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실리 성당, 그리고 남서쪽의 노보데비치 수도원
화려한 굼 백화점 - *
크렘린 내부를 다 둘러보고 스빠스까야 망루에서 붉은 광장으로 나왔다.
크렘린의 붉은 성벽 맞은 편, 붉은 광장 한쪽에 길게 늘어선 3층짜리 유럽스러운 건물이
바로 1893년에 지어진 굼 백화점 (ГУМ : Глáвный универсáльный магазѝн)이다.
뭐랄까, 나는 이 굼 백화점을 보고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갈레리아 백화점이 생각났다.
뭔가 비슷해 (@.@)
일단 12시가 넘었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굼 백화점으로 고고 :)
알록달록한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백화점의 화단 :)
굼 백화점 3층에 소비에트 스타일의 셀프 레스토랑인 스딸로바야 No.57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마치 대학교 학생 식당처럼 라인을 따라 여러 가지 음식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줄을 따라 앞으로 움직이면서 먹고 싶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집으면 되는데
점심시간이라서 줄은 엄청 길고 앞뒤로 어떤 음식이 있는지 잘 몰라서 어물쩡 어물쩡 거리다가
생각보다 몇 개 집지를 못하고 계산대까지 밀려가버렸다.
사람이 많아서 밀려오면 다시 뒤로 되돌아갈 수 없는게 함정 (ㅠ.ㅠ)
스딸로바야 No. 57에서 겨우겨우 주운(?)한 음식
빵 옆에 있는 하얀 팬케잌같이 생긴 것이, 러시아식 팬케잌 블리니(Блины́)라는 건데
프랑스식 크레페 얇게 반달처럼 접은 것도 있고,
저건 안에 고기를 넣어 도톰하게 만든 블리니였다.
안에 무얼 넣는지는 만드는 사람 마음이어서 프랑스의 크레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눈치보다가 대충 집게 되었지만, 배가 고픈건 아니어서 일단 가볍게 요기를 했다.
굼 백화점 내부 : 온실같이 생겨서 후끈후끈하다.
백화점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이제 모스크바의 상징같은 건물 성 바실리 성당을 보러 갔다.
정말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성 바실리 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
이 성당은 러시아 황제 이반4세가 카잔 한국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1555년부터 5년여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성당의 원래 대자인은 8개의 예배당이 별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였는데
이반 4세의 아들 표도르 이바노비치가 1588년 성 바실리의 유해 안장을 위해 9번재 예배당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참고로, 러시아 사람들 이름은 "이름 + 부(父)성 + 성(性)" 3개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는데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해서 부성을 만들기 때문에 부성을 들으면 아버지 이름을 알 수 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의 '이바노비치'에서, 그의 아버지 이름이 '이반'이라는 걸 역으로 알 수 있다.
모스크바의 상징같은 건물, 성 바실리 성당♡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2년 전을 떠올리면서 :D
2014년 처음 왔을때, 아드리아해에서 2주간 놀았더니 바짝 탔구나.하하.
빠질 수 없는 인증샷 ♡ 장난감처럼 보여도 사실 꽤 크다!
입장권을 끊으면 성당 내부도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2년 전에 이미 들어가봤으므로
이번에는 성당을 따라 한 바퀴 크게 돌고 가벼웁게 성 바실리 성당 구경을 마쳤다.
2년 전에 왔을 때, 처음 이 바실리 성당이 보일 때부터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2번째 보니까 익숙하기도 하고 약간 더 장난감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이걸 내 인생에 두 번이나 볼 줄은 몰랐네 :P
그렇게, 붉은 광장에서의 오전과 이른 오후를 보내고서
우리는 메트로를 타고 시내 남서쪽에 있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Новодевичий Монастырь)으로 향했다.
메뜨로 1호선 스뽀르찌브나야(Спортивная)역에서 내리니 갑자기 관광지에서 사람 사는 동네로 이동한 느낌이다.
훨씬 한적하고 운치있는 낮은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향해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난 관광지보다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이 좋더라 ♬
수도원은 작은 호수를 옆에 끼고 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이 호수에서 '백조의 호수'의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쌍뜨뻬쩨르부르크에서 발레 '백조의 호수' 볼건데 ...♡
잔잔한 호수 위에 비치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
평일 낮이어서인지, 아니면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수도원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동네 주민 같은 러시아인들 몇명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그늘아래 벤치에 앉아있다가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호숫가는 평화롭고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8월 첫째주의 모스크바에서는 물이 아주 절실하다. 물!
여름에 모스크바를 돌아다닐 땐 항상 물을 들고 다녀야한다.
나 여기 정말 좋은데, 너무 더워......ㅠㅠ
낮에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 ㅜㅠ 헉헉
(그런데 다음 날은 더 더웠다는게 함정)
결국, 더위에 너무 지친 나머지, 우리는 호수를 빙 둘러 길 건너편에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이름은 다블비 (ДАБЛБИ), 영어로 하면 Double B.
커피가 너무 절실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오 나름 굉장히 모던하고 우리나라 젊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의 깔끔한 카페였다.
그리고, 뒤돌아 생각해보니 (스타벅스를 빼고) 러시아에서 마셨던 커피 중에 top2였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곳인데 가이드북에도 나와있고, 트립어드바이저에도 상위랭킹인 카페였네. :)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작은 호수 끝에 있는 카페 더블비.
저 멀리 호수가 보이는 다블비
시원한 아이스 라떼 >.<
모던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더위도 식히고 수다도 떨고 나니 기운이 난다.
호수를 따라 공원 한 바퀴만 더 돌아보자 ♬
그래도 사람들에게 치이는 곳에 있다가 공원으로 오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덥고 어쩌고 해도 평화롭고 좋코나 :)
크렘린의 붉은 장벽과는 달리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수도원, 이뽀라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노을 질 때 가면 예쁘다고 했는데,
한 여름의 러시아에서 노을을 보려면 8시는 훌쩍 넘겨야 한다.
우리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에서의 노을은 포기하고,
붉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라운지에서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다시 붉은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 이제, 붉은 광장의 노을 보러 함께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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