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넷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아직은 젊은 나이에 더 가깝겠지만, 그렇다고 어린 것도 늙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

이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결혼때문인 건지 아무런 생각이 없이 지나보낸 것 같은 2020년, 그리고 나의 서른 네살.

아무 생각 없음의 좋은 면은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고 (그래서인지 10년 가까이 날 괴롭히던 수면장애가 사라졌다.)

아무 생각 없음의 나쁜 점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와중에 가뭄에 단비처럼 나를 스치고 가는 짤막한 생각들의 모음. 

 

#. 

아무 생각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떠한 감정, 어떠한 선호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작은 일에 행복하고 작은 일에 슬프고 일희일비하며 오르락 내리락하던 감정이 이젠 추억처럼 남았다. 

이젠 어떤 슬픈 노래를 듣고 가사에 귀 기울이고 옛 시절을 떠올려봐도 슬퍼지지가 않는다. (이 말이 행복해 죽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슬픈 감성에 젖어있는 나를, 그 순간을 많이 좋아하고 또 즐겼는데, 

그리고 그 때 떠오르는 생각들과 술술 써내려가는 나의 글들이 좋았는데, (내 글의 No.1 팬은 나라고 장담한다.)

어느 순간 더이상 그런 감상에 젖어들기가 어렵다. 솔직하고 섬세한 그런 마음과 생각들이 더이상 마음과 손끝에 차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는 불안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우울하지 않기 때문일텐데 -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 안의 슬픔을 잃고 행복해진 대신, 글이 써지지 않는 섭섭한 슬픔을 얻었다.

 

그러는 와중에, 좋아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도 같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입으로는 계속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즐거운지 모르겠다.

적성, 그런 거창한 것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취미생활조차도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반쯤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되어서 사라진 것 같고, 반쯤은 내 안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사라져버린 것 같다.

그러므로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또 꾸준하게 해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할만큼 해보아서, 혹은 해봤더니 별 거 없어서, 혹은 해봤는데 귀찮아서의 이유로 이제는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보자고 마음을 먹어본다. 

(그래서 요즘 쓰고 싶은 얘기가 넘치는 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계속 글을 써내려고 노력중이다)

 

#.

 

예전에는 퇴근하고 나면, 운동같은 취미활동을 하고 밖에서 데이트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연애얘기를 했다면

요즘에는 퇴근하고 나면, 집에와서 저녁식사를 같이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같은 소소한 살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부동산 얘기를 한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들 대화의 주제였던 꿈, 사랑, 낭만, 영화, 음악 같은 이야기들은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부동산, 육아, 이직, 투자, 결혼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이제 나와 친구들은 엄마 아빠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은 이미 진작에 어른이 되었고,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되었다.

 

사랑, 낭만, 영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내 삶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또 현실적인 주제를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그 다음 단계로 넘어온 것 뿐이다. 

내 안에서도 삶의 우선순위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많이 바뀌어버렸다. 

그러길 원해서도 아니고, 내 삶에 닥친 일들이라 그렇게 되어버렸다. 

..에....그래서 삶에 재미와 흥미가 사라진건가 (O_O)?

 

그 때 듣던 노래들을 아무리 들어도 그 시절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 서른 넷의 나이에.

이제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지만,

대학교 동기들과 밤새 팝송 가사 하나를 두고서 서로 다른 상상의 소설을 쓰고 견주던 시절이 

다같이 몰려다니며 전시와 공연을 보고서 가볍게 소줏잔을 기울이며 오늘 본 것들에 대한 열띈 얘기를 하던 시절이

꿈같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 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그런 이야기들로 밤을 지새우던 날들과 그 때의 마음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다.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가고싶다.  (0) 2021.01.24
미로  (0) 2020.12.08
유독 긴 가을,  (0) 2020.11.09
나에게 행복은.  (0) 2020.10.26
2020년의 가을  (0) 2020.10.19
Posted by honey,H
,

유독 긴 가을,

■ 삶/IV. 삶 2020. 11. 9. 10:48

 

 

 

 

 

알람 없는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암막커튼을 걷어보니 

하늘은 맑고 푸른데 창 밖의 커다란 황금빛 나무잎들이

바람에 싸아아아아 - 싸아아아아 - 마치 파도가 치는 듯 소리를 내며 찬란하게 흔들리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내가 고른 첫 신혼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은 예산, 동네, 역까지의 거리, 회사까지의 이동거리, 그런 것들이었는데 

(물론 그런 유용함은 매일매일 체감하고 있다)

이 집에 6개월 가량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은

앞에 가릴 것 없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공간과 그 사이 우리 창문까지 높게 뻗은 커다란 나무의 풍경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푸르른 계절을,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계절을 바로 눈 앞에서 감상하는 기분이란.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지만, 어떤 날에 교외에 있는 듯, 또 이렇게 바싹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는 

밴쿠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고싶다)

 

창틀에 앚아 저 커다란 나뭇잎들이 바람에 차르르 차르르 흔들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 이 바람에 저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한동안은 황량한 나뭇가지만 뻗어있을테고, 

또 이런 풍경을 보려면 겨울과 봄과 여름의 사계의 시간을 모두 지나 보내야 하는구나. 

그렇게 가을을  두 번 보고 나면, 어쩌면 이 곳을 떠나야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보니 너무 좋은 이 집의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 집이 아니라는 것. 

집주인은 이 집을 보지도 않고 샀다던데, 정말 운도 좋지. 

같은 아파트라도 같은 동이라도 층 수에 따라 라인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른데 어쩜 이 집을 딱 골랐을까?

여튼, 그렇게 생각하니 이 집에서 이런 풍경을 보며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빠르게 줄어두는구나. 아쉽다. 

 

처음 집을 계약하고 신혼집이라고 도배를 하고 청소하러 갔던 초 봄의 어느 늦은 밤,

밖은 캄캄하고 집 안은 가구 하나 없이 덩그라니 휑한 가운데 내가 과연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워

방 닦다 말고 주저앉아서 엉엉 운 적도 있었는데. 

살다보니, 도리와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면서 어느 새 이 집에 대한 애정이 많이 들었다.

 

나중에 이 곳보다 여건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 (지금 집값/전세값 생각하면 ....)

아파트 한 채만큼 커다란 나무 전체가 가을빛으로 물들어 시원한 바람소리를 내는 풍경을 가진 집은, 

또 만나기는 어렵겠지.

먼 훗날, 이 풍경이 그리워질까봐 덜컹거리는 방충망을 열고서 오늘의 풍경을 소리와 함께 동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창 밖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놓고 하염없이 보게되는 그런 집에 살았었다고 기억해야지. 

 

여름은 짧았던 것 같은데, 올해 가을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여전히 가을 한 가운데 인것 같은 느낌이다.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로  (0) 2020.12.08
요즘 하는 생각  (0) 2020.11.14
나에게 행복은.  (0) 2020.10.26
2020년의 가을  (0) 2020.10.19
여름이 간다  (0) 2020.09.14
Posted by honey,H
,

 

 

바쁘다가도 여유롭고, 여유롭다가도 바쁜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고서

나 그리고 친구들의 SNS 계정을 훑어보다가 저마다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이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생각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 사진을, 누군가는 취미활동 사진을, 누군가는 가족사진을, 누군가는 쇼핑 사진을 올리는 가운데

내가 남긴 것은 대부분 풍경사진, 하늘 특히 노을 사진, 그리고 그 속의 나와 너와 우리의 사진들. 

