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8.

Perú → Foz do Iguaçu

 

 

 

쿠스코→리마→상파울로→이과수

 

 

 

 

# 15 de Agosto, 2015

 

어제 밤,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돌아오던 밤.

포로이 역에서 쿠스코 시내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택시 기사에게 창문을 열고 보아도 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 했다. 흔쾌히라기보다, 이 수많은 별 아래서 자란 그는 쏟아질듯한 그 별이 그리 신기하지 않은 듯 했다.

별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아서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그렇게 별구경을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마추픽추에 갔다온 탓에 너무 지쳐 쓰러져 잠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바로 내일 새벽 4시에는 일어나 공항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피곤함을 꾹꾹 참으며 여행가방을 챙겼다.

 

다음 날, 몇 시간 채 자지도 못했지만 오늘은 이 남미 대륙을 가로질러 이과수 폭포까지 이동해야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들렀다가 이과수로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낭비를 줄이려 페루에서 바로 이과수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직항이 비행기가 없어서 우리는 오늘 하루 종일 비행기를 2번 갈아타야만 한다.

지하철도 아니고, 하루에 비행기를 2번씩이나 갈아타다니.

역시 땅이 넓고 볼 일이다.

 

 

 

 

LAN 항공을 탑니다.

 

 

 

숙소에서는 투어나 비행기 일정 때문에

아침식사를 못하는 손님들에게

Lunch 박스를 챙겨주었다.

바나나와 오렌즈 주스, 물, 간단한 스낵이 들어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엄마가 챙겨주는 소풍 도시락을 받는 느낌이 났다.

 

첫번째 비행은

쿠스코에서 다시 리마로 가는 1시간 30분짜리 비행.

쿠스코 공항이 작다고 금세 수속할 줄 알았는데

아침 7시에 쿠스코 공항에 정말 사람 미어터졌다.

역시 관광도시 답다.

 

 

 

 

 

아침 9시 40분.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다시 리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리마공항에만 3번째. 약 2시간 30분의 환승 시간을 거쳐서 정오에 두번째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는 리마에서 상파울로다.

 

 

비행기는 시간대를 넘나들었다.

상파울로에 도착했을 땐, 브라질 시각으로 오후 7시 30분.

 

세번째 비행기의 출발시각은 내일 00:05분.

상파울로에서의 4시간 30분의 환승대기가 시작되었다.

 

브라질은 위험한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상파울로 공항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꺠끗하고 상점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깜짝 놀랐다.

확실히 페루와는 다른 느낌.

완전 현대적이고 다이나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 내가 사는 곳 반대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도시가 있다니.

왠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다.

세상에는 뉴욕, 파리, 이런 도시만 있는게 아니었다.

나는 얼마나 작은 세상 속에 살고 있었나.

미디어가 보여주는 편협된 세상에 갇혀서 거기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살았던 것 같다.

 

 

 

드디어 이과수로 가는 비행기에 탄다.

 

 

 

 

상파울로 공항에서의 4시간 30분 대기하는 동안 정말 피곤함이 머리 끝까지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지난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에 출발해서 단 하루도 느긋하게 쉰 적이 없었다.

물론 쿠스코에서는 침대에 오래 누워있었지만 아팠으니까.

게다가 최근 며칠은 마추픽추때문에 잠도 몇시간 자지 못했으니 말이다.

찐찡이와 나는 급속도로 말이 없어졌다.

피곤했고, 너무 지쳐있었다.

누가 누굴 챙길 그럴 체력이 전혀 없었다.

짧은 일정에 너무 무리했나 싶기까지 했다.

 

문제는 내일이 일요일이라서, 이과수는 사람으로 미어터질 거고,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줄서느라 2~3시간씩 허비한다고 해서

내일도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

이 모든게 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무리한 일정과 이동과 극한 체력소모로 점점 짜증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서 상파울로를 출발한 세번째 비행기는

새벽 1시 44분에 브라질 쪽 이과수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거의 좀비같은 상태의 우리는

미리 호스텔에 신청해놓은 픽업 차량에 올랐다.

 

습한 공기가 창문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한 겨울에서 갑자기 여름의 세상에 들어왔다.

더이상 패딩은 필요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내일 몇시에 일어나자는 약속도 없이

그렇게 까무룩, 기절해버렸다.

 

 

 

 

 

# 항공권  

- 쿠스코 → (리마) → (상파울로) → 이과수 (Foz do Iguacu) : 약 42만원/1인

# 이과수 숙소

 - Che Lagarto Hostel Foz do Iguaçu  (더블침대 2인실) : 약 USD 25$/1인/1일

# 공항 픽업

 - Foz do Iguaçu 공항에서 숙소까지 : 브라질 헤알R$50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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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1. (4日)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잠에서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푸욱 잠들었다.

물론 매일 깨던 시간이 있어 눈을 뜨고, 다시 눕고를 반복했지만.

 

커텐을 여니 일기예보대로 밖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도 오고,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천천히 일어나 샤워하고 나오니 그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집 주인에게 우산을 빌려 나왔다.

어제 그제 오가면서 봐둔 집 앞의 프랑스 베이커리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이런, 오늘 문을 안열었다.

 

 

아, 오늘은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는데.

 

 

문닫은 베이커리앞에서 몇 초간 서성이다 나는 발길을 돌려

에어비앤비 주인이 추천해준 Tea Cafe까지 걸어올라갔다.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데 막상 그 Tea Cafe는 완전 영국식 찻집이었고 나는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먹고 싶었다.

한숨 쉬며 돌아서려는데 바로 그 건물 옆에 사람들이 꽤 북적거리는 -

그리고 신사동에 있을 법한 브런치 가게가 있어서 조심이 문을 열었다.

 

 

- 저..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분주한 오픈 키친. 그런데 왠지 낯익다.

 

 

 

따뜻한 분위기의 실내. 날씨가 좋으면 테라스에 나갔을텐데.

 

 

 

따뜻한 카페라떼를 한 잔 시키고서, 오랜만에 평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꼭 해봐야 하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그러지말자.

따뜻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니 조급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일본에 와서 꼭 일본스러운 것 하라는 법 있나.

그냥 휴가라고 생각해.

하고 싶은 걸 해.

그 어느 강박관념도 갖지 말아.

 

 

든든하게 차려진 함박스테이크 정식

 

 

 

이 곳 카페 이름은 Northshore.

