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벽에 걸 액자를 오랫동안 찾았는데 (원래 걸고 싶었던 상상 속의 액자와는 다르지만)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포스터를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라는 느낌이 왔다. 어떤 색의 어떤 두께의 어떤 재질의 액자와 어울리겠다는 구상마저도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84cm×60cm 포스터 사이즈에 맞추어 액자를 주문하고, 크기와 무게가 꽤 되기 때문에 꼬꼬핀으로는 하중을 못 견딜것 같아 레일 액자 걸이도 주문해서 어느 퇴근한 날 밤, 혼자 드라이버를 돌려가며 줄자를 재어가며 액자를 조립하고 레일에 액자 걸이를 걸고 마지막으로 액자를 걸었다. 테라코타 색과 짙은 청녹색 가죽 소파 위의 검은 프레임의 커다란 액자. 그리고 그 안의 그림까지. 그 모든 조화가 내 마음 깊이 만족스럽다.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도 꺼내어 올려두었다. 소소한 오브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런 내용의 블로그를 쓰는 일은 없었으면 했는데, 어쨌든 나에게 발생한 일이고 또 나와 비슷한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서 위안 아닌 위안을 얻었기 때문에 내가 겪은 화이자 1차 부작용 증상과 (현재 진행 중인) 경과를 기록해서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위안 혹은 정보공유가 되었으면 한다.
0. 기본 정보
30대 중반의 기저질환 없이 건강한 여성
1. 백신 접종
8월 29일 일요일 오전 9시 화이자 1차 접종 내가 백신을 고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여자들에게 혈전 위험이 높은 AZ은 피하고 싶었고, 모더나의 경우 수급이 불안정해서 혹시라도 1차를 모더나 맞았는데 2차 맞을 때 수급상황이 안좋을까봐, 그리고 엄마, 이모, 남동생(AZ-화이자 교차), 이종사촌, 이종오촌 모두 화이자 맞고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화이자를 맞는게 가장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참고로, 백신을 맞기 전날까지도 백신을 맞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부작용 걱정 때문에 잠을 설쳐서 아침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픈 건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2. 접종 당일 증상
열은 없었고 미세하게 왼쪽 갈비뼈가 뻐근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주사를 맞은 왼팔의 손바닥 안쪽이 간질거린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몇시간 지나자 사라졌다. 두통까지는 아니었고 머리가 띵- 하면서 머리 회전이 안된다는 정도였다.
3. 접종 +1day 부터 오늘 (+16days)까지의 증상
심장과 관련된 증상이 다양하게 변칙적으로 나타났고,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신경쓰이는 정도. 주요 증상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ㅇ 갈비뼈 부근의 뻐근함 : 접종 다음날부터 약 3~4일까지 느꼈던 증상으로 왼쪽 갈비뼈 부근이 수축된 것 같은 뻐근함.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나자 많이 사라졌음.
ㅇ 심장 박동과 관련된 증상 (가장 주요 증상) : - (저녁) 자려고 누우면 달리기 전력질주했던 것처럼 심장이 세게 쿵쾅거리고 주변 장기에서도 맥박이 펄떡 펄떡 뛰는게 느껴짐. - (저녁) 내가 느끼기에 갑자기 심장이 5~6회 정도 불규칙하게 쿵쿵쿵쿵 뛰면서 주변 장기에 불쾌한 느낌과 함께 약간 속이 울렁거림. - (낮) 일상 생활에서 심장이 뛰고 있다는게 인지가 될 수준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지는데 대부분 지속시간은 짧음. 다만, 어제는 (접종 후 +15days)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는데 그에 따른 체력적/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크고, 심장이 지금 평소보다 무리해서 뛰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짐. - (낮) 동네 경사진 곳을 걸어 올라가거나 조금만 빨리 걸어도 심장박동이 거세지는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숨이 참. 누가 보면 체력 자체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짐.
