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
덜 슬프고 덜 우울해져 정신이 평온해진만큼,
감각적인 예리함과 예민함도 같이 무뎌져버려
세상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단조롭게 느껴진다.
정확히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세상 속에 존재하지만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의 눈이 (어쩌면 잠시) 멀어버린 것 같다.
날이 무뎌진 칼처럼 반짝이던 나의 감각들도 다 갈려나간 것 같다.
정신의 평온함과 감각의 예민함.
무엇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그 동안 내가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뎌져 사라진 것 같아서,
나라는 사람이 동전으로 긁어낸 듯 사라진 것 같아서
조금 서글프다.
오늘 아침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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