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또래 친구들은 집값을, 육아를 얘기하는데,
나는 철부지처럼 사랑을 얘기한다.
유치한 사랑 얘기를 한다.
수천키로미터 떨어져있어 수개월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돌아왔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지갑을 펼쳐보았다.
예전에도 몇 번 펼쳐본 적 있어 궁금할 것도 없었지만 심심하니까.
그러다 지갑 안쪽 깊숙한 곳에서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샛분홍색의 하트모양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순간적으로, 흠칫. 그러니까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나 아닌 누군가와 무슨 사연이 있는 물건이길래 지갑 안쪽 깊숙이 넣어둔걸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2개월 전, 내가 컵을 선물로 주면서 뽁뽁이로 포장하고 붙여주었던 하트모양 스티커였다.
포장지는 버리면서 스티커는 버리지 않고 지갑 속에 넣어놓았나보다.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네 싶으면서도
내가 선물해 준 작은 스티커마저도 쉽게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행동한 너의 진심에
고작 이 스티커가 뭐라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랑은, 작은 마음에서 온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
거창한 선물과 화려한 언변(에서도 물론 느낄 수 있겠지만)보다도
사랑의 진수는 아주 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