 들어가 안쪽 좌석에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데

러시아어를 잘 모르면 가장 난감한 것은, 뭐가 뭔지 몰라서 주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꽤 많아서 음식 사진이 있는 것 중에 골랐다.

나는, 따뜻한 카페 라떼와 블린을 시켰던 것 같은데........

이...이 아침에 기름기가 좔좔 넘치는 블린이라니............................

그..그림엔 이렇지 않지 않았니?

 

 

 

 

 

 

러시아에서 음식은 크게 기대하지 말자.

 

특히! 카페라떼!!!

 

스타벅스, 그리고 어제 더블비 말고는 러시아에서 제대로 된 라떼를 못마셨다.

 

충격과 공포!!!!

특히!! 따뜻한 라떼를 시키면 꼭 손잡이가 없는 유리컵에 담아주고 가운데 빨대를 꽂아준다!!!!

손잡이가 없는 머그는 뜨거워서 잡을 수도 없는데!!

 

(또) 아침 식사에서 크나큰 실망을 하고,

우리는 오늘 오전에 예정한 일정인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과 뜨레치아코프 미술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파스텔톤의 건물 앞에서 그림이 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

 

 

 

 

 

 

 

"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상상할 수 조차 없을만큼

강렬하고도 눈부신 햇살이

도시의 거리 구석 구석을 내리쬔다.

 

민트색, 연분홍색, 연노란색의 화사한 건물들 사이로

마치 침엽수림처럼 길게 뻗은

모델같은 여성들이,

말 그대로 샛노란색, 샛분홍색, 새파란색의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고서

이 뜨거운 햇살 아래 당당하고 도도하게 걸어간다.

 

마치 이 짧은 여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리고 이 강렬한 햇살이 다시는 없을 것처럼."

 

 

- 2016. 8. 2. Travel note, Moscow in Russia

 

 

 

 

 

 

 

 

사실 걸으려면 걸을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나는 걷는 걸 좋아하지만)

한 여름 땡볕에서 걷는 것은 꽤 지치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걷고 걸어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에 도착했다.

 

 

역시나 하얀색 벽과 금색 양파모양의 돔으로 만들어진 이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은

1812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인 조국전쟁의 승리를 가져다 준 신의 은총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당시에 소비에트 궁전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폭파, 철거하기 시작했는데

2차 세계대전으로 철거가 중단되었다가 1994년에서야 복원사업을 진행해서 2000년에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성당은 어제 크림렌 안에서 보았던 사원들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장엄하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단 하나 주의할 점! 이 대성당은 이탈리아 성당들처럼 복장규제가 엄하다.

※ 민소매나 너무 짧은 바지를 입고 있을 경우, 입장을 저지  당하기 때문에

성당 내부를 관람하고 싶다면 팔이나 다리를 가릴만한 스카프나 가디건을 가지고 가는게 좋다.

안타깝게도 어린 J가 짧은 반바지 탓에 걸려서 J와 나만 성당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파란하늘아래 빛나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오늘도 역시나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거대한 구름 아래 모스크바 강변의 풍경. 이제야 조금 러시아 같다.

 

 

 

저 멀리 크렘린의 망루들과 이반대제의 벨 타워도 보인다.

 

 

 

 

모스크바 강을 건너, 조금 더 걸어서 드디어 뜨레치아코프 미술관(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미술관은 러시아인들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모스크바 상인이었던 뜨레치아코프가

자신이 수집한 작품을 모스크바시에 기증하면서 세워진 미술관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미술관은 러시아 미술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같은 미알못은 야심차게 들어갔다가 점점 빠르게 지나치게 됨...(ㅠㅠ)

 

 

여기 러시아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티켓자동판매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줄을 서서 직원에게서 표를 산다는 것이다.

뜨레치아코프 미술관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서있는데,

1층으로 올라가보니 티켓자동판매기 앞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결제단계에서 살짝 버벅거리긴 했지만, 옆에 있던 러시아 커플이 친절하게 도와준 덕분에

재빠르게 표를 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여튼, 러시아에서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는게 개이득 (-_-)=b

 

 

 

 

건물양식마저 독특한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미술관 밖에는 저런 작은 귀여운 가게들도 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바로 저 상점들 바로 뒤에 비밀의 화원같이 숨겨져 있는 한 비건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이름은 Sok (Кафе-студия СОК : 카페-스뚜지냐 쏰)

그냥 가까이에 있어 들어갔는데 구글리뷰 4.3/5의 나름 퀄리티가 보장되는 곳이었음!

 

 

실내에도 들어갈 수 있고, 외부에도 앉을 수 있는데

적당히 그늘져 있는 테라스 석에 앉았다. (그런데 점점 내 자리로 햇살이 침범해 들어옴)

 

 

 

 

 

카페 밖에 말로만 듣던 러시아 미녀언니(라고 쓰지만 나보다 13살은 어릴 것이다)

도시가 이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이뻐서 도시가 이쁘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플레이팅도 이쁜 스프

 

단호박과 당근으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너무너무 내 스타일로 맛있었다. 건강한 맛!

