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24.10.01 셀프스튜디오 패킷(Packet) 2
  2. 2024.03.14 따뜻하게 안아주는 너가 있어서 1
  3. 2024.03.06 어떤 깨달음
  4. 2024.02.19 애를 쓰는 나날들
  5. 2024.02.06 내가 나를 피말려 죽이네.
  6. 2024.01.23 인생의 이치 3
  7. 2023.11.17 마음의 평화
  8. 2023.11.08 시험
  9. 2023.11.02 사전 점검의 날 2
  10. 2023.09.21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지난 주말, 스튜디오 패킷에서 도리와 나 셀프 가족사진을 찍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컬러 룸으로 찍고 싶었는데,

메이크업 못 하는게 티가 날까봐 메이크업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A룸(흑백)으로 선택. 

전날 몇 가지 없는 옷 중에 흑백 사진에 잘 나올만한 옷들을 고르고, 소품도 고르고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갔는데

사진작가가 없다고 생각하니 막상 결과물이 좋지 않을까봐 은근히 긴장이 됐다. 공중에 십만원 뿌릴까봐 ㅋ

 

마침 스튜디오 위치가 회사 근처라 차는 회사에 대고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후기를 보니 기본 20분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해서 처음부터 20분 추가 결제해서 총 40분으로 진행했다.

A룸에 들어가면 카메라와 모니터가 세팅되어 있고, 바닥에 아마도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표시가 되어 있다.

40분의 타이머가 시작됐고, 직원분이 앵글을 바꾸고 싶을 때 (전신 →반신) 벨을 누르라고 안내하고 사라지셨다.

 

드디어 포토타임. 

나름 소품과 레퍼런스 샷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셀프로 찍으니까 뚝딱이들이 따로 없다.

찍고나서 모니터를 보면 뭔가 맘에 안드는데 처음에 한장 찍고 고민하고 한장 찍고 고민하고 하다보니 

진짜 시간이 후르륵 지나가더라. 

나중엔 기계처럼 하나둘셋 찰칵! 하나둘셋 찰칵! 하면서 최대한 많은 원본을 뽑아내려고 열심히 찍었다.

그 와중에 나는 옷을 세벌 입었는데, A룸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어서 진짜 후다닥 갈아입었다.

 

작은 사이즈의 원본은 그날 밤 9시에 보내주는데, 

우당탕탕 찍은 것 치고는 생각보다 맘에 드는 컷들이 좀 있었다. 

화장 못하는 걸 감추려고 일부러 흑백으로 찍었는데,

한편으로는 흑백이다보니 되려 얼굴 굴곡, 패임 등에 따라 음영이 부각되는 사진들도 있었다. 

얼굴이 팽팽한(?) 어린 친구들이 찍으면 전혀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옷은 크게 화이트계열과, 블랙계열로 준비해서 입었고,

두 사람 모두 올블랙이면 조금 어두운 것 같아서 도리 바지를 화이트로 포인트를 줬다. 

 

 

화이트 드레스와 캐주얼 정장차림

 

턱은 투턱이 됐지만 분위기 있게 나온 것 같아서 맘에 드는 사진

 

맘에 드는 단독샷

 

 

저 화이트 드레스는, 예전에 하와이에서 스냅사진 찍으려고 사뒀던 옷인인데

(뒤에 자크가 잠기지는 않았지만) 이번 촬영에서 아주 유용하게 잘 입었다. 

사두고 한 번 밖에 못 입고 장롱행 되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입을 날이 오다니!

 

 

다음은 블랙컨셉.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사진들.

 

울 도리 얼굴을 가려서 안타깝지만 이번 촬영의 베스트 컷. 둘다 너무 행복한 표정이라 좋다.

 

야심차게 배를 까보았지만(?) 생각보다 나는 배를 깐 사진이 이쁘진 않았다............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내 뒤에서 장난치는 도리...
그리고 마지막에 혹시 몰라 챙겨갔던 검은색 원피스로 독사진!

 

 

 

이제 2장을 골라서 회신을 해야하면 약간의 보정을 하고 인화를 해주는데

다 고만고만하게 맘에 들어서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 :P

내년에는 내 옆구리를 콩콩치는 작은 친구도 함께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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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나뭇가지 같던 날씨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봄이 성큼 와버렸다고 느껴질만큼 아침 저녁으로 해가 길어지고 햇살이 따뜻해졌다.


