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에 올렸던 인증샷. 1994.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쉽게 믿고, 홀로 상상하고, 혼자 기대한다.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도, 구체적인 상황도 없는데
혼자 신이 나서 제법 그럴법한 상상을 해보고 또 꽤나 있을법한 기대를 해본다.
그런 믿음과 상상과 기대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실망하는게 아니라, 그런 현실을 원망하는게 아니라
그런 상상을 했던 헛된 기대를 했던 자기를 탓하고
그렇게 혼자 상처를 받는다.
그런 메커니즘을 나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천성이 그러기도 했고 어렸을적의 잦은 이사도 그런 성격을 만드는데 아주 주효했다.
밴쿠버에 갔다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면에서 변했고
인간관계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나는 그 곳에 있는 동안, 그리고 여행을 하는동안
낯선 사람을 사귀는 방법과 사람들과의 친분관계 유지하는 법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게 내가 밴쿠버에서 돌아와서 그 전에 알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했던 이유기도 했고.
그래도 가끔은 예전의 나처럼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나타는데-
그들에게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 스믈스믈 올라오는 기대를 지워버리는 것과
그래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면 그 사람이 좋아도, 더 좋아지기 전에 더이상 만나지 않는 것.
더는 상처받고 싶지도 혼자 기대하고 싶지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