아침부터 밤까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비슷할텐데

사람마다 각별히 고르고 올린 일상의 모습은 이렇게 제각각인 것이다. 

그러게.

요즘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아름다운 날에,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순간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것이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한두 시간일지라도. 

조금 더 어릴 적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해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노력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삶에 대해 아주 조금, 겸손해진 것 같다. 

그렇게, 행복하기 위해 맑고 청명한 2020년의 가을 날에, 

단풍색이 발갛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행복을 찾아 다닌 나의 기록들. 

 

창덕궁에서. 

 

창덕궁 내 커다랗고 웅장한 나무. 나무 좋아하는 거보니 나이 들었다. 

 

기울어지는 햇살 속에 창덕궁 인정전 

 

아름다운 인정전과 그 뒤의 나무숲이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답던지.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단청이 홀릴만큼 매혹적이다. 저 색감 어쩔꼬.

 

덕수궁 말고 창덕궁 돌담길. 

 

(막혀서 들어갈 수 없었지만) 창덕궁의 후원 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 

 

너무 물들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던 풍경 

 

단풍이 띠를 이루어 감싸는 올림픽 공원

 

올림픽공원의 아름다운 단풍길 

 

처음 가본 명동성당. 내부 관람을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벽돌로 지은 성당이 멋있었다. 

 

명동성당 앞에서 기념 사진 :)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하는 생각  (0) 2020.11.14
유독 긴 가을,  (0) 2020.11.09
2020년의 가을  (0) 2020.10.19
여름이 간다  (0) 2020.09.14
2020년, 서울에서의 여름 (1)  (0) 2020.07.18
Posted by honey,H
,

 

아마 누군든지 결혼식에 대한 로망 혹은 소망이 한 가지 정도는 있을 것 같아요. 

꼭 야외예식을 하고 싶다든지, 꼭 어떤 드레스를 입겠다든지, 꼭 어떤 웨딩 슈즈를 선물받겠다든지요.  

저는 특이하게도 꼭 하고 싶은 신부입장곡과, 꼭 축가를 불러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축가의 경우는 사실 가능하리라고 상상도 못할 일이라 엄두를 못냈어요. 

입장곡 같은 경우는, 제가 이 곡을 처음 TV에서 들었을 때부터 제가 결혼하면 이 곡을 축가로 듣고 싶다! 생각했는데

꼭 그 TV 버전으로 듣고 싶은거에요. 그런데 제가 현실적으로 이 노래를 부른 분들을 모셔올 수는 없기에

노래를 즐겨 들으면서 꼭 TV 방송버전으로 신부입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솔로인데 결혼식 입장곡 먼저 선곡하는 김칫국 드링커)

 

 

 

1. 『 Il libro dell'amore 』 - by 고훈정, 이동신, 이준환, 손태진 님.(팬텀싱어 1) 

youtu.be/UF9WG50-7j0

바로 이 곡이에요! 꼭 한번 소리를 켜고 보세요 ♥

 

제가 (심지어 일기에도 쓴 적 있는) 콕 찝은 입장곡은 바로, Il libro dell'amore 란 곡이었어요!

제목은 '사랑에 관한 책'이란 뜻으로 원곡은 이탈리아 가수 주케로가 부른 노래라고 해요. 

팬텀싱어 시즌1을 애청하던 2017년 초, 고훈정, 이동신, 이준환, 손태진님이 부른 이 4중창을 듣는데

곡도, 화음, 가사도 너무 아름다운 와중에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급기야 감동받아서 눈물이 나는 거에요. 

(방송에서 가수 바다 님도 눈물을 글썽글썽) 

곡은 잔잔한 화음으로 아름답게 시작해서 부드럽게 진행하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 가면 끌어올린 감정이 터지면서

하늘에서 은총 같은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빛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요. 

그래서 꼭! 클라이막스 부분에 맞춰서 입장하고 싶었는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답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은 3분 30초 부터 시작하는데, 

앞 부분을 끊고 클라이막스부터 바로 시작하자니, 하객들이 듣기에 뜬금없이 4중창이 폭발하는 느낌일 것 같고 (갬덩파괴ㅠㅠ)

그렇다고 곡을 다 틀어놓자니, 신랑 입장 후에 무려 3분이나 하객과 신랑이 기다려야 하는 뻘쭘한 상황이 걱정이 됐어요. 

고민을 하다가, 성장동영상을 만들어서 이 곡을 입힌다음에 노래를 끊지 않고 클라이막스에 입장하도록 준비를 했답니다!

(결혼식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성장동영상을 셀프로 만듦. 그리고 내꺼만 만들기 그래서 남펴니껏도 만들어 줌 ㅠㅠ)

 

 

입장하기 전 아빠 손을 꼭 쥐고 있네요. 

 

 

디어 결혼식이 시작되고, 도리가 씩씩하게(?????)입장을 했어요!

원래 별도의 웨딩 연주(현악 4중주) 업체를 섭외했는데, 신랑입장곡과 신부입장곡은 bgm을 썼답니다. 

신랑은 축구를 좋아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음원을 사용했어요. 축구선수들이 등장할때 나오는 곡이라고 하더라구요.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 센터는 전문 웨딩홀은 아니기 때문에 버진로드 뒤에 출입문이 있진 않아요. 

그래서 신랑과 같이 버진로드 뒤에 서있다가 신랑이 먼저 입장하고, 덕분에 신랑이 입장하는 순간을 뒤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답니다. 

 

신랑이 단상 앞에 서고, 준비된 성장동영상과 함께 그렇게 소원했던 il libro dell'amore가 예식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사진,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당시)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과 마지막으로 웨딩사진이

웨딩홀 양쪽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플레이 되는데 살짝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꾹꾹 눌렀어요. 

그리고 드디어 2절과 클라이막스 사이의 간주가 흐르고, 클라이막스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아빠 손을 잡고 버진로드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한 발 두 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느낌이 들었어요. 

 

신랑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너가 내 남편이뉘....

 

 

사실, 본식 전 날 웨딩홀에서 리허설을 했었는데요. 

텅 빈 그 공간을 4중창이 가득 채우는데 노래가 더욱 장엄하고 배경음악에 집중이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이거야!

그런데 막상 당일에는 홀 안에 사람도 많고, 카메라도 많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아서 잔뜩 긴장한데다가

평소 안시는 13cm 높이의 힐(;;;)도 신었죠, 아빠 손 잡은 것도 뒤뚱거리죠, 드레스 자락을 밟을까봐 신경쓰이죠, 

그 와중에 웨딩카페 같은데서 아래를 쳐다보면 안된다, 너무 빨리 걸어도 안된다 그래서

머리로는 드레스 자락을 생각하면서 시선은 앞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며 걷느라고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 발을 디딜 때 말고는, 걷는 내내 노래가 귀에 전혀 안들림...................)