눈부신 햇살 속을 걸어가는데 이유없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마음이 들때면 저 우주가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다독였었는데,
요즈음의 나는 남편을 생각한다.
내가 슬퍼하면 일루오라면서 꼬옥 안아주는 남편
내가 속상해하면 괜찮다고하면서 꼬옥 안아주는 남편.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너가 내게 손을 내밀었던 그 날 이후로 어느 새 6년.
고마워. 너가 있어서 내 삶은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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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깨달음

■ 삶/IV. 삶 2024. 3. 6. 17:18


어제 밤, 운동을 가려고 야무지게 운동복을 차려입고 나갔는데
바람이 차서였을까, 아파트 헬스클럽까지 가는 그 짧은 길에도 몸이 으슬으슬 추워
여기에 운동하고 땀까지 흘린 뒤에 집에 오면 아무래도 감기가 걸릴 것 같다(는 수백번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 생각에
도리만 운동하라고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하려던 만큼의 시간은 남았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지 몸이 으슬으슬해서
오랜만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반신욕을 했다.
어지간히도 혈액순환이 안되고 있었던 것인지 따뜻한 물 속에 들어가 있어도 쉽게 몸이 데워지지 않더라.
그렇게 물 속에 잠긴 살갗이 빨갛게 익고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흐를 때까지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기다렸다.


요즘, 신경쓰이는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고 결정할 것도 많았던 요즘.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들인데, 행복하기 위해서 너무 괴로운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모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데
요즘 나는 눈 옆으로 가림막을 친 경주마처럼 오직 그 하나의 행복의 모습에 너무 몰입해서
마치 그것 아니면 다른 것은 모두 행복이 아니라는 식으로 지내왔던 것은 아닌지.
물 속에 앉아 그런 생각들을 했다.


정말이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고, 이렇게 안된다면 저렇게 행복하면 되지.
너무 하나의 방향과 목적에 얽매여서 그 남은 시간들을 다 불행하게 보내지는 말자.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고 해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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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쉽지 않은 나날들
서른 후반이라 그런가- 인생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것도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괜시리 작년 가을부터 뭔가 인생의 기운이 막혔나 싶기까지 할 정도로.

앞이 꽉 막힌 것 같은 기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들
그리고 따라와 주지 않는 운들
그런 가운데서 나는 이것이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온 힘을 다해 애를 쓰고 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아가려고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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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이렇게 예민한걸까.
남들은 떠올리지도 않을 걱정거리로 불안해 밤잠을 설치고
남들은 한 귀로 듣고 흘릴 얘기들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괜찮다는 전문가의 판단이나 실제 괜찮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안절부절하는
내가 너무 피곤해.
그 불안과 걱정과 조급함을 느끼는 것도 피곤하고
가끔은 그런 불안, 걱정, 불편함에 잠식당해 일상생활이 완전히 헝클어지기까지.
여기서 빠져나오려고, 떨쳐보려고 애를 쓰는 것도 누적되니 너무 피곤해.

결혼을 기점으로 도리 덕분인지 많이 느긋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개월동안 눌려져왔던 신경들이 다 곤두서버린 것 같다.
이런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한 나머지
내 몸안에서 가시가 돋아나 내 살갗을 뚫으려는 것마냥 아프다 아파.
이 널뛰는 신경들이 좀 가라앉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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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치

■ 삶/IV. 삶 2024. 1. 23. 11:35


작년에 우리 회사 사람들과 Quartet을 결성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한 것을 기점으로,
바이올린을 다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바이올린 대신 첼로를 새로 배워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캐롤연습을 하면서 오히려 바이올린의 높은 E현 소리가 좋아져서 결국 바이올린을 다시 하기로)


그래서 작년 연말에 숨고랑 바친기 카페를 통해서 레슨 선생님을 열심히 찾았는데
의외로 조건이 잘 맞는 선생님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거기다가 숨고로 찾은 12살이나 어렸던 바이올린 전공생이 시범 레슨을 잡아 두고 두 번이나 당일에 펑크를 냈다.
심지어, 한 번 미루고 다시 잡은 레슨날에는
레슨 시작 2분 전에 연락이 와서는 지금 일어났다고.
서울대 출신이라서 실력과 성실함은 기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뒷통수를 맞았다.


