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12.
Buenos Aires
# 19 de Agosto, 2015
햇살이 쨍하던 오후가 지나고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날씨는 급속도로 쌀쌀해졌다.
쌀쌀하다기보다 으슬으슬하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 같아.
레꼴레따 묘지에서 나온 나는 몸을 녹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실해졌다.
찐찡이는 레꼴레따 주변 가게들을 둘러보고 싶다고 해서 보냈고,
레꼴레따 묘지 근처 삘라르 성모 교회 맞은편에 있단 모던한 분위기의 PERSICCO(뻬르시꼬)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뻬르시꼬도 부에노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체인점이라고 하네.
근데 난 추우니까 아이스크림은 패쓰!
"Un cafe con leche, por favor." (라떼 한잔 주세요)
"Por aquí o para llevar?" (여기서 마실꺼야 아니면 take out할꺼야?)
"??..mm....para llevar" (...-뭐래는거지- 음..take out 할게)
"para llevar?" (Take out 하는거지?)
"no. para llevar" (아니, Take out할꺼야)
....
참고로 중남미도 스페인어를 쓰지만 지역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르헨티나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엘례 (Ll)발음을 스페인에서는 [예]라고 발음하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셰]라고 발음하다.
그래서 나와 점원은 똑같은 단어인 Llevar를 가지고 서로 [예바르] [셰바르] 하며 한참 옥신각신을 한거다.
웃긴 해프닝이었지만, 이럴 때 스페인어를 배우길 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직원과 스페인어로 옥신각신 하다니!
이러다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 언어 다 배워 갈 기세.
처음엔 Take out을 해서 조금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귀찮다. 춥다. 엉엉 나는 조금 쉬어야겠다.
삘라르 성모 교회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날씨 좋은 날에 바깥에서 커피마시면 정말 좋겠다!
take out하겠다고 서로 밀당(?)하다가 결국 모그잔에 받았다. 초코볼도 서비스 :)
구름 너머 노을이 지는가보다. ..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찐찡이가 돌아왔다.
은근 괜찮은 샵들이 많은 것 같다고-
이제 따뜻하게 몸도 녹였으니 우리 남은 부에노스 레꼴레따 지역을 한 번 산책해볼까?
가로등에 불이 켜지네요. 아름다운 도시에 운치가 더해집니다 .
우리가 지금 보러 가는 것은, 플로라리스 에네리까 (Floralis Genérica).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조형물인데 해가 피는 낮에는 피고, 밤에는 접히는 움직이는 꽃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얕은 언덕모양의 잔디밭이 있었는데, 알베아르 광장(Plaza Torcuato de Alvear)라고 하네.
뭐랄까. 아담하고 아기자기한데 사람들 몇몇이 앉아있어서
날씨만 따뜻하고 햇살이 내리쬐면 당장이라도 샌드위치를 사서 가서 누워있고 싶을 정도였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 뒤돌아보면서 여유가 있으면 꼭 다시 오자, 꼭 다시 오자 하면서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여행은 항상 내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날씨가 좋으면 다시 오자고 다짐했지만 나는 끝내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돌아가지 않았다일까?
어쨌든 나는 날씨가 좋았던 마지막 날에 알베아르 광장을 포기했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눈 앞에 보이면서도 다른 선택때문에 놓치는 것들,
나중에 기회가 또 올거라고 믿으며 지나가지만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기회들이 있다.
여행은 짧은 인생 같다.
인생에서 긴 시간 동안 배우는 것들을 짧은 시간 동안 깨닫게 된다.
걷다보니 갑자기 젊은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하나 둘, 이른 저녁에 가벼운 차림으로 열심히 조깅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갔다.
오...역시.....
가다보니 그리스 신전같이 생긴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법학부 (Facultad de Derecho, Universidad de Buenos Aires)다.
법대만 이렇게 따로 있는걸까? 구글링을 해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UBA : Universidad de Buenos Aires)는 첫날 가봤던 갤러리아 빠시삐꼬 근처에 있네.
UBA 법학부 건물. 단대 건물 치고 어마어마한 크기네.
괜히 사진 한 장 찍어보아요.
학교근처라서 그런지 젊은 아이들도 많고, 관광지보다는 사람이 사는 곳 같이 자연스러워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싶기도 하고 - 이렇게 사방 팔방 조깅하는 데는 UBC말고도 또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 새 플로라리스 헤네리까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꽃잎을 접어버리는 플로라리스 헤네리까. 저 위에 초승달을 바라보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금속 모양의 조형물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레꼴레따 지역에 충분히 걸어볼만한 거리 안에 은근히 볼 것들이 많다.
