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어느 새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새 계절도 봄을 지나 (지리한 장마와 태풍의) 여름 끝자락에 왔네요. 

(이 즈음에면 코로나도 어느 정도 종식되어서 신혼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상황이 제가 결혼하던 때보다 더 나쁘게 치닫고 있네요. )

 

 

결혼도 처음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한 것도 처음이어서

그동안 정말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쏟았던 것 같네요.

정말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지금의 삶에 적응해서 (=워킹주부가 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는 '지금 생활의 루틴' 속에서 약간의 여유를 찾은 것도 같구요.

 

수 개월 준비하고 또 한 차례 미뤄지기까지 하면서 꽤 오랜 기간 결혼식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지금의 일상에 적응하고 나니 반짝거렸던 결혼식의 여운은 그새 잊혀져버린 것도 같아요. 

본식사진업체는 정말 열심히 골랐는데, 막상 사진을 받고 나니 사진 고르기는 왜 이렇게 귀찮은지

(원본만 6000장 정도 되는데 110장을 골라야하는 프로듀스110급 본식 사진 고르기 토너먼트에요)

오늘도 사진 고르려고 폴더를 열었다가, 앨범에 실리지 못할 예쁘고 아까운 사진을 몇 장 골랐어요. 

사진들과 함께 제 결혼식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볼까 해요.

 

 

 

1. Wedding venue 

제 Wedding Venue는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홀이었답니다. 

어두운 느낌의 컨벤션 스타일의 Venue에요. 예식 전이라서 식전영상이 플레이 되고 있었네요 :)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지만, 채광이 좋은 채플홀에서 단아(?)한 느낌으로 결혼하고 싶은 소망은 있었는데요.

사실 남편과 같은 학교의 채플홀을 점 찍어두었는데

현실적으로 양쪽 집안의 예상 하객 규모가 채플홀 피로연 수용 가능 인원의 2배가 넘어서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다보니 원하는 Venue를 찾기 어려웠어요.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보니, 시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센터 그랜드 볼룸홀에서 진행하게 되었는데 

(비록 컨셉자체는 제가 원하던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선택 중 하나였답니다. 

 

전경련 플라자의 1층 볼룸홀은 동시예식이랍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강남이든 강북이든 엇비슷한 위치, 넉넉한 주차장, 깔끔하고 맛있는 식사,

붐비지 않는 단독홀, 최소 4시간 이상의 식간 간격, 친절하고 예의바른 직원분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예식을 진행함에 있어 신랑 신부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셔서

정말 제가 가장 바라던 결혼식의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어떤 예식장들은 식간 간격이 타이트하고 또 예식장에 계약되어 있는 업체들을 써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전경련플라자에서는 예식 시작시간도 자유롭게 정하게 해주시고,

또 제가 식 진행부분에 있어서 요청하는 것들을 심지어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봐 주저했던 것까지,

오히려 신부님 원하시는게 있으면 다 해보자고 독려해주시더라구요. 

심지어 맞춰 볼게 많다고 예식 하루 전날 별도로 리허설까지 해주셨어요.

그런 면에서 결혼식 끝나고 단 몇시간 짜리 내 결혼식을 위해서 참 신경을 많이써주셨구나 진심으로 감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전경련플라자가 아니었다면, 제가 소망했던 것들을 포기해야했을지도 몰라요. 

 

 

2. Bouquet & Nail

예물(웨딩밴드)교환 전까지 저는 프로포즈 링을 끼고 있었어요. 

 

부케는, 플래너님을 통해서 예약을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블룸슈타인(BLUMSTEIN)이라는 곳이에요. 

스튜디오 촬영 때 플래너님이 생화 부케를 선물로 해주셨는데, 지금봐도 참 세련되었다 싶은 부케였거든요.

본식 부케도 그냥 플래너님의 센스를 믿고 갈까..하다가 제가 원하는 꽃과 컬러가 있어야 이미지를 찾아드렸어요. 

네일은, 대싱디바랍니다. (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결혼식에 맞춰서 웨딩네일을 받으시는데, 저는 손톱 큐티클 정리하는 것에 약간 공포증이 있기도 하고

평소에도 네일을 안하는 편이어서 웨딩네일에 대한 욕심이 별로 안생기더라구요. 

그리고 드레스가 (곧 보시겠지만) 반짝이는 비즈들이 총총총 박힌 드레스여서, 손톱까지 블링블링하면 

오히려 강약 조절이 안되고 손끝 발끝 머리끝 모두 투머치가 될까봐

최대한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손톱은 차분하고 단정하게만 했어요.

클로즈업을 하면 약간 붙인 티가 나긴 하지만 (손톱뿌리까지 꽉 붙이면 아파서 온 신경이 손톱에 가더라구요)

드레스 컬러랑도 잘 어울리고 좋았어요.  

결혼식은, 당사자들이 만족스러우면 그게 정답인것 같아요 :)

 

 

3. Groom & Bride 

턱시도와 드레스 

 

드디어 신랑과 신부의 등장이네요. 

