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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7 드디어 봄
  2. 2019.03.12 나+너=우리 2
  3. 2019.03.06 The devil wears prada
  4. 2019.02.21 낯선 동네 1
  5. 2019.01.07 고민의 무게 2
  6. 2018.12.17 우리 함께라는 소중함
  7. 2018.12.12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요
  8. 2018.11.16 재충전
  9. 2018.11.15 탈진
  10. 2018.11.13 상대성 이론

드디어 봄

■ 삶/III. 삶 2019. 4. 7. 23:01

 

 

4월이 되었는데도 도통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한 순간에 봄이 되어 버린 날.

살랑이는 시원한 봄바람 맞으며 캠퍼스를 걸었던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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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우리

■ 삶/III. 삶 2019. 3. 12. 15:42



가끔은 관계라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다.

그것이 잘 굴러가고 있을 때조차도, 

타인,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 자체를  염두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그러나 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변수'라는 점이 부각될 때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혼자일때의 그 홀가분함은 더 이상 없다. 

때로 내가 결정할 수 없는 타인의 일인데 내가 그 영향을 걱정을 해야할 때는 

내가 마치 큰 돌에 발이 묶여 날아오르지 못하는 새 같다.

푸드덕거리고 있지만 날아갈 수가 없다.


-


'우리'라는 것은 결국 '나'와 '너'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결국 '나'라는 것이 없으면 '우리'라는 것도 없다.

'너'와 '너'는 '너'일뿐.

그러므로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오롯이 지켜내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나'가 사라지거나 '나'가 '너'가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라는 것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우리'와 '너'를 헷갈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좋은 나머지 '너'만 쫓아가서는 안된다. 

서로에게 좋은 울타리가 되어 주는 '우리'를 만들어나가면서도

그 주체로서의 '나'를 잊어서는 안되고

'너'에 대한 배려를 넘어 '나'를 잃어서도 안된다.

'우리'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도 '나'의 중심은 견고하게 남겨두어야 한다.

종종 나는 이 명쾌한 사실을 잊어버리고서는

'우리'와 '너'의 경계를 어지럽히고

'우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너'를 좇느라 '나'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것이 과하면 '우리'속에서 '나'는 사라지고 '너'만 2명이 남아 '너'가 되어 버리고 만다.

사랑하고 배려하면서도 '나'를 잃지 말 것.

이해하고 양보하면서도 '나'를 버리지 말 것.

'나'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잠시 정신이 어지러울 때는,

시간을 두고서 천천히 내 자리로 돌아올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내 행복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내 행복을 타인에게 맡기면 때론 힘들이지 않고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 내 행복을 쥐어준 대가로 나는 끌려다니게 된다.

내가 스스로 나를 가꾸고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을 바라보면서도 나에게 집중하고 또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있고 그러고 나서야 사랑이 있고 그러고 나서야 우리가 있는 것이다.


집중과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말은 쉬운데 항상 실천이 어렵다.

 


어쨌거나, 모든 일의 시작보다 유지가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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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백이라서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THE DEVIL WEARS PRAD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서를 읽었다.

"읽었다"라는 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중간에서 포기하지않고 모두 읽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영어교과서를 제외하고

"영어원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실을 

내 인생에 한 번은 기록해 놓을만큼의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은 편이고

또 연초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영어공부"일만큼 영어에 대한 의욕은 높은데

단 한 권도 원서를 완독해본 적이 없다.

아주 얇은 동화조차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2007년인가 영화가 유행할때 쯤 의욕적으로 산 것 같은데

1페이지쯤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매년 실패하는 목표라서 올해는 따로 영어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는데

방바닥을 뒹굴며 전화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집어든 것이,

오히려 읽어야겠다는 각오 없이 몇 장 넘겨보던 것이,

10장이 되고 20장이 되면서 결국 장장 2개월에 걸쳐 400여쪽을 읽어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완독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20여장을 읽다보니, 내가 이만큼 읽은것도 기특해졌고

 출퇴근하는 10여분 동안에 하루에 1쪽씩이라도 읽자, 

영어원서를 읽는다는 흐름 자체를 이어가자라는 마음으로 

아침 저녁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꾸역꾸역 꺼내 읽었다. 

물론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내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완독을 해보자는 목표가 생겼고

매일 꾸준히 읽자 + 완독을 해보자라는 '과정 목표'와 '달성 목표'가 합쳐져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물론, "다 읽었다"라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영어원서를 읽는 2개월 동안,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원서 읽기 혹은 영어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 간단히 정리해놓으려고 한다. 


* 모든 단어와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  영어원서 읽기를 실패했던 No.1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

영어원서 읽기의 목적이 읽기보다도 영어공부에 가깝다보니

내용의 정확한 이해 + 새로운 단어 공부를 위해

모르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찾아보고 (더 나아가서는 단어장 정리) 했었다.

그러니까 몇 장 읽다보면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되어 포기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는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채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은 이해가 안되는 채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큰 줄거리는 파악이 되고 

매번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면서 원서 읽기의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정 궁금한 단어가 있으면 마음 편하게 찾아보았다.

