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3.07.11 나는. 2
  2. 2013.07.09 혹시라도 들릴까봐.
  3. 2013.07.04 야- 7월이다 ! 4
  4. 2013.07.02 夜밤생각
  5. 2013.06.30 눈물의 일기 6
  6. 2013.06.28 사람의 마음.
  7. 2013.06.27 리움 (Leeum) 에서 바람소리를 듣다. 3
  8. 2013.06.22 써프라이즈 김연아 아이스 쑈 직관 ♡ 6
  9. 2013.06.18 초저녁밤생각 4
  10. 2013.06.14 夜밤생각 2

나는.

■ 삶 2013. 7. 11. 03:16
문득 생각났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인턴을 2주 같이 했던 오빠 한 분이
날 참 좋은 사람으로 봐주셨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그 분이,
너는 너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너가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해주었던 말이
이 새벽에 기억이 난다.


맞아.
나 그런 사람이었지.
그런 나를 꿰뚫어봐준 사람이 있어서 좋았고
또 내가 그럼 사람이라는 것도 좋았다.



그래.
나는 내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인데
왜 그 동안 그리 목을 메고 좌절하고
나 아닌 다른 것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찾으려 했나.



반성하고
나답게 살아야지.
이런 나만의 모습을 또 알아채줄 사람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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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에 내 이상형은 이진욱이다.

실제로 내가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은 이진욱과 하나도 닮지 않았었지만.



연기이겠지만,

이진욱이 연기하는 그 눈빛이 좋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쌍꺼풀이 없는 그 눈이 정말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 첫사랑의 눈동자가 아주 까맣고 강렬했었는데 그 사람의 기억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느낌으로 이진욱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면 심각하게 드라마(혹은 그 남주인공)에 빠져들어서

정말 나의 자제력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데

이진욱이 나오는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에게 질투심이 나서 보지 않는다.

하하.



어쨌든,

그제 어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진욱이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보았다.

모두가 잠드는 자정부터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아침까지,

밤새도록 홀로 티비만 켜놓고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진욱에 빠져서가 아니라, 여자주인공에 너무나도 감정이입을 해서 보았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내 얘기 같은 것도 있고 내 얘기 같지 않은 것도 있지만

왜이렇게 내 상황 같은지,

왜이렇게 내 마음 같은지.

하지만 나는 왜 주열매처럼 윤석현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서운한 감정들을 폭팔시킬 수 없었을까.


드라마 속의 윤석현과 주열매가 부러웠던 것은

끝끝내 돌고 돌아, 그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화내고 소리치고 서운하다고 울고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 마주보고서 팽팽히 끈을 당기고 있어야 그렇게 폭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내쪽으로 당기더라도 상대방이 상대방쪽으로 당길 것이라는 믿음.


만약, 우리가 줄다리기가 아니어서

내가 힘껏 당겨버릴때, 저 사람이 무덤덤하게 줄을 놓아버리면 나는 그대로 우당탕 뒤로 나자빠지겠지.

저 사람은 우두커니 서있고, 나는 바닥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지겠지.

나는 그게 무서워서 줄을 당기지도 못한다.

상대방은 무덤덤하게 줄을 잡고만 있다.

그 줄을 잡고 나를 보고 있는지, 등돌아 서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마음, 내 서운함, 내 답답함, 내 속마음 -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말할 용기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내 상대방은 드라마 속의 윤석현과 달라서

소리치면 같이 맞받아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서운하다하면 같이 서운하다 토로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그랬냐고 하고 입을 닫고 돌아서버릴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그냥 돌아서버릴 사람이라서

자기 상황이 어떤지 자기 마음은 어떤지 한마디 설명도 해주지 않고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고, 

내 얘기에 대한 대답도 하지 않고, 해명도 하지 않고

그래서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고

너와 나는 안맞는가보다...하고 네 얘길 들어줄 사람 찾아가라고-할 사람이라서.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더 속상해져버렸다.

내가 지금 받아들이지 않는건

그 사람이 윤석현과 같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나랑 그 사람은 사실 참 맞지 않는다는 거.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안된다는 거.

