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누군든지 결혼식에 대한 로망 혹은 소망이 한 가지 정도는 있을 것 같아요. 

꼭 야외예식을 하고 싶다든지, 꼭 어떤 드레스를 입겠다든지, 꼭 어떤 웨딩 슈즈를 선물받겠다든지요.  

저는 특이하게도 꼭 하고 싶은 신부입장곡과, 꼭 축가를 불러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축가의 경우는 사실 가능하리라고 상상도 못할 일이라 엄두를 못냈어요. 

입장곡 같은 경우는, 제가 이 곡을 처음 TV에서 들었을 때부터 제가 결혼하면 이 곡을 축가로 듣고 싶다! 생각했는데

꼭 그 TV 버전으로 듣고 싶은거에요. 그런데 제가 현실적으로 이 노래를 부른 분들을 모셔올 수는 없기에

노래를 즐겨 들으면서 꼭 TV 방송버전으로 신부입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솔로인데 결혼식 입장곡 먼저 선곡하는 김칫국 드링커)

 

 

 

1. 『 Il libro dell'amore 』 - by 고훈정, 이동신, 이준환, 손태진 님.(팬텀싱어 1) 

youtu.be/UF9WG50-7j0

바로 이 곡이에요! 꼭 한번 소리를 켜고 보세요 ♥

 

제가 (심지어 일기에도 쓴 적 있는) 콕 찝은 입장곡은 바로, Il libro dell'amore 란 곡이었어요!

제목은 '사랑에 관한 책'이란 뜻으로 원곡은 이탈리아 가수 주케로가 부른 노래라고 해요. 

팬텀싱어 시즌1을 애청하던 2017년 초, 고훈정, 이동신, 이준환, 손태진님이 부른 이 4중창을 듣는데

곡도, 화음, 가사도 너무 아름다운 와중에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급기야 감동받아서 눈물이 나는 거에요. 

(방송에서 가수 바다 님도 눈물을 글썽글썽) 

곡은 잔잔한 화음으로 아름답게 시작해서 부드럽게 진행하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 가면 끌어올린 감정이 터지면서

하늘에서 은총 같은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빛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요. 

그래서 꼭! 클라이막스 부분에 맞춰서 입장하고 싶었는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답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은 3분 30초 부터 시작하는데, 

앞 부분을 끊고 클라이막스부터 바로 시작하자니, 하객들이 듣기에 뜬금없이 4중창이 폭발하는 느낌일 것 같고 (갬덩파괴ㅠㅠ)

그렇다고 곡을 다 틀어놓자니, 신랑 입장 후에 무려 3분이나 하객과 신랑이 기다려야 하는 뻘쭘한 상황이 걱정이 됐어요. 

고민을 하다가, 성장동영상을 만들어서 이 곡을 입힌다음에 노래를 끊지 않고 클라이막스에 입장하도록 준비를 했답니다!

(결혼식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성장동영상을 셀프로 만듦. 그리고 내꺼만 만들기 그래서 남펴니껏도 만들어 줌 ㅠㅠ)

 

 

입장하기 전 아빠 손을 꼭 쥐고 있네요. 

 

 

디어 결혼식이 시작되고, 도리가 씩씩하게(?????)입장을 했어요!

원래 별도의 웨딩 연주(현악 4중주) 업체를 섭외했는데, 신랑입장곡과 신부입장곡은 bgm을 썼답니다. 

신랑은 축구를 좋아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음원을 사용했어요. 축구선수들이 등장할때 나오는 곡이라고 하더라구요. 

전경련플라자 컨퍼런스 센터는 전문 웨딩홀은 아니기 때문에 버진로드 뒤에 출입문이 있진 않아요. 

그래서 신랑과 같이 버진로드 뒤에 서있다가 신랑이 먼저 입장하고, 덕분에 신랑이 입장하는 순간을 뒤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답니다. 

 

신랑이 단상 앞에 서고, 준비된 성장동영상과 함께 그렇게 소원했던 il libro dell'amore가 예식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사진,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당시)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과 마지막으로 웨딩사진이

웨딩홀 양쪽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플레이 되는데 살짝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꾹꾹 눌렀어요. 

그리고 드디어 2절과 클라이막스 사이의 간주가 흐르고, 클라이막스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아빠 손을 잡고 버진로드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한 발 두 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느낌이 들었어요. 

 

신랑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너가 내 남편이뉘....

 

 

사실, 본식 전 날 웨딩홀에서 리허설을 했었는데요. 

텅 빈 그 공간을 4중창이 가득 채우는데 노래가 더욱 장엄하고 배경음악에 집중이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이거야!

그런데 막상 당일에는 홀 안에 사람도 많고, 카메라도 많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아서 잔뜩 긴장한데다가

평소 안시는 13cm 높이의 힐(;;;)도 신었죠, 아빠 손 잡은 것도 뒤뚱거리죠, 드레스 자락을 밟을까봐 신경쓰이죠, 

그 와중에 웨딩카페 같은데서 아래를 쳐다보면 안된다, 너무 빨리 걸어도 안된다 그래서

머리로는 드레스 자락을 생각하면서 시선은 앞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며 걷느라고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 발을 디딜 때 말고는, 걷는 내내 노래가 귀에 전혀 안들림...................)

