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간다

■ 삶/IV. 삶 2020. 9. 14. 18:58



올 해 여름은
입사 이래로 해외여행 없는 첫 여름이었고
역대 가장 긴 장마로 내내 비만 내리면서
여름다운 느낌도 없었는데
처서가 지나자마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침과 밤으로 찬 기운의 바람이 분다.
이렇게 2020년 여름이 끝나는구나.


잠수교를 거너며 본 노을지는 풍경



유난히도 맑고 청량했던 어제,
정말 매일이 이렇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만 같던 날씨.
자전거를 타고 잠수교를 가로질러 강변북로 아래의 한강공원까지 달려갔다왔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봤을 법한 분홍색 노을이 물들여가는 서울의 풍경을 보니
노을때문인가, 평소와 다른 곳에서 보아서인가-
이 곳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도 참 아름답구나.

항상 차를 타고 다녀서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풍경을 보고 다녔는데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한 바퀴 나아가며 보는 세상은
차를 타고 보는 세상과 또 다르다.
새삼 서울이 이렇게 커다란 도시였구나,
(고작 잠수교 하나만 건넜을 뿐이지만) 강북의 자전거도로는 이런 풍경과 이런 느낌이구나.
새삼 강남과 강북이 내 마음 속에서 또렷하게 나뉘어져 다가온다.
차로 다니면 거기서 거기인 땅일 뿐인데
내 발로 가려니 강북은 내 세계와는 또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다.
나와는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하지만) 지금 나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낯설고 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생경한 느낌,
좋아.


한강과 반포를 배경으로 내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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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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