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밤생각

■ 삶 2013. 7. 2. 02:47





"그건 너 자리잡고나서 결정하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다양한 핑계를 들어봤지만

내가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조건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다. 

그냥- 

지금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도대체 왜 '내가 자리잡는 것'에 붙잡혀 보류된 상태인건지

이건 마치 작년 한 해 동안 나의 많은 것들이 '시험에 붙으면'에 저당잡혀있던 거랑 뭐가 다른지.

이런 상황속에 처한 내 자신이 처량해졌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 한 가운데 빠져버린 느낌.



나는 왜 탈출할 수 있을때 탈출하지 못했나.

나한테 끝까지 버티자고 한 놈이 누구였나.



이 모든 상황은 결국 내 탓이지만,

내 탓을 하기 싫어서 괜히 이리저리 남 탓, 상황 탓을 해봤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나를 탓하며 더 깊은 구덩이를 파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정답찾기를 좋아한다.

세상 일에 대한 정답, 사람 마음에 대한 정답, 니가 한 말의 의미에 관한 정답.

정답을 찾기위해선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관두기로 했다.

궁금한 것들이 투성이지만, 

어짜피 정답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게 정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알 수도 없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 생각의 가지를 치고 쳐나가는게 

나한테 얼마나 무익하고 때로는 해로운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짜피 내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조금 답답하고 찝찝해도 그냥 거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냥 내게 던져진 채로 포장지를 풀지 않고 들고만 있기로 했다.



생각하고 의미부여하는게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두어야 할 때.




===




사람은 손에 쥐고 있을때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을 잃을까봐. 

잃는 것 자체도 무섭고, 잃고나서 겪을 후폭풍도 무섭다.




깨달았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가진게 없다.

잃을게 없다.

그래서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걸.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나의 착각이 나에서 비롯된 것이든, 상대방이 유발한 것이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나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한동안은 왜 잡아놓지 못한거지,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조급하고 조바심이 나고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리하게도 계속 쳇바퀴돌듯 원점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이 상태에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자.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자.

잃을 게 없으니까 잃을 걸 겁내지 말자.





나도 너한테 참 모질게 굴었지만

너도 나한테 만만치않게 모질게 군다.

나는 원죄가 있으니, 이게 너의 복수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죄책감을 들고 미안함을 내버릴수 있어서 좋다.

이젠 내가 지쳐 나가떨어져도 나는 홀가분하게 갈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때쯤엔 미련도, 미안함도 없이 갈 수 있겠지.





===




그래서 말인데

원래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가는 거.

누군가를 엮어 내 인생을 계획하지 말고

남이 내 인생 문제 풀어주길 바라고 있지 말고

내 인생,

내가 열심히 밭갈고 씨뿌리고 잡초뽑고 물뿌리고 해야하지 않겠나.






===




인생 참 어렵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남은 보전처분신청서는 언제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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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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