그 사람은 날 더 행복하게 해줄 수도, 해줄 마음도 없다는 거.

이제는 그 사람, 그 사람과의 추억을 과거로 보내줘야 한다는 거.


그런 것들.




이 줄을 내가 먼저 놓아야 하는걸까.

뒤돌아서있는지, 날 향해 서있는지도 모르겠는 저 사람은

왜 이 줄을 놓지도 않고

당기지도 않고

밀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그냥 잡고만 서 있는 걸까.


내가 당기라는 걸까, 

내가 지쳐서 놓고 가길 기다리는 걸 아닐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바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서있기만 하는 저 사람을 견디기가 점점 힘들다.




나도 할만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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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7월이다 !

■ 삶 2013. 7. 4. 00:35




요 며칠 하락세의 기분에 푹 젖어있었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지만 어쨌든 기운을 좀 내야지. 



어제 엄마랑 동생이랑 여의도 애슐리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의도에 애슐리가 2지점이 있는데, 우리는 한강공원에 있는 노들나루점.


어제 비온 뒤라 하늘이 참 맑고 깨끗했다.


우리집 애들은 진짜 음식을 별로 안먹기 때문에 사실 뷔페에 오면 오히려 손해다.

나는 한 접시 반 + 디저트 조금 먹은게 전부.... 

다들 엄청 퍼다 나르는데 나는 음식별로 한 입씩 맛만 보고 나왔다.


연두빛 잔디도 너무 상큼했던 여의도 한강 공원 - 지나칠 수가 없어서 사진 한 장 찍었다 ♡




이번주 내내 장마라더니, 날만 좋았다.

대낮에 한강에 나오니까 대학생때 생각도 나구 - 

그때 참 좋았지.

대학교 초년생일때 연애해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이런 한적한 주중 낮에 데이트하기는 글러먹었을테니까.

물론...백수백수 커플이라면 언제든 가능하겠지만...(;ㅅ;)



6월 말은 좀 추욱 - 쳐져있었지만

추욱 쳐져있는다구 안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7월부턴 좀 긍정적으로 패기있게 살아야겠다.


휴.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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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밤생각

■ 삶 2013. 7. 2. 02:47





"그건 너 자리잡고나서 결정하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다양한 핑계를 들어봤지만

내가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조건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다. 

그냥- 

지금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도대체 왜 '내가 자리잡는 것'에 붙잡혀 보류된 상태인건지

이건 마치 작년 한 해 동안 나의 많은 것들이 '시험에 붙으면'에 저당잡혀있던 거랑 뭐가 다른지.

이런 상황속에 처한 내 자신이 처량해졌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 한 가운데 빠져버린 느낌.



나는 왜 탈출할 수 있을때 탈출하지 못했나.

나한테 끝까지 버티자고 한 놈이 누구였나.



이 모든 상황은 결국 내 탓이지만,

내 탓을 하기 싫어서 괜히 이리저리 남 탓, 상황 탓을 해봤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나를 탓하며 더 깊은 구덩이를 파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정답찾기를 좋아한다.

세상 일에 대한 정답, 사람 마음에 대한 정답, 니가 한 말의 의미에 관한 정답.

정답을 찾기위해선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관두기로 했다.

궁금한 것들이 투성이지만, 

어짜피 정답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게 정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알 수도 없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 생각의 가지를 치고 쳐나가는게 

나한테 얼마나 무익하고 때로는 해로운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짜피 내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조금 답답하고 찝찝해도 그냥 거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냥 내게 던져진 채로 포장지를 풀지 않고 들고만 있기로 했다.



생각하고 의미부여하는게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두어야 할 때.




===




사람은 손에 쥐고 있을때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을 잃을까봐. 

잃는 것 자체도 무섭고, 잃고나서 겪을 후폭풍도 무섭다.




깨달았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가진게 없다.

잃을게 없다.