원서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면,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책을 읽는다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 동사와 명사를 모르면 내용 파악이 안되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디테일이 떨어지더라.

- 문장 그대로다.

동사나 명사를 모르면 내용 자체가 파악이 잘 안된다. 

앞뒤 문맥을 통해서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 파악은 어려웠다. 

그래도 그냥 형광펜 치고 넘어간다.

그리고 형용사와 부사를 모르면 줄거리는 파악이 되지만 섬세함, 디테일이 떨어진다.

그녀가 말은 했는데, 냉정하게 말했는지, 무관심하게 말했는지, 상냥하게 말했는지.

해서, 앞으로 모르는 단어 공부를 할 땐 동사>명사>형용사 순으로 공부해야겠다.


* 모든 단어를 아는데 문장 자체는 해석이 안될 때가 있다.

분명, 단어 하나하나는 모두 아는 단어인데 모아놓으면 해석이 안되는 문장들도 있다.

숙어표현인데 몰라서일 때도 있고, 어순이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건 읽다보면 점점 잘 읽혀지게 될까? ㅜ.ㅜ

이럴 땐 옆에서 숙어 표현도 알려주고 정확한 문장을 한 번 해석해줄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글링이나 네이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 


* 영어식(?) 영어 표현들을 만나게 된다.

원서를 읽으면서 가장 신기(?)할 때는 읽으면 의미를 해석할 수 있지만

영어로 이렇게 표현하는 줄 몰랐던 문장들을 만날 때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문장은,  The chances were slim.

나는 Chance도 알고, Slim도 알고 The chances were slim의 뜻도 이해하는데,

Slim이라는 단어를 Chance와 함께 쓰는 줄은 전혀 몰랐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단어 조합이니까)

아주 쉬운 문장이지만, 이렇게 순수한 영어식 표현을 새로 만날 때 

가장 즐겁다. (!)



살면서 한 번도 영어원서를 끝까지 읽은 적이 없고,

포기를 반복하다보니 아마도 나는 평생 끝까지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12년 전에 산 페이퍼백을 출퇴근시간에 오며 가며 틈을 내서 이렇게 다 읽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읽기 시작하다보니, 오기가 생겨서 다 읽게 되기도 했지만.

뜻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해서 오랜만에 스스로 뿌듯하다.

또 한 번 해내니,

(물론 모르는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내용 파악을 하는게 쉽진 않지만)

두 번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이 책을 완독한 이후로,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니면

(이제 완독의 부담은 덜었으니)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다가,

두 번째 루트를 타보기로 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전체적인 내용보다 문장 하나 하나의 정확한 뜻을 파악해보기로.

물론 그러다가 지치면 새로운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특한 나에게 화이팅 먼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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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

■ 삶/II. 삶 2019. 2. 21. 17:39


뻔하디 뻔한 동네만 쳇바퀴돌듯 다니다가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낯선 동네에 다녀왔다.

서울 그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독 낯설다고 느낀 이유는 

낮은 건물들 때문이었다.

수십층의 빌딩들과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들만 보다가 2층짜리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동네를 마주하니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풍경만 바뀌어도 이렇게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

나는 요즘 무얼해도 지겹고 따분하고 지루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재미있게 살려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고정값을 바꿀수가 없으니 깔짝거리는 잔재미조차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요즘. 



인생이 여기에서 막힌 것 같다.

앞으로 30년동안 이렇게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죽을 때에 인생을 마지못해 살았다고 후회할 것 같다.

그리하여 돌아가자니 겁이 난다.

더이상 떠밀려가지 않고 뒤돌아 가고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뒤돌아 갔다가 길을 잃고 허망하게 살까봐 겁이 나고

떠밀려 계속 살다가는 후회하며 살까봐 겁이 난다.

23살이면 좋으련만, 

하지만 바로 그 23살에 나는 10년을 괴로워하고 후회하는 선택을 했었다.

한 동안 다른 일들에 정신을 쏟으며 모르는 척 했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다시 스믈스믈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게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갈 즈음이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함에, 자괴감에, 눈물이 난다.

뭐가 잘못된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끊임없이 답을 찾아 괴로워했는데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지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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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많은 날들
모든 것이 수학문제처럼 홀가분하게 풀리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드니 어릴 적엔 경험하지 못한 고민거리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나는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얼만큼의 후회를 할것인지를 거울질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에 맞닥뜨린다.
가끔은 이런 결정들이 너무 괴롭고 차라리 절대자가 있어 정해진 결론을 내려주고
차라리 그 고통을 버티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가 다 빠져나간것 같은 기분. 체력.
이대로 그냥 피가 다 빠져나가 땅바닥에 고꾸라져버리는게 나을 것도 같다.
내가 고민이 많은 것은 욕심이 많아서일까.
적당히란 것을 모르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일까.
지금하는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다 부질없는 걱정이었다고 웃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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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난지 278일 중에 150일은 카톡과 전화와 편지로만 함께했네.
만나서 얼굴만 마주하고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그러니까 150일동안 카톡과 전화와 편지만으로는 마음이 채워지지가 않았지.
부르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어제 오늘.
한국에 돌아온걸 환영해.
이제는 나두고 오래도록 멀리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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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또래 친구들은 집값을, 육아를 얘기하는데, 

나는 철부지처럼 사랑을 얘기한다.

