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아침, 아이폰의 카메라기능에 좌절하며...
숙제를 다 안하고 자면, 불안해서 제대로 못 잔다는 걸 요즘 제대로 깨우치고 있다.
주중 내내 날씨가 안좋더니, 주말이 다가오니까 바짝 해가 난다.
생각해보면 내 기억속에 4월도 거의 항상 흐릿했던 것 같아. 3월보다 나았던가...비교하기가 어렵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4월 30일, 2010년의 4개월이 꽉 차서 지나가고 있는 중이구나.
누군가는 벌써? 라고 말할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올해는 참 더디게 지나가는 것 같다.
중간고사가 지난 5년의 평균보다 2주 가까이 빨리 끝나서인가, 항상 4월은 정신없이 끝이났는데
이번 4월은 가끔 의식하게 되는 날짜들이 여전히 '4월'이 진행중임을 알려주는게 왜이리 더디가나 싶었다.
쳇바퀴 돌듯 돌아간다지만, 더 이상 새로울게 없는 생활이라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4개월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새로 펼쳐졌고 사그라들어지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비슷비슷하다지만, 분명 매일매일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고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혹은 일상의 무료함을 덜어낼 그런 작은 사건사고들이 터지곤 했으니까.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러고 보니 참으로 그 더디간 시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네.
마치 대학원 3년을 마치고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는 그런 순간처럼, 지난 4개월들의 일들이 촤르륵 지나간다.
제일 처음 프리세션을 듣던 날부터 하나씩 하나씩, 순서는 뒤죽박죽이지만 누군가들과 친해지던 그 순간들,
처음 수업을 들었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그런 나날들, 즐겁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던.
이상하게도, 영화처럼 지나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예관 가는길...시험기간엔 개나리로 뒤덮였었는데 지금은 색색이 너무 이쁘다.
나는 문득, 지금 이 순간들이,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마음껏 놀 수도 없지만, 쉬는 시간도 없이 3시간씩 이어지는 수업이 지치기도 하지만,
으슬으슬한 날씨도 싫고 매일 학교식당 밥을 전전하는 것도 질리지만,
앞에 앉은 동기의 공부하는 모습에 스트레스도 받고,
새로 시작하는 이 곳에 몇 안되지만 속쓰린 추억이 숨겨져 있어서 씁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
지금 이렇게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내 옆에 내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걱정해주고 다독여주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어서
나는 지금에 참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정확히 5년전에도 나는, 새로 시작하며 지나가는 그 순간들에 매일같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는 그런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처음이었고, 다시는 오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마치 하루가 끝나면 더이상의 내일은 없을것 같은 기분으로 행복해하고 감사했다.
비록 마음 아픈 날들도 있었지만, 그런 아픔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감사할 줄 알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날들이 , 또 다시 찾아온 지금, 이 순간들이,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임을.
분명 조금씩 변해가겠지만 이런
마음 깊은곳에서 느껴지는 행복함과 감사함이 오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