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t lag

요즘 말도안되는 시차때문에 고생이라면 고생(?)하고 있다.
저녁먹기 바로 직전쯤 잠이 들어서 지금같은 새벽에 깨는 일상의 반복.
그렇게 여러 시간대를 넘나들며 여행했건만, 지금처럼 귀국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시차때문에 생활리듬이 바뀐채로 살고 있는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새벽 3시에 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초저녁에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게 수면건강에도 더 좋은 것 같지 않나?


+ 관악산 그 학교, 첫 등교

(등록은 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입학하지 않은 채로 Pre-session을 들으러
어제, 빙판길을 헤치고 처음으로 수업때문에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는 방법이 너무 여러가지라 (그렇다고 특히 빠른길은 또 없다-_-) 어떤 방법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는데
당분간 날씨 풀릴때까지는 이 방법으로 안다닐테다. -_-
신대방역까지 걸어가는데 목숨을 걸고 빙판을 지치면서 갔다.-_- 당분간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겠어.

처음으로 들어서는 15동 601호 강의실.
꽤 널찍한 강의실이었는데 사람들로 꽉꽉 차서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100여명정도 사람들이 바글거리면 공기가 훈훈해야하는데, 정말 수업에 집중 못할정도로 너무 추웠다는....
분명 히터가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에어컨을 튼게 아닐까...싶을정도로.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사이에 한시간 점심먹는 텀이 있는데
어디에 뭘 파는지 몰라 그냥 사람들 가는데로 따라가서 '후생관'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수업이 끝나고는 학생회관을 찾아서 플래너도 사고-
분명 내려갈때 셔틀이 있을텐데 어디서 타는지 몰라 그냥 빙판길을 엉거주춤 걸어내려와야 했다.


교재와 강의 프린트위에 또렷이 박혀 있는 학교 문장
한 때 내가 다이어리 안쪽에 그려놓고 항상 다짐했던, 눈감고 그리라 그래도 그릴 수 있었던-
그 문장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래도 자주 봐왔는데 그 문양이 왜 그렇게 낯이 설던지
교재를 살 때도 조교가 '본교세요?'라고 묻는데,, 학부본교인지 대학원본교인지 몰라 그냥 어정쩡하게 '네'라고만 대답해버렸다.
대학원 교재니까 당연히 대학원본교일텐데.


그래도 자하연은 꽤 봤다고 법대뒤에 있는 (?) 눈쌓인 자하연을 보니 반가웠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이 눈이 녹은 자하연은 어떨까,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자하연은 어떨지
상상속의 자하연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의 상상만큼 앞으로의 생활도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꺼라는 아주 작은 기대도.

차츰 낯익어지겠지, 차츰 정이 들고 , 차츰 익숙해져갈꺼야.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어디에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꿰차게 되고, 어디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 어떻게 가는게 제일 빠른지, 셔틀은 어디서 타는지-
교재에 그려진 그 문장들도, 본교라는 말도 다 익숙해지겠지.
'우리학교'라는 말도.




+ 첫 수업

정식 수업은 아니지만 맛보기 수업이라도 수업은 수업이니까.
정말, 법적 지식은 커녕 법학적 마인드도 없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법학'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들을 많이 깨뜨린 첫날이 아니었나 스스로 되돌아본다.
교수님 한 분은 차분하면서 교양있으신 분이라는 느낌이었고, 한 분은 유쾌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교수님이셨다.
아직은 배경지식을 쌓는 단계라 세세한 법조항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민법과 형법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면 Interesting.
아마 교수님들도 비법학사들이 법학에 겁먹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신거겠지?
시작 첫날부터 이건 나랑 아니야..........싶었으면 큰일인데, 다행히도 엄머, 재미있네? 라고 느껴서 (이게 더 큰일인가?ㅋ)
앞으로의 수업들이 기대가 된다.
수업을 들으면서 그래도 수업을 듣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할땐 뭔가 나를 소모하는 느낌이었는데, 수업을 들을 땐 나를 더 채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데서 느끼는 그런 행복?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르는 걸 스스로 깨닫는것보다 처음에 누군가 지도해주고 후에 이해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학교 수업의 형식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교수님은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 하셨고, 나 또한 이제 정말 시작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고생길의) 시작이면 어떠하랴,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 얼마든지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몇년간 혹은 몇십년간 법학을 전공하신 분들의 입장에선
이제 겨우 특강 한차례 들어놓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이 풋내기가 가소로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부터 죽상을 쓰고 시작하는 것보다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태도를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건 앞으로 시작될 그 고생길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니까.
이런건, 나의 일기장에 써야되는데 이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삘 받아서 여기까지 쓰는구나..............

앞으로 어떤 가시 밭길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미 안다.첫수업 퀴즈에서 백지로 시작했으니까 -_-)
항상 첫 수업,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겠다는 나의 다짐만은 잊지 말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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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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