나중에 영상을 보니까, 긴장해서 그런지 입을 어쩔줄을 모르더라구요? 오리처럼 입을 오므렸다 풀었다 오므렸다 풀었다.....ㅠㅠ

그래도, 제가 정말 오랫동안 꿈꿨던 곡에 맞춰서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앞에서 절 기다리고 있는 신랑에게 걸어갈 때,

한편으론 벅차고, 한편으론 뭉클하고. 한 번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아빠와 인사를 합니다. 아빠랑 인사하는데 아랫턱이 파르르 떨리더라구요. 이 세상에서 날 제일 이뻐해준 아빠앙...ㅠㅠ

 

괜시리 엄마사진도 한 장 넣어봅니다. 울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화기애애했던 나의 결혼식!

 

 

2.『 마중 』 - by 손태진 님. 

 

아, 그렇습니다. 

축가는,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이자, 바로 저 입장곡을 부른 멤버.

베이스 손태진 님이었습니다............................!!

팬텀싱어 시즌 1을 애청할 때부터, 저랑 저희 엄마가 손태진님을 엄청 좋아했었는데요. (문자투표를 열심히 했다능...)

팬텀싱어 시즌 1이 끝나고도, 엄마랑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와 손태진님 개인 콘서트도 다니곤 했었어요. 

그러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인 걸 알지만) 내 결혼식 축가를 손태진 님이 불러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반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도 엄마랑 그런 상상을 하는 거로 즐거워하고 그랬었는데요. 

설마설마 했는데, 남자친구 도리의 도움으로 손태진 님을 축가로 섭외하게 되었어요! (도리만쉐에!!! 쏴리질러엇!!!!!)

코로나 때문에 예식일을 한 번 미루게 되었는데도, 다행히 손태진 님이 흔쾌히 날짜를 맞춰주셨답니다!

 

곡은,  손태진 님이 콘서트에서 부르셨었던 가곡 『마중』으로 선택했습니다. (기승전손태진...^_^..)

청첩장 문구를 바로 이 곡의 노래 가사에서 따왔었거든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는데, 제가 도리를 만나고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엄마랑 손태진 님 콘서트를 갔었는데 

그 콘서트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고, 곡도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리를 만났는데, 그 가사가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처럼 느껴지는 거에요. 

(그 때는 그랬어요.......아득)

그래서 그 때도, 혹시라도 내가 이 친구와 만에 하나 결혼하게 된다면, 꼭 청첩장 문구로 써야지! ...(프로 김칫국드링커)

그러다 정말 그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고(두둥), 제 결심대로 그 문구를 청첩장에 새겨 넣었답니다. 

그리고, 그런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서 손태진님께 축가로 마중을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손태진님이 먼저 제안해주신 곡이 있었는데, 그게 il libro dell'amore였다는!! 태진님과 제가 텔레파시? ^^....)

 

축가를 듣는 아련한 저의 표정....(친구가 결혼식 내내 아련한 표정은 이 때 뿐이었다고..;;;)

 

 

결혼식 날, 손태진님은 노래실력 뿐만 아니라 매너도 최고였어요. 

신부대기실에 들러 저에게도 인사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로비에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도 인사를 해주셨다고 해요. 

그리고 대망의 축가를 부르기 직전에, 저희 결혼식에 초대 받게 된 배경을 친절히 설명해주셨어요. 

저희 엄마와 제가 콘서트도 다니고 청첩장에 축가로 부를 곡 가사가 써있다는 내용까지도요! 

오셔서 노래만 딱 한 곡 불러주고 가셔도 감사한데, 앞뒤로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축가로 불러주시는 곡이 결혼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곡인지 설명까지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노래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손태진 님의 목소리는 얼마나 감미롭던지...

게다가 오로지 저희만을 바라보고 불러주는 한 곡이라뇨. . ㅜ.ㅜ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여...

그리고 손태진 님이 노래를 부르시는 내내 홀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정말 집중해서 들어주고 계신 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영상으로도 축가 부르는 내내 모두 처음 듣는 곡일텐데도 굉장히 경청해주시더라구요. 

결혼식 전부터 결혼식 내내 너무 긴장된 나머지 저 스스로도 붕붕 뜬 기분이었는데, 

차분하고 다정한 손태진님의 축가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저도 긴장감과 정신없음을 내려놓고 

오로지 저희를 위한 축가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답니다. 

꿈 같은 순간을 선물해준 태진님, 감사해요,

그리고 이 꿈 같은 축가를 현실로 이루어 준 내 남편. 최고야 ♡

 

"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 마중 - 

 

 

♬ 헤어/메이크업 : 살롱 드 로쉬

드레스 : 시작바이이명순

본식사진 : 언아더데이 김주영 실장님, 김주형 이사님.  

웨딩연주 : 돌체뮤직 현악 4중주 

축가 : 손태진님 (하트)

 

Posted by honey,H
,

2020년의 가을

■ 삶/IV. 삶 2020. 10. 19. 02:19

 

쩐지 근황을 글로 남기기 선뜻 어려운 요즘.

슬픔이 내 글의 원동력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혼자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조심스러워서일까?

이상하리만큼 그 어떤 감정적인, 감상적인 마음의 물결이 일지 않는 서른 네살의 나날들. 

오랜 기간에 걸쳐 나를 괴롭혔던 불면증도 사라지고 말그대로 '평화의 시대' 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들과 신경쓰이는 것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평화롭고 평온하지만, 글로 남기고 싶은 그 어떤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달까. 

 

가을이 되면 커다란 나무들이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고, 어쩐지 외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곳. 

 

 

지난 토요일, 청명한 가을 날 - 코로나19로 외식 한 번 쉽게 하지 못하셨던 엄마아빠를 위해서

온 가족(엄마, 아빠, 동생, 나, 그리고 신랑!)이 청평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봄에도, 여름에도 한 번씩 계획했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계속 취소하다가 가을이 되어서야. 

그래도 내 경험상 이 곳은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에 날씨만 맑다면 모두가 좋아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아무래도 날씨좋은 가을날이라 청평까지 가는 길이 많이 막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결혼하고 나서 (이걸 글로 쓰면 왜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다...) 남편(이것도 말로 하면 괜찮은데 쓰면 어색함.....)까지 

집을 벗어나 야외에서 모이는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어색하지 않을런지,

모임 주최자인 나는 전날 밤 마음이 콩닥콩닥. 

 

밀릴까봐 너무 걱정해서 아침 7시반에 서울에서 출발한 탓에(;;) 양평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안개 자욱한 청평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탁구장에 마음 설렌 아빠를 위해 한 시간 정도 탁구를 치고 나왔더니

안개는 어느 새 사라져버리고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맑고 청명한 가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가볍게 청평호를 산책했다.

 

뭐랄까. 나무 수종이 정말로 캐나다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잘 정돈된 호수의 산책로.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이 청량했다.

 

산책로를 걷는 아빠와 아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어 캠핑장으로 향했다.

