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3.06.13 세라워크 (2) 4
  2. 2013.06.12 6호선. 4
  3. 2013.06.10 혼자라고 생각않기 4
  4. 2013.06.08 올블랙 트레이닝복 ♥ 4
  5. 2013.06.07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2
  6. 2013.06.04 영화처럼 시작하는 아침.
  7. 2013.05.30 효도 9
  8. 2013.05.29 환상
  9. 2013.05.28 21살의 내가 27살의 내게 말하다. 2
  10. 2013.05.20 Workout is my Life.

세라워크 (2)

■ 삶 2013. 6. 13. 17:26


 : 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예쁜 도자기 만들기 



요즘 내 부업(?)은 도자기 제작인 것 같다.
지난번 나의 어설픈 첫번째 <리스본> 도자기를 보고
엄마가 많이 좋아라하셨는데
돈을 줄테니 도자기를 더 그려오라는 특명을 내리셨다.


어머니.. 제 전공에 미술은 없습니다만...?...=_ =



그래도 나는 착한 딸이니까(?) 엄마의 명을 받들어
내가 유럽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들로 디자인 도안을 만들어서 어제 오늘 도자기 컵 두 개를 만들었다.




< 채색 완성>

짜잔 ~ :D




엄마가 유럽이쁜 도시를 그려달라고 해서, <스위스의 루체른>과 <프랑스의 파리>를 골랐다.

이러다 <유럽 도시 세트> 만들 기세......



▲ SWISS - LUZERN 

아기자기한 멋을 위해서 지붕을 빨간색, 주황색, 황노랑색으로 칠해봤다.


루체른의 루이스 강.


루체른의 상징. 카펠교도 그렸다. 세심하게 꽃도 그려넣었다. *^^*


고동색으로 윤곽과 그림 테두리를 그리고, 손잡이 옆에 도시이름을 칼로 긁어 새겨넣었다.

연필 스케치가 남아있어서 지저분해보이긴 하지만 재벌구이할때 연필선은 다 날아간다 :)



내가 참고한, 내가 찍은 루체른 사진 2008. 05.





FRANCE - PARIS

원래 도시건물과 다리가 같은 면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지만(;) 파리의 특징을 위해 각 건물 배치를 내 멋대로 각색했다.

엄마가 가로등을 좋아해서 도드라지게 그려넣었다.


파리 건물의 특징인 남색 지붕들. 나름 톤을 달리해줬다.


이쪽에도 가로등을 그리고, 테두리 안에는 PARIS를 새겼다.


이 사진속 건물들을 정면에서 바라본 것처럼 건물배치를 다시 했다.


사진을 보고 나서 도자기용 그림으로 재배치한 스케치.





엄마한테 부탁받은거라 테두리도 줄자대고 반듯하게 그려넣고 엄청 신경썼다...ㅜ
도시 풍경에 맞게 루체른은 고동색으로 마무리, 파리는 남색으로 마무리.


한번에 두개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완성된 모습 보니까 좋네 :)
얼른 구워져서 깨지지 말고, 이쁘게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나...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의견서 작성은 누가 대신 해주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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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 삶 2013. 6. 12. 11:59
약속이 있어서 삼각지에서 6호선 봉화산 방향 지하철을 탔다.

이대로 그냥 주욱 고대까지 가고 싶다.
지금 이 길이 고대에 등교하는 길이었으면 싶다.
그냥 고대가 그리워 구경가고 싶은게 아니라
당연히 고대에 다니던 그 때의 "나"이고 싶다.

때묻지 않았던 때.
뭐든 자신감이 넘쳤던 때.
나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때.
그리고 맘 먹으면 다 해냈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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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생각않기

■ 삶 2013. 6. 10. 01:26



원래 노래제목은 <혼자라고 생각말기>인데, 

원곡제목을 제대로 쓰면 포털에서 검색되기 때문에

제목을 살짝 바꿨다.

