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노래제목은 <혼자라고 생각말기>인데,
원곡제목을 제대로 쓰면 포털에서 검색되기 때문에
제목을 살짝 바꿨다.
최근 몇주간 방문자가 두배정도 늘어나서 유입키워드를 확인해봤더니
내 글 중에 하나가 네이버 검색 블로그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블로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그 글을 보호처리 하고 네이버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걸 막아달라고 했더니
오늘 드디어 방문자 수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왔다.
=
약속하나 펑크를 내고 엄마랑 약속한 장소에 갔는데 정작 엄마가 오지를 않았다.
약속장소가 내가 대학시절과 대학원 1학기를 보냈던 곳이어서
바로 집에 오는 대신 옛 동네를 한바퀴 걸었다.
사실 지금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딱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 일이 없는 곳이다.
천천히 걸어 아파트 단지를 지나 지하철을 타러 터덜터덜 걷는 길 마다마다
옛 추억들이 하나둘씩 생각이 났다.
나는 이게 문제다.
추억들을 참 오래간직한다. 것도 세세하게 간직한다.
날짜, 낮과 밤, 날씨, 그런 것들도.
머릿속에서 추억들이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팝콘튀기듯이 튀어오른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또다시 나는 충동적으로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갔다.
대학원 다니는 동안 다녔던 동네를 스쳐서- 나는 샛강역에 내렸다.
능숙하게 샛강역 옆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하나 빼들고
63빌딩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노래를 틀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어폰도 없었다.
드르륵 - 드르륵 - 페달 밟는 소리가 정갈하게 들려왔다.
한낮은 한 여름처럼 뜨겁도록 더웠는데,
6월 초 밤기운은 아직 시원했다.
귓가를 스치고 머리카락을 흐트리뜨리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
2005. 07. 北京
페달을 밟아 한강공원으로 미끄러져내려갔다.
한강을 달리며 보는 강 건너편의 야경을 좋아하는데
문득,
정말 문득 -
2005년 그러니까 8년 전 제일 처음 중국여행할때가 생각이 났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패키지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배낭여행을 했었다.
정확히는,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밤의 기억과 기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첫날 도착해서는 낮에 천안문 국기게양식을 보고, 밤에 왕푸징에서 놀던 그 밤.
그때도 밤바람이, 밤기운이 - 오늘처럼 시원했었다.
해외여행, 게중에서도 중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는 종종 - 우리가 사는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중국의 모습은 어린 내 마음에 충격적이었달까.
내가 티비에서 보던 중국, 드라마에서 보던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 세련되고, 우리나라가 더 잘 산다는 그런 자부심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2005년 여름, 내가 마주한 베이징은 서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서울보다 빈부격차가 심해보이고, 패션은 조금 뒤쳐진것 같았지만
서울처럼 신식 건물들이 즐비했고, 신식 지하철이 다니고, 외국 프랜차이즈들도 있고, 대형 쇼핑몰도 있었다.
아. 중국이나 서울이나 다를게 없구나.
그 이후로, 이상하게 나는 서울에 살면서 -
이 곳이 중국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확실히 우리와 구분되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비슷하게 생긴 생김새, 문화, 도시 분위기 때문에 중국에 이질감이 아니라 동질감을 느꼈었나보다.
내가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지금,
여기 사람들이 신나게 일요일 밤을 즐기는 지금,
사실 비행기로 한두시간 떨어진 곳에도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한 채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들을 모르고 또 알 필요도 없지만
그냥 그렇게 존재수만큼 다양한 삶의 세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토록 애를 쓰는 내 삶도
그냥 이 지구별의 80억 개의 삶 중에 하나일 뿐,
80억 개의 삶 중에 진짜 특별하고 중요하거나 그런 게 아닌 느낌이다.
이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여의도를 가로지르는 자전거를 탄 한 여자 엑스트라가 지나간 것 같은 느낌.
그래, 분명 그녀에게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면 그녀만의 삶이 있겠지. 그 삶에서 그녀는 고군분투하겠지.