어느 늦은 가을 날, 회사 사람들과 이 곳에서 야외 bbq 파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풍경과 정취, 그리고 그 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부모님 모시고 가을날에 꼭 한 번 와바야지 했었다.

그 날만큼 단풍이 완연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단풍이 든 나무들과 푸릇한 나무들이 섞여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항상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이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쉬울 뿐. 

 

 

평화롭고 또 아름다운 풍경

 

고기와 새우와 소세지를 굽는 동생과 신랑 

 

아빠는 이렇게 앉아계시더니 나중에 토치한번 못잡아봤다고 아쉽다는 농담을....

 

 

그릴에 번개탄과 숯을 올리고 불을 붙였다.

다들 캠핑장비는 처음이라 불을 붙이는 건 쉽지 않았지만 숯을 깨부시고 부채질을 하며 열심히 불을 피웠다. 

나랑 엄마는 준비된 밑반찬들을 차리고 동생과 도리(남편)는 그릴에 열심히 고기와 새우와 소세지를 구웠다. 

두 장정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는데 뭐랄까, 집에 아들(?) 둘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아빠도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숯불향 가득한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후식으로는 집에서부터 챙겨온 드롱기 포트에 물을 끓여 카누와 함께 양평 스타벅스에서 사온 케이크를 꺼냈다. 

그늘 아래 있어 날이 좀 쌀쌀하기는 했지만, 따뜻한 커피가 든 종이컵으로 손을 녹이면서

동생의 파란만장했던 대학입시후기와 학부생활 얘기를 들으며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들 저녁엔 약속도 있고 또 늦게 출발하면 서울 가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귀가를 채비하던 때, 

삼각대와 카메라를 꺼냈다.

언젠가부터 졸업식, 결혼식, 같은 행사가 아니면 가족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사진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고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기도 했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순간의 기록들을 많이 그리고 오래오래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 사진을 위해 항상 예쁘고 젊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뒤돌아보면 오늘의 우리가 가장 젊었고, 소중한 추억을 만든 행복한 오늘이 가장 예쁜 것이었다. 

언젠가 이 날을 되돌아보면서 참 좋은 날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감사하게도 날씨도 좋았고, 풍경은 아름다웠으며, 음식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 날의 사진엔, 그 모든 기억들이 다 아름답게 스며있을 것이다. 

 

5인가족사진 (초상권 허락을 받지 않은 Son & Son in law. 나의 자리 배치 미스 때문에 얼핏보면 형제같음....ㅋㅋ;;)

 

 

아빠는, 정말 너무 오랜만에 코로나를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이라고 하셨다. 

코로나가 터져서 외부 출입을 거의 삼가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는 터라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이렇게 아주 잠깐이나마 생기가 넘치는 시간을 선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올 때의 2배 정도 걸렸다. 

돌아와서 가족 단톡방에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아빠가 오래만에 바람도 쐬고 탁구도 치고 고기도 구워먹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하루가 되었다고.

또 도리(남편)과 오손도손 단란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고 답을 하셨다.

(도리(남편)이랑 오손도손 단란했던 특별한 기억이 없는데 ... ㅎㅎ)

그런 아빠의 카톡을 받으니, 이제 결혼하고 내가 꾸린 가정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부모님이 바라고 또 기대하는 모습이시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초새벽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 주말 이틀 중에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고 

장인어른하고 열심히 탁구도 치고, 처남이랑 열심히 고기도 굽고, 와이프에게 새우도 까주고, 

돌아오는 길엔 긴 운전도 묵묵히 해준 도리에게 고마웠다. 

나로 인해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낯선 부분이 있을텐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많이 노력해 준 우리 도리. (이 포스팅은 못 보겠지만) 고마워 ♡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독 긴 가을,  (0) 2020.11.09
나에게 행복은.  (0) 2020.10.26
여름이 간다  (0) 2020.09.14
2020년, 서울에서의 여름 (1)  (0) 2020.07.18
성수동 바이브  (0) 2020.07.07
Posted by honey,H
,

 

 

결혼식 제2편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어요.

올 해는 신혼여행을 비롯해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그 와중에 여름 휴가 기간 직전에 다시 코로나가 심각해지는 바람에 집콕하게 되었.. ㅠㅜ.... 

블로그 주종목이 여행인데 여행을 못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결혼식 얘기를 쓰게 되네요. 

그래도 재밌게 봐주실거라 믿으면서, 1편에서 다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볼께요.

 

 

 

Most of all. Condition

스튜디오 사진 찍을 때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날의 컨디션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메이크업이나 헤어가 맘에 안들면 수정할 수도 있고, 몸매가 맘에 안들면 나중에 후보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컨디션이 안좋으면 어떻게 손 댈 도리가 없어요. 

저는 본식 이틀 전쯤 눈에 오른쪽 눈에 다래끼가 나는 것 같아서, 안과랑 피부과를 갔었는데요. 

안과에서 양쪽 눈 기름샘을 짜주었는데

(그 뒤에 간 피부과에서 결혼 이틀전인데 짰다구요?? ㅡㅡ하면서 항생제를 처방해주심..ㅠㅠ)

오히려 그 때 덧난 것인지 본식 하루 전날 되려 왼쪽 눈이 심하게 부어오르는 다래끼가 나기 시작했어요. 

근데 다래끼는 하루만에 안낫는거 아시죠? OTL

쌍꺼풀 라인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데 진짜....너무 속상한 나머지 준비할 마음도 안생기더라구요 ㅠㅠ

결국 전 날 준비해야하는 일들은 최소로 하고 집에서 쉬면서

항생제를 먹으면서 한 시간에 한번씩 얼음찜질을 해준 덕분에

그래도 다음 날 (왼쪽 눈이 좀 부어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티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어요. 

정말, 식이 가까워질수록 피곤하고 지쳐서 면역력도 낮아지니까요, 일주일 전부터는 최대한 컨디션 관리하셔야 해요.  

 

 

 

1. Hair & Make up - Salon de Rosh

 

드디어 당일 아침이에요. 

저는 사실 중요한 시험 때마다 긴장한 탓에 잠을 전혀 못자는 체질+불면증까지 있어서 

장담컨대 결혼식도 못자고 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신기방기하게도 5시간이나 잤고 그래서인지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았어요. (컨디션이 너무 좋았어서 문제...)

헤어/메이크업은 스튜디오때와 마찬가지로 살롱 드 로쉬(Salon de Rosh)에서 진행했어요.   

메이크업은 최대한 청순한 느낌으로 부탁드렸어요.

눈매만 또렷하게 하고 속눈썹에 마스카라는 최대한 적게. 

제가 절 잘 아는데 저는 눈화장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얼굴이에요. 