ㅇ 기타 증상 : - 심장 부근이 조이는 것 같은 불편함. (통증이 있는 건 아닌데 뭔가가 타이트하게 조이는 것 같아서 풀고 릴렉스하고 싶은 수준) - 자려고 누웠을때 가슴 부분에 커다란 돌을 올려놓은 것 같은 답답함과 함께 호흡 불편함. - 접종 후 +10days 정도 지났을 때 명치의 왼쪽 갈비뼈 안쪽 장기가 쿡쿡 쑤시듯이 아픔. 스트레스로 위가 조여지는 느낌을 아는데 위라고 하기엔 너무 갈비뼈와 피부 근처.
4. 병원 진료
ㅇ 접종 +3days : 구삐에 이상증상 신고했더니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증상이 심하냐고 하면서, 대부분 2~3일 이내에 사라지고 오래가는 사람도 일주일 정도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통증이나 호흡불편한게 심하게 오면 병원을 가라고 안내해줬다. 옆구리 뻐근함이 최고조에 이를때였기 때문에 아무 일 아니라도 일단 검진 받는게 좋을 것 같아서 집 근처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외래진료를 잡으려면 상급병원이라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한다고 응급실을 권하길래 응급실로 방문) 피검사(CK-MB, hs Troponin-I, D-dimer, IMA 등 - 정확히 어떤 검사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검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항목인 것 같음), 엑스레이, 심전도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심장 두근거림이 계속 되면 응급실 진료일자로부터 2주 내에는 전화로 순환기내과 외래를 예약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겠다고 했고, 피검사 결과가 깨끗하기도 하고 백신 접종 후 3일차밖에 되지 않아서 곧 좋아질거라고 생각했다.
ㅇ 접종 +12days : 그러부터 열흘이 지났고 당시만 해도 잘 때 심장이 세게 쿵쿵거리는 정도였는데 그 사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다양해지고 딱히 나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응급실에 다녀왔던 대학병원 순환기내과로 외래 예약을 해서 방문했다. 심장 두근거림 증상을 들은 의사는 '부정맥' 증상 같다고 진단을 하였지만 증상만 들어서는 정확한 진단이나 약처방을 하기 어렵고, 심장초음파와 24시간 심전도 검사 예약을 잡을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요즘 화이자 백신 맞고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서 심장초음파와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나쁜 소식과, 대부분 그걸 기다리는 사이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환자분들이 많다는 좋은 소식을 안내해주었다. 그러니 일단 해당 검사를 예약하고 검사일이 되기 전까지 경과를 지켜보다가 괜찮아지면 편하게 검사를 취소하거나, 그래도 검사를 받아보고 싶으면 그때 검사를 해보라고 해서 일단 예약을 잡았다. 하지만 검사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부모님께 추천받아 심장내과전문병원을 다시 예약했다.
ㅇ 접종 +16days : 반차를 내고 심장내과전문병원에 방문, 당일에 바로 진료보고, 채혈, 엑스레이, 심전도, 심장초음파까지 검사하고 바로 결과진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 나랑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모두 병원가서 검사하면 정상소견 나온다고 해서 예상은 했는데, 한편으로는 심낭염/심근염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럼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이런 증상으로 고통받는건가 차라리 원인이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오늘 의사선생님 설명이 조금은 더 위안이 되었는데, 백신의 어떤 물질이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지금 심장 두근거림과 같은 증상이 느껴지는 거라고 추측되는데 (그게 항체가 형성되는 반응인지 아니면 다른 반응인지, 어떤 물질때문인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전제를 다셨다.) 그래도 그걸로 인해서 현재 심장에 손상이 발생한 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단순히 검사결과가 정상이니까 문제가 없다라는 결과보다, 내 증상과 심장의 손상을 나누어 설명을 해주시니까 (근본적인 해결은 안되지만)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약에 의한 반응이라고 하니 어느 순간엔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약 효과가 있는 내내 두근거리는 거 아닌가? 싶기도?) 그리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2차는 맞아도 될것 같다고 하셨다. 다만 일단 1차에서 이런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2차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올 수도 있고 또는 안 올 수도 있는데, 일단은 심장에 손상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2차를 맞아도 될 것 같다고. (이 건 대학병원 진료 할 때도 물어봤던 건데, 그 분도 내 불편함을 본인이 직접 겪은 건 아니라서 알 수는 없지만 현재 검사 결과 수치 상으로는 2차를 맞지 말아야 한다고 할 상태의 몸은 아니라고 했다.)