최근 몇주간 방문자가 두배정도 늘어나서 유입키워드를 확인해봤더니

내 글 중에 하나가 네이버 검색 블로그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블로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그 글을 보호처리 하고 네이버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걸 막아달라고 했더니

오늘 드디어 방문자 수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왔다. 







약속하나 펑크를 내고 엄마랑 약속한 장소에 갔는데 정작 엄마가 오지를 않았다.

약속장소가 내가 대학시절과 대학원 1학기를 보냈던 곳이어서

바로 집에 오는 대신 옛 동네를 한바퀴 걸었다. 

사실 지금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딱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 일이 없는 곳이다.

천천히 걸어 아파트 단지를 지나 지하철을 타러 터덜터덜 걷는 길 마다마다

옛 추억들이 하나둘씩 생각이 났다.

나는 이게 문제다.

추억들을 참 오래간직한다. 것도 세세하게 간직한다. 

날짜, 낮과 밤, 날씨, 그런 것들도.

머릿속에서 추억들이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팝콘튀기듯이 튀어오른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또다시 나는 충동적으로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갔다. 

대학원 다니는 동안 다녔던 동네를 스쳐서-  나는 샛강역에 내렸다.

능숙하게 샛강역 옆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하나 빼들고

63빌딩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노래를 틀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어폰도 없었다.


드르륵 - 드르륵 - 페달 밟는 소리가 정갈하게 들려왔다.

한낮은 한 여름처럼 뜨겁도록 더웠는데,

6월 초 밤기운은 아직 시원했다. 

귓가를 스치고 머리카락을 흐트리뜨리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2005. 07. 北京



페달을 밟아 한강공원으로 미끄러져내려갔다.

한강을 달리며 보는 강 건너편의 야경을 좋아하는데

문득,

정말 문득 - 


2005년 그러니까 8년 전 제일 처음 중국여행할때가 생각이 났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패키지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배낭여행을 했었다.



정확히는,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밤의 기억과 기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첫날 도착해서는 낮에 천안문 국기게양식을 보고, 밤에 왕푸징에서 놀던 그 밤.

그때도 밤바람이, 밤기운이 - 오늘처럼 시원했었다.



해외여행, 게중에서도 중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는 종종 - 우리가 사는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중국의 모습은 어린 내 마음에 충격적이었달까.

내가 티비에서 보던 중국, 드라마에서 보던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 세련되고, 우리나라가 더 잘 산다는 그런 자부심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2005년 여름, 내가 마주한 베이징은 서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서울보다 빈부격차가 심해보이고, 패션은 조금 뒤쳐진것 같았지만

서울처럼 신식 건물들이 즐비했고, 신식 지하철이 다니고, 외국 프랜차이즈들도 있고, 대형 쇼핑몰도 있었다.

아. 중국이나 서울이나 다를게 없구나.



그 이후로, 이상하게 나는 서울에 살면서 -

이 곳이 중국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확실히 우리와 구분되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비슷하게 생긴 생김새, 문화, 도시 분위기 때문에 중국에 이질감이 아니라 동질감을 느꼈었나보다. 




내가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지금, 

여기 사람들이 신나게 일요일 밤을 즐기는 지금,

사실 비행기로 한두시간 떨어진 곳에도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한 채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들을 모르고 또 알 필요도 없지만

그냥 그렇게 존재수만큼 다양한 삶의 세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토록 애를 쓰는 내 삶도

그냥 이 지구별의 80억 개의 삶 중에 하나일 뿐, 

80억 개의 삶 중에 진짜 특별하고 중요하거나 그런 게 아닌 느낌이다.



이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여의도를 가로지르는 자전거를 탄 한 여자 엑스트라가 지나간 것 같은 느낌.

그래, 분명 그녀에게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면 그녀만의 삶이 있겠지. 그 삶에서 그녀는 고군분투하겠지.

