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목표이자 바람이자 동반자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인생의 궁극의 가치를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고, 행복이란 이름으로 많은 것을 용서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토록 놓지 않으려 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아니 실은 4~5년 전쯤 생각하고 결론지었던 행복이란 것을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성취와도 같았다.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던 것,
시험에서 A+나 원하던 점수를 받았던 것,
도전했던 대학원과 기업에 합격했던 것.
나는 내가 성취했던 결과에 행복해했고
이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이벤트와 같았다.
압도적인 행복감을 주었지만 유효기간이 썩 길지 않았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것 같던 이 행복은 하루 이틀이면 무덤덤해졌고,
일상은 여느 때와 같았다.
그 이후로 20대 중반과 후반에 생각했던 행복은, 내 마음에 불안하거나 괴로움 없이
모든 것에서 균형이 맞고 평온한 것이 되었다.
불안하고 불행한 마음이 없는 것.
살아보니 그런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들이 언제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꼭 무언가 하나씩 마음에 돌을 던지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부모님과의 다툼이나 남자친구와의 다툼일 때도 있었고,
취업이나 시험에서의 고전 혹은 고배기도 했고,
때론 몸이 아주 심하게 아프거나 마음이 다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것들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고, 나는 행복이란게 내가 얻고 싶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마음에 짐 같던 것들이 어느 하나 나를 건들이지 않는 날, 그 날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행복에 대해서 또 한 번 생각한다.
과연 모든 것들이 균형잡히고 무결한 상태가 행복한 것일까.
그것이 사람의 일생에서 가능한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는 것일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때가 아니라
조금은 부족한 것이 있는 때가 정상적이고 또 행복한 게 아닐까.
외롭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 와중에 즐겁기도 하고 웃음짓기도 하고
그런 모든 좋고 나쁜 감정들이 어울려 얼룩져 있는 것이 실은 행복이 아닐까.
우리는 완전무결한 행복을 위해 살아갈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건 신기루 같고 영원히 갖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꿈같은 게 아닐까.
지금 이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이 모든 것에 무릎꿇지 않을 수 있을 정도라면
이것이 실은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제도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하고
또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조금 슬프고 외로워도 된다.
조금 아프고 괴로워도 된다.
이미 그것으로도 행복한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