그래서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걸.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나의 착각이 나에서 비롯된 것이든, 상대방이 유발한 것이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나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한동안은 왜 잡아놓지 못한거지,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조급하고 조바심이 나고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리하게도 계속 쳇바퀴돌듯 원점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이 상태에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자.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자.

잃을 게 없으니까 잃을 걸 겁내지 말자.





나도 너한테 참 모질게 굴었지만

너도 나한테 만만치않게 모질게 군다.

나는 원죄가 있으니, 이게 너의 복수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죄책감을 들고 미안함을 내버릴수 있어서 좋다.

이젠 내가 지쳐 나가떨어져도 나는 홀가분하게 갈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때쯤엔 미련도, 미안함도 없이 갈 수 있겠지.





===




그래서 말인데

원래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가는 거.

누군가를 엮어 내 인생을 계획하지 말고

남이 내 인생 문제 풀어주길 바라고 있지 말고

내 인생,

내가 열심히 밭갈고 씨뿌리고 잡초뽑고 물뿌리고 해야하지 않겠나.






===




인생 참 어렵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남은 보전처분신청서는 언제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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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일기

■ 삶 2013. 6. 30. 02:32




울 일이 많은 한 주 였다.

아니, 울 일이 별로 없는데 - 마음이 약해져서 눈물이 많아진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유독 - 운 날이 많은 한 주 였다.



내가 취직문제 때문에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하게 될 줄 알았을까.

한 없이 한 없이 내가 작아진다.

부모님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그 사람 앞에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작은 희망들도 하나 둘 부질 없었던 것으로 바뀌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불편해지고

마음은 불안하고 답답하니

나는 자꾸 작아져만 간다.


내가 잘 못한게 아닌데도 다 내 탓인것만 같다.

내 탓인 이유는 내가 취직을 못하고 있어서라는 결론으로 돌아간다.



목이 멘다.

자꾸 눈에 뜨거운 물이 그렁그렁찬다.


이상하게도 요 며칠 내 얼굴이 유난히 못생겨 뵌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고 닦고 꾸며보아도 이쁘지가 않다.

칙칙하고 어딘가 불어터진것만 같다.




그냥 힘들다고 하고, 속상하다고 하고, 비참하다고 말하고 그냥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요즘 뭐하고 있어 - 라고 묻는 사람들한테 아직 자리를 구하는 중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잘될거야 - 라고 말해주는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그럴거야 라고 대답하는 것도,


실은 울상짓고 고개숙이고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자존심때문에, 

혹은 그런 내 모습에 혹시나 지쳐하고 질려할까봐

애써 웃고 애써 당당한 척 연기하고 있는 내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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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 삶 2013. 6. 28. 03:05

사람의 마음은 참 그렇다.
기브앤테이크
주는 게 있으면 그만큼 받고 싶어한다.
혹은, 받고 싶어서 그만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준만큼 돌려받을 수는 없다.
상대방이 받은만큼 돌려줄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심하면 자기가 받은건지 모를때도 있다.




그럼 또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왠지 서운해진다.
나만 생각해줬나 싶고
나만 주었나 싶고.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줄 땐 아무 조건 없이 주어야 한다.
그냥 주고 마는 것이다.
내가 주는 것이 관심이든 정성이든
상대방도 그만큼의 관심과 정성을 줄거라 기대하며 주면 안된다.
그낭 아무것도 받지 않고 나는 줘버려야 한다.
줄거면, 그렇게 줘야한다.
마치 블랙홀에 집어던져버리듯이
되돌아올것이 없다는걸 당연시여기며
그럼에도 주고싶으면 그렇게 줘야한다.



상대방은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대개는 잘 모른다.
어떤 관심과 정성같은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받아도 안받아도 크게 차이도 없고
받는지 모를때조차 많다.



내가 마음을 덜 쓰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면
정말 허공에 던져버리듯 줘 버리고
미련없어 돌아서버리자.
나는 그런 정성, 마음 따위 줘버려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무덤덤하게 줘버리고
상대방에게 괜한 서운한 마음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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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미술관 (Leeum)엘 갔다.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상하게도 항상 리스트에 오르지 않다가

친구가 얘길 꺼내서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12시 30분에 리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중간에 넋놓고 지하철을 탄 덕분에 내렸다가 다시 탔다가 뒤로 갔다가 다시 탔다가 난리를 쳐서

나는 1시간이나 늦고 말았다.