이 친구 때문에 바이올린 배우는 걸 때려칠 뻔 하다가,
결국 우리 Quartet에서 오보에를 하는 팀장님 딸들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 분을 소개받아서 2024년 부터 드디어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

번쩍번쩍 닦은 바이올린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아마도 중학교 2학년때까지 바이올린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풀 타임으로 바이올린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이십여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바이올린.
오래 쉬었던 만큼 레벨을 많이 낮춰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나에게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다 시켜본 선생님은 (내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 결과 지금 많이 지지직거리고 버벅거리고 있음 ^_^.....

진도 카드 쿄쿄쿄


아마, 악기를 배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텐데
어릴 때 악기를 배우면 사과에 빗금을 긋거나 색을 칠하거나, 그런식으로 연습양을 체크했었다.
나는 그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모두 병행하고 있었는데
악기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배우는 책의 권 수가 늘어나고 연습해야 하는 곡의 길이도 비례해서 길어진다.
그 모든 것을 하루에 5번씩 연습하려면, 솔직히 하교하고와서 저녁먹을 때까지 하루종일 연습만 해야하는데
어린 나이에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게 연습하는 것은 무리 그 자체였다.
당연히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지만 전공할 것도 아니고, 즐겁게 익히는 정도면 충분했는데.

어쨌든, 어린 나이에 집에서 엄마가 매일 들으며 체크하니 연습하는게 고역이었는데
(5번 해야할 것을 4번만 연습하면 듣고 있다가 연습 덜했다고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은 연습을 대충하거나 아예 연습을 안하고서 했다고 거짓말하고 혼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 연습량을 줄여달라고 하거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격일로 연습하겠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어리고 순진해서 그 선생님들이 내주는 숙제하느라 혼난 기억밖에 없네. :P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나보고 연습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연습을 덜했다고, 또는 안했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오후 6시가 되면 칼퇴를 하고 집에 달려가서는
하루에 1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막상 연습을 해보니 내가 성에 차는 만큼 연습하려면 1시간도 짧다.
그래도 저녁도 먹어야 하고 8시가 넘으면 옆집에 민폐일것 같아서
내가 주중에 연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은 딱 1시간 뿐.


또,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중에 스케일 연습을 제일 먼저 집중해서 하는데, 사실 스케일 연습이 제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본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만큼 살아보니 누가 말로 하지 않아도 내 머리와 내 몸이 절절하게 알고 있더라.

어릴 땐 멜로디가 있고 화려한 곡들을 연주하는게 당연히 더 재미있고 그것만 하고 싶었는데
요즘엔 그 곡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기본기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동기부여가 되어 기본기 연습이 더 재미있다.
(아 물론 표면적 의미의 재미는 아니다. 내가 조금씩 발전한다는 관점에서 재미있다는 것)


무언가를 숙련되게 잘 하려면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기본기를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는 것도
모두 깨달은 그런 나이가 되었는데
정작 이걸 아는 이 나이에는 그 연습을 충실히 해낼 시간이 없구나.

시간이 많았던 어린 나이에는 연습을 왜 해야하는지를 몰랐고.
그런 관점에서 아직 충분히 연습을 못했는데 시간이 쫓겨서 부랴부랴 악보를 접을 때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루에 한 시간. 안되면 30분. 그마저도 안되면 10분.
그렇게 소소하게, 대신 꾸준히 하다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최선의 결과가 나오겠지.



어쨌든, 올해 1년이라도 꾸준히 배워고 연습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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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 삶/IV. 삶 2023. 11. 17. 16:22

 



지난 주 화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던, 마음의 고통
이렇게까지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에 더 악화되어 버린 감당 불가의 나날들
불을 끄면 몰려오던 불안함, 불안함에 떨리던 온 몸, 잠은 오지 않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밤들.
눈을 떠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긴장감에 땀으로 마우스를 흥건히 적시던 낮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오늘 아침 그 문제가 해결되었고
비로소 불안함에 떨고 불안함을 억누르고 있었던 내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해결까지 시간이 더 오래걸릴 수도 있었고 일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는데
여기에서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막상 문제가 해결된 직후에는 마음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해지던지,  
그래, 이게 원래 평소의 내 마음상태였지.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나도 컨트롤 할 수 없는 내 마음아.

그 동안 평온한 삶을 지루하다고 불평하고, 작은 좌절에도 크게 상심했었는데
지루하리만큼 평온한 삶, 상심하는 정도의 작은 좌절만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 동안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걸 견디지 못했었는데, 내 인생이 내 계획대로만 되어야 한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도.
지금까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 삶에 더 감사하고 또 내 계획대로만 될 수 없는 인생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글로 적으면 뻔한 얘기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소감을 꼭 적어놓고 싶다.


