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7월 초에 걸쳐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에
(드디어) 코로나에 걸려 거진 한 달 가까이를 맥아리 없이 지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8월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네.

별 일이 있었다면 있었고, 별 일이 없었다면 없었던 여름.
11년째 다니는 회사,
5년째 살고 있는 동네,
4년째에 진입한 결혼생활. (연애부터 치면 6년째)
이제 이 모든 게 내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일,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의 싸이클 속에서 돌아가는 매일매일이 때론 편안하기도 하고 때론 지루하기도 한데,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지만 문득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내 삶에 녹아들어 이제는 내 일부분이 되어버릴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는 애정, 공감, 지지, 응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사랑.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생이 항상 순탄할 수만은 없다. 크든 작든  그 어려운 시간들을 잘 흘려보내야 할텐데,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순간에 서로를 사랑하고 감사하고 애정하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때로부터 어느새 6년, 그리고 가족이 된지 4년.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에도 크고 작은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 파고를 순탄히 잘 넘어온 것은 도리의 한결같은 애정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하루하루의 다정함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의 사랑과 애정이 한결같음을, 그는 긴 시간을 통해 보여주었다.

사랑하며 사는 것.
똑같은 하루, 지겨운 하루지만
그 하루하루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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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낮

■ 삶/IV. 삶 2023. 6. 3. 22:03

 

어느 덧 6월.

하루하루 해가 길어지는게 또렷하게 느껴진다.

오후 6시가 되어도, 어느 봄 가을의 오후 4시처럼 해가 조금 기울어졌을 뿐.

 

바쁜 봄을 보냈다.

그런데 또 막상 뒤돌아보니 무얼하느라 그리 바빴는지 막상 기억에 또렷이 남는게 없네.

회사 일을 생각하면 3월에 터진 큰 사건의 담당자가 되어 정신이 없었고, 이제 Phase 1을 마무리한다.

3월까지 골프레슨을 모두 끝내고서는 3~4주에 한 번씩 라운딩을 나갔다. 

그 중에서도 5월 중순에 회사 임원과 나가는 라운딩이 있어 한 동안 부담을 느끼면서 연습을 숙제처럼 했었다.

퇴근하고 와서 저녁먹고 골프연습하고 나면 자야하는 시간이라, 사실상 퇴근 후에 골프 말고는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는데

가끔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다른 걸 할 시간이 안나다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일단, 이런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골프는 이래도 저래도 스트레스 받는 것이 디폴트이다ㅠ)

그러다가 또 5월에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전화영어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전화영어를 시도했다가, 전화올 시간만 되면 스트레스 받아서 관뒀는데

혼자서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원서도 읽고 어쩌고 하다가, 위의 일들 (일, 골프, 유튜브 만들기)에

자꾸 우선순위가 밀려서 반 강제적으로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해봤다.

초반에는 정해진 시간에 20분을 꽉 채워서 떠들어야 한다는 것 부터가 스트레스였는데

한달정도 하고 나니 조금 그 라이프스타일 패턴에는 적응을 한 것 같다.

일단 목표는, 올해말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쭈욱 하는 것이다. 

전화영어를 한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주 3일 20분을 영어로 떠들기위해서 나름 준비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과연 올해를 마무리할 때, 나 8개월 간 전화영어를 꾸준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꼭 해내자)

 

이런 일상생활의 주절거림을 쓰려고 한 건 아닌데..

일상은 큰 변화가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결혼을 해서일까

내 마음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

과거의 나는, (그러니까 20대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오늘의 나보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고- 일상의 나보다 꿈 속의 나를 좇았는데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를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오늘을 알차게 잘 보내고 싶어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막연한 꿈? 혹은 소망?이 없어진 것 같기도 했는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 말은 지금 하루하루에 큰 불만 없이 행복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내 관심사는,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알차고 뿌듯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아, 물론 이번 달에 여름휴가가 있어 여행일정을 짜고 있기는 하지마 예전만큼 그렇게 여행에 절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행복일 수도 있고, 달리보면 안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일, 가정, 건강, 우정 이런 것들의 조화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므로

어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거나 또는 변화를 맞딱드리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스스로 느끼기에 만족스러운 이 조화로움을 잘 간직하며 좋은 에너지들을 많이 쌓아두고 싶다.

 

곧 하지가 오고, 덥고 습한 여름을 보내고 나면 

금방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지. 