5. 스트레스
오늘 자로 접종한지 16일차. 미국에서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될 때부터 백신에 대해서 걱정하고, 또 실제로 백신을 더 일찍 맞을 기회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한 마음에 계속 미뤄왔었다. (가임여성이라서 걱정되는 부분이 컸다) 특히 백신을 맞기 한 4일 전부터는 날짜가 정해진 상태에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게 문제였을까? 백신을 맞고나서 내 주변에 이런 부작용을 보이는 사람이 없는데 (한다리 건너면 나보다 심한 심장 쪽 부작용 겪은 분이 있다) 나만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니까, 폐병을 예방하려다 심장병 얻은 느낌에 무섭기도 하고, 또 평소 심장이 뛰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늦으막한 오후부터 심장 뛰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니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면서, 나름 1주일만 지나면, 2주일만 지나면 하면서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는데 크게 낫지 않고 다양한 증상이 계속되니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급기야 어제 저녁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도대체 이거 언제 괜찮아지는건지 백신 맞기 전 상태로 돌아갈 순 있는건지...몸은 힘든데 답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할 뿐.
어쨌든, 2차접종여부를 비롯해서 증상과 진행경과를 당분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놓을까 한다. 부디, 다른 분들은 모두 백신 맞고 큰 부작용이나 이상반응 없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Update] 6. 접종 +23일차 (3주차) 까지의 증상 추가
심장내과에서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심장이 쿵쿵 거리는 박동이 느껴져서 힘든 날도 있었고
하루 이틀은 갈비뼈를 중심으로 2cm 정도 떨어진 분위가 아래 위로 마치 장기가 멍이 든게 아닐까 싶은 통증,
조금 빠르게 걸으며 운동했더니 약하게 조이는 듯한 느낌과 뻐근함,
그리고 어제는 자다가 깼는데 평소 한 가지씩만 나타나는 증상이 한 번에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지는 와중에 누군가 왼쪽 가슴 안쪽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
호흡곤란과 함께 새벽 한 가운데 갑자기 느껴지는 미슥거림, 그리고 평소보다 빠른 맥박수.
새벽 한 시에 깨서는 두 시까지 눕지도 못하고 소파에 앉아서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다시 잠들었다.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서 2차를 당겨서 맞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나는 그냥 6주차에 맞아야 할런가 보다.
[Update] 7. 접종 +33일차 (5주차) 까지의 증상 추가
접종 33일차. 새로운 증상이 발현 된 건 없고 많은 증상들이 호전되었지만
속상하게도 여전히 몇 가지 증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다른 블로그 보면 그래도 4주, 5주 넘어가면 거의 회복하시던데 난 도대체 왜 때문에..
주요 증상은 심장이 조이는 느낌, 왼쪽 가슴 아래 또는 왼쪽 갈비뼈가 뻐근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아니면 자려고 누웠을 때 속이 울렁거리는 건데 이게 위가 울렁거리는 느낌하고 다르다. 매우 기분 나쁜 느낌.
문제는 낮에 심장이 조이는 느낌때문에 고생하면 밤에는 괜찮고, 낮에 멀쩡하면 꼭 밤에 상태가 안좋아짐.
부작용 하루 총량제라도 실시하고 있는거뉘?
어떤 사람은 신경성이 아니냐고 하는데, 가끔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내가 애써서 불편한 느낌을 느껴보려고 해봐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편해서 느껴지는 거지, 신경써서 느껴지는 건 아니라는 말.
심장이 불편하면 진짜 만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나 빨리 죽는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움직이거나, 하루종일 두근거리거나, 빨리 걷고 숨차는 증세는 확실히 많이 줄었다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