그렇지만 아무도 영화를 볼 때 엑스트라 하나하나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슬픈 일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내 삶도 그렇게 그냥 평범하고 아무 별 볼일 없는 인생인 것이다.
이 지구별의 먼지 같은 느낌.
여기 지금 달리다 사고가 나서 쓰러져도, 갑자기 어떤 일로 죽어 없어진다해도
먼지 하나가 사라졌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내 삶이 보잘것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내 삶이 너무 소중하고, 아주 잘 살아야 하고, 애써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삶의 무게가 조금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들은 없는 걸지도 몰라. 아냐 - 없을거야.
내가 상상하고 바라왔던 것들.
그런 것들은 사실 세상에 없는거야.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는거야.
내가 꿈꾸면 꿈꿀수록 허망하고 허무하고 허탈한 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라.
세상은, 그냥 이렇게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임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좀 씁쓸하지만, 편안하기도 하지.
그냥 지금 내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면 되니까.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
집이 나만의 공간이면 좋으련만.
집에는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있을거다.
언제부턴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척 하는 연극.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아주 분명히 그렇다는 것이다.
뭐랄까.
실은 나는 슬픈걸까? 힘든걸까?
정말 잘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기죽지 않고 뻔뻔하지만
실은 주눅들고 기죽고 있었던걸까? 그러고 싶었던 걸까?
나의 본심은 그런데, 나의 강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서 나는 뻔뻔하게도 잘 웃고 지내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주어진 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고 있는데
이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 즐거워서 즐겁게 사는건지 - 아니면 실은 슬픈 마음을 감추려고 즐겁게 사는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행여 후자라면, 아마 즐겁게 사는 척이라도 한다면 슬픈 마음을 이겨낼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어쩌면 나는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반사적으로 아주 강한 셀프 디펜스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툭 치면 푹 하고 쓰러지는 나라는 걸 알고 나서
누가 툭 칠까봐 나 스스로 바짝 가드를 올리고 있는 것일지도.
또 아니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하면서 사는 것일지도 몰라.
행복해서 행복한건지,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서 행복한건지 구분하지 못하는 채로
각자 나름의 삶을 살면서 힘든 점들을, 어떤 행복한 이유들을 들어서 스스로를 위로 하고 사는걸지도 몰라.
그게 원래 어른들의 사는 방식일지도 몰라.
만약, 내가 슬픈데 웃고 있는 거라면
이 연극은 희극이 아니라 실은 비극인거겠지.
...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의 내면은 울고 싶은 걸지도.
실은 슬픈데, 우울하고 쳐지고 싶은데
그랬다가 또 제자리로 돌아오는게 힘들까봐 그게 무서워서
내가 나를 억지로 웃게하고 있는 건가.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북적거리던 한강공원을 벗어나 샛강생태공원으로 접어들었을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또르르 또르르 흘렀다.
마음이 조금 개운했다.
슬픈데 슬플 수 있었다면, 이제는 비극이 아니겠지. 다행이다.
자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능도 재주도 능력도 끈기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아무 쓸데가 없어서 방치가 되어서 점점 녹이 슬고 거미줄이 엉키는 느낌이다.
애써 나를 뚜르륵 뚜르륵 제자리에서 굴리고 있지만.
그냥 내버려뒀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굴렀을텐데
무슨 큰 일을 하겠다고, 뭐 얼마나 대단하게 살거라고 과욕을 부려서
오히려 조잡하고 복잡하고 쓸데없이 기능만 잡다해진 기계처럼
그래서 사실 아주 간단한 기능의 기계보다 쓸 데가 없어 전락한
그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 혼자 아무리 내가 재능도 많고, 재주도 많고, 능력도 있다고 외치면 뭐하나.
골방에서 녹슬면서 거미줄 감아가면서 홀로 놀고 있는데.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줘야 하는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오늘은 참 싫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질까봐
이런 저런 할 일들을 만들어놓았는데
이게 약인지 독인지.
아..또 자소서 써야한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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