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스크바 - 도착 : 유심칩, 얀덱스택시, 숙소 (호텔)

 

 

 

from ICN to SVO

 

 

 

 

 

 

2016년 7월의 마지막 날.

햇살이 이글거리던 토요일 오후 2시.

나와 지난 2월 샌디에고를 함께 여행했던 친척 K, 그리고 또 다른 친척 J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힘차게 뜨거운 하늘 한 가운데로 날아올랐다.

 

 

드디어,

13년의 꿈인 러시아 여행이,

그리고 열흘간의 여정이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이번 여행은 러시아에서 끝나지 않고 헬싱키에서 3일을 더 머문다)

 

 

여행이 이렇게 시작되는데도 실감이 안 난다.

언제서부턴가, 여행한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 것 같다.

조금은 현실을 잊어버리고, 끝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낯선 세상을 헤메며 여행을하고 싶은데

직장인이 된 이후로 돌아가야 하는 일상의 압박이 크게 느껴지는 걸까- 

또 여행지의 정보에 너무 미리 노출되고,

여행지에서도 인터넷으로 계속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현실과 여행이 잘 구별되지 않는 것만 같다.

차라리 현실이 여행같으면 좋으련만,

여행이 현실의 감촉에 들러붙는 그런 느낌이다.

 

 

 

 

 

환한 창밖의 셰례미티예보 공항의 풍경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약 9여시간을 날아,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미티예보 공항에 내려앉았다.

도착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 50분.

확실히 위도가 높아서인지 여름 오후인데 마치 오후 2시처럼 밖이 환하다.

 

 

이전까지 아에로플로트를 여러 번 타면서

셰레미티예보 공항에서 4번이나 환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공항은 낯설지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최근 방문이 2년 전이라서 입국 수속을 밟는 길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

 

 

우리는 가볍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서 러시아 유심칩을 사기 위해 

아에로익스프레스가 있는 터미널로 이동했다.

스타벅스 맞은 편에 러시아 통신사가 여러 개 있는데

우리는 모스크바와 쌍뜨뻬쩨르부르크에서 모두 쓸 수 있다는 "메가폰" 을 골랐다.

한 달 동안 데이터 4기가 짜리 유심이 300루블.

우리나라 돈으로 바꾸면 6천원도 안한다.

내 한 달 핸드폰 요금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통신사 내 이것들을...(-_-)

 

 

유심칩을 샀더니, 메가폰 직원이 알아서 유심칩도 갈아끼워주고

핸드폰도 재부팅(?)해서 이런저런 설정들을 다 맞게 세팅해주니

유심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럼, 이제 모스크바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참고로, 러시아는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나 우버처럼,

러시아 고유의 택시호출앱인 "얀덱스 택시" 가 있다.

원하는 목적지를 검색하면 거리와 요금이 픽스되어 나오기 때문에 바가지를 쓸 일이 없다.

우린 3명이기 때문에 아에로익스프레스보다 택시가 경제적이고,

아에로익스프레스를 타도 나중에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편하게 얀덱스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얀덱스 택시 사용법을 잘 모르니, 통신사 직원에게 부탁해보자!

통신사 직원에게 얀덱스 앱을 보여주고 주소를 찍어줬더니

친절하게도(그런데 표정은 친절하지 않다) 직접 택시아저씨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있는 터미널을 기사아저씨에게 (화내듯이, 하지만 화난거 아니다) 설명해주고

우리에게 바로 밑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시크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까레얀까 뜨리(한국인 여자 3명)이라고 말해달랬더니

이미 말해놓았다고.

...너 좀 센스있다.....

 

 

 

러시아 사람들 조금만 겪어보니까 귀여운 츤데레다.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한 일본같지는 않지만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다들 잘 들어준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쓰빠씨바"만 끝에 붙여줘도 조금씩 더 친절해진다.

 

 

 

어쨌든, 친절한 츤데레 직원이 알려준대로 내려갔더니, 택시 한 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불곰국사람들답게 덩치도 커서 커다란 트렁크를 훌쩍 훌쩍 들어 택시 안에 쌓아올리고는

드디어 모스크바 시내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휴. 지금까지 블로그에서 보고 배운대로 잘 했어!

 

 

 

시내로 가는 길. 오후 5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중천이다.

 

 

드디어 택시가 츠베르스까야 울리챠 (Tverskaya St.)로 들어섰다.

그런데 금세 도착할 것 같던 호텔에 닿지를 못하고 택시가 뱅뱅 돈다.

알고보니 공사중이어서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짜피 택시요금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요금이 더 올라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몇 번이나 이 골목, 저 골목을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를 끝까지 데려다주려는

불곰국 택시기사아저씨에게 또 한 번 감동♡을 받고, 결국 호텔 근처에서 내렸다.

우리가 두리번 거리니 호텔을 찾느냐고 묻는 공사장 인부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코트야드 호텔에 도착했다.

방은 깨끗했고 3명이 자고 짐을 풀기에 공간이 아주 넉넉해서 만족스러웠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이제 겨우 7시가 조금 넘었고 밖은 환하였지만

이미 한국은 밤이 되어버렸기에, 에너지를 아낄 겸, 시차도 적응할 겸

우리는 무리하여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늘은 여기서 푹 쉬기로 했다.

사실 은근 지쳐서 돌아다닐 기력이 없었다. 나이드니까 힘든다.

도대체 그 옛날에 밤새 레포트 쓰고 공항가서 모스크바까지 9시간 날아서,

5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서, 3시간을 마드리드까지 날아가서, 10시간을 야간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가서 또 바로 구경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러니까 정신놓고 있다가 카메라를 도둑맞았던거겠지....(..)

 

 

참고로, 러시아여행을 할 때 러시아어를 몰라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특히 쌍뜨뻬쩨르부르크는 유럽에 가까워서 영어로도 충분하다)

아주 간단한 기초 러시아어 정도만 할 줄 알아도

확실히 러시아 여행이 한 결 수월해지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른쪽/왼쪽, 집/호텔, 역, 출발 등등)

 

 

오늘 유심칩을 살 때도, 택시기사와 공사장 인부들에게 호텔위치를 물었을 때도

비록 더듬거리고 단어만 나열하는 수준이었지만서도

기본적인 단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자, 내일부터 진정한 러시아 여행 시작이다 ♡

 

 

 

★ Courtyard by Marriott Moscow City Center.

 

1) 관광지와의 접근성 매우 좋음 : 붉은 광장에서 2블럭 정도 거리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2) 트리플룸 : 57만원/3박 (조식 없음) - 1인당 약 7만원

3) 시설이 깨끗하고 지하에 작은 Gym이 있어서 이용 가능 :)

 (홈페이지 : http://www.marriott.com/hotels/travel/mowcy-courtyard-moscow-city-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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