늦게 일어나 늦게 아침을 먹기도 했고, 커피까지 마셔서

점심은 나중에 먹으려고 했는데

옆 사람들이 먹는 브런치 정식이 너무 괜찮은 것 같아서

나도 결국 함박스테이크 정식을 시키고야 말았다.

 

이 여유.

이 낯선 곳에서 여유와 평안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일하지 않는 평일은 시간이 천천이 흐른다.

월요병에 시달리지도 않고,

만원 지하철에서 치이지도 않고,

1시까지 점심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다.

 

나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일기를 쓰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나는 아직 오사카에서 오사카성 말고는 본게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는 전철을 탈 수 있었지만

비도 그치고 해서 천천히 우메다역까지 걷기 시작했다.

그저께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너무 많이 걷는 바람에 골반이 아팠고

여행하는 내내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점점 통증이 줄어들고 걷는 걸음이 경쾌해졌다.

통증에서 벗어나니 한 결 마음이 가볍다. 별거 아닌데도 행복하다.

그렇게 마음 편히 걸으며 우메다 역에 도착했다.

 

 

 

한큐 백화점에서 엄마와 아빠에게 줄 손수건을 사고 Grand Front Osaka 건물로 들어왔다.

쇼핑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9층에 있다는 야외정원에 가고 싶었다.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9층 정원에서 바로본 전경

 

 

 

Grand Front Osaka 9층 정원에 나와 우메다역 근처의 광경을 내려다보며

비가 그친 뒤의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다.

뭔가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배경음악과 함께.

 

오전 내내 흩뿌리던 비가 멈췄다.

아직도 구름이 가득 하지만,

이 바람에 따라 구름이 서서히 몰려가고 아기같은 하늘이 드러났다.

 

역 근처여서 끊임없이 전철의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지만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을 비행기의 소리도

저 공기를 뚫고 들려온다.

이 곳엔 나말고는 아무도 없다.

사각사각 거리는 펜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한참을 홀로 바라보았던 그 하늘.

 

 

좋다.

이 월요일에 천천히 일어나 원할 때 식사하고 빗속을 걷는 하루.

 

구름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오후 4시 20분.

공항에서 내려 노을이 진다고 생각했던 시간이다.

여기 이렇게 앉아있으니 참 좋다.

내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이 다 내 것 같다.

저 멀리서 들리는 차소리, 전철소리가 아득해서

현실에서 떨어져 있따는 실감이 들게 한다.

최근 여행다니면서 가장 일기를 많이 쓰는 여행 같다.

그만큼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난 오늘 비가 와서 참 좋다.

날씨가 좋았으면 뭐라도 밖에서 더 해야하나 싶어서

오사카 만에 가야 하나 아님 오사카성 공원을 돌아야 하나

안절부절하고 웬지 둘 다 해야할 것만 같아서

아침 일찍 시간 아끼려 일찍 일어나 나왔겠지.

 

다행이다.

비가 와줘서.

날이 흐려서.

푹 자고,

한참을 누워있고,

생각 없이 걸어다니고,

해가 질 때까지- 이렇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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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7.

Machu Picchu (Perú)

 

 

# 14 de Agosto, 2015

 

 

 

창 밖은 아직 캄캄한 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새벽 4시, 게다가 이 곳은 깊은 안데스 산맥.

 

 

오늘은, 바로 마추픽추에 가는 날이다.

이 남미 여행을 하게 만든 이유.

 

 

잠을 많이 잔 건 아니지만, 그 곳에 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그리 피곤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침을 먹으러 1층 식당에 내려가니,

이 곳에 묵는 모든 손님들이 이미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있었다.

여기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조식시간은 새벽 4시부터다.

다들 첫 버스를 타고 올라가려고 하다보니 조식시간이 이렇게나 이르다.

우리도 짐을 창고에 넣고 버스를 타러 나왔다.

 

 

 

아직 캄캄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5시 43분. 그런데도 앞에 줄이 어마어마하다.

 

 

 

 

아직 캄캄한 밤 같은데, 이미 버스 타는 곳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줄 행렬을 이루고 있다.

조금씩 동이 터오자, 어딘가에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날씨가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뒤에 서있던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너네 되게 운이 좋구나, 3일 동안 날이 흐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화창할 것 같아! LUCKY!

 

 

드디어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우리도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

 

 

 

구름보다 높이 솟은 안데스 산맥

 

 

 

저 높은 산 너머로 해가 뜨기 시작한다.

 

 

버스는 20여분간을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안데스 산맥의 모습이 장관이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다 생각하면서

도대체 이 높은 곳에 어떻게 돌을 가져다 마추픽추를 만들었단 말인가.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버스는 마추픽추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주었고, 어느새 따뜻한 햇살이 마추피추 입구를 밝히기 시작했다.

 

 

 

식량 저장소 꼴까를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본다.

 

 

 

 

입구에서 망지기의 집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망지기의 집에 닿기 전에

마추픽추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평지가 등장한다.

굳이 여기가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기에.

 

 

 

 

아침 햇살이 비치는 마추픽추. 여기다.

 

 

마추픽추를 내려다 보는 나.

 

 

 

 

그랬다.

청명한 하늘 아래 안데스 산맥을 넘은 햇살이 저 마추픽추로 쏟아져 들어왔다.

여기였다.

마추픽추.

나는 인터넷에서 본 그 어떤 멋진 마추픽추보다도

가장 깨끗하고 선명하고 찬란한 마추픽추를 두 눈으로 보았다.

 

마추픽추가 내 남미여행의 제1의 동기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얼마나 고생해가며 나 스스로 잘 알기에

제발, 내가 마추픽추에 가는 날만큼은 맑게 개인 하늘 아래 햇살에 눈부신 마추픽추를 보기를.

구름과 안개 낀 그런 슬픈 장면은 마주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었다. 

 

그리고, 안개의 산같은 이 안데스 산맥 골짜기에서

나는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마추픽추를 만났다. 

 

 

 

"나는 평생 올 줄 몰랐던 곳, 마추픽추에 와있다.

온다면 평생 한 번 올 수 있는 곳이겠지.

여기 오기까지 우여곡절도, 고산병도 있었고,

계속 날씨가 흐려서 맑은 하늘의 마추픽추를 못 볼까봐 마음 졸였는데.