그렇지만 아무도 영화를 볼 때 엑스트라 하나하나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슬픈 일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내 삶도 그렇게 그냥 평범하고 아무 별 볼일 없는 인생인 것이다.



이 지구별의 먼지 같은 느낌.

여기 지금 달리다 사고가 나서 쓰러져도, 갑자기 어떤 일로 죽어 없어진다해도

먼지 하나가 사라졌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내 삶이 보잘것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내 삶이 너무 소중하고, 아주 잘 살아야 하고, 애써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삶의 무게가 조금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들은 없는 걸지도 몰라. 아냐 - 없을거야.

내가 상상하고 바라왔던 것들. 

그런 것들은 사실 세상에 없는거야.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는거야.

내가 꿈꾸면 꿈꿀수록 허망하고 허무하고 허탈한 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라.

세상은, 그냥 이렇게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임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좀 씁쓸하지만, 편안하기도 하지.

그냥 지금 내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면 되니까.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

집이 나만의 공간이면 좋으련만.

집에는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있을거다.





언제부턴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척 하는 연극.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아주 분명히 그렇다는 것이다.


뭐랄까.

실은 나는 슬픈걸까? 힘든걸까? 

정말 잘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기죽지 않고 뻔뻔하지만

실은 주눅들고 기죽고 있었던걸까? 그러고 싶었던 걸까?

나의 본심은 그런데, 나의 강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서 나는 뻔뻔하게도 잘 웃고 지내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주어진 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고 있는데

이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 즐거워서 즐겁게 사는건지 - 아니면 실은 슬픈 마음을 감추려고 즐겁게 사는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행여 후자라면, 아마 즐겁게 사는 척이라도 한다면 슬픈 마음을 이겨낼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어쩌면 나는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반사적으로 아주 강한 셀프 디펜스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툭 치면 푹 하고 쓰러지는 나라는 걸 알고 나서

누가 툭 칠까봐 나 스스로 바짝 가드를 올리고 있는 것일지도. 



또 아니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하면서 사는 것일지도 몰라.

행복해서 행복한건지,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서 행복한건지 구분하지 못하는 채로

각자 나름의 삶을 살면서 힘든 점들을, 어떤 행복한 이유들을 들어서 스스로를 위로 하고 사는걸지도 몰라.

그게 원래 어른들의 사는 방식일지도 몰라.




만약, 내가 슬픈데 웃고 있는 거라면

이 연극은 희극이 아니라 실은 비극인거겠지.

...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의 내면은 울고 싶은 걸지도.

실은 슬픈데, 우울하고 쳐지고 싶은데

그랬다가 또 제자리로 돌아오는게 힘들까봐 그게 무서워서

내가 나를 억지로 웃게하고 있는 건가.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북적거리던 한강공원을 벗어나 샛강생태공원으로 접어들었을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또르르 또르르 흘렀다.

마음이 조금 개운했다.

슬픈데 슬플 수 있었다면, 이제는 비극이 아니겠지. 다행이다.







자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능도 재주도 능력도 끈기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아무 쓸데가 없어서 방치가 되어서 점점 녹이 슬고 거미줄이 엉키는 느낌이다.

애써 나를 뚜르륵 뚜르륵 제자리에서 굴리고 있지만.


그냥 내버려뒀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굴렀을텐데

무슨 큰 일을 하겠다고, 뭐 얼마나 대단하게 살거라고 과욕을 부려서

오히려 조잡하고 복잡하고 쓸데없이 기능만 잡다해진 기계처럼

그래서 사실 아주 간단한 기능의 기계보다 쓸 데가 없어 전락한

그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 혼자 아무리 내가 재능도 많고, 재주도 많고, 능력도 있다고 외치면 뭐하나.

골방에서 녹슬면서 거미줄 감아가면서 홀로 놀고 있는데.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줘야 하는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오늘은 참 싫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질까봐 

이런 저런 할 일들을 만들어놓았는데

이게 약인지 독인지.