저는, 이 날 1부에서 상체에 크리스탈 비즈가 총총히 박힌, 샴페인 골드 컬러의 풍성한 긴팔 드레스를 입었답니다.

드레스는 시작바이이명순의 2020 s/s 드레스에요. 

작년 가을, 이 드레스를 처음 입었던 순간의 그 황홀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드레스를 최종적으로 골랐을 때, 플래너님이 '우리의 첫사랑'이라고 해주셨을 정도에요. 

드레스의 더 자세한 모습과 사연은 (아마도) 다른 글에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

그리고, 신랑은 1부에서 바톤권오수에서 대여한 검은색 턱시도를 입었어요.

이 턱시도를 고르러 갈 때가 생각이 나네요. 

원래 예정일이었던 3월 결혼식을 앞두고 코로나가 한참 퍼지고 있어서 

결혼식을 미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착잡해하면서 턱시도를 고르러 갔었는데 말이죠. 

이 턱시도를 고르고나서 모든 결혼준비가 일시정지 되었고 결국 결혼식을 5월로 미루게 되었어요. 

신랑이 바톤 권오수에서 맞춘 네이비 정장을 너무 맘에 들어해서, 1부에서 나비보타이를 하고 입을까 고민했는데

제가 1부에서 드레스를 입는데다가 저희에겐 2부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턱시도를 입게 되었답니다. 

 

드레스의 샴페인 골드 컬러가 제 피부톤과 참 잘어울렸어요. (자화자찬 중)

 

베일에는 이렇게 알알이 작은 진주구슬들이 박혀있었네요.  참, 저는 흔하지 않게 머리를 모두 풀어내리고 드레스를 입었답니다. 

 

 

4. Ceremony Part 1.

 

요즘 트렌드는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던데, 저희는 클래식하게 주례선생님을 모셨어요. 

신랑의 박사 지도교수님이 해주셨는데, 교수님의 첫 주례사였답니다.

그동안 주례를 맡기엔 너무 젊으시다고 고사하셨는데, 흔쾌히 저희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사실 저는 교수님을 한 번 밖에 뵌 적이 없어서 어색하고 긴장된 데다가

사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양 옆에 큰 스크린을 통해서 주례사를 듣는 저희 얼굴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하는지..주례사를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표정이 신경쓰였답니다. :P

그래도 어떤 결혼식장에서는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어서 내내 신랑신부의 뒷모습만 중계해주는데, 

나중에 중계녹화된 영상을 봤더니, 전경련플라자에서는 신랑신부의 얼굴을 중계해주더라구요. (센스!)

 

 

 

5. Ceremony Part 2. 

my favorite

 

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결혼식 사진 중에 하나에요.  :)

2부 입장하고 있는 순간이랍니다. 

조명 때문인지, 밝은 미래를 향해서 당당하게 나아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나요? 

(버진로드 입구가 벽에 딱 붙어있어서 사진 찍기 너무 어려우셨을 텐데 꽃까지 가득 찍어주셨네요!)

2부 드레스는 역시 시작바이이명순의 베이지색 오프숄더 실크 드레스에요. 

2부 드레스는 제 취향 보다는 다른 분들 (드레스샵 실장님, 플래너님, 엄마 그리고 신랑) 의견대로 골랐는데 

고르고 나서도 너무 밋밋한거 걱정됐는데 

오히려 블링블링 거렸던 1부와 다르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2부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서

정말 다른 사람들이 이쁘다고 하는거를 고르는 데는다 이유가 있구나...싶었답니다. 

 

 

 

6. Photography

본식사진은 '언아더데이'(An-otherday)입니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자마자 전경련플라자에서 찍은 웨딩사진들을 리서치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언아더데이'였어요.

한 번 꽂히니까 다른 곳을 더 찾아보아도 '언아더데이'에서 하고 싶더라구요. 

덕분에 예쁜 본식 사진들을 많이많이 남겼어요. :)

저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에 대한 취향이나 기준이 확고한 편인데요.

어두운 홀에서 선명하게, 그리고 인물을 상체까지 클로즈업을 많이 해주시는 스타일을 원했어요.

언아더데이 홈페이지에서 모든 작가님들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다 찾아보고서

언아더데이의 김주영 작가님을 지정했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서브 작가님으로 김주형 이사님도 배정되었었답니다!

두 분이서 정말 메이크업샵에서부터 피로연 끝까지 많은 장소와 컨셉으로 예쁜 샷들을 많이 남겨주셨어요. 

빨리 앨범에 담을 사진 110컷을 골라야 하는데 말이죠. 

이러다 저도 정말 1년 뒤에나 고르게 될건 가봐요.  ㅜ.ㅜ

 

좀 더 블로그를 할 여유가 생기면, 조금 더 많은 웨딩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볼까해요!

날씨도 참 오락가락하고, 태풍도 온다고 하고, 코로나도 점점 심각해지는데 

다들 건강하세요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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