메이크업 담당 선생님이 당황하시면서 이 정도는 데일리메이크업인데 괜찮냐고 하셨지만.........ㅋㅋㅋ

 

아, 참고로 사진은 모두 보정되지 않은 원본임을 감안해주세요 >.<

 

메이크업하는 저를 뿌듯하게(?) 바라보는 엄마마마

 

 

사실 이 날까지도 헤어스타일을 완전히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스튜디오 사진을 찍을 때 포니테일과 길게 늘어뜨린 스타일 모두 해보았는데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까 (번이든 포니테일이든) 머리를 묶고 찍은 사진이 하나도 이쁘지가 않더라구요. ㅠㅠ

(나이 든 이모님 같았음..ㅠㅠ)

드레스에 어울리게 단정하게 묶을 것이냐, 아니면 나에게 어울리게 머리를 풀 것이냐.....끝까지 결심이 서지 않았는데

엄마의 강력 추천 + 헤어 선생님의 흔쾌한 도전응원에 힘입어

결국 긴 머리를 풀어서 반묶음을 하고 웨이브를 넣기로 했어요. 

선생님이 요즘 유행이니 잔머리를 내지 않을꺼냐 하셨지만 전 깔끔한걸 좋아해서 단호박으로 노노.

확실히 스튜디오 촬영을 해봐야 본인이 원하는/ 또는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스튜디오 촬영 찬성입니다!

 

짜잔, 티아라를 씌워보고 있어요! 감출수 없는 저 행복한 눈빛 

 

작가님이 시켜서 열심히 예쁜척 예쁜척 

 

메이크업과 헤어를 80%정도 해두고, 드디어 드레스를 입어보았습니다. 

드레스까지 입고 나니 머리를 푸는 게 괜찮은 것 같아서 그 뒤로는 티아라도, 귀걸이도 일사천리 >.<

아, 이 날 저희 부모님과 남동생의 혼주메이크업도 같은 살롱 드 로쉬에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신부는 본인 메이크업/헤어 받기도 바빠서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선생님들이 세련되게 잘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제가 드레스 입고 메이크업 하는 모습을 엄마가 지켜보면서 흐뭇해하셔서 참 좋았어요. 

매의 눈을 가진 엄마가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 딸 이쁘다고 해주니까 마음도 놓이고요.  :) 

 

 

2. Before Ceremony - C:ZACC by Lee Myung Soon 

 

예식 시작하기 1시간 반 전에, 결혼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전경련플라자는 하루에 2팀만 예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예식 앞/뒤로 시간이 넉넉한 편이에요. 

그래서 예식 시작 전에 신부대기실에서/홀에서/로비에서 정말 다양한 스냅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스튜디오 사진 한 번 더 찍는 정도였달까요...)

 

가장 좋아하는 결혼 사진 중 하나에요. (원본이라 대기실 조명 그대로 약간 노란 빛이 돌아요)

 

서로 마주보면서 싱긋 :)

 

 

'우리의 첫사랑' 본식 드레스가 완전히 등장했어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시작바이이명순의 Scene in a Romantic Move Collection의 한 벌을 입었답니다. 

블로그 쓰면서 되돌아보니 드레스투어할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막상 그때는 회사다니면서 반차를 쪼개 쓰고 또 드레스가 안어울릴까봐 걱정도 하면서 즐기지 못했는데 ㅠ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을것 같은데 한 번 더 안되겠니 ...? (?)

 

제가 입은 드레스의 화보샷이에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말씀드리자면,

드레스 투어를 하기 전에 이미 본식 드레스로 점 찍어놓은 다른 드레스 샵이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즈드레스를 입고 싶었던지라

실크 드레스로 유명한 시작바이이명순은 투어 후보에도 고려하지 않았었는데요, 

2개 샵을 고르고 나니 아무래도 아쉬운 것 같아서 큰 기대 없이 마지막에 시작바이이명순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제 첫 드레스투어샵이 시작바이이명순이었고, 

드레스샵 실장님께 제가 캡쳐해 간 드레스 스타일과 함께 제 체형의 장단점을 상세히 말씀드렸는데요. 

이 날 입었던 이 드레스를 가장 먼저 꺼내와주셨어요. 아직 화보에도 공개되지 않은 (당시 11월) 신상이라면서요. 

드레스 입은 나는 어떤 모습일까....떨리는 마음으로 입어보았는데 첫 드레스부터 정말 저한테 찰떡인거에요. 

 

이 날은 시작바이이명순만 투어하는 거라, 엄마도 남편(당시 남자친구)도 없이 플래너님과 혼자 갔었는데요

이 드레스 입은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원통할 정도로, ㅜㅠ 

이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보던 그 순간, 세상에서 처음 경험하는 황홀한 기분에 휩싸였더랍니다. 

그 뒤로 세 벌 정도 더 입었는데 드레스샵 실장님이 정말 찰떡같이 잘 가져다 주셔서 다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시작바이이명순을 나오면서 예약된 2순위였던 드레스샵 하나를 취소해버렸...........

(예쁜 드레스입고 공주 놀이 할수 있는 기회인데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원래 입고 싶었던 드레스보다도, 이 드레스가 마음에 들어서 드레스샵을 시작바이이명순으로 지정했고, 

본식드레스 가봉날에도 엇비슷하게 잘 어울리는(심지어 체형커버가 더 잘 되는) 드레스가 있었지만

고민고민 끝에 드레스투어 날 반했던 이 드레스를 고르고야 말았어요. 

 (참고로, 그 날 같이 갔던 엄마 말에 의하면, 남편이 제가 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아 이쁘다" 라고 했다더라구요ㅋㅋ)

 

신부대기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한복입은 엄마랑....(이 한복 때문에도 참 많은 사연이....ㅠㅠ)

 

신부대기실에 잠깐 들렀다가, 원판사진을 먼저 찍고 예식장 곳곳에서 본식스냅사진을 팡팡 남겼답니다. 

 

홀 안에서도 찍고요 

 

평소 톰보이스타일 저는 이 날 머리를 반묶음 해서인지 세상에 다신 없을 청순함(?)으로...

 

 

사실 스냅작가님이 식 시작시간을 살짝 헷갈리셔서 오만가지 스냅사진을 다 찍어본 것 같아요. 

홀 안에서 원판사진도 찍고, 독사진도 찍고, 베일샷도 찍고, 대기실에서도 수줍은 (척 하는) 것도 찍고 

홀 바깥에서 자연채광 받으면서 커플씬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그러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안남아서 부랴부랴 신부대기실로 들어가서 겨우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저는 원래 약간 톰보이같은 스타일인데다가, 화장할 때도 쨍한 립컬러를 바르는데요

이 날은 드레스와 헤어와 메이크업의 힘으로 인생에 다시 없을 피치피치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저 날의 제가 저 스스로도 처음 본 분위기여서인지 가끔 사진 볼 때마다 제가 설레요.....(읭)

내가 이렇게..차분하고 청순했나?.....(읭??)

 

그나저나 원본 사진은 받아놓고 아직까지 셀렉을 못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한 장 한 장 올릴 정성이면

얼른 본식사진 셀렉을 하긴 해야할 것 같네요.  :)

 

Posted by honey,H
,

여름이 간다

■ 삶/IV. 삶 2020. 9. 14. 18:58



올 해 여름은
입사 이래로 해외여행 없는 첫 여름이었고
역대 가장 긴 장마로 내내 비만 내리면서
여름다운 느낌도 없었는데
처서가 지나자마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침과 밤으로 찬 기운의 바람이 분다.
이렇게 2020년 여름이 끝나는구나.