 

새벽 4시,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일어났을 때

캄캄한 하늘 가운데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은 날씨가 맑겠구나.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새벽에 줄을 서서 입장한 마추픽추.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 광경을 보았을 때.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지만, 이상하게도 뭔가를 이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 이거구나. 여기구나.

 

감사하게도 아침 햇살이 마추픽추를 밝게 비췄고,

이렇게 맑은 마추픽추를 보려고

그동안 흐리고 비가 내리고 아팠구나.

새삼 감사했다. "

 

 

 

산 속이라 금세 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 페루 가이드 북과 함께!

 

 

 

잉카의 다리

 

 

 

합성같은 순간들. 마추픽추와 함께.

 

 

 

날아가자보자!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는 마추 픽추. 저 건너편의 산이 잉카인의 얼굴을 닮았다고 한다.

 

 

 

정말 인생 사진.

 

 

사실 마추픽추에 가면서 날씨 다음으로 가장 신경쓴 건, 조금 당황스럽게도 '옷'이었다.

평소에 멋 부리는데 관심이 없는 나인데,

이상하게 마추픽추에서 입을 옷을 서울에서부터 특별히 골랐을 정도다.

꼭 깨끗한 하얀색 티를 받쳐입고 싶었다. 

 

사실 마추픽추는 잉카트레일의 일부이기도 해서 등산복 차림으로도 많이 올라가는데

치마를 입고 올라가면 너무 튀지 않을까 저 옷을 넣었다 뺐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아침에는 너무 추워서 겨울 니트에 패딩까지 껴입었는데, 

낮이 되니 날씨가 한여름이 되어서 소원하고 소원했던 저 하얀티셔츠와 

티셔츠 라인과 잘 어울리는 빨간 치마까지 입고야 말았다. 

이렇게 안 입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내가 옷 때문에 고민고민할 때, 한 번 하는 여행인데 남들 눈치보지 말고 입고 싶은 옷을 입으라던 찐찡이에게 감사를.    

 

 

여유롭게 풀을 뜯는 라마들.

 

 

 

라마 인형과 마추픽추 :)

 

 

 

참고로, 와이나픽추는 오르지 못했다.

마추픽추는 1일 입장이 20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정해져있는데

5월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려던 때. 

날짜를 고르느라 딱 하루 고민하던 밤 다음 날, 

분명 수십장 남아있던 와이나픽추 표가 모두 매진이 되어버렸다.

마추픽추는 7~8월이 가장 성수기라고 하니,

특히나 와이나픽추를 가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4~5개월 전에 예매를 해놓는게 좋다.

와이나픽추표는 환불도 되지 않아서 취소표가 풀리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루밤 사이에 와이나픽추표를 모두 놓쳤을 때는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사실 우리가 처음 와이나픽추 표를 고르던 날짜는

우리가 마추픽추를 왔던 날의 2일 前 표였다.

 

 

아마 그 날 표를 샀으면,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화창한 날씨 아래 마추픽추는 영영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대로 흐르지만

또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다.

문득, 그 날 우리가 와이나픽추 표를 사지 못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나 감사했다.

 

 

 

 

장엄한 안데스 산맥.

 

 

 

아. 정말 산맥만 보아도 너무 멋지다!!!

 

 

 

 

보통 새벽에 오른 사람들은 오전에 둘러보고 와이나픽추를 오르거나,

아니면 오전에 마추픽추만 2~3시간 둘러보고 바로 하산해서 기차를 타고 쿠스코로 향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하루를 온전히 마추픽추에서 보내기로 해서 기차도 넉넉히 오후 늦은 시간 표를 예매했다.

 

덕분에 우리는 찍고 싶은 만큼 사진을 찍고,

앉아있고 싶은 만큼 철퍼덕 앉아 여기 내가 마추픽추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쉽지 않도록.

 

 

 

 

이제는 꿈같은 장면들. 사진 속의 노란 머리카락이 저 주인공이 나임을 일깨워준다 .

 

 

 

새벽에 같이 줄서서 올라온 관광객들이 점심시간이 지나자 우르르 내려가고

오히려 오후의 마추픽추는 한결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우리는 나가야 하는 시간 1시간전부터 마추픽추의 농작지 계단 어디 한켠에 앉아

아무 말 없이 - 그렇게 한참을 마추픽추를 내려보았다.

아마, 다시는 오지 못하겠지.

 

 

 

쿠스코로 돌아가는 페루레일.

 

 

 

오후 6시 50분.

마추픽추에서 쿠스코 포로이 역으로 돌아가는 페루레일 안에서

일기를 쓴다.

 

어느 새 차창 밖은 어두 컴컴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마도 오늘 모두 마추픽추를 올라갔다가 내려왔을 승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추픽추에서의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쿠스코까지 가는 이 지루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마추픽추를 보고 싶었던 적도,

내가 마추픽추를 보러 이 곳 페루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2015년 8월 14일. 나는 이 곳, 마추픽추에 서 있었다.

 

 

 

돌아가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아마 이제는 내 의식 속에서- 그리고 내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테지.

 

 

마추픽추에 가겠다는 마음, 결심, 용기.

그리고 27시간의 비행과 이동, 기차, 버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인내.

그리고 쉽게 허락되지 않는 화창할 날씨.

이 모든 것이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마추픽추에 있다는 사실.

내가 여기 한국의 반대편에서 마추픽추를 내려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을 충분히 누릴 시간과 날씨가 허락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좋았다.

굳이 무얼하지 않았도,

뭔가 억지로 하지 않으려 해도.

그냥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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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ds in 2005

■ 삶/II. 삶 2016. 1. 18. 11:45

 

 

 

 

내 인생 PD, M본부의 한PD님과 광화문에서 함께한

'2015년, 올해의 수상작'

 

 

 

 

 

1. 올해의 사람 

  AUSTIN

-  2015년의 드라마를 만들어준 사람.

 

 

 

2. 올해의 책  

 WILD (와일드) by Cheryl Strayed.

- 4285km의 The Pacific Crest Trail을 걸으며 망가진 삶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 이야기.

 그녀와 함께 걸으면서 나의 기억과 아픔도 같이 치유되었다.

 

 

 

3. 올해의 영화

The Belier Family (미라클 벨리에) 

- 정확한 내 취향 영화.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폴라가 사랑하는 가족과 인사하고 뛰어가며 웃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렸다.

꿈을 이루러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또 부러워서.

