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je en Sudamérica 9.
Puerto Iguazú
# 16 de Agosto, 2015
알람에 눈을 떴지만, 이대로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 뻗어 잠들고 싶을 만큼,
온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듯 피곤한 아침이었다.
이과수고 뭐고 제발 하루만 늦잠 한 번 자보고 싶은게 소원이었다.
오늘 하루를 Full time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둘러보는 데 오래걸린다는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Puerto Iguazú)를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아르헨티나 이과수 입장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었는데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늘 새벽 2시 반.
이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였을까.
겨우겨우 씻고서 나와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찐찡이가 브라질 헤알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다.
- 찐찡아....우리 오늘 아르헨티나 이과수에 가잖아..
찐찡이는 당황해하며 다시 돈을 가지러 숙소로 올라갔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시간은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국립공원의 개장시간에 이르르고 있었다.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마음은 마음대로 지쳤다.
잠은 못자서 멍한데, 개장 시간에 맞춰 가려던 계획마저 다 헝클어져버렸다.
호스텔 로비에서 빵을 뜯으며 찐찡이를 기다리는데 짜증이 말할 수 없을만큼 솟구쳤다.
택시를 잡으려 나왔는데 택시는 보이지도 않는다.
- 우리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호스텔에서 하는 픽업서비스로 가는게 어때?
우리가 묵었던 Che Regarto 호스텔에서는 아침 9시에 각각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쪽 이과수로 태워다 주고,
오후 5시에 다시 이과수에서 호스텔로 돌아오는 픽업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 마음대로 해.
그렇게 우리는, 그 날 계획에도 없던 Che Regarto 투어버스에 탑승하게 되었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걸까?
그렇게 아침부터 헛발질해대던 것들이,
실은 우리를 그 투어버스에 태우게 하려던 운명이었을까?
이과수에서의 아침.
9시에 출발한다던 투어버스는 9시 20분쯤에야 사람을 모으더니,
사람들이 다 타고나서도 한참동안이나 투어 버스 안에서 너희들은 어느 코스에 갈건지 물어보고, 설명하고
심지어 브라질헤알을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서비스까지 해주느라 한참을 서 있었다.
그렇게 10시가 다 되어서야 투어버스는 전 세계에서 날라온 9명의 숙박객을 태우고서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Puerto Iguazú)로 향했고,
10시 40분. 우리를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에 내려주었다.
예상시간 보다 너무 늦어져서 황당해하고 있는데
운전기사는 5시에 우리를 데리러 올테니 늦지말라고까지 했다.
고작 6시간 뿐이라니! 사람미어터지는 일요일에 6시간 동안
보트투어도 하고, 트레일도 다 걷고, 악마의 목구멍도 보고 나오라니!!!
꾸역꾸역 입장권과 보트투어표까지 사고 나니,
오늘 이 투어버스를 탄 9명 모두가 같은 코스와 같은 보트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엉겁결에 9명이 오늘 하루 함께하게 되었다.
코아티!
한국에서 온 나와 찐찡이.
미국에서 온 오스틴과 마이크.
영국에서 온 제스와 에스더.
프랑스에서 온 마야.
그리고 영국국적의 인도 커플까지.
과연 오늘 처음 만난 이 9명이 무사히
이과수투어를 같이 잘 마칠수 있을까...
우리 9명의 보트투어 시간이 1시 50분이어서,
그동안 우리는 Superior circuit과 Inferior circuit을 먼저 걷기로 합의하고 함께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다.
서로서로 보폭을 맞춰 걸으면서
인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고 그렇게 알아가면서.
드디어 눈 앞에 폭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침의 서먹함은 잊고 다시 베프모드로
저어기 보트가 보인다. 우리도 저 보트 투어를 할 거다!
모자를 썼다 벗었다 했더니 머리가 눌린다. 그래도 꼭 써야 한다 모자!
무지개와 나비로 가득찬 곳이었다.
용기내서 다같이 사진을 찍자 했다. 오늘의 9명의 주인공들.
머리를 땋았더니, 염색한 것이 꼭...빗자루 같다.
어제 페루에서 패딩을 입고 덜덜 떨던게 거짓말인것처럼
이 곳은 햇볕이 뜨거운 한 여름이었다.
타지 않기 위해서 얇은 긴팔 옷을 입고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준비했다.
시간은 어느 새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었지만
오늘 하루 일정이 너무나도 촉박한 걸 알기에
아무도 배가 고프다거나, 식사를 하자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다.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모든게 다 다른 난생 처음 보는 9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함께 움직이게 되면 분명 어렵고 힘들고 안맞는 점들이 있었을 텐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는 다 같이 무지개에 감탄하고, 폭포에 환호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누군가 뒤쳐지면 같이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면서
함께 트레일을 걸어나갔다.
누적된 피곤함과 배고픔, 일정이 엉클어지는데서 오는 짜증, 촉박한 관람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 때문에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같이 잘 다닐수 있을까 했던 걱정은 금세 사라지고,
갑자기 이렇게 여러 사람이 다같이 다니게 되어서 행복해졌다.
곁에 있는 사람에 따라 여행은 천차만별이 된다.
여행이 그러한데, 인생도 그러하겠지.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닌가.
물보라가 일어나는 거대한 이과수 폭포. 떨어지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폭포위 철제다리를 건너며 폭포를 구경한다.
파란 하늘과 야자수, 그리고 폭포.
역시나 무지개가 걸렸다.
이때만 해도 참 즐거웠다. 곧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또렷한 무지개 너머로 쏟아지는 폭포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사진을 찍으며 한참 Trail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새 보트투어를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이번 보트투어에 대비해서, 나는 카메라 방수팩도 사왔다고.
사람들이 보트투어를 할 땐 오른쪽 끝에 앉으면 폭포샤워를 한다고 했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넣으려고 백팩의 지퍼를 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에
가방에 넣어놓았던 카메라가 열린 백팩을 따라 미끄러지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 아니, 사실은 정말 손 쓸 새도 없이 엄청난 속도였다 -
가방에서 빠져나와 내 오른발 옆 돌바닥에 한 번 부딪혀 튕겨오르더니
그대로 트레일 옆 계곡으로 떨어져버렸다.
아직도 그 순간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내 ..
내....
내 카메라!!!!!!
내 사진!!!!!!!!!!!!!!!!!!!!
마추픽추에서 찍은 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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