유치한 사랑 얘기를 한다.

 


수천키로미터 떨어져있어 수개월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돌아왔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지갑을 펼쳐보았다.

예전에도 몇 번 펼쳐본 적 있어 궁금할 것도 없었지만 심심하니까.

그러다 지갑 안쪽 깊숙한 곳에서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샛분홍색의 하트모양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순간적으로, 흠칫. 그러니까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나 아닌 누군가와 무슨 사연이 있는 물건이길래 지갑 안쪽 깊숙이 넣어둔걸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2개월 전, 내가 컵을 선물로 주면서 뽁뽁이로 포장하고 붙여주었던 하트모양 스티커였다.

포장지는 버리면서 스티커는 버리지 않고 지갑 속에 넣어놓았나보다.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네 싶으면서도

내가 선물해 준 작은 스티커마저도 쉽게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행동한 너의 진심에

고작 이 스티커가 뭐라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랑은, 작은 마음에서 온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

거창한 선물과 화려한 언변(에서도 물론 느낄 수 있겠지만)보다도

사랑의 진수는 아주 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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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

■ 삶/II. 삶 2018. 11. 16. 17:37



생각 많은 서른 두살의 십일월.
하긴 생각 적은 날은 언제있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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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

■ 삶/III. 삶 2018. 11. 15. 16:22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고서 캄캄한 어둠 속에 드러누웠다. 

방문 너머로 저녁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쾌활한 분위기가 들려오는데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워 

바람 맞은 사람처럼 청승맞게 훌쩍였다. 


하루종일 울다왔는데도 

투두둑 두둑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훔칠 새도 없이 떨어진다.


이게 뭐야. 

응?

왜이렇게 나는 힘이 드는지.

나쁜 사람을 만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도

왜 내 연애는 항상 이렇게 죽어나는 것처럼 아프고 힘이 드는지

이 나이쯤 되면 내 감정쯤이야 어른스럽게 대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더 견뎌내질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문제인건지

아니야, 원래 연애라는 게, 혼자 아닌 둘이라는게 이런거야.

그럼 나는 연애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걸까?

아니야, 그 사람이 돌아오면 해결될 문제야.

내 안에서 내가 싸운다. 

이렇게 내 안에서 상대방을 잡으려는 나와, 상대방을 놓아버리려는 내가 싸우는게

내 안에 서 내가 싸우며 스스로 진절머리 나고지쳐서 나가떨어지는게 그게 연애인가보다.

그렇다면 나는 연애를 아주 잘 하고 있네.


울다가 머리가 아파 선선한 공기를 쐴겸 밤늦게 아파트 한바퀴를 돌아 

너랑 같이 달려내려왔던 언덕, 너랑 같이 걸어내려왔던 계단, 너랑 같이 앉아있던 벤치에 앉는다.

술마시고 늦은게 괘씸해서 조금 늦게 나왔는데 긴 팔과 다리를 어정쩡하게 늘어뜨리고 나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라.

튀김소보루 먹을래? 싫어? 그럼 부추빵 먹을래?


지금, 바로 지금 항상 날 데리러 왔던 그 차를 타고 와서

휘적휘적 특유의 걸음걸이로 헐레벌떡 뛰어와서

울고 있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서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널 혼자 놔둬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절대로 혼자 놔두고 가지 않겠다고

응? 으응? 하면서 간절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무릎을 흔들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잘해주겠다더니 이게 뭐냐고

이게 잘해주는거냐고 온갖 심통을 다 부리고 어깨를 투닥투닥 때리고

기분이 풀릴때까지 울고 미워할거라고 한껏 어깃장을 부리고는

왜 이제왔냐고 이게 뭐냐고 어깨를 헐떡이며 울다가 

나 오늘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 아프니까 아이스크림 사줘 

하고서 못 이긴척 화해해줄텐데 

지금까지 너가 내 마음 아프게 했던거 다 아무일도 아닌걸로 해줄 수 있는데


아무리 혼자서 훌쩍이며 기다려보아도

넌 오지 않아.


넌,

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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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III. 삶 2018. 11. 13. 18:00




시간이 원래 이렇게 느릿 느릿 더듬 더듬 흘러갔던가.

내 마음은 초를 쪼개어 움직이니

마음의 속도보다 시간의 속도가 느려져

깨어있는 시간이 두 날(日)을 이어붙인 것마냥 늘어진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마음이 더디 흐르면 좋으련만. 

반대로 마음이 빠르게 흐르고 시간이 더디 흘러서 

만겁의 시간에 갇힌 느낌.


시간은 다하지 않았는데 마음은 어느 새 다하였다. 

 다 -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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