 

 

 

4. 올해의 장면 

 Buenos Aires의 Plaza de Mayo의 벤치에 앉아 바라보았던, 

Av. Pres. Roque Sáenz Peña 사이로 황금빛과 보라색으로 오색찬란하게 물드는

 

 

 

5. 올해의 아픔 

 팀장의 (반쯤 말도 안되는) 질책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여름 즈음,

자존심과 자존감이 다 무너져 집에 돌아오며 펑펑 울던 어느 날 밤.

 

 

 

6. 올해의 문장 

 Life means 'getting our feet dirty' from the dust-filled roads of life and history. by Pope Francis.

삶은 본연적으로 발이 더러워지는 과정.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까, 혹은 작은 실수들로 내 인생을 망칠까

겁내거나 움츠러들지 않도록 용기를 준 구절.

 

 

                      

7. 올해의 음악

걱정 말아요 그대 song by 곽진언/김필, 이적.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의 의미가 있으니,

후회없이 꿈을 꾸어야 한다.

지치지 않고. 허무해하지 않고.

 

 

 

8. 올해의 물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로고가 찍힌, 부에노스 아이레스 산 지갑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고,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한국에서 한 번 잃어버렸다가 되찾아서 더욱 소중한 물건.

 

 

 

9. 올해의 배움

Español

2015년 상반기 나의 구원.

 

 

 

10. 올해의 여행

일본 오사카/교토 4박5일

물론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도시 자체가 행복이었지만,  

오사카/교토를 여행할 때 혼자인 내 마음이 행복했다.

혼자라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처음으로 떨쳐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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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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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료안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기온거리로 되돌아갔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며 걸어다녔더니 피곤했나보다.

잠깐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목적지 근처에까지 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니시키 시장' 에 있는 카츠쿠라.

회사 과장님이 돈까스가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해줘서 찾아왔다. 

약간 고급져보였는데, 어짜피 하루 종일 굶은터라 저녁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나.

 

 

카츠쿠라

 

 

 

작은 히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히레까스

 

 

약간 저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왔던 터라,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피곤하고 허기진 배에

갓 튀겨져 나온 히레까스를 채웠다.

돈까스 종류뿐만 아니라 양도 고를 수 있었는데, 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교토에서 유명한 산죠오하시 스타벅스에 가려고 했지만 오사카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니시키 시장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저녁도 먹었는데 굳이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 여기 교토에서 해야만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현장연수를 함께 갔던 회사 동기가, 내가 오사카와 교토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교토에서 사온 시티 텀플러와 그 안의 쿠폰을 주면서

꼭 교토에 가면 이 쿠폰으로 음료를 한 잔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나, 하루종일 이 시티 텀블러를 들고 돌아다녔다.

 

 

 

교토 스타벅스에서 교토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라떼 인증샷.

 

 

비록 산죠오하시점에는 가지 못했지만,

씨티 텀블러를 내밀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리고 깍듯이 웃으며 건네주던 교토 스타벅스 스태프들의 서비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여행의 반이 지나갔다.

Full day로 3일. 총 4박 5일의 여행이.

 

항상 해외여행은 2주를 꼬박 채워서 해왔기에 3일은 짧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사카에 도착한지 3일째만에, 나는 한국에서의 어두운 나의 기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국은 여전히 변함없이 움직이고 있을텐데,

시차도 나지 않는 2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나는 흠뻑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곳의 낯섦보다도 익숙한 곳에서의 벗어남이 더 크게 와닿는 것도 같다.

변화가 필요한가보다.

그것이 직업을 바꾸는 것인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혼자서 하루종일 무료하게 돌아다니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LA에서도 혼자 있는 그 하루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는 도시에서 혼자 5일이라니!

 

하지만 왜일까.

이번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다.

일본이어서?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중이어서?

아니면 이제는 혼자인게 익숙해져서?

 

여전히 스미마센과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빼면 할 줄 아는 말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리고 나는 노래조차 듣고 있지 않지만.

혼자 오가는 순간들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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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6.

 Cuzco (Perú)

 

 

 

# 13 de Agosto, 2015

 

오늘은 대망의 마추픽추에 가는 길.

어젯 밤 우리는 1박 2일 마추픽추에 갈 간단한 짐을 꾸렸다.

잠옷도 챙기지 않았다. 그냥 입고 있던 옷 입고 자자.

 

 

아침 8시 반에 어제 그 투어회사에서 모였고,

그렇게 쿠스코에 투어 신청한 사람들은 모두 모인 것 같은 광장으로 갔다.

우리도 오느 투어팀에 배정되어 그 곳에서 45인승 버스를 타고 드디어 모라이/살리네라스로 출발.

 

투어를 하면 스페인어와 영어로 번갈아 설명하는 현지 가이드가 붙는데,

모라이로 가는 내내 열심히 스페인어와 영어로 쿠스코의 역사, 기원 등등을 설명해주었고,

현지 가이드여서 그런지, 페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모라이 가는 길 안데스 고산지대의 그림같은 경작지

 

어제 그 파란 하늘은 어디로 가고, 산으로 올라갈 수록 구름이 가득해지더니

우리가 모라이에 도착했을 때는 투두둑, 투두둑 빗방울이 떨어졌고, 날씨는 스산했다.

 

저 발아래 원모양의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있는 모라이가 드러났다. 

사실 커다란 감흥은 없었다. 티비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아니, 사실 날씨도 흐리고 모라이 벽 한쪽이 무너져 공사중이라

티비에서 봤던 것보다도 별로였다.

그리고 가운데 들어가볼 수도 없었다.

 

가이드는 둘러보고 오라며 20분을 주었다. 

뭐지, 이 한국 패키지 여행같은 느낌은.  

 

 

 

모라이

 

 

 

여행 몇달전 내린 폭우로 한쪽 벽이 무너져 내린 모라이.

 

 

 

왔다는 인증샷 한장 남기고.

 

 

 

짧게 모라이를 구경한 후, 버스는 산속의 소금염전인 살리네라스로 향했다.

살리네라스로 가는 길에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깊은 언덕 사이로 하얀 염전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투어버스에서 내렸는데, 가이드가 어느 가게에서 이 살리네라스에서 만든 소금을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15분 동안 보고 돌아오라고 했는데,

여기가 이렇게 넓은데 15분이라니. 내려가서 염전 앞에서 인증샷 한장 찍으면 다시 돌아올 시간이잖아!

소금 광고만 안했어도 25분은 봤을텐데.

