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네

■ 삶/II. 삶 2019. 2. 21. 17:39


뻔하디 뻔한 동네만 쳇바퀴돌듯 다니다가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낯선 동네에 다녀왔다.

서울 그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독 낯설다고 느낀 이유는 

낮은 건물들 때문이었다.

수십층의 빌딩들과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들만 보다가 2층짜리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동네를 마주하니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풍경만 바뀌어도 이렇게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

나는 요즘 무얼해도 지겹고 따분하고 지루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재미있게 살려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고정값을 바꿀수가 없으니 깔짝거리는 잔재미조차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요즘. 



인생이 여기에서 막힌 것 같다.

앞으로 30년동안 이렇게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죽을 때에 인생을 마지못해 살았다고 후회할 것 같다.

그리하여 돌아가자니 겁이 난다.

더이상 떠밀려가지 않고 뒤돌아 가고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뒤돌아 갔다가 길을 잃고 허망하게 살까봐 겁이 나고

떠밀려 계속 살다가는 후회하며 살까봐 겁이 난다.

23살이면 좋으련만, 

하지만 바로 그 23살에 나는 10년을 괴로워하고 후회하는 선택을 했었다.

한 동안 다른 일들에 정신을 쏟으며 모르는 척 했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다시 스믈스믈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게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갈 즈음이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함에, 자괴감에, 눈물이 난다.

뭐가 잘못된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끊임없이 답을 찾아 괴로워했는데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지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 삶 > II.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하는 작별 인사  (0) 2019.04.09
The devil wears prada  (0) 2019.03.06
재충전  (0) 2018.11.16
가을 그 한 가운데  (0) 2018.10.31
추억  (0) 2018.09.10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