조금만 뒤돌아서 UBA 법대로 돌아가면 그 근처에 국립미술관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이 있다.
역시 그리스 신전 처럼 생긴 분홍색 건물인데, 전시는 무료 :)
종료 시간까지 1시간 30분정도 남아있어서 얼른 입장했다.
밤이라 안타깝게도 분홍색 건물이 티가 나질 않네.
국립미술관에는 나같은 미술 문외한이어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특히,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의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Cándido Lopez라는 작가의 그림인데 아르헨티나의 풍경과 또 스페인이 남미땅을 정복해오는 과정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들었던 국립미술관 링크에서 캡쳐해왔다.
(El Origen -출처- ☞ http://mnba.gob.ar/coleccion/obra/7120)
그런데 글을 쓰면서 다시 보니, 얼마전에 <꽃보다 청춘>에서 나온 아프리카의 워토홀과 비슷한 이 느낌은 뭐지....(...)
어쨌든, 짧지만 알차고 만족스러운 국립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
우리는 첫 날 찾으려다 실패한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인 <El Ateneo>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엘 아떼네오 (El Ateneo)는 원래 오페라 극장이었는데 이를 개조해서 서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엘 아뗴네오에서 내리는데 젊은 남자 택시 기사가 잘가라면서 윙크를 한다....
어제부터 느끼는 건데 여기 아르헨띠나 남자들 왜 이러니...윙크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이야.
어쨌든, 드디어 엘 아떼네오에 들어가봅니다.
2층에 올라 서서 본 엘 아떼네오의 정면
층층이 색겨진 조각들과 전구들이 어우러져 블링블링하다.
오페라를 보러 온건지, 책을 보러 온 건지 헷갈립니다.
오페라 극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엘 아떼네오의 내부느는 정말 오페라 극장이었던 것이 실감날만큼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이다.
우리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와서 책을 살리는 만무하지만 - 이렇게 특색있는 경관으로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것도 멋있는 것 같다.
참고로 발코니 석에 가면 소파가 한 두 개씩 있어서 잠시 앉아 쉴 수도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오페라 극장 처럼 생긴 서점의 발코니 석에 앉아서 책 읽는 기분은 또 색다른다는 거!
엘 아떼네오에 간다면 꼭 추천~! 저는 거기서 셀카를 열심히 찍었습니다.
엘 아떼네오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어느 새 시간은 9시.
한국인 기준으로 하면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다.
하지만 이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이제부터가 저녁 시작이라는 거.
우리는 잠시 엘 아떼네오가 있는 그 거리를 방황하다가 바로 그 근처의 Buenos Aires Gril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내부 경관이 점심 때 갔었던 Las Cabras보다 한 층 고급지고 약간 나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비싸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 메뉴를 보니 걱정할게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물가 때문에 배고플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녁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소고기 부위에 대한 그림과 이름.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다. 물론 소고기를 봐도 나는 무순부위인지 모른다는게 함정.
일단, 아르헨티나식 만두인 엠빠나다 (Empanada)하나 주문이요!
남미 여행을 하기 전에 찐찡이랑 예행연습을 한다며
남미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엠빠나다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오리지날이 아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거기가 특별히 못해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별로여서 엄청 실망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본토에서 도전하는 엠빠나다.
고기가 들어간 엠빠나다를 하나 주문했는데
겉은 방금 튀겨서 바삭바삭하고
내부는 부드러운 고기와 속재료로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눈깜짝할 새에 먹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메인 코스인 스테이크가 나왔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의 진짜 스테이크가 나타났다.
점심 때도 스테이크를 먹어서 (게다가 약간 실망했었음) 저녁으로 또 스테이크를 먹으면 질리지 않을까 했는데
헷, 잘 구워진 고기는 살살 씹혀서 또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참고로, 나는 또 갈비구이를 시켰고 찐찡이는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 찐찡이게 훨씬 맛있었다.
엠빠나다 하나에, 손바닥보다 큰 소고기 갈비에, 음료수까지 시켜먹었는데 총 155페소. 당시 환율로 한 10달러 조금 넘으니 우리나라돈으로 12000원?
지금은 달러 환율도 올랐고 - 페소환율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년엔 달러 환율도 좋았고, 페소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 정말 페소 무서운 줄 모르고 여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불과 3년전에 여행했던 언니는, 당시 아르헨티나 페소가 강세여서 내가 낸 금액의 2배정도씩 더 비싸게 주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알찬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갑니다.
이제 남은 여행은 고작 하루 하고 반나절.
점점 아쉬워지네
그나저나 제발 오늘 밤은 방이 좀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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