 

 

 

어쨌든 여기는 살리네라스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너무 시간을 촉박하게 줘서 살리네라스를 충분히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패키지 여행 싫은데, 그런데 또 딱히 투어가 아니면 쿠스코 근교에 흩어져 있는 관광지를 스스로 찾아가기도 힘들다.

택시를 한 대 대절하면 제일 좋지만, 그러기엔 비용이 너무 비싸고.

 

 

 

 

살리네라스 투어가 끝나니 언제 비는 완전히 그쳤다 .

잠시 걷힌 구름 사이로 드러난 새파란 하늘 아래 정말 그림 같은 풍경들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나는 모라이, 살리네라스보다도 그 곳에 가는 길목에 펼쳐진 이 높은 고원의 경작지가

훨씬 더 아름답고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림같은 풍경, 구름과 땅이 닿을 것만 같아.

 

 

 

투어버스는 나와 찐찡이, 그리고 브라질출신의 남자 한 명을 약속대로 마라스 마을에서 내려주고,

투어 가이드가 택시기사를 연결시켜주었다.

 

생각건대, 다 그렇게 연결된 서비스일 것 같았다.

어짜피 마추픽추를 가는 손님들은 이 투어 도중에 내려 오얀따이땀보역으로 갈 것이고,

사실 마라스에서 버스타고 가면 2~3 sol이면 되는데, 택시로 연결해주고 50sol씩 받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대로 달려서 폐차장으로 들어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그런 부서질 것 같은 택시를 타고 안데스 산맥 사이를 달려 우리는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기차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잠시 오얀따이땀보 유적지에도 발만 담가보았다.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인 오얀따이땀보. 잉까의 신들을 모시기 위한 종교적 구조물이었다고 한다.

 

저 작은 백팩과 보조가방만 메고서!

 

 

 

시간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아서, 오얀따이땀보의 초입에만 들어갔다가

우리는 오얀따이땀보역에서 오후 3시 7분.

드디어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로 향하는 페루레일을 탔다.

 

페루레일에는 여러가지 등급의 열차가 있는데, 시간대를 고르다보니 갈 때는 약간 고급진 Vistadome 기차를 탔다.

날씨가 좋았으면 창 밖으로 멋진 잉카트레일의 경관을 보았을텐데

고산지대여서 그런건지, 하루 종일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데 기차를 타니 또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됐어. 기차에 탈 때 비가 와서 말이야.

 

 

페루, 그리고 창밖의 풍경 비스타돔에 타면 주는 간단한 간식

 

 

우리가 탄 칸에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함께 탔다.

우리 부모님보다 조금 더 연세가 지긋하신 일본인 노부부들이 쌍쌍이 타셔서

우리와 함께 오얀따이땀보까지 함께 이동했다.

 

젊은 우리도 한국에서 미국 거쳐, 페루로 와서 또 쿠스코로 와서 투어버스를 타고 또 기차를 타는게 이렇게 힘든데,

이 분들도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기차는 아구아스 칼레엔테스에서 멈추었고

우리는....숙소를 잡아야만 했다.

정말 아무 준비 없이 이렇게 숙소를 잡기는 또 처음이라

그 조그만 아구아스 칼레엔테스 동네를 골목골목 얼마나 돌았는지 모른다.

 

 

몇 군데 들어가보기도 하고, 방도 둘러보고 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게 없었고

산속이라 해가 금세 산에 가려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방은 못 구했고,

조바심이 나려는 찰나, 외관이 깨끗하고 조금 고급져 보이지만 또 아주 비쌀 것 같지는 않은 호텔을 찾았고

(여기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만연하는 수법인 것 같은데)

데스크에서는 원래 이 방이 비싼 방인데, 특별히 50% 디스카운트를 해주겠단다....

방도 (페루 기준) 비지니스 호텔처럼 깨끗하고, 침구류도 뽀송뽀송 했고, 

가격도 아주 무리하는 정도가 아니라서 이 곳으로 결정!

 

 

몇 시간을 헤메고 돌아다닌 끝에 아구아스 칼레엔테스에서 눈을 부칠 장소를 찾았다.

이제 남은건 마추픽추 뿐이다.

 

제발 내일은 날씨가 맑아야할텐데.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는 오늘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잠옷이 없으므로) 그렇게 잠이 들었다.

 

 

# 입장권 및 교통편 

 

- 모라이/살리네라스 투어비용 : 70/s (투어버스, 가이드 비용 포함)

 

모라이, 오얀따이 땀보, 친데로, 피삭 통합 통합권 : 70/s

살리네라스 입장권  : 10/s

마라스 → 오얀따이땀보 택시 : 50/s

오얀따이땀보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추픽추) 페루레일 비스타돔 : USD61

 

# 숙소 : Hotel Intipunku Inn

- http://www.intipunkuhotel.com/

- 약 60$/1박 2 bed

- 홈페이지 사진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조식 포함, 침구 깨끗함, 뜨거운 샤워 가능, 조식 포함, 와이파이, 짐 맡기기 가능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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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날이 참 맑다.

창밖의 풍경이 한국인듯 일본인듯 하면서

일본 같다.

 

 

금각사는 교토에서도 약간 서북쪽에 동떨어져있다.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 한다.

창밖의 날씨는 화창하고, 버스에 타고 한참을 가려니 노곤노곤하니 졸립다.

한 30~40분을 갔을까, 교토의 관광지가 아니라 교토의 사람 사는 곳들을 지나

드디어 버스는 금각사(킨카쿠지) 앞에 멈춰섰다.

 

 

 

푸르른 금각사 입구 전경

 

 

 

금각사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 걸을 것도 없고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호수 가운데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금각사를 만날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위의 화려한 금각사

 

 

 

바람도 불지 않고 물결이 잔잔해서 모든 것들이 그대로 비친다.

 

 

 

멋드러진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부적같이 생긴 이 것은 금각사 입장권이다. 은각사 입장권도 비슷하다.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개인적으로 소나무가 더 멋있는건 왜일까.

 

 

 

 

금각사와 함께 인증샷

 

이름부터 찬란한 금각사.

교토에서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다음으로 금각사(긴카쿠지)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금으로 뒤덮인 절 하나를 보려고 관광객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비약일수도 있지만, 마치 봄 가을에 앞 등산객 꽁무니만 보고 쫓아가는 등산길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유명하다고 해서 오긴 왔지만, 남는 거라고는 엽서에 나올법한 이쁜 사진들 정도인걸 보면

내 여행의 취향도 점점 확고해지는 것 같다.