그 때까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알차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

그렇게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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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썼는데, 개설한지 1년 된 유튜브에 신경쓰느라 블로그에 너무 손을 놓았네.

지난 1년간 상당한 시간을 골프레슨/연습과 또 유튜브 영상만들기에 시간을 쓴 것도 사실이나,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같이 한두줄 쓰는 포맷에 익숙해지다보니

그 포맷에 맞추어 생각의 아웃풋을 내게 되고,

또 가끔은 길게 쓰고 싶은 얘기가 있다가도 각잡고 쓰는게 귀찮기도 하고 완성도 있게 쓰지 못할 것 같아

어영부영 포기해버리고 마는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나의 소중한 삶의 순간들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함께 휘발되어버리고

나중에 추억하고 반추해보려고 해도 더 이상 어딘가에 정리되어 기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도 좋지만, 나를 위해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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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글은 2023년의 자하연 벚꽃 사진과 함께한 기념 사진에 대한 글이다. 

 

도리와 처음 만났던 2018년 4월, 대학원에 있던 도리에게 서프라이즈로 놀러가서 사진을 찍은 이후로

매년 빠지지 않고 자하연에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도리와 함께 가서 심플한 기념 사진을 찍곤 했다.

올해가 벌써 6년 째라니. 만으로 누군가와 5년이나 함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2018년, 2019년도의 추억들은 이제 제법 오래된 추억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동안 자하연이 서울의 다른 곳보다도 벚꽃이 일주일 가량 늦게 피었기 때문에

다음 주말즈음 필 거라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벚꽃이 활짝 핀 사진을 보았다. 

주말은 이미 다 지나갔고, 화요일부터는 비가 온다던데. 월요일을 놓치면 올해 벚꽃사진은 포기해야할 것 같았다.

도대체 자하연 벚꽃사진이 뭐라고.

사실 특별히 기념할 만한 장소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닌데

그저, 내가 매년 찍기로 혼자 다짐해왔을 뿐인데 이제 그만 찍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새벽에 일어나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월요일 아침에, 서울대까지 들렀다가 출근하는 무리는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렇지만, 그것이 무리인 줄을 알면서도 나는 도리를 설득해 오늘 아침

부랴부랴 서울대에 가서 이제 막 관악산을 넘어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자하연의 만개한 벚꽃사진을 찍었다.

왜 자하연의 벚꽃사진에 유난이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는데 나는 두 가지 답을 했다.

첫째, 나는 결혼생활이나 결혼식에 큰 로망은 없지만 (없는데 손태진님 부른거 실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과 한 해, 두 해 기념 사진을 찍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두번째, 처음 만날 땐 함께 겪는 계절들 모두가 낭만적이었지만, 이제 매일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제는 챙기는 것이 더 귀찮기도 하고.

하지만 자하연에서의 벚꽃 사진 찍기로 인해서 내 안의 귀찮음을 떨치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봄처럼 사소한 계절의 변화도 특별하게 느끼는 순간을 상기하고 싶어서. 

 

어쨌든, 그런 이유로 아침 7시 40분 - 오늘따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교정을 가로질러 

빠르게 휘휘 벚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올해로 6번째 사진을 찍었으니,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고서야 10년은 채울 수 있겠지? :)

 

👇2022년도 자하연 벚꽃 사진 보러 가기👇

https://sollos.tistory.com/1260

 

2022 자하연 (다 진) 벚꽃 사진

도리랑 처음 만난 2018년도부터 연례행사처럼 (내가 하자고 해서) 하고 있는 자하연 벚꽃사진 찍기 (❁´◡`❁) 올해 벚꽃이 조금 늦게 피어서 평소보다 한 주 늦게 갔더니 지난 수요일 비바람 칠

sollo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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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곱

■ 삶/IV. 삶 2023. 3. 20. 16:48


나는 이제 안다.

나는 영원히 젊지도, 싱그럽지도, 예쁘지도 않다는 것을.