잠수교를 거너며 본 노을지는 풍경



유난히도 맑고 청량했던 어제,
정말 매일이 이렇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만 같던 날씨.
자전거를 타고 잠수교를 가로질러 강변북로 아래의 한강공원까지 달려갔다왔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봤을 법한 분홍색 노을이 물들여가는 서울의 풍경을 보니
노을때문인가, 평소와 다른 곳에서 보아서인가-
이 곳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도 참 아름답구나.

항상 차를 타고 다녀서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풍경을 보고 다녔는데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한 바퀴 나아가며 보는 세상은
차를 타고 보는 세상과 또 다르다.
새삼 서울이 이렇게 커다란 도시였구나,
(고작 잠수교 하나만 건넜을 뿐이지만) 강북의 자전거도로는 이런 풍경과 이런 느낌이구나.
새삼 강남과 강북이 내 마음 속에서 또렷하게 나뉘어져 다가온다.
차로 다니면 거기서 거기인 땅일 뿐인데
내 발로 가려니 강북은 내 세계와는 또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다.
나와는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하지만) 지금 나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낯설고 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생경한 느낌,
좋아.


한강과 반포를 배경으로 내 짝꿍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행복은.  (0) 2020.10.26
2020년의 가을  (0) 2020.10.19
2020년, 서울에서의 여름 (1)  (0) 2020.07.18
성수동 바이브  (0) 2020.07.07
여행을 추억하는 한 가지 방법 :)  (0) 2020.07.04
Posted by honey,H
,

 

 

결혼한 지 어느 새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새 계절도 봄을 지나 (지리한 장마와 태풍의) 여름 끝자락에 왔네요. 

(이 즈음에면 코로나도 어느 정도 종식되어서 신혼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상황이 제가 결혼하던 때보다 더 나쁘게 치닫고 있네요. )

 

 

결혼도 처음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한 것도 처음이어서

그동안 정말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쏟았던 것 같네요.

정말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지금의 삶에 적응해서 (=워킹주부가 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는 '지금 생활의 루틴' 속에서 약간의 여유를 찾은 것도 같구요.

 

수 개월 준비하고 또 한 차례 미뤄지기까지 하면서 꽤 오랜 기간 결혼식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지금의 일상에 적응하고 나니 반짝거렸던 결혼식의 여운은 그새 잊혀져버린 것도 같아요. 

본식사진업체는 정말 열심히 골랐는데, 막상 사진을 받고 나니 사진 고르기는 왜 이렇게 귀찮은지

(원본만 6000장 정도 되는데 110장을 골라야하는 프로듀스110급 본식 사진 고르기 토너먼트에요)

오늘도 사진 고르려고 폴더를 열었다가, 앨범에 실리지 못할 예쁘고 아까운 사진을 몇 장 골랐어요. 

사진들과 함께 제 결혼식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볼까 해요.

 

 

 

1. Wedding venue 

제 Wedding Venue는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홀이었답니다. 

어두운 느낌의 컨벤션 스타일의 Venue에요. 예식 전이라서 식전영상이 플레이 되고 있었네요 :)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지만, 채광이 좋은 채플홀에서 단아(?)한 느낌으로 결혼하고 싶은 소망은 있었는데요.

사실 남편과 같은 학교의 채플홀을 점 찍어두었는데

현실적으로 양쪽 집안의 예상 하객 규모가 채플홀 피로연 수용 가능 인원의 2배가 넘어서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다보니 원하는 Venue를 찾기 어려웠어요.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보니, 시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센터 그랜드 볼룸홀에서 진행하게 되었는데 

(비록 컨셉자체는 제가 원하던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선택 중 하나였답니다. 

 

전경련 플라자의 1층 볼룸홀은 동시예식이랍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강남이든 강북이든 엇비슷한 위치, 넉넉한 주차장, 깔끔하고 맛있는 식사,

붐비지 않는 단독홀, 최소 4시간 이상의 식간 간격, 친절하고 예의바른 직원분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예식을 진행함에 있어 신랑 신부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셔서

정말 제가 가장 바라던 결혼식의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어떤 예식장들은 식간 간격이 타이트하고 또 예식장에 계약되어 있는 업체들을 써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전경련플라자에서는 예식 시작시간도 자유롭게 정하게 해주시고,

또 제가 식 진행부분에 있어서 요청하는 것들을 심지어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봐 주저했던 것까지,

오히려 신부님 원하시는게 있으면 다 해보자고 독려해주시더라구요. 

심지어 맞춰 볼게 많다고 예식 하루 전날 별도로 리허설까지 해주셨어요.

그런 면에서 결혼식 끝나고 단 몇시간 짜리 내 결혼식을 위해서 참 신경을 많이써주셨구나 진심으로 감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전경련플라자가 아니었다면, 제가 소망했던 것들을 포기해야했을지도 몰라요. 

 

 

2. Bouquet & Nail

예물(웨딩밴드)교환 전까지 저는 프로포즈 링을 끼고 있었어요. 

 

부케는, 플래너님을 통해서 예약을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블룸슈타인(BLUMSTEIN)이라는 곳이에요. 

스튜디오 촬영 때 플래너님이 생화 부케를 선물로 해주셨는데, 지금봐도 참 세련되었다 싶은 부케였거든요.

본식 부케도 그냥 플래너님의 센스를 믿고 갈까..하다가 제가 원하는 꽃과 컬러가 있어야 이미지를 찾아드렸어요. 

네일은, 대싱디바랍니다. (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결혼식에 맞춰서 웨딩네일을 받으시는데, 저는 손톱 큐티클 정리하는 것에 약간 공포증이 있기도 하고

평소에도 네일을 안하는 편이어서 웨딩네일에 대한 욕심이 별로 안생기더라구요. 

그리고 드레스가 (곧 보시겠지만) 반짝이는 비즈들이 총총총 박힌 드레스여서, 손톱까지 블링블링하면 

오히려 강약 조절이 안되고 손끝 발끝 머리끝 모두 투머치가 될까봐

최대한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손톱은 차분하고 단정하게만 했어요.

클로즈업을 하면 약간 붙인 티가 나긴 하지만 (손톱뿌리까지 꽉 붙이면 아파서 온 신경이 손톱에 가더라구요)

드레스 컬러랑도 잘 어울리고 좋았어요.  

결혼식은, 당사자들이 만족스러우면 그게 정답인것 같아요 :)

 

 

3. Groom & Bride 

턱시도와 드레스 

 

드디어 신랑과 신부의 등장이네요. 

저는, 이 날 1부에서 상체에 크리스탈 비즈가 총총히 박힌, 샴페인 골드 컬러의 풍성한 긴팔 드레스를 입었답니다.

드레스는 시작바이이명순의 2020 s/s 드레스에요. 

작년 가을, 이 드레스를 처음 입었던 순간의 그 황홀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드레스를 최종적으로 골랐을 때, 플래너님이 '우리의 첫사랑'이라고 해주셨을 정도에요. 