 

 

팥(?) 단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미식여행은 또 내 타입이 아니어서

여행하다보면 끼니를 대충 때우게 된다.

특히 해가 짧은 겨울엔 중간 중간 당만 보충하면서 이동하는데

대신 평소 다이어트하느라 참아야 하는 간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달까.

 

 

안녕, 두더쥐 친구?

 

 

금각사 다음 갈 곳은 '료안지'

역시나 에어비앤비 주인 Mark가 추천한 곳.

Mark의 취향도 한적하고 느긋하게 정취를 즐기는 편인 것 같아서

(사실 더이상 교토에서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금각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료안지에 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천천히 골목 골목을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료안지 가는 길

 

 

 

참 예쁜 대문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최단거리를 무시하고 마음껏 골목을 쏘다니며 걸었다.

영화에서 애니에서 보던 그런 일본의 골목들.

나는 멋드러지게 꾸며놓은 관광지보다, 사찰보다도

이런 사람 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엿보는게 더 좋다.

 

료안지 가는길에 리츠메이칸 대학을 보았다.

UBC 시절 기숙사 중 하나였던 리츠메이칸 대학이 교토에 있는 대학이었다니!

별거 아니지만 묘한 우연을 신기해하며 드디어 료안지에 도착했다.

 

 

 

 

 

늦가을이 한창인 료안지의 호수

 

 

 

금각사도 그렇고, 료안지도 그렇고 사찰보다도 호수와 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특히 료안지의 호수는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훨씬 더 아늑하고 평화롭달까.

 

 

료안지의 유명한 정원

 

 

 

 

대청마루에 앉아 돌로 된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

 

 

 

 

호수를 한 바퀴 걸어나오며.

 

 

사실 금각사와 료안지 부분은 내 여행일기에 단 한 줄도 적혀있지 않다 .

아마 내가 정말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아니어서일수도 있고,

명성에 비해서 딱히 내게 와닿는 점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 교토에서 어디갔다왔어? 라고 묻는다면 금각사와 료안지의 이름을 댈 수는 있을 정도.

 

 

오늘이 교토에 오는 마지막 날이니,

이제 교토에서의 미션을 행하러 가야겠다.

 

첫번째는 카츠쿠라에서 돈까스를 먹는 것.

두번째는 교토의 스타벅스에 가서 시티 텀플러에 커피를 마시는 것!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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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오사카성 가는 길 자판기에서 뽑은 로얄밀크티!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일본어 아침인사가 생각이 안나더니, 드디어 생각났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코 끝의 공기는 조금 차갑지만 굉장히 청량해서

마치 밴쿠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오사카와 밴쿠버라니..

 

 

 

 

 

 

깨끗한 오사카의 거리

 

아직도 노란 은행나뭇잎이 12월의 가을느낌을 준다.

 

 

숙소가 있는 사카이스지 혼마치 역에서 오사카 성까지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걸어서는 15분.

동쪽을 향해 걸었더니, 드디어 넓은 오사카성 공원이 등장했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공원을 보자마자,

아! 너무 좋다!!

행복해진다.

교토보다 여기가 더 좋아!

 

 

 

공원을 따라 들어가면 저 멀리 오사카성이 보인다.

너무너무 유명한 건물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역시나 가까이 가니 아침 9시인데도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나도 관광객이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관광객은 중국인, 한국인 밖에 없어.

 

 

나는 어제 교토에서 만났던 동완이와 양갱이를 오사카 성으로 들여보내고

조심스럽게 오사카성 뒤쪽을 찾아 조용히 들어갔다.

 

어제 밤, 에어비앤비 주인인 Mark에게 오사카성 공원에 간다고 했더니,

성 안에는 (Mark기준) 별볼거 없는 박물관 같은게 있고, 사람만 디글디글 많은데

그 성 뒤로 돌아가보면 성벽을 따라 오사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가 있다고 했다.

마치 사유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람이 없는데, 절대 사유지는 아니고

또 사람이 없어서 정말 평화롭고 좋을 거라고.

 

 

오사카 성 뒤편에서 바라본 모습

 

 

 

낙엽에 어우러진 오사카성 참 이쁘다.

 

 

오사카 성을 끼고서 낙엽이 가득한 성벽길을 따라 조금 걸었는데,

갑자기 탁 트인 전경이 나타났다.

 

 

오사카성 뒤쪽 성벽에서 바라본 풍경

 

 

회사분이 꼭 교토 스타벅스에서 마시라고 준 교토 시티 텀블러도.

 

저 아래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가을이었으면 더욱 예뻤을텐데.

그래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추는 저 넓은 공원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평화롭다.

고마워, Mark!

여기 정말 계속 있고 싶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공원. 실제로 보는게 훨씬 멋있었는데.

 

 

 

공원에서 주운 빨간 나뭇잎과 함께.

 

 

 

한적하기 그지 없었던 가을 정취의 오사카 공원

 

 

 

 아직 다 돌아보지 못했지만

오사카에서 제일 좋은걸 꼽으라고 한다면,

오사카 성을 둘러싼 오사카 공원을 고르고 싶다.

 

도심 한 가운데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오사카공원은

날씨 좋은 날이면 언제든 가볍게 운동화만 신고 나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만약 내일도 날씨가 좋아 오사카에서 뭘 하고 싶냐고 한다면,

카메라 같은건 다 내려놓고, 청명한 늦가을 날씨를 즐기면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손에 들고 혼자서 걷고 싶다.

 

왜 혼자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서

기다리지도 않고,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그냥 온전히 나로서만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

 

 

 

어느새 마스코트가 된 것 같은 빨간 나뭇잎!

 

 

 

수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겨우겨우 인증샷!

 

 

 

아기자기한 푸드 트럭. 하늘과 나뭇잎과 햇살과 노란 푸드트럭.

 

 

 

나무 사이로 보이는 오사카 성

 

오사카 성 안에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단 1g의 후회도 없었다.

나는 오사카 성 뒤편 아무도 오지 않는 곳,

늦가을의 나뭇잎이 가득 밟히는 곳,

그 곳에서 홀로 일요일 아침, 오사카가 깨어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정말 좋았다.