영원히 젊고 싱그럽고 예쁠 것이라 믿은 적은 없지만,

젊고 싱그럽고 예뻤던 시절의 내가 그 순간들의 내 모습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을,

그 시절을 다 흘려보내고 나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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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 Brazilier / AdAGP - paris, SACK-Seoul,2022

 

지난 연말, 이사갈 집을 구해야 한다는 현실에 부딪혀 연말다운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집 계약을 마치고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하루하루 사는 일에 미뤄두었던 문화생활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미술 작품 전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던 찰나에

위 포스터에 실린 그림,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장미빛 하늘로 향하는 요트 경기> 작품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바로 챙겨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마침 도슨트 해설이 있어서 시간에 맞춰갔는데, 

어림잡아도 한 7~80명이 다같이 50여분간 도슨트 해설을 함께 듣게 되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라는 작가의 이름은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그의 그림은 마치 오래 알아온 작가의 작품처럼 따뜻하고 편안했는데

도슨트의 해설에 따르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작가의 신념이 있어서란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20여점의 유화작품들이 주제에 따라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작품들을 관람한 계절이 겨울이어서였을까?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색이 파란색이어서 푸른 색 느낌의 작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과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분홍빛 하늘과 노란색 은행나무를 그린 풍경들이었다. 

 

ⓒ Andre Brazilier / AdAGP - paris, SACK-Seoul,2022

 

어떤 순간이 또렷이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주황빛이 아닌 분홍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던 순간이 있지 않았던가.

작가가 그린 분홍빛 노을이 담긴 작품들을 보며, 어떤 과거에 느꼈던 감동의 마음들을 끄집어 내보았다. 

분홍빛 노을을 그린 작품들을 보면서, 2019년 야수파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품, 

앙드레 드랭의 <채링 크로스 다리> 를 많이 떠올렸는데, 나중에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니 실제로 앙드레 드랭과도 교류했다고. (내 미술 안목....)

https://sollos.tistory.com/1187

 

앙드레 드랭의 채링크로스 다리

지지난 주말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 다녀왔다. 미술전시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최근에 을 읽고서 동기 부여를 받아 얼리버드로 덜컥 예매해놓고는 얼리버드 유효기간

sollos.tistory.com

 

 

ⓒ Andre Brazilier / AdAGP - paris, SACK-Seoul,2022

 

정확히 위 작품은 아니지만, 암스테르담의 가을을 그린 작품들도 너무 좋았다.

노란색 가을에 흠뻑 젖어드는 듯한 풍부하고 황홀한 느낌. 

나도 이런 순간들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또 아름다워서 좋아한다. 

계절이 변하며 색이 바뀌는 순간들, 내내 초록이기만 했던 잎들이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풍성하게 흔들릴 때의

그 아름다운 순간들, 아름다워서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순간들에 나는 힘껏 공감했다. 

 

정우철 도슨트가 말하길,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시대적으로는 전쟁을 겪었고 개인적으로는 자식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의 그림 인생 80년동안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주로 그렸는데,

그림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앙드레 브라질리에라는 작가에 대한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마치, 그림들이, 그리고 아흔넷의 작가가 내게

삶이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그래도 삶은 행복하다고, 너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응원과 격려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내가 영화보고는 울어도, 그림보고 운 적은 없는데 

도슨트의 해설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남들 볼까봐 눈물을 훔쳤다. 

 

ⓒ Andre Brazilier / AdAGP - paris, SACK-Seoul,2022

 

50여분간의 도슨트 해설이 끝나고, 찬찬히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가의 작품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전시관 한 켠에 마련된 영상물을 보게되었는데 그 영상물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회화를 그리는 이유는) 이 감정들을 포착하고 나누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면서 이 그림을 보는 관객들에게, 

치열한 삶의 전투에서 지지 않고 살아가게 하려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과 의지를 주려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행복하길 바라면서

많은 작품들을 남겨온 것이었고, 그런 작가의 의도가 담긴 그림에 마음이 울렸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서른 중반. 동갑내기 남편과 종종 하는 얘기가 사는게 힘들다는 것이다. 

힘들게 산다는 것이 아니라,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얘기다. 

세상살이, 돈 벌이, 회사생활,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지난 연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도 수십 번 생각했다.

뭐든지 엄마가 다 해주던 시절이 제일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어른으로 산다는게 너무 무겁고 힘들다고.

 

전쟁도 겪고 아이도 잃은 아흔넷의 일면식도 없는 작가가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해주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에

서른 중반의 허무주의자,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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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알아.
그래도 힘든 면 보다
좋은 면을 보고 살자, 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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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에 세비야에서 찍은 스냅. 

노을 지는 시간으로 미리 예약했지만 

하필 그 즈음 에스파냐 광장에서 한 달간 공연이 열리면서

오후부터는 일반인 출입을 막아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서 촬영했다. 