아..또 자소서 써야한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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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습해서 운동하기 정말 싫은 날씨.

그래도 꾹 참고 운동가서 열심히 근육에 힘주고 왔다.

오늘은 체스트/ 삼두/ 복근 + 유산소 30분.

아디다스 + 나이키 콜라보레이션의 내 all black 트레이닝복 정말 좋아.

이번 달 운동 열심히 해야지. >♡<

 

 

that's me - 어깨근육이 제일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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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이 덥다.

헬쓰클럽이 쉬는 금요일이라 오늘은 오랜만에 수영복을 챙겨서 학교 수영장엘 갔다.

물도 좋아하고, 수영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실내 수영장에서 혼자 짧은 레인을 따라 도는 건 지겨운 감이 있어서 수영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푹푹찌는 날에는 땀흘리는 것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게 좋으니까.

 

평일 오후라 여유롭게 수영을 했다.

집에 가려고 나오니 해가 진다.

수영장에서 멀지 않은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며 뛰노는 학생들의 목소리들이 공기를 가르며 울려퍼졌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포스코에서 지어준 피트니스클럽/수영장



포커스가 아쉽지만..앙증맞은 토끼풀.


수영마치고 개운한 모습 :D

 

 

 

피식 - 웃음이 났다.

10대때 죽도록 오고 싶었던 이 학교.

입학해서는 죽도록 싫었던 이 학교.

이제는 그 미움도 다 가시고 이 곳이 또 편안하다.

 

영원한 것은 없구나.

나는 이 곳을 열렬히 사랑하기도 했고

열렬히 미워하기도 했다.

 

때로는 영원하지 않아서 슬펐지만

요즘은 영원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원래 세상은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아무것도 영원토록 안정된 것은 없다.

언제나 변하고 언제나 불안하다.

그냥 그 변화와 불안속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뿐.

그것을 모두 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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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각인데
아침시간 강남역방향의 2호선은 지옥철 같다.
하지만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명랑한 피아노 건반 소리 덕분에
마치 오늘 하루가 영화의 오프닝같이 시작하는 느낌.



어두웠던 스크린이 조금씩 환해지면서
경쾌하고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이제 막 아침해가 떠오르는 대도시의 모습을 멀리서 찍은 풀샷.
발랄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화면은 점점 도심 속으로 클로즈업이 된다.
아침시간, 제각각 출근준비와 등교준비로바쁜 사람들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북적북적한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사람들 틈여 끼여있는 주인공.
드디어 지하철 문이 열리고 주인공은 사람들을 비집고 내린다.
다시 닫히는 지하철 문에 맞춰
오프닝을 이끈 피아노 곡이 끝나고
영화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위해 페이드 아웃.


그럼 오늘의 내 영화도 기분좋게 시작해볼까 :)
With Chopin waltz No.5 in A flat major. o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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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 삶 2013. 5. 30. 17:00




어제 저녁먹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텅 비어있고

내 방 옷장앞에 새 옷 두벌이 걸려있었다.


둘다 며칠 전에 엄마랑 쇼핑다니면서 입어보았던 옷이었는데

하나는 원피스였고, 하나는 베이지색 정장 자켓이었다.

원피스는 그렇다치고 베이지색 정장자켓을 보고는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그리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왜이렇게 비싼거 사왔어>



보통 고급 여성정장은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브랜드 자켓하나면 다른데서는 투피스 정장을 세트 사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 날도 엄마가 이 브랜드 옷이 이쁘다면서 나한테 입혀놓고는 맘에 들어하시길래

설마 엄마가 덜컥 사줄까봐 뭐 비싼거 살필요 있냐고 넘어갔는데

엄마가 말도없이 덜컥 사와버렸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내게 구구절절 변명(?)을 했다.

< 너 일나가면 이제 옷 보러 다닐 시간도 없잖아. 딱 맞는거 찾기도 어렵고.

그리고 괜찮은 정장 한 벌은 있는게 좋아.