드레스의 더 자세한 모습과 사연은 (아마도) 다른 글에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

그리고, 신랑은 1부에서 바톤권오수에서 대여한 검은색 턱시도를 입었어요.

이 턱시도를 고르러 갈 때가 생각이 나네요. 

원래 예정일이었던 3월 결혼식을 앞두고 코로나가 한참 퍼지고 있어서 

결혼식을 미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착잡해하면서 턱시도를 고르러 갔었는데 말이죠. 

이 턱시도를 고르고나서 모든 결혼준비가 일시정지 되었고 결국 결혼식을 5월로 미루게 되었어요. 

신랑이 바톤 권오수에서 맞춘 네이비 정장을 너무 맘에 들어해서, 1부에서 나비보타이를 하고 입을까 고민했는데

제가 1부에서 드레스를 입는데다가 저희에겐 2부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턱시도를 입게 되었답니다. 

 

드레스의 샴페인 골드 컬러가 제 피부톤과 참 잘어울렸어요. (자화자찬 중)

 

베일에는 이렇게 알알이 작은 진주구슬들이 박혀있었네요.  참, 저는 흔하지 않게 머리를 모두 풀어내리고 드레스를 입었답니다. 

 

 

4. Ceremony Part 1.

 

요즘 트렌드는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던데, 저희는 클래식하게 주례선생님을 모셨어요. 

신랑의 박사 지도교수님이 해주셨는데, 교수님의 첫 주례사였답니다.

그동안 주례를 맡기엔 너무 젊으시다고 고사하셨는데, 흔쾌히 저희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사실 저는 교수님을 한 번 밖에 뵌 적이 없어서 어색하고 긴장된 데다가

사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양 옆에 큰 스크린을 통해서 주례사를 듣는 저희 얼굴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하는지..주례사를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표정이 신경쓰였답니다. :P

그래도 어떤 결혼식장에서는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어서 내내 신랑신부의 뒷모습만 중계해주는데, 

나중에 중계녹화된 영상을 봤더니, 전경련플라자에서는 신랑신부의 얼굴을 중계해주더라구요. (센스!)

 

 

 

5. Ceremony Part 2. 

my favorite

 

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결혼식 사진 중에 하나에요.  :)

2부 입장하고 있는 순간이랍니다. 

조명 때문인지, 밝은 미래를 향해서 당당하게 나아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나요? 

(버진로드 입구가 벽에 딱 붙어있어서 사진 찍기 너무 어려우셨을 텐데 꽃까지 가득 찍어주셨네요!)

2부 드레스는 역시 시작바이이명순의 베이지색 오프숄더 실크 드레스에요. 

2부 드레스는 제 취향 보다는 다른 분들 (드레스샵 실장님, 플래너님, 엄마 그리고 신랑) 의견대로 골랐는데 

고르고 나서도 너무 밋밋한거 걱정됐는데 

오히려 블링블링 거렸던 1부와 다르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2부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서

정말 다른 사람들이 이쁘다고 하는거를 고르는 데는다 이유가 있구나...싶었답니다. 

 

 

 

6. Photography

본식사진은 '언아더데이'(An-otherday)입니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자마자 전경련플라자에서 찍은 웨딩사진들을 리서치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언아더데이'였어요.

한 번 꽂히니까 다른 곳을 더 찾아보아도 '언아더데이'에서 하고 싶더라구요. 

덕분에 예쁜 본식 사진들을 많이많이 남겼어요. :)

저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에 대한 취향이나 기준이 확고한 편인데요.

어두운 홀에서 선명하게, 그리고 인물을 상체까지 클로즈업을 많이 해주시는 스타일을 원했어요.

언아더데이 홈페이지에서 모든 작가님들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다 찾아보고서

언아더데이의 김주영 작가님을 지정했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서브 작가님으로 김주형 이사님도 배정되었었답니다!

두 분이서 정말 메이크업샵에서부터 피로연 끝까지 많은 장소와 컨셉으로 예쁜 샷들을 많이 남겨주셨어요. 

빨리 앨범에 담을 사진 110컷을 골라야 하는데 말이죠. 

이러다 저도 정말 1년 뒤에나 고르게 될건 가봐요.  ㅜ.ㅜ

 

좀 더 블로그를 할 여유가 생기면, 조금 더 많은 웨딩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볼까해요!

날씨도 참 오락가락하고, 태풍도 온다고 하고, 코로나도 점점 심각해지는데 

다들 건강하세요 :-)

 

 

 

 

 

 

 

Posted by honey,H
,

 

 

 

어느 새, 7월 하고도 중순.

장마가 온다 온다 하면서 미뤄지는 7월의 중순에 3일의 연차휴가를 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더라면, 지금 3일의 연차휴가를 쓰는 게 아니라 

곧 다가올 2주간의 여름휴가를 위해서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 하고 있었을텐데, 

올해는 아무래도 가망이 없는 것 같다.

 

 

2주의 휴가(10일의 연차)중에서 1주일(5일)은 9월 초로 남겨 두고

3일만 앞당겨 쓴 여름 휴가. 

결혼생활에 적응하면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한동안 일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은 느낌이 간절했다.

같은 회사에서 무려 8년 차, 만 7년을 일하고 있었고 

맡은 업무가 프로젝트성 업무(시작과 끝이 있는 업무)가 아니다 보니,

끊임없이 과거에 자문했던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발목을 잡는 듯, 

일의 연속성의 측면에서 과거 검토자에게 올무를 씌우듯 돌아오는 일에

때로는 살짝 구역질이 났던 것도 같다.

쉴 때가 되긴 되었다. 

 

- ㅇ - 

 

 

그렇게 맞이한 7월 중순의 짧은 여름 휴가.

그런데, 여름에 여행을 가지 않고 휴가를 보내는 것은 입사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 

계획도 없이 덜컥 맞은 소중한 나의 재충전 시간에

서울에서 도대체 무얼 해야 만족스러울지

방안에서 정처 없이 서성이다가 (그 중에 하루의 반나절 씩은 밀린 집안일을 했다.)

찌는 무더위,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뚫고 새로운 곳엘 다녀왔다. 

성수동만큼 아주 새롭진 않았지만, 

이 아래는 3일 간의 나의 재충전의 일기이자,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나만의 작은 사진전이다. 

 

1. 북촌 -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안국역 1번 출구에서부터 10여분 간 걸어 올라 가는 작은 골목길에서 본 풍경들 

 

 

길 왼편에서 덕성여자고등학교가 있다. 덕성여대는 알고 있었는데 덕성여고도 있었구나.

 

닫힌 교문의 철창 너머, 크고 작은 나무들로 아름다웠던 덕성여고의 교정 

 

올라오다 뒤돌아본 길 - 아기자기 하다.

 

덩굴이 뒤덮은 안동교회의 빨간 외벽의 건물과 덤덤한 십자가  

 

이날 따라 하늘이 유독 파랬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맞은편의 코너 갤러리. (우드앤브릭 별관인듯)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들어왔다. 

사실 디자인 서적을 읽으러 온 것은 아니고,

북촌에 있다길래 - 그리고 공간이 주는 감각적인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귿(ㄷ)자, 혹은 미음(ㅁ)자 형태로 가운데 중정을 두고 지어져있었다.

