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다음 날의 선선한 여의도 한강공원

남산타워가 뾰족 솟아있는 한강의 야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다섯번째 보름달이 떴다. 

(정확히는 보름 하루 전날이지만)

이제 보름달을 보면 자연스럽게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사실 처음 만난 날은 특별한 게 없었지만)





9시쯤 되니까 갑자기 분수쇼가 시작됐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이런 분수쇼를 하는 줄 몰랐는데.

갑자기 옆에서 자기가 다 시간 맞춰 계산해서 나온거라고 허세를 부린다. 

이 녀석.



그네에 앉아서 한참을 그냥 보고만 있다가

환한 조명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멋있어서 

우리도 사진 한 장씩 남기자며 달려나갔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항상 잘 따라와주는 고마운 내 베프.



핸드폰을 지갑에 받쳐놓고 타이머 10초에 후다닥 달려가 찍었는데

미리 맞춰놓은 것 럼 분수 한가운데 선 우리.

분수가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움직이는 탓에 분수 모양도 기대 안했는데

정말 우연히도 10초의 찰나에 멋진 분수 속에 서 있는 우리 모습이 이렇게 남았다.

더 이쁜 사진을 찍어보자고 호들갑을 떨려는 순간, 

그리고 분수쇼는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타이밍이라는게 있어서 

그 순간을, 그 기회를, 그 타이밍을 잡지 않고 머뭇거리면

어쩌면 영원히 놓쳐버릴지도 몰라.

이 짧은 분수쇼처럼.



사진작가도, 좋은 카메라도, 삼각대도, 리모컨도 없었지만,

타이밍이 도와준 덕분에 우리만의 소중한 기억을 아름답게 남겼네.

행복하게 기억될,

한 여름 밤의 꿈같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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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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