한강진역 벽화.


약속시간에 1시간이나 늦게 한강진역에 도착했다.

번잡한 도심이 아니어서일까, 아니면 너무 대낮이어서 그럴까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2호선 강남역과 달리 

한강진역은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하였다. 

그리고 타일로 이어붙인 벽화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난 마치 관광객처럼 한강진역 벽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었다.


파란 여름잎에 둘러싸인 리움의 표지판.



한강진역 1번출구로 나오자, 바로 표지판이 보였다. 

이제 막 여름의 풋내음이 나는 파란 잎들에 둘러싸인 표지판을 보고 있으니

문득,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올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잠시 스쳤다.

필름으로 찍었으면 정말 클래식한 사진의 느낌을 냈을텐데.



작은 들꽃들이 가득 피어있던 산책길.


이제 정말 여름에 접어드는 6월말,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쬐는 길을 걷고, 또 언덕을 걸어 드디어 도착했다.

오는 길에 왠지 부자들이 사는 동네같다는 생각을 했고, 왠지 모를 위화감이 살짝 들었다. 




Leeum. 입장.



운이 좋게도 내가 도착했을때, 큐레이터분이 무료로 안내해주는 시간이었다. 

Leeum은 한국 고미술품 상설전시를 위한 뮤지엄1과, 

한국과 외국 현대미술을 위한 뮤지엄2로 나뉘어져있어서


일단 뮤지엄1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4층부터 내려가면서 전시품을 보도록 설계가 되어있었는데 뮤지엄1의 4층은 고려청자전시관이었다. 

큐레이터분과 함께 주요 작품들의 설명을 듣고 3층으로 내려가 조선 백자를 보고, 2층에서 고서화 전시를 보다가

나는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큐레이터 일행과 헤어져

홀로 고서화 관람용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제, 한동안 모르는 채 했던 나의 서러움이 大폭발하는 바람에

정말 한참을 서럽게 울었었다.

서러움도 서러움이지만, 

불안함, 막막함, 답답함. 그리고 억울함과 두려움.

그 모든게 응집되었던 것들이 한 번 터지니까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그렇게 울고나면 항상 다음날 너무 지친다. 


자연채광을 하는 천장. 오늘같이 햇살 좋은 날에는 빛이 덜 들어오게 막아놓는다고.


뉴욕의 MOMA가 생각나던 계단.



잠시 로비에 나와 카페에서 아이스라떼를 한잔 마신 후에야 살 것 같았다.



현대미술전시관은 고미술관과 다르게 밖을 볼 수있게 큰 통창들이 되어있는데

바깥에 심어놓은 자작나무들의 하얀 가지와 나뭇잎들이 바람에 싸하게 흔들렸다.

햇살은 점점 기울고 창문 프레임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다워서

안내원에게 작품 말고 창 바깥 풍경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작품이 아닌 내부에서 창가를 찍는것도 안된다고 한다.




룰이 있는 건 좋지만-

그닥 납득이 가지 않는 룰이었다.

작품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창밖을 찍겠다는 건데 이것까지 막을 필요가 있나.

뭐, 미술관 측에서야

관람객 통제 차원이나,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한다던가 하는 어떤 사유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움에 대한 소유화, 같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자 - 여기 이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바깥풍경의 아름다움도 다 리움 소유의 것이야.

그러니까 너네는 돈내고 들어와서 이 자리에서만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어.

이 미술관에 걸려있는 비싼 작품들처럼 말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달까.




리움 전시관의 야외 정원.


야외 정원의 조형물.


가느다란 대나무로 둘러싸여있었다.



야외정원을 쭈욱 걸어 가장자리로 왔다. 

오후햇살에 뜨뜻하게 데워진 펜스에 기대니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람은 시원하고, 펜스는 따뜻하고 나른한 기분이었다. 