 

 

봄이나 여름, 가을이면 더 좋았을텐데

겨울이다 보니 해는 짧고, 나는 이제 한큐패스를 마저 쓰기 위해 교토에 가야해서

오사카 공원을 다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몇번이고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공원에서 빠져나왔다.

 

 

괜히 교토에 2일씩이나 쓴다는 후회도 조금 들었다.

원래 휴가 계획은 오사카에서 그냥 서울에 있듯이 여유를 즐기는 거였는데

관광객 버릇을 못고치고 이틀 내내 정신없이 관광지만 둘러보는 일정이라니!

 

 

나오면서도, 이 공원 때문에 오사카에 또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하지.

어느 도시에나 있는 공원 하나 때문에 이 도시에 또 오고 싶다니.

하지만, 정말 다음에 온다면 나는 오사카성 공원에만 들러붙어 있을거야.

정말.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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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e AGOSTO, 2015 

Viaje en Sudamérica 5 (2).

 Cuzco (Perú)

 

 

 

 

 

#12 de Agosto, 2015.

 

아르마스 광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서, 오늘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내일 마추픽추의 베이스먼트라고 할 수 있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투어를 예약하는 일!

한국에서 미리 오얀따이땀보 → 아구아스 칼레엔테스까지 가는 페루레일을 예매했기 때문에

시간맞춰서 오얀따이땀보까지 가는 투어만 예약하면 되었다.

보통은 모라이/살리네라스 투어를 하거나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해서 오얀따이땀보까지 간다고 한다. 

 

처음에 한국인이 하는 투어회사에 갔는데,  살리네라스 투어가 끝나고 마라스(Maras)에 내려주고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오얀따이땀보까지 가야 하는데, 과연 택시가 거기에서 손님들을 태우러 대기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8월의 페루는 마추픽추를 보러가는 성수기라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 가는 기차도 거의 매진인 상황이라

우리가 예약한 기차를 놓치면 일정이 다 엉망진창이 된다.

 

어쩌지, 하고 다시 나와서 인터넷에서 알아온 페루사람이 하는 투어회사에 갔는데

똑같은 투어로, 똑같은 마라스(Maras)마을에 내려줄테지만 거기에 반드시 택시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오기 전에 브라질 남자애 한명이 똑같은 투어로 오얀따이땀보까지 가니까 셋이서 택시비를 나눠내라고까지 해줘서

우리는 몇번이나 정말 택시가 있냐고 Seguro? (확실해?) 확인하고서 내일 모라이/살리네라스 투어를 예약했다.

처음으로 여행 전에 배워왔던 스페인어를 원없이 써먹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스페인어로 한다니, 너무너무 신이 났다!

그리고 투어회사 사람에게 쿠스코 전통 음식 먹어볼 만한 곳을 추천받았다. 그곳은 바로 라 촘바 (La chomba)

 

 

라 촘바(La Chomba)

 

 

 

이미 라 촘바가 있는 곳 분위기가 관광객은 1명도 없을 것 같은 동네였는데,

조심스럽게 식당에 들어가니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완벽하게 이 곳 주민들의 맛집이었던거다.

나와 찐찡이도 뻘쭘 반, 쑥쓰러움 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각자 주문을 했다.

찐찡이는 꽃보다 청춘에도 나왔던 기니피그 구이(꾸이), 그리고 나는 그냥 돼지고기 구이(친차로)

그런데, 찐찡이가 뒷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마시고 있던 딸기주스처럼 생긴 걸 가르켰다.

 

우리도 저거 한 잔 줘!

 

 

 

 

 

그렇게 등장한 딸기 주스 같이 생긴 음료수

 

 

 

맛있다며 추천해준 원주민 아저씨와 건배하고 있지만 표정은 울고 있는 찐찡..

 

 

 

일단 시키긴 시켰는데, 도대체 이게 뭐로 만들어진 건가- 너무 궁금해서 말도 안통하는 웨이터를 붙잡고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서 이게 뭐로 만든거냐...는 시그널 보냈더니,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이스(Mice)!"

 

 

...마...마이스? 너 지금 마우스 복수형 마이스를 말한거니?!!! 지금 이게 쥐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거니?!!!!

 

 

헐...

 

 

당황한 우리는 뒤에서 이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손으로는 책상을 달려가는 쥐흉내를 내고, 입으로는 찍찍찍 거리며 다시 한 번 "마이스?!!!" 냐고 외쳤다.

 

 

 

"씨! (Yes)!, 마이스!"

 

 

 

이게..쥐를 갈아 만든거라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

 

 

 

내가 먹은 돼지고기 구이 친차로, 그리고 사람 치아보다 큰 대왕 옥수수.

 

 

 

나는 눈 앞에 있는 꾸이는 손도 대지 않았다.

여행가서는 최대한 그 곳에서 할 수 있는걸 하자는 주의이지만...기니피그는 못먹겠어...ㅜㅠ

 

그렇게 우리는 쥐를 갈아마셨다는 충격과 함께 숙소로 기어들어왔고,

나는 또 고산병이 도져서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시내를 걸어다닐 땐 걸어다닐 만 한데, 숙소에만 오면 숨이 차고 머리가 뽀사질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오늘 한 거라곤 아침에 아르마스 광장과 성당 두어개 둘러보고, 투어 예약하고 밥 먹은거 밖에 없는데

이렇게 숙소에 드러누워 있으니 내가 여행와서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답답함과 속상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잤을까.

어느새 사방에는 어둠이 내렸고, 환전하러 나가겠다던 찐찡이도 옆 침대에 잠들어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마추픽추로 떠날 테고 쿠스코에서의 시간도 끝이 나는데

이렇게 침대에서만 누워있었던게 억울해서,

나는 조용히 옷을 걸치고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별빛처럼 반짝이는 쿠스코의 밤거리로 나왔다.

 

 

산 블라스 광장과 저 너머 별처럼 촘촘한 쿠스코의 야경

 

 

 

산세에 둘러쌓인 이 도시는 밤이 훨씬 더 아름답다.

 

 

 

그래도 이제 쿠스코에 적응되어서일까, 혼자 걸어내려왔는데도 어제같은 싱숭생숭한 마음이나 긴장감은 없었다.

아르마스 광장은 여전히 이 아름다운 조명 아래 도시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과,

그들에게 기념품을 팔려는 페루인들로 복작복작 거렸다.

