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사라졌다.
(물론 여행말고도 많은 것이 바뀌었고 전세계가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비행기가 멈추고 국경이 닫히고 비자가 없으면 입국할 수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 사라진 시대.
이런 날들이 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바로 6개월 전만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항공사들이 새로운 노선을 광고하고
수많은 방송프로그램들이 해외여행 소개도 모자라 해외에서 요리하고 장사하고 노래부르고 숙소를 차리고
SNS에는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한 사진들이 흘러 넘쳐났는데.
매년 이맘때면 곧 다가올 여름휴가를 생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회사생활을 버텼는데
이번에는 여름여행은 커녕 인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마저 사라져버린 것이 2020년, 현실이네.
코로나가 없었다면 3월엔 스페인에, 9월엔 뉴욕에 가는 것이 올해의 여행계획이었고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초봄만 해도 여름만 지나면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여행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잠식한지 어느새 5개월이 넘어가는데
끝이 보이기는 커녕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고
코로나가 바꾼 삶의 모습은 더 이상 임시적인 것이 아니라 깊이 고착화되는 것 같다. 소위 - 뉴노말.
이런 시대. 상상도 못했던 2020년.
요즘엔 잠들기 전에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여행을 한다.
여행했던 곳들과 그 날의 날씨와 기분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때의 느낌을 상상한다.
일상생황 속에서도 여행하던 순간들을 애써 끄집어내어본다.
이 노을의 빛깔, 이 바람의 간지럼, 이 습도의 청량함.
순간 순간 기억과 살결에 새겨진 비슷한 지난 날들의 감각을 흔들어 깨워보며.
점점 기약이 없어지는 불과 반년 전의 삶.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걸릴까.
모든 게 멈춘 덕분에 2020년의 하늘과 공기는 맑고 청량하기 그지 없다.
야속할만큼 좋은 날들이다.
여행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