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의 [카페보사리]와 성수동의 [진지함]의 아치 모양의 익스테리어 조합

 

 

급격한 생활의 변화(결혼과 독립!)으로 요즘은 글을 쓸 시간도,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충분치 않고

무엇보다 글쓰기의 원동력인 나만의 감상적 영역이 도대체 채워지지가 않는다.

이건 하루하루 일하고 먹고 청소하고 자기 바빠서 인 것 같다.

그야말로 생활형 모드가 풀 가동되고 있어 감상적 영역에 새로운 감성에 노출되고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 해야하나.

 

하여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성수동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요일의 이른 오후 내내 집 청소를 하고,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다보니 주말에도 일만 한 느낌. 

이대로는 일요일을 보내는게 억울해서 데이트 하는 느낌으로 예쁘게 원피스도 입고 렌즈도 꼈다. 오랜만에.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지만 각 동네별로 특유의 분위기들이 있다.

근 2년 가까이는 강남/역삼 일대와 여의도 일대만 오고갔는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높고 커다란 빌딩 숲, 주차에 대한 편의, 건물 내부에 칸을 나눠 만들어진 편리함과 익숙함이 보장된 프랜차이즈 가게들. 

편리하고 세련되었지만 전달되어 오는 감성이란게 없다. 

 

성수동은, 서울숲까지는 와본 적이 있어도 카페거리까지 깊숙이 들어와 본적은 처음인데

아, 뭐랄까.

가게 하나 하나 건물 외벽의 소재, 창과 문의 모양, 간판의 종류 저마다의 개성이 눈길을 붙잡고

이 가게는 어떤 가게지, 저 가게는 어떤 가게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더라. 

5~6년 전의 연희동/연남동의 느낌이 나면서도 조금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랄까. 

게다가 아직 그렇게 무덥지 않은 여름 저녁,

테라스와 통창을 개방한 가게들이 많아서 더욱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분위기까지.

 

 

(가본 적 없지만) 왠지 브루클린 느낌을 연상시키던 [STDO] 

 

[다 로베]에서 웨이팅을 기다리며 감상하는 길게 늘어지는 황금빛 노을. 어딘가 안정되고 여유롭다. 

 

추천받은 [다 로베]의 시그니처 피자 

 

지난 해의 이탈리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 * 

 

 

한참의 웨이팅을 기다려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여름의 낮은 길었다.

해는 졌지만 하늘은 푸르른 기운만 감돌고 낮에 보았던 가게들은 하나 둘 씩 불을 켰다. 

조명이 더해지니 감성충만한 분위기가 가득 차는 이 곳.

낮에는 카페로 복작거렸던 어느 카페에서는 소규모 공연이 진행 중이라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이제 마감하고 뒷 정리를 하는 베이커리 근처에서는 고소한 빵 구운 냄새의 여운이 가게 앞을 감싼다.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기 전,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살곁을 스치는 여름 밤.

눈과, 귀와, 코와, 살결 모두 즐거운 이 거리. 

 

 

하나 둘 주황불이 켜지는 성수동 카페거리 

 

주황빛 조명과 창문 너머의 화분 하나. 아치형 창문이 액자가 된다. [진지함]

 

검붉은 벽돌에 한자로 쓴 가게 이름도 멋스럽다. 

 

옥상에도 아기자기한 전등이 켜졌다.

 

 

분명 낯선 동네이지만 어딘가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낯선 동네에서 알게 모르게 20대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듯 했다.  

15년 전, 대학생 시절에 홍대 깊숙한 곳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며 받았던 그 느낌. 

2020년을 살고 있지만 문득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살짝 들었고, 그리고 그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았던 건, 성수동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껴서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호기심이 충만하고 감각이 예민하던 나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내가 가장 나답다고 생각했던 나.

지금은 어쩐지 사라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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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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