 

 

 

 

사실 나는 비건 음식에 별로 거부감도 없고, 건강식이라서 아주 좋아하는데

K와 J가 비건 음식을 처음 먹는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비건 음식인거 모르고 먹으면 정말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만큼

음식 자체가 워낙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

여튼, 구글 평점이 높으니 좋은 집은 좋은 집이야.

저는 뜨레치야코프 미술관 가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

 

 

 

날씨만큼이나, 화창하고 화려한 여름의 모스크바.

이제는 오히려 눈이 쌓인 추운 겨울이 상상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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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아호드늬 랴뜨 쇼핑몰 내에 있는 무무(MyMy)

모스크바에 30여개의 지점이 있는 체인 레스토랑으로 여기도 역시 셀프로 여러가지 음식 중에 골라담으면 된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볍게 한 끼 먹기에 괜찮은 것 같다.

 

 

 

꼬치구이인 샤슬릭과 구운 야채. 츤데레 직원이 카라멜을 공짜로 줬다.

 

 

낭만적인 가로등의 실루엣 :) 넘나 이쁘다.

 

 

 

 

 

저녁을 먹고서 간 곳은, 이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O2 Lounge).

츠베르스카야 울리차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 12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는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가서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이용할 수가 있다.

심지어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아도 잠시 경치만 보고 나와도 된다.

우리도 호텔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갔다.

 

시간은 딱 해가 질 때 쯤이었는데,

바로 붉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최전방 자리는 식사예약한 고객들에게 우선 배정되는 것 같았고

우리는 Bar를 이용할거라고 했더니 한 칸 뒷줄에 앉혀줬다.

그래도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데는 전혀 지장 없다 :)

 

 

붉은 광장 반대쪽으로 황금빛 노을이 진다. 저 멀리 스탈린 양식의 외무성(아마도)이 보이네.

 

 

 

한 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가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스카이라운지 뒷편으로 해가 넘어간다.

강남 한복판의 34층 건물에서 항상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나는, 아무 이유없이 러시아를 생각하곤 했었다.

저 광활한 하늘 해가 넘어가는 저 곳에 러시아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가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그 해가 지는 곳에 있다니.

지금 저 해는 또 어디로 넘어가고 있을까.

 

 

저녁을 먹고 왔으니 가볍게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드디어 붉은 광장이 붉게 물든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황금색의 빛깔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아주 빠르게 물들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잃는다.

빛에 투명해졌던 사물들이 어둠에 탁해진다.

 

 

 

 

 

 

해가 지면서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역사 박물관과 크렘린,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사원의 황금 돔.

 

 

 

 

 

드디어 완전히 해가 사라지고 검푸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건물에 하나 둘씩 조명빛이 들어온다.

 

 

 

 

건물 끝의 빨간 별, 노란 별들 사이 보이는 성 바실리 성당의 야경.

건물 끝에 달린 별 장식이 이 순간을 동화처럼 만들어준다.

딱딱해보이는 건물들 위에 크리스마스 같은 별모양이라니.

츤데레 같은 이 나라 사람들처럼,

건물들에서조차 웬지 모르게 웅장하고 거대한 위용 가운데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환상의 시간.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노을빛도 모두 사그라져가는 시간.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츠칼튼 12층의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한 여름밤 바람이 기분마저 설레게, 시원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상상이나 해본적 있었을까.

 

러시아 모스크바 한 가운데서,

붉은 광장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이 시간, 이 순간을.

 

 

2016. 8. 1. travel note in Moscow. Russia.

 

 

 

 

#러시아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배낭여행 #모스크바 #모스크바 여름 #붉은광장 #붉은광장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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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남서쪽의 노보데비치 수도원

 

 

화려한 굼 백화점 - *

 

 

 

 

크렘린 내부를 다 둘러보고 스빠스까야 망루에서 붉은 광장으로 나왔다.

크렘린의 붉은 성벽 맞은 편, 붉은 광장 한쪽에 길게 늘어선 3층짜리 유럽스러운 건물이

바로 1893년에 지어진 굼 백화점 (ГУМ :  Глáвный универсáльный магазѝн)이다.

뭐랄까, 나는 이 굼 백화점을 보고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갈레리아 백화점이 생각났다.

뭔가 비슷해 (@.@)

일단 12시가 넘었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굼 백화점으로 고고 :)

 

 

 

 

알록달록한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백화점의 화단 :)

 

 

 

굼 백화점 3층에 소비에트 스타일의 셀프 레스토랑인 스딸로바야 No.57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마치 대학교 학생 식당처럼 라인을 따라 여러 가지 음식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줄을 따라 앞으로 움직이면서 먹고 싶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집으면 되는데

점심시간이라서 줄은 엄청 길고 앞뒤로 어떤 음식이 있는지 잘 몰라서 어물쩡 어물쩡 거리다가

생각보다 몇 개 집지를 못하고 계산대까지 밀려가버렸다.