나는 위 사진에 보이는 평상같은 벤치로 다가가 철퍼덕 누웠다.

어짜피 곧 폐관시간이고, 사람들도 없고 -

행여나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눈치볼 나도 아니고. 







Mondo grosso의 1974를 틀었다.

사실 아까 혼자 관람할때부터 계속 듣고 있었다.

잔잔한 피아노 소리 사이사이로 싸아아- 싸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 지나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이 시원하고, 또 포근해서 좋았다.

이 서울 한복판에 복잡한 사람들 발소리도, 말소리도 없이 고요하고 평온한 곳에서, 

대신 대나무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내는 싸아아-싸아아- 한 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점점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은 따뜻했다.

평화롭고, 평온했다.

한바탕 울고 지나간 후의 내 마음도 잔잔했다.



친구가 날 찾으러 올때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실 리움 미술관의 어느 작품을 보던 시간보다도

여기 이 야외 정원의 벤치에 누워 바람소리를 듣던 순간이 나는 참 좋았다.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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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을 새서 소장을 쓰고, (사실 여행기도 썼다...)

오늘 오랜만에 열심히 수업을 듣고

부랴부랴 저녁도 안먹고 강남쪽으로 고고고.

열심히 9호선을 타고, 2호선을 타고, 8호선을 타고 간 곳은 바로바로 

 

 

 

 

 

 

 

올림픽공원!!!...이 아니라

유/나/킴/ 아/이/스/쇼/였다.

전회 매진이라는 그 김연아의 2013년 아이스쇼!!!!!!

나는 저녁 먹는 줄 알고 왔는데, 

김연아 아이스쇼라니! 아이스쇼라니! 아이스쇼라니!!!!

 



아. 이런 서프라이즈 좋다. 헤헤

공연은 8시부터 시작이었는데 7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공연장 앞은 정말 사람들로 시장통!

곳곳에 김연아 판넬이 있어서 김연아랑 사진도 찍었다.

어떻게 찍어도 김연아 앞에선 굴욕인걸 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김연아의 아이스쇼!

 

시작시간이 되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한 2층 어디쯤이겠거니....했는데

 

 

 

대/박/

앞에서 세번째줄  @@

너무 앞자리라 약간 멍.......

나 이런 앞자리에 앉아도 되는걸까?;

 

 

 

1부 공연 시작전 =) 이렇게나 가까이 보인다. 우웃.

 

오프닝, 한 명 한 명 인사하는 중!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다.

페어 팀들도 있고 피겨팬들에게 익숙한 랑비엘, 로셰트, 와그너도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그리고...

처음 공개하는 유나킴의 GALA, [Imagine]

 

 

 

 

 

You're the only one. 가사에 맞춘 유나의 깜찍한 포즈.

 

더 이쁜 유나의 사진들도 많이 찍었지만, 사진을 찍은 친구가 유나의 사진은 공개되는걸 원치 않는거 같아서..한 장만..ㅎㅎ

 

야광봉(?) 콘써트장 온것 같당.

 

 

 

 

 

 

망원렌즈를 가져왔는데

자리가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망원렌즈라 망했다는..웃픈일이...ㅠㅠ

 

 

실물로 본 김연아는...

등근육이 진짜 멋있다.

(진지해서 궁서체)

 

 

진지하게, 등근육이 너무 멋있었다.

팔근육이 멋있는 여자 스케이터도 있었다.

나는...자꾸 여자들의 탄탄한 잔근육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뭐랄까 - 다른 스케이터들은 우아한 연기를 하는 느낌이라면

김연아는 몸짓, 태도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우아한 느낌?

 

 

그리고,

스테판 랑비엘 멋있다. 그냥 멋있다.

이상한 망사 쫄티를 입었어도 멋있었다.

 

 

 

저 눈빛!!! 아련아련 열매를 먹은 저 눈빛 !!!!