남은 2023년은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면서 잘 마무리해야지.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모든 분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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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 삶/IV. 삶 2023. 11. 8. 17:06



내가 너무 행복에 겨웠던 것일까?
알고보니 심각하지 않은 일인데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심통이 나서 그런 것일까?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일깨우기 위한 시험인걸까?
앞으로 투덜대지 않고 감사하게 살테니 여기까지만 시험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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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모님 아파트가 이제 시공을 거의 마무리해서 사전점검을 한다고 해서 도리와 함께 구경할 겸 다녀왔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는데 부모님을 포함해서 소중한 보금자리를 확인하러 가는 집주인들의 마음들은 얼마나 설렜을까 싶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아직 상가를 짓는 중인건지 단지 앞은 공사판에 어수선했고 사전점검을 하러 온 차들이 길게 줄지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몇동 몇호라고 말하니, 차 앞에 동을 표시한 표지판을 올려주었고 인원수에 맞춰 놀이공원에서 찰 법한 종이팔찌를 나눠주었다.
차를 주차하고서, 엄마에게 전달받은 동호수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먼저 들어와있던 아빠엄마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동남향 집은 정오 즈음의 햇살이 들어와 화사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한 폭의 그림같은 거실뷰

 

실물은 요런 뷰!



여기 서울 한복판이 맞나 싶은 알록달록 가을빛이 들어가는 너무 예쁜 뷰였다.
건물 앞에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여있어 답답함도 없고 햇살도 잘 드는 데다가
그 앞으로는 산이 있어 집에서 사시사철 자연을 오롯이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건인데 그걸 우리 부모님 집이 해냈다니!
심지어 이미 완성된 집을 보고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였는지, 집을 방문한 부동산에서 오늘 사점점검으로 돌아본 집 중에 가장 뷰가 좋다면서, 너도 나도 부모님 집 거실 뷰를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찍고 수십 번을 찍어갔다.  
내 집도 아닌데 괜히 뿌듯.....

플랜카드 문구는 우리끼리

 


아, 사점점검을 하면서 뭔가 엄마아빠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서 플래카드를 준비해서 갔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선동해서 기념사진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끼리 사진도 찍었다.

내가 플래카드를 펼치니, 엄마는 이런 걸 왜 만들었냐고 하면서도 우리 딸 답다며...
(엄마 이거 칭찬이져?)

나도 안다. 이 플래카드가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이게 부모님 첫 집도 아니고.  아파트 사전점검도 그냥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 속에 우리 가족이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달까?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 저 플래카드를 보면서,

우리 사전점검하는 날 이런 일 있었지, 저런 일이 있었지. 부동산에서 우리 집 뷰가 좋다고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갔지. 딸이 저런 플래카드도 준비해 왔었지 하면서 이 날을 즐거웠던 하루로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살아보니, 가족이라는 존재가 참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부대끼며 지내온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나 진짜 철들었나 봐)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라서, 가족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결혼과 함께 독립한 이후로 원래 가족과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간을 맞춰 만나야 하는 사이-혹은 환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 변화를 겪고서야, 우리가 원래 가족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을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살 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사전점검의 날이 우리 가족에게 (동생은 일하고 있어서 못 왔지만) 특별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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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가 없더니,
이제 제법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도 여름 옷을 입고 다녀서 그런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네.
실질적인 내용은 틀리지 않았지만, 어떤 순서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좀 다르구나.

어쨌든, 요즘 드는 생각이 그렇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생각.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SNS에서도 그렇고 모두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해보이지만
사실 저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 아픔, 슬픔 등을 갖고 있다는 것.

뻔한 얘긴데, 이 뻔한 얘기에 마음 깊이 공감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인가.

그래서일까,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삶의 본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은,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
이라는
(뻔한) 결론을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정답인 것 같다.

어짜피 일어날 비극은 일어나고,
때로는 아니, 대다수의 비극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 비극의 크기가 너무 커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날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인생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시간을 내어 열심히 운동하고,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거나
내가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하루를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것.

나는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산다.

이렇게 쓰면, 요즘 나한테 무슨 안좋은 일이 있나 의아한 사람도 있을테지만
사실 아무 일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또 행복하게 살고 있고
그런 날들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소소하게 행복한 날들의 집합이
내면의 단단한 힘이 되어주는 것을
비로소 느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들 행복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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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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