실제 사용 공간은 탁 트인 개방형 공간이 아니라 구석구석 각이 져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미로같이 숨겨진 구석들이 많아서 눈에 보이는 것 보다 큰 것도 같다.

1층과 2층이 오픈되어 있었는데, 2층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촬영은 되도록 자제했다.

 

2층에서 바라본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풍경,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고요. 

 

가지고 온 책이 있다면 1층에서만 읽을 수가 있었다.

1층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의자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의자들, 도서관이 아니라 이 자체로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 

 

1층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 저 작품 이름을 알 듯 말 듯.

 

라이브러리답게,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람들은 말소리를 꺼내지 않았고 이 공간에 어울릴 법한 음악들이 플레이 되고 있었다. 

나는 미술관 같이 디스플레이 된 세련되고 아름다운 공간에 앉아서 

집에서부터 봇집지듯 지고 온 책을 꺼내어 읽었다. 

음악 소리는 귀에 들려오지만 마음은 고요한 이 느낌. 

새로운 공간, 새로운 배경, 새로운 음향의 조화가 선물하는 경험과 감각.

똑같은 생활반경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느낌. 

딱히 디자인을 위한 연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와보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불편함에 개의치 말고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자 생각하면서 

아쉽지만 이제 다시 집에 간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맞은편 건물

 

코너 갤러리의 정면. 

 

이번에는, 올라올 때의 길 말고 덕성여고 건물의 반대편 너머의 길로 내려가 본다. 

어짜피 길은 다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 

이 골목은 또 어떤 풍경일까 기대하면서.

 

수리를 위해 쌓아둔 오래된 장들.  북촌과 잘 어울린다.

 

원래 서울 하늘이 이토록 파랬나. 

 

사람도 많지 않고 커다란 나무가 드리워져 참 아름다웠던 길

 

담벼락에서 만난 작은 덩굴과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

 

 

눈 앞에 펼쳐진 낮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핸드폰 카메라에 이렇게 저렇게 잘라 담으면서,

참 행복했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피사체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이기에.

내 마음이 동해서 눈 앞의 풍경을 나만의 사각 프레임에 가두어두고 또 그 결과물에 뿌듯하다. 

 

 

- ㅇ - 

 

 

섯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는데도, 날은 여전히 밝고 또 맑다. 

낮이 이렇게 긴- 긴 - -  시간이었구나. 

사무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낮이라는 시간이 주는 여유와 포근함. 

어린아이이던 시절에 느꼈던 그런 느낌.

놀다가 놀다가 엄마가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불렀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던 그 느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다시 어린아이 이고 싶다.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의 가을  (0) 2020.10.19
여름이 간다  (0) 2020.09.14
성수동 바이브  (0) 2020.07.07
여행을 추억하는 한 가지 방법 :)  (0) 2020.07.04
행복하다고.  (0) 2020.06.05
Posted by honey,H
,

 

베로나의 [카페보사리]와 성수동의 [진지함]의 아치 모양의 익스테리어 조합

 

 

급격한 생활의 변화(결혼과 독립!)으로 요즘은 글을 쓸 시간도,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충분치 않고

무엇보다 글쓰기의 원동력인 나만의 감상적 영역이 도대체 채워지지가 않는다.

이건 하루하루 일하고 먹고 청소하고 자기 바빠서 인 것 같다.

그야말로 생활형 모드가 풀 가동되고 있어 감상적 영역에 새로운 감성에 노출되고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 해야하나.

 

하여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성수동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요일의 이른 오후 내내 집 청소를 하고,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다보니 주말에도 일만 한 느낌. 

이대로는 일요일을 보내는게 억울해서 데이트 하는 느낌으로 예쁘게 원피스도 입고 렌즈도 꼈다. 오랜만에.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지만 각 동네별로 특유의 분위기들이 있다.

근 2년 가까이는 강남/역삼 일대와 여의도 일대만 오고갔는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높고 커다란 빌딩 숲, 주차에 대한 편의, 건물 내부에 칸을 나눠 만들어진 편리함과 익숙함이 보장된 프랜차이즈 가게들. 

편리하고 세련되었지만 전달되어 오는 감성이란게 없다. 

 

성수동은, 서울숲까지는 와본 적이 있어도 카페거리까지 깊숙이 들어와 본적은 처음인데

아, 뭐랄까.

가게 하나 하나 건물 외벽의 소재, 창과 문의 모양, 간판의 종류 저마다의 개성이 눈길을 붙잡고

이 가게는 어떤 가게지, 저 가게는 어떤 가게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더라. 

5~6년 전의 연희동/연남동의 느낌이 나면서도 조금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랄까. 

게다가 아직 그렇게 무덥지 않은 여름 저녁,

테라스와 통창을 개방한 가게들이 많아서 더욱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분위기까지.

 

 

(가본 적 없지만) 왠지 브루클린 느낌을 연상시키던 [STDO] 

 

[다 로베]에서 웨이팅을 기다리며 감상하는 길게 늘어지는 황금빛 노을. 어딘가 안정되고 여유롭다. 

 

추천받은 [다 로베]의 시그니처 피자 

 

지난 해의 이탈리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 * 

 

 

한참의 웨이팅을 기다려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여름의 낮은 길었다.

해는 졌지만 하늘은 푸르른 기운만 감돌고 낮에 보았던 가게들은 하나 둘 씩 불을 켰다. 

조명이 더해지니 감성충만한 분위기가 가득 차는 이 곳.

낮에는 카페로 복작거렸던 어느 카페에서는 소규모 공연이 진행 중이라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이제 마감하고 뒷 정리를 하는 베이커리 근처에서는 고소한 빵 구운 냄새의 여운이 가게 앞을 감싼다.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기 전,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살곁을 스치는 여름 밤.

눈과, 귀와, 코와, 살결 모두 즐거운 이 거리. 

 

 

하나 둘 주황불이 켜지는 성수동 카페거리 

 

주황빛 조명과 창문 너머의 화분 하나. 아치형 창문이 액자가 된다. [진지함]

 

검붉은 벽돌에 한자로 쓴 가게 이름도 멋스럽다. 

 

옥상에도 아기자기한 전등이 켜졌다.

 

 

분명 낯선 동네이지만 어딘가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낯선 동네에서 알게 모르게 20대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듯 했다.  

15년 전, 대학생 시절에 홍대 깊숙한 곳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며 받았던 그 느낌. 

2020년을 살고 있지만 문득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살짝 들었고, 그리고 그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았던 건, 성수동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껴서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호기심이 충만하고 감각이 예민하던 나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내가 가장 나답다고 생각했던 나.

지금은 어쩐지 사라져버린. 

 

 

 

'■ 삶 > IV.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 간다  (0) 2020.09.14
2020년, 서울에서의 여름 (1)  (0) 2020.07.18
여행을 추억하는 한 가지 방법 :)  (0) 2020.07.04
행복하다고.  (0) 2020.06.05
♡ 결혼 기념 기부 ♡  (0) 2020.05.29
Posted by honey,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