나중에 영상을 보니까, 긴장해서 그런지 입을 어쩔줄을 모르더라구요? 오리처럼 입을 오므렸다 풀었다 오므렸다 풀었다.....ㅠㅠ

그래도, 제가 정말 오랫동안 꿈꿨던 곡에 맞춰서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앞에서 절 기다리고 있는 신랑에게 걸어갈 때,

한편으론 벅차고, 한편으론 뭉클하고. 한 번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아빠와 인사를 합니다. 아빠랑 인사하는데 아랫턱이 파르르 떨리더라구요. 이 세상에서 날 제일 이뻐해준 아빠앙...ㅠㅠ

 

괜시리 엄마사진도 한 장 넣어봅니다. 울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화기애애했던 나의 결혼식!

 

 

2.『 마중 』 - by 손태진 님. 

 

아, 그렇습니다. 

축가는,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이자, 바로 저 입장곡을 부른 멤버.

베이스 손태진 님이었습니다............................!!

팬텀싱어 시즌 1을 애청할 때부터, 저랑 저희 엄마가 손태진님을 엄청 좋아했었는데요. (문자투표를 열심히 했다능...)

팬텀싱어 시즌 1이 끝나고도, 엄마랑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와 손태진님 개인 콘서트도 다니곤 했었어요. 

그러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인 걸 알지만) 내 결혼식 축가를 손태진 님이 불러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반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도 엄마랑 그런 상상을 하는 거로 즐거워하고 그랬었는데요. 

설마설마 했는데, 남자친구 도리의 도움으로 손태진 님을 축가로 섭외하게 되었어요! (도리만쉐에!!! 쏴리질러엇!!!!!)

코로나 때문에 예식일을 한 번 미루게 되었는데도, 다행히 손태진 님이 흔쾌히 날짜를 맞춰주셨답니다!

 

곡은,  손태진 님이 콘서트에서 부르셨었던 가곡 『마중』으로 선택했습니다. (기승전손태진...^_^..)

청첩장 문구를 바로 이 곡의 노래 가사에서 따왔었거든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는데, 제가 도리를 만나고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엄마랑 손태진 님 콘서트를 갔었는데 

그 콘서트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고, 곡도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리를 만났는데, 그 가사가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처럼 느껴지는 거에요. 

(그 때는 그랬어요.......아득)

그래서 그 때도, 혹시라도 내가 이 친구와 만에 하나 결혼하게 된다면, 꼭 청첩장 문구로 써야지! ...(프로 김칫국드링커)

그러다 정말 그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고(두둥), 제 결심대로 그 문구를 청첩장에 새겨 넣었답니다. 

그리고, 그런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서 손태진님께 축가로 마중을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손태진님이 먼저 제안해주신 곡이 있었는데, 그게 il libro dell'amore였다는!! 태진님과 제가 텔레파시? ^^....)

 

축가를 듣는 아련한 저의 표정....(친구가 결혼식 내내 아련한 표정은 이 때 뿐이었다고..;;;)

 

 

결혼식 날, 손태진님은 노래실력 뿐만 아니라 매너도 최고였어요. 

신부대기실에 들러 저에게도 인사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로비에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도 인사를 해주셨다고 해요. 

그리고 대망의 축가를 부르기 직전에, 저희 결혼식에 초대 받게 된 배경을 친절히 설명해주셨어요. 

저희 엄마와 제가 콘서트도 다니고 청첩장에 축가로 부를 곡 가사가 써있다는 내용까지도요! 

오셔서 노래만 딱 한 곡 불러주고 가셔도 감사한데, 앞뒤로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축가로 불러주시는 곡이 결혼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곡인지 설명까지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노래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손태진 님의 목소리는 얼마나 감미롭던지...

게다가 오로지 저희만을 바라보고 불러주는 한 곡이라뇨. . ㅜ.ㅜ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여...

그리고 손태진 님이 노래를 부르시는 내내 홀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정말 집중해서 들어주고 계신 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영상으로도 축가 부르는 내내 모두 처음 듣는 곡일텐데도 굉장히 경청해주시더라구요. 

결혼식 전부터 결혼식 내내 너무 긴장된 나머지 저 스스로도 붕붕 뜬 기분이었는데, 

차분하고 다정한 손태진님의 축가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저도 긴장감과 정신없음을 내려놓고 

오로지 저희를 위한 축가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답니다. 

꿈 같은 순간을 선물해준 태진님, 감사해요,

그리고 이 꿈 같은 축가를 현실로 이루어 준 내 남편. 최고야 ♡

 

"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 마중 - 

 

 

♬ 헤어/메이크업 : 살롱 드 로쉬

드레스 : 시작바이이명순

본식사진 : 언아더데이 김주영 실장님, 김주형 이사님.  

웨딩연주 : 돌체뮤직 현악 4중주 

축가 : 손태진님 (하트)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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