너 지금 있는 건 면접용 검은 정장자켓밖에 없잖아.

결혼식 같은 때 일하는 친구들은 다 좋은 거 입고 올텐데 칙칙한 검은 정장입고 가지말고>



...


며칠 전에 엄마한테 결혼식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3주뒤면 같은 로스쿨에서 공부했던 한 커플이 결혼을 한다. 

둘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대형로펌에 다니고, 아마 결혼식에는 대형로펌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올 것 같다.

아직 취직을 못한 다른 친구가, 그 결혼식 가면 대형로펌들에 다니는 동기들이 다 올테고 괜히 가기 싫다고 하길래

나는 그런거에 기 안죽고 제일 이쁘게 입고 갈 거라고,

대형로펌 다니는 애들은 일하다가 결혼식 와서 다시 일하러 가겠지 뭐.

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도 <그래. 이쁘게 입고가>라고 했는데 

아마 엄마는 대형로펌다니는 애들이 비싸고 이쁜 정장들 입고 올텐데 

나는 그냥 원피스 입고 가게될까봐 마음이 쓰이셨던것 같다.  


나는 비싼 정장같은거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내가 돈을 벌어도 이렇게 비싼 자켓은 아마 안샀을 거다. 


엄마한테는 이만큼 비싼 정장 한벌 있을까?

내가 아빠돈으로 이런거 받아도 되는걸까?

엄마아빠는 할인하는거를 열심히 찾아사시면서 나랑 동생꺼는 항상 제일 좋은 걸 아낌없이 사다주셨다. 

항상 그런식이었다.

공무원인 아빠 월급 하나로 4명가족이 먹고사는데

나는 한 번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배우고 싶은 건 넘치도록 배웠고, (물욕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질 수 있었다. 

엄마가 알바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라고 해서 대학생때 알바도 과외도 안해봤다. 

그리고 아빠 돈으로 힘들때마다 여행도 다녔다.

엄마 아빠가 아낀 돈으로 나는 분에 넘치게 풍족하게 컸다.


21살에 밴쿠버에 갈때도,

22살에 세계여행을 할 때도, 

얼른 커서 돈벌어서 엄마아빠한테 다 갚아드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27살이 되도록 아빠돈으로 먹고, 놀고, 배우고 그러고 산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건 아니지만...




물건으로만 효도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내가 갚을때도 됐는데, 

나도 엄마아빠한테 해주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아직도 받고만 있어서 속이 상한다. 

로스쿨에서 공부할때도, 엄마한테 나중에 좋은데 취직해서 좋은 핸드백 사주겠다고 했는데 

좋은데 취직은 커녕 대졸때 붙었던 회사들 서류통과도 너무 어렵다. 




엄마가 도자기에 그림그려달라고 부탁해서

이쁘게 그려주고 싶었는데

오늘 그것마저도 허탕쳐서 속상하다.



올해안에는 꼭 취직해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취직선물도 드리고 

엄마아빠한테 맛있는 식사도 대접하고 싶다.




때를 기다리는게 쉽지 않은 201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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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 삶 2013. 5. 29. 20:12

3일째 날이 흐리다.
어젠 전체적으로 안 좋은 날이었지만
나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사방이 촉촉한 저녁,
예상치못하게 저녁식사를 급하게 하고선
코엑스를 홀로 걷는데
두 손 맞잡은 수 많은 연인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문득,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어렸을 적엔 키크고 잘생긴 남자와 마르고 이쁜여자만 이쁜 연인처럼 보였는데,
남자가 키가 작든말든 여자가 뚱뚱하든말든,
둘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지나가는 그 모습 그자체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너와 내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과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된다는 것.

그자체로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일일까 싶다.
아마 저들도 서로를 만나기 위해
여러번 가슴아프고 눈물 흘리고 그런 시간들을 겪었겠지.