그리고 광장 한켠에서는 꼬마 아이들이 축제준비를 하는지 북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또 그 옆에서는 한 무리의 시위대 -그리고 그 중에 몇 명은 옷을 다 벗거나 토플리스 였다- 가,

이 추운 8월의 겨울 밤 공기 속에서 세뇨르!를 외치고 있었다.

성폭력을 규탄하는 시위처럼 보였는데, 이 추위에 당당하게 벌거벗고 외치는 소녀들의 외침은 뜨거웠다.

 

 

 

선생님의 북소리에 맞춰 춤연습하는 아이들

 

 

 

나는 조금 더 용기내어 아르마스 광장 너머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밤에 보니 더욱 세심하게 드러나는 빠차꾸떽 기념비.

 

 

 

참 분위기 있던 아르마스 광장.

 

 

손바닥에 살포시 올려본 라 꼼빠니아 데 헤수스 교회

 

 

 

 

시간이 늦어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나는 아쉬워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되돌려 대성당 앞에서 아르마스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르마스 광장 너머로 산줄기를 타고 촘촘히 박힌 조명들 때문일까,

하얀 구름이 손에 닿을듯한 파란 하늘 아래의 아르마스 광장도 아름다웠지만, 

어제도 그렇고 나는 이렇게 조명이 하나둘 밝혀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아르마스 광장이 더욱 사랑스럽고, 정감이 갔다. 

낮시간보다 관광객도 덜 붐비고, 한적하기도 했고. 

 

 

 

 

Buenas noches, Cuzco. 잘자요 - 쿠스코.

 

 

 

 

아. 참고로 마이스는 옥수수였다고 한다. 휴.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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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온에어

2015.12.19. (2日)



한큐레일을 타고 오사카에 돌아오니 저녁 6시였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길에 잠시 잠들었는데 그대로 오사카 한큐우메다역까지 도착해버렸다. 

 

아이들은 고베로 아경을 보러 가고, 나는 더 이상 골반때문에 걷고 싶지도, 걸을 수도 없다. 

 

플랫폼에 내린 채로 가이드북을 뒤져 한큐우메다 역 주변의 추천집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우메다 스카이 빌딩 지하에 오꼬노미야끼 맛집이 있단다. 


- 그래, 가서 저녁도 먹고 우메다 스카이 빌딩 39층의 공중정원에서 야경도 봐야겠다. 


한큐우메다 역에서 스카이 빌딩까지 고작 10분정도 거리인데 

골반 통증때문에 마치 만겁의 시간을 걸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가방에 미러리스와 필름카메라를 두 개, 그리고 두꺼운 가이드 북까지 넣어다녔더니

이제는 가방을 어느 쪽으로 둘러메도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렇게 오꼬노미야끼를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스카이 빌딩 지하를 찾아갔는데, 

나는 그 지하식당가에서 내가 가려는 곳이 어딘지 물어볼 필요도 없이 한 번에 찾아냈다.

줄이,어마어마하게 긴 가게가 딱 하나 있었다. 


가게 이름은 '키지'

 

 

 

손님의 80%가 중국인과 한국인이었다.


 

나는 가게 밖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고, 또 가게 안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Bar석에 소중한 자리 하나를 차지 할 수 있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오징어가 다 들어간 오꼬노미야끼를 하나 시키고서, 

 

쓸데 없이 맥주도 한 잔 시켰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다 먹을 마음도 없지만 왠지 지금은 그러고 싶었다. 

 

일본에 온지 이틀 연속 술을 마시다니!

 

 

나도 이런 내가 낯설지만, 또 낯선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 

 

여행지에서의 경계가 풀어진 새로운 내 모습이 실은 조금 더 좋았다.

 


오꼬노미야끼를 만드는 중

 

 

 

 

맥주와 오꼬노미야끼 1/4조각. 그릇에 그려진 캐릭터들이 귀엽다.

 

 


 

오꼬노미야끼는 내 앞의 철판에서 바로 구워지고 뒤집어지고 소스가 뿌려져 완성이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오꼬노미야끼를 온기가 남아있는 철판에 남겨두고

 

먹을만큼씩 잘라 덜어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침도 파운드 조각과 콩 샐러드, 점심 대시 말차 카푸치노와 당고, 슈크림 먹은게 다였다. 

 

제대로 된 식사를 단 한끼도 하지 않은 채로 하루종일 걷기만 했던 것이다. 

 

거기다 2시간을 기다렸으니, 지금 내 눈앞에 놓인 것은 뭐든지 세상 최고의 맛일거다. 

 

그런 상황에서 먹은 키지의 오꼬노미야끼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속은 도톰하게 씹혔고, 겉은 약간 바삭한 느낌도 들었다. 소스도 적당히 끈적거리며 입맛을 돋았다. 


내가 오꼬노미야끼라는 것을 먹은게 언제였던가. 

내 기억 속 첫 오꼬노미야끼는 일산의 라페스타 근처의 어느 2층 이자까야. 이름에 '하' 같은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술자리를 좋아하던 첫 남자친구가 데려간 그 이자까야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 흐릿한 기억 속의 첫 오꼬노미야끼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와의 오꼬노미야끼가 내 기억력의 한계인 것 같다.

이제는 그 맛이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오꼬노미야끼를

이 오사카의 오꼬노미야끼 가게에서 떠올렸다. 

아마 그 뒤로도 오꼬노미야끼를 몇 번은 더 먹었을 텐데, 어째서 기억나는 건 그 오꼬노미야끼 하나인지.

이래서 사람들이 처음이 중요하다고 하는건가...

굳이 그 친구를 떠올리고 싶어서는 아니었는데, 

생각나는 기억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어서 조금 떨떠름했다. 


그러나 그 떨떠름함을 생각하는 순간은 찰나였다.

너무 배고팠고, 너무 맛있어서 나는 정말 순식간에 내 손바닥 두개 크기의 오꼬노미야끼를 해치워버렸다.


크리스마스 행사중이었던 스카이 빌딩 앞

 

 

 

 

 

 

나무에 달려있던 귀여운 스노우 맨

 

 

스카이 빌딩 앞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다만, 공중정원으로 가는 줄이 한눈에도 길어보여 일단 오늘은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이렇게 활기찰까?

내가 늙어서그런건지, 아니면 명동 같이 복작거리는 곳에 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경기침체 탓인지 것도 아니면 저작권때문에 캐롤을 틀지 않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분위기를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일본에서 아주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다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있지만,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그저 이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 나도 같이 들떴다.

메리크리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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