 

 

 

 

아이스쇼는 어렸을때 엄마가 러시아 볼쇼이 아이스쇼 보여준 거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오늘 아이스쇼에서도 연기가 아름다워서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소름돋는 연기들을 보았다.

유나킴 연기를 녹화하느라 실제 연기를 마음껏 감상 못한게 좀 아쉽다.

언제 또 유나킴 공연을 직관할수 있을까.

근데 아마 또 직관을 하더라도 또 녹화하고 싶겠지. 헝헝

 

 

 

 

어쨌든,

오늘처럼 짜증나고 무더운 여름 날.

사실 강남에서 너무너무 사람이 많아서 짜증지수 100%였는데

시원한 아이스링크장에서 열기도 식히고 유나퀸 공연도 보고,

불타는, 아니 시원한 금요일 밤이었다. :D

이런 멋진 공연 보여주신 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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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밤생각

■ 삶 2013. 6. 18. 20:07



#.


나는 그래도 인복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요즘엔 인복이 많은 지도 잘 모르겠고

남자복은 없는 것 같다.=_=

외로움을 잘 안타는 성격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2. 



목소리가 자꾸 움츠러든다고 생각하다 문득,

FM을 하고 싶어졌다.

어렸을 땐 목소리 상할까봐 절대로 발악 안했는데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고싶다.


민좌아아아아아악 꼬대애애애애애애애애애

마깡아아아아아앙 얼로오오오오오오오오온

대전외고 중국어꽈 출!씨이이이이이이이인!

파릇파릇하다하면 속을것같은 05학뻔!

이름은!!!!!!


X !!!

X !!!

민 !!!


뭐라구?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면접가서 자기소개를 이렇게 하면 안되겠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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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밤생각

■ 삶 2013. 6. 14. 01:09




#1. 



무엇을 이루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절박함'이 아닌가 싶다.

가끔 무엇에서부터 잘못되었나 생각해보면 

- 근본적으로 '절박함'이 없어서였을 때가 꽤 있었다.

절박하면, 하게 된다. 닥치고 하게 된다. 






#2. 


그저께 세라워크를 가는 길에 청각장애우가 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청각장애가 있는 바리스타는 친절하게 주문을 받았고, 나는 그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을 했다. 

내가 주문한 커피가 정성스럽게 준비되는 동안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인간이 만든 기계가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다 한들, 

인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가 있을까.

우리의 몸이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고, 그에 맞는 기능들을 하게되기 위해서

셀수없을만큼 많은 세포와 신경과 조직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우리를 만들어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남들보기에 크게 의아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갖추고, 

또  살아가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게

얼마나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인가?


또 그 모든 것들이 100% 기능을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닌가?

우리 몸이 100만개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그중에 98만개쯤 기능할 수도 있고, 76만개쯤만 기능하는 것일수도 있다. 

또 각각 100%, 80%, 발휘하는 정도들도 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커피를 만들고 있는 저 청각장애우는, 100만개의 기능 중에서 귀가 잘 들리는 기능 하나가 떨어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장애의 유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아닌가.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장애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아마 내가 발휘할 수 있는 기능 중 많은 것들은 제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모두가 다 똑같다. 다르지 않다. 






#3. 


대개는 혼자여서 외롭다..라는 감정에 빠지지만

가끔은 그냥 혼자여서 좋은 시간들이 있다. 

아마 혼자여서 외로운 이유는 -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순간, 그런것들을 함께 보고 듣고 공유하고 싶은데 그럴 대상이 곁에 없다는 그런 이유인 것 같다.


혼자여서 좋은 때는, 

이런 새벽.

남들은 다 잠이 든 새벽 세시.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여름밤 공기를 맞을 때.

정신 산만하고 (남들 눈에는) 정리가 안된 방이지만 

나만의 공간에, 내게만 의미있는 물건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



그리고 버려진다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




나 하나로 충분한 일도 둘이 되면 버거울 때가 있다.

때론 둘이라는 관계가 거추장스럽고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소모하게 하는 때가 있다.

타인에 의해서 내가 좌지우지 되는 그런 상황은 싫으니까.




서울 한복판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는 이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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