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

■ 삶 2010. 8. 11. 21:38

 

 


1. 태어난지 일주일된 나.


운동하고 돌아오니 책상에 놓여져있던 사진.
태어난지 일주일된 사진이라고.

머리카락 다 있어서인지 갓 태어난것 같은 느낌이 없다.
저때도 눈은 짝짝이 쌍꺼풀이었네
뭔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자란 느낌.
(아 물론 저때가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2. 느긋한 요즘

항상 느끼는데 팔만 엄청 길어..


두리오빠가 "법순이"라고 놀렸을만큼, 1학기 내내 법오에서 살다시피했는데
요즘은 정말 끌어앉힌다고 해도 법오엘 못가겠다.
일단은 이사온 집의 내 방이 퍽 맘에 들어서도 있고
에어컨을 너무 팡팡 틀어대는 법오는 냉동고 같이 느껴지고
정말 무쇠철인들처럼 공부하는 동기들의 모습이
자극이 되기보다 오히려 허탈하게 만들기 때문이랄까.

어짜피 2학기가 되면 또 죽도록 법오에 붙어서 공부할껀데 뭐하러 방학때까지 꼬박꼬박 법오에 나가서 나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공부할 필요 있나.
다음주부터는 2주간 인턴 생활이 예정되어 있고
이제 이렇게 여유부리는 것도 올해는 중간고사 끝날때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 괜시리 더 침대에서 밍기적밍기적 거리면서 쉬고 있다.
요즘 취미 붙인 거는, 내 나름의 점심요리 (?)를 하는 건데 오랜만에 교환학생할때의 그런 자취생활의 재미를 만끽하는 것.
요리라고 하긴 좀 부끄럽고, 그냥 간단히 먹을 점심 식사 준비인데
얼마나 하찮은 요리인지 요즘 내가 신경쓰고 있는 건, 얼마나 닭가슴살을 부들부들하고 쫀득쫀득하게 그러나 퍽퍽하지 않게 굽는가이며
어떻게하면 계란후라이에 치즈를 살짝 녹여서 이쁘게 구워내는가- 오늘은 당근을 먹을까 오이를 먹을까 뭐 이정도?
그렇게 한 접시 해서는 소파아래 앉아서는 CSI를 생각없이 보는 것.

OCN과 AXN에서 마구잡이로 내보내는 CSI를 즐겨 보는데
하루에도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와 마이애미를 오가고 있다. (나중엔 에피소드끼리 헷갈리기 시작)
보는 즐거움으로는 마이애미가 제일 좋고, 캐릭터들은 뉴욕 에피들이 젤 좋고, 라스베이거스는 그냥 그럭저럭.



3. S -

어쨌든 나의 타이틀에 올리긴 했지만, 반학기만에 질릴만큼 학교에 익숙해졌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적응하기 힘든 곳임은 분명하다. 힘든 곳인지 어려운 곳인지.
그건 아마 내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이질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꽤 많은데
봄에 희동이한테 조금 정색을 하곤 어떻게 이런 곳에서 5년을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희동이는  "그렇게 이상해?" 라고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내게 반문을 하더니
5초쯤 아무말이 없다가 "그건 아마 법대라서 그럴꺼야. 고대법대도 다를 거 없을거야" 라고 대답해줬다.

물론 법대. 법학을 배우는 곳이라는 특이함도 있겠지만 분명 S대라는 그 특유의 정신도 있어.
금이 너무 많아. 한 명 한 명이 그어놓은 금들이 너무 많고, 학교가 사회와 긋는 금들도 너무 많아.
항상 경계해야한다. 그렇게 내 주위로 금을 긋다보면- 어느 새 자신이 그린 금 안에 갇혀버린 자신을 발견할테니까.

한학기를 "법학" 뿐만 아니라 "이 곳과 이 곳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다 쓴 것 같다.
아주 조금 알 것 같은데, 여전히 끝없는 탐구대상이란 것은 같다.
난 여전히 뿌리깊은 외부인이라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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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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