사람이 많아서 밀려오면 다시 뒤로 되돌아갈 수 없는게 함정 (ㅠ.ㅠ)

 

 

 

 

스딸로바야 No. 57에서 겨우겨우 주운(?)한 음식

 

 

 

빵 옆에 있는 하얀 팬케잌같이 생긴 것이, 러시아식 팬케잌 블리니(Блины́)라는 건데

프랑스식 크레페 얇게 반달처럼 접은 것도 있고,

저건 안에 고기를 넣어 도톰하게 만든 블리니였다.

안에 무얼 넣는지는 만드는 사람 마음이어서 프랑스의 크레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눈치보다가 대충 집게 되었지만, 배가 고픈건 아니어서 일단 가볍게 요기를 했다.

 

 

 

굼 백화점 내부 : 온실같이 생겨서 후끈후끈하다.

 

 

 

백화점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이제 모스크바의 상징같은 건물 성 바실리 성당을 보러 갔다.

정말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성 바실리 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

이 성당은 러시아 황제 이반4세가 카잔 한국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1555년부터 5년여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성당의 원래 대자인은 8개의 예배당이 별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였는데

이반 4세의 아들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1588년 성 바실리의 유해 안장을 위해 9번재 예배당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참고로, 러시아 사람들 이름은 "이름 + 부(父)성 + 성(性)" 3개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는데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해서 부성을 만들기 때문에 부성을 들으면 아버지 이름을 알 수 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의 '이바노비치'에서, 그의 아버지 이름이 '이반'이라는 걸 역으로 알 수 있다.

 

 

 

모스크바의 상징같은 건물, 성 바실리 성당♡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2년 전을 떠올리면서 :D

 

 

2014년 처음 왔을때, 아드리아해에서 2주간 놀았더니 바짝 탔구나.하하.

 

 

빠질 수 없는 인증샷 ♡ 장난감처럼 보여도 사실 꽤 크다!

 

 

 

입장권을 끊으면 성당 내부도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2년 전에 이미 들어가봤으므로

이번에는 성당을 따라 한 바퀴 크게 돌고 가벼웁게 성 바실리 성당 구경을 마쳤다.

2년 전에 왔을 때, 처음 이 바실리 성당이 보일 때부터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2번째 보니까 익숙하기도 하고 약간 더 장난감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이걸 내 인생에 두 번이나 볼 줄은 몰랐네 :P

 

 

 

그렇게, 붉은 광장에서의 오전과 이른 오후를 보내고서

우리는 메트로를 타고 시내 남서쪽에 있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Новодевичий Монастырь)으로 향했다.

메뜨로 1호선 스뽀르찌브나야(Спортивная)역에서 내리니 갑자기 관광지에서 사람 사는 동네로 이동한 느낌이다.

훨씬 한적하고 운치있는 낮은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향해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난 관광지보다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이 좋더라 ♬

 

 

수도원은 작은 호수를 옆에 끼고 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이 호수에서 '백조의 호수'의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쌍뜨뻬쩨르부르크에서 발레 '백조의 호수' 볼건데 ...♡

 

 

 

잔잔한 호수 위에 비치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

 

 

 

 

평일 낮이어서인지, 아니면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수도원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동네 주민 같은 러시아인들 몇명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그늘아래 벤치에 앉아있다가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호숫가는 평화롭고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8월 첫째주의 모스크바에서는 물이 아주 절실하다. 물!

여름에 모스크바를 돌아다닐 땐 항상 물을 들고 다녀야한다.

 

나 여기 정말 좋은데, 너무 더워......ㅠㅠ

낮에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 ㅜㅠ 헉헉

(그런데 다음 날은 더 더웠다는게 함정)

 

 

결국, 더위에 너무 지친 나머지, 우리는 호수를 빙 둘러 길 건너편에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이름은 다블비 (ДАБЛБИ), 영어로 하면 Double B.

커피가 너무 절실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오 나름 굉장히 모던하고 우리나라 젊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의 깔끔한 카페였다.

그리고, 뒤돌아 생각해보니 (스타벅스를 빼고) 러시아에서 마셨던 커피 중에 top2였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곳인데 가이드북에도 나와있고, 트립어드바이저에도 상위랭킹인 카페였네. :)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작은 호수 끝에 있는 카페 더블비. 

 

 

 

 

저 멀리 호수가 보이는 다블비

 

 

시원한 아이스 라떼 >.<

 

 

 

모던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더위도 식히고 수다도 떨고 나니 기운이 난다.

호수를 따라 공원 한 바퀴만 더 돌아보자 ♬ 

그래도 사람들에게 치이는 곳에 있다가 공원으로 오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덥고 어쩌고 해도 평화롭고 좋코나 :)

 

 

 

 

크렘린의 붉은 장벽과는 달리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수도원, 이뽀라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노을 질 때 가면 예쁘다고 했는데,

한 여름의 러시아에서 노을을 보려면 8시는 훌쩍 넘겨야 한다.

우리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에서의 노을은 포기하고,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라운지에서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다시 붉은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 이제, 붉은 광장의 노을 보러 함께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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