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중에 내 이상형은 이진욱이다.

실제로 내가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은 이진욱과 하나도 닮지 않았었지만.



연기이겠지만,

이진욱이 연기하는 그 눈빛이 좋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쌍꺼풀이 없는 그 눈이 정말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 첫사랑의 눈동자가 아주 까맣고 강렬했었는데 그 사람의 기억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느낌으로 이진욱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면 심각하게 드라마(혹은 그 남주인공)에 빠져들어서

정말 나의 자제력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데

이진욱이 나오는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에게 질투심이 나서 보지 않는다.

하하.



어쨌든,

그제 어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진욱이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보았다.

모두가 잠드는 자정부터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아침까지,

밤새도록 홀로 티비만 켜놓고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진욱에 빠져서가 아니라, 여자주인공에 너무나도 감정이입을 해서 보았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내 얘기 같은 것도 있고 내 얘기 같지 않은 것도 있지만

왜이렇게 내 상황 같은지,

왜이렇게 내 마음 같은지.

하지만 나는 왜 주열매처럼 윤석현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서운한 감정들을 폭팔시킬 수 없었을까.


드라마 속의 윤석현과 주열매가 부러웠던 것은

끝끝내 돌고 돌아, 그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화내고 소리치고 서운하다고 울고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 마주보고서 팽팽히 끈을 당기고 있어야 그렇게 폭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내쪽으로 당기더라도 상대방이 상대방쪽으로 당길 것이라는 믿음.


만약, 우리가 줄다리기가 아니어서

내가 힘껏 당겨버릴때, 저 사람이 무덤덤하게 줄을 놓아버리면 나는 그대로 우당탕 뒤로 나자빠지겠지.

저 사람은 우두커니 서있고, 나는 바닥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지겠지.

나는 그게 무서워서 줄을 당기지도 못한다.

상대방은 무덤덤하게 줄을 잡고만 있다.

그 줄을 잡고 나를 보고 있는지, 등돌아 서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마음, 내 서운함, 내 답답함, 내 속마음 -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말할 용기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내 상대방은 드라마 속의 윤석현과 달라서

소리치면 같이 맞받아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서운하다하면 같이 서운하다 토로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그랬냐고 하고 입을 닫고 돌아서버릴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그냥 돌아서버릴 사람이라서

자기 상황이 어떤지 자기 마음은 어떤지 한마디 설명도 해주지 않고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고, 

내 얘기에 대한 대답도 하지 않고, 해명도 하지 않고

그래서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고

너와 나는 안맞는가보다...하고 네 얘길 들어줄 사람 찾아가라고-할 사람이라서.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더 속상해져버렸다.

내가 지금 받아들이지 않는건

그 사람이 윤석현과 같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나랑 그 사람은 사실 참 맞지 않는다는 거.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안된다는 거.

그 사람은 날 더 행복하게 해줄 수도, 해줄 마음도 없다는 거.

이제는 그 사람, 그 사람과의 추억을 과거로 보내줘야 한다는 거.


그런 것들.




이 줄을 내가 먼저 놓아야 하는걸까.

뒤돌아서있는지, 날 향해 서있는지도 모르겠는 저 사람은

왜 이 줄을 놓지도 않고

당기지도 않고

밀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그냥 잡고만 서 있는 걸까.


내가 당기라는 걸까, 

내가 지쳐서 놓고 가길 기다리는 걸 아닐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바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서있기만 하는 저 사람을 견디기가 점점 힘들다.




나도 할만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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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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