그런 만남앞에서
훤칠한 외모, 맵시있는 옷태, 잘나가는 직장..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나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받고,
우리 마음이 맞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게
훨씬 더 어렵고 그만큼 소중하고 멋진 일일텐데.


각박하고 경계가 가득한 세상에서
마음놓고 기대고 손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당신들이
문득 부러운 하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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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쥴러도, 다이어리도- 꾸준히 쓰지는 못 했지만
고등학교1학년때부터 1년에 1개씩 일기장을 끄적거려왔다.

실은, 여행기수첩을 찾으려고 서랍을 뒤지다가
2007년- 그러니까 내가 21살때 잠깐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2년을 사귀었던 남자치구와 헤어지고나서
하루하루 밀려오는 속마음들을 담담하게도 적어놓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다보니 나란 사람은 달라진게 없구나...싶으면서도
난생 처음, 정들었던 사람과 억지로 헤어지는 순간들을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고 굳은 마음으로 버텨냈을까 싶다.

어렸지만, 아니 어렸기때문에
오히려 나는 경계선을 분명히 그을 수 있었고,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었고,
내 판단에 맞추어 굳은 결심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옳고 그름이 무언지 불분명해지고
이래도 저래도 될 것 같고
당장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이
나를 더 미련하고 우둔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정도를 걷지 않아도 세상은 그럴싸하게 돌아간다는 얄팍한 요령이,
스물한살의 맑은 마음앞에서 부끄러워진다.




" 어쩌면 나는 힘든게 아니라 외롭고 답답하기만 한 것일거다.
내 얘길 털어놓을 사람이 없고 투정부릴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이제 나는 혼자라는 외로움.

내가 헤어지자고 하고 내가 미련을 갖는게 정말 미련하다.
헤어지고 나서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고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것도 2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걸 견디지 못하면 영영 미련할 수 밖에 없어.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이별할 수 없으니까 참아야해.
참기 힘들어도 참아야해.
이별하려면."



21살의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7살의 내게 말했다.
그 때의 나에게서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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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out is my Life.

■ 삶 2013. 5. 20. 00:23



내 인생에서 운동하는 것을 뺀다면, 

그건 아마 하루 세끼 밥 중에 한 끼를 더 먹는 것과 같을 것 같다. 

그만큼 운동은 내 삶에 있어 습관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나는 운동에서 삶을 배운다. 

아무 말 없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준다.


운동은, 정직하다.

정말 하는만큼 결과가 나온다. 

요령도, 운도, 뺵도 통하지 않는다.

오롯이 내가 투자한만큼 정직하게 나온다. 

그래서, '하면 된다' 라는 진리를 깨우쳐주고,

내게 '하면 된다'는 경험을 내 몸에 새겨준다.


운동은, 절제를 알게 한다.

작년 초 -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가 골반을 다쳤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만이 과욕을 불렀고, 무리해서 하다가 다치고야 만 것이다.

그 뒤로 나는 1년 가까이 운동을 쉬었다.

지금도 골반에 무리가 가는 특정 자세는 삼간다.

특히, 뛰고 싶은데 - 뛰지 않는다.

가끔 괜찮은 것 같아서 신나서 뛰고 나면 꼭 탈이 나더라.

마라톤을 뛰었던 내가 뛰지 못한다는 사실이 답답한 적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운동하는데 있어서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스로 나를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 




3달 전,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무릎을 대고 Push - up을 10번 겨우 채웠다.

2달 쯤 지나고, 나는 무릎을 댄 상태에서 Push - up을 25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정박자가 아니라 탄력있고 리드미컬하게 25번씩 해내더라.

그래서 오늘은, 남자들처럼 온 몸을 (ㅡ) 자로 펴고 발 앞꿈치로 땅을 짚고 Push - up을 해보았다.

마지막에 좀 끄응- 하기는 했지만 12번을 해냈다.


역시 하면 된다. 

인생에서도 - 차근차근 하면 끝내는 못할 것이 없으리라 믿는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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