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다 끝난 뒤에야 정리하는, 결혼 준비 과정.

준비 하는 동안에는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조차 사치였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그래도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 준비를 조금이라도 남겨 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첫 기록은 스튜디오 촬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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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튜디오의 선택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스튜디오 촬영은 '클로드 원스'.

스튜디오 촬영/가봉스냅/데이트 스냅 중에 고민 하다가 무난하게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로 했고, 

그 다음엔 스튜디오를 골라야했는데

나는 담백하고 심플하고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장식이 화려하지 않은- 사실상 장식이 없는) '결과물'을 원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 촌스러워지기 마련이지만, 최대한 덜 화려하고 덜 장식할수록 덜 촌스러워지는 것 같다.)

'클로드 원스'와 '연남동흑백사진관' 사이에서 끝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그래도, 인생에 한 번 드레스를 입고서 화보느낌 뿜뿜하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

결국,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원하는게 또렷하게 없을 때는 이상형 월드컵처럼 토너먼트를 거쳐서

역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스튜디오를 고를 때 쯤, 인스타에서 본 어느 커플의 화보가 너무 멋있어서 클로드원스에 마음이 많이 끌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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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정본의 완성 (셀프 포토샵) 

촬영을 마치고 2주 뒤쯤 원본을 셀렉하러 갔는데 

셀렉을 하더라도 수정본을 45일 ~ 60일 뒤 쯤, 그러니까 원래 결혼식보다 더 늦게 받게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건 원래 그런 건데, 결혼 준비자체가 조금 타이트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감수했던 문제였다.

(결혼준비를 하다보면 예상보다 타임라인이 많이 길어진다.

예약을 하려고 해도 한 달 뒤에 가능한 경우가 부지기수고, 결과물을 받는데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결혼준비를 할 때 그런 타임라인을 충분히 가져가야 나중에 결혼식에 닥쳐서 쫄리는 일이 적을 것 같다. - 쫄린 1인)

 

사실 스튜디오 촬영은 결혼사진을 찍는 의미도 있지만 모바일 청첩장에 쓰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수정본이 급하게 필요했던 지라, 어쩔 수 없이 원본을 받아서 내가 떠듬거리며 포토샵으로 고쳤다.

20대였다면 모를까 30대 중반 즈음에 막 달걀같은 얼굴형에, 늘씬한 팔다리로 고쳐보았자 이미 내가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냥 나의 얼굴을 최대한 유지하는게 목표였고, 잡티나 얼굴이 지는 그림자 정도를 지우면서 만족했다.

다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 집에 와서 유투브보고서 한 땀 한 땀 버벅거려가며 고쳤기 때문에 

정말 크리티컬한 부분말고는 뒷배경의 선이라던지 바닥같은 부분은 엄두도 못내었음....;;;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의 원본이다.

사진 원본 퀄리티가 좋으면 고칠게 별로 없을 뿐 더러, 고치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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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셀렉한 사진들 

사실, 가장 큰 함정은 여기에 있었다.

클로드원스는 그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과 흑백/회색의 모던한 느낌, 그리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제스처에 강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사진에 대한 나의 개인취향이 또렷했기에

촬영 시작하면서 작가님께 쨍한 색감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고,

셀렉을 할 때도 흑백으로 찍어주신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다 컬러로 변환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동적인 사진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정적이고 덤덤한 사진들을 많이 골랐다.

나도 잘 몰랐지만, 아마도 내 안의 내가 그런 사진을 원했던 것 같다. 증명사진 같은 사진들.

내 눈에 이뿌면 장땡이지...!!

결과적으로 셀렉한 내 사진들은 어쩌면 일반적인 클로드 원스 사진들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그것은 그저 내가 내 기준에 따라 그런 사진들을 골랐기 때문이다. 

 

 

클로드 원스 느낌이 나는 사진 (셀프 수정)

 

새침한 느낌의 단독 사진. 셀프 수정이라서 바닥과 벽은 처리를 못했다.

 

액자사진으로 골랐던 가장 대표 사진! (셀프수정 - 바닥얼룩과 벽주름 ㅠ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중 하나. 갈색배경에 사람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찍혀서 내 맘에 쏙 든다 

 

드레스와 턱시도 디테일이 예쁘게 잘 드러난 덤덤자세 사진. (스튜디오 수정)

 

웃는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나는 행복해보이는 사진 (스튜디오 수정)

 

느낌있는 흑백사진! (셀프수정)

 

모바일청첩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릴리즈로 찍은 셀프사진의 콜라주! (수정이고 뭐고 없다)

 

 

보다시피, 클로드원스에서 직접 수정해 준 사진들도 과한 보정 없이 내 원래 얼굴을 잘 살려서 수정해주었다.

게다가 전문가들이라 그런지 클로드원스에서 수정해준 사진들의 선명함이 확실히 달랐음.  

처음, 셀렉할 때만 해도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는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나 스스로가 연예인도 아닌데 연예인급 사진을 기대했나봄..반대로 신랑은 너무 잘 나옴...♡.♡)

그래도 잘 고르고 고르다보니 모바일청첩장에 쓸 만큼은 충분히 셀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포토샵으로 너무 어색하게 깎고 다듬지 않고도

나와 신랑 얼굴 안에서 최대한 예쁘고 잘 생긴 모습들이라 더 좋았고. 

모바일청첩장에도 예쁘게 잘 쓰고, 결혼식 당일에 포토테이블에도 잘 쓰고, 

그리고 지금은 신혼집에 요로코롬 잘 쓰고 있다. :)

 

프레임 티비 아트모드 :)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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