 

화장도 못하고 머리도 못하고 옷도 별로 없는 나라서

스냅사진 찍을 때마다 그게 가장 큰 장벽이지만 

그래도 찍고나면 

그래, 찍기 잘했다. 

다음 번 스냅사진을 찍을 아름다운 여행지는 어디일지 :P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샷. 적당히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오만 이쁜 척을 다 했던.....단독샷 ㅋ_ㅋ

 

제일 좋아하는 구도인데 빛이 없어서 좀 아쉬운 사진

 

 

이 회랑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많이 걸었다.

 

 

어휴, 작가님 덕에 뽀뽀를 얼마나 했는지(?) 뒤에 배경 보세요 배경

 

 

단독사진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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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신과 남들을 비교하지 않고, 또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내가 만족하는 삶.

그러려면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이 이미 되었거나, 적어도 그런 내 모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길 위에 있다면,
남이 무엇을 하든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부럽지 않고
남이 뭘하고 사는지 관심도 생기지 않는다.
나아가 남들과의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왜? 나 스스로가 좋고 내 삶이 좋은데 남이 무슨 상관이겠어.


그러니까,
나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몰입하고 나를 가꾸어나가는데 노력을 기울여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의 내가 되어버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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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그러니까 15년 전 멕시코에서

 

드디어 코로나가 시작한지 3년이 다 되어 드디어 우리 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목이 아프다해서 자가검진키트를 해봤더니 정말 보일듯말듯 두 줄이 떴고

병원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서는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되었다. 나 말고 도리.

화요일아침부터 도리가 방에서 격리생활을 시작했고, 회사는 회사 내 전파우려 때문인지 

나까지 도리의 격리기간에 맞춰 재택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치는데 재택이라니! 좋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 상황에서 재택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격리된건 아니지만, 집에 환자가 있으니 방문 너머 원격 간호(?)를 해야하고

아픈 사람한테 배달음식 먹이기가 그래서 삼시세끼 밥을 해야하다보니 식사 준비도 만만치 않고

같은 집에 있지만 그렇다고 수다를 떨 상황도 아니라 하루종일 면벽수행하는 것처럼 

집에 갇혀서 일하고 작은 거실만 종종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더 작은 방에 갇혀있는 도리는 더 힘들겠지마는, 주로 누워있으니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을것 같긴하다)

 

이거랑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한게 무슨 상관이냐고?

나랑 상관이 있다면 있고 상관이 없다면 없는 어떤 사람의 손 사진을 보게되었는데

스킨색의 네일과 엄지손가락의 패션 링이 눈에 띄었다. (손 사진이라서 볼 게 그거 밖에 없었다)

그 뭐 네일이 대수겠냐마는, 나는 결혼식날에도 대싱디바 붙였던 사람이라 그런지

고작 손 하나 보고서도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사람의 손이, 그 손이 말해주는 꾸밈의 정도가 이 대한민국 다수 여성의 스탠다드 수준인데

나는 사실 그에 못 미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미의 기준에 스탠다드가 없고, 취향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도 우리나라에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영 그런 것에 소질도 관심도 없다. 

회사에도 도수가 두꺼운 안경을 끼고, 화장도 하지 않고(가끔 선크림 정도), 입술색만 조금.

옷은 그냥 단정하게만 입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무릎과 발이 아픈건 싫어서 구두도 신지 않는다. 

그러다 지난 주에는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가 (본인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매우 심각한 얼굴로

이미 유지할 수 있는 선은 넘었고 해야할 게 너무 많다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플랜을 제시해주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장사하는구나..라는 느낌보다는 저 의사 눈에는 내가 진짜 한심해보이겠구나 싶었다. 

저는 결혼할 때도 피부관리를 안받았을 정도로 피부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라며 의사를 어느 정도 안심(?)시키려 했지만

내가 타고나기를 미용에 관심이 없는 것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자기관리의 부족처럼 평가하는 시선들이 너무 많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그 여자분의 손만 보고, 그냥 아무 꾸밈 없는 내 손, 그의 확장판인 나라는 존재가 먼저 떠올라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블링블링한 악세사리들을 사들이고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마다 화장대에 앉아 완벽한 얼굴을 그려낼 수는 없다. 

주말에 하루 정도, 중요한 일이 있는 날 정도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 걸. 

그런데 이 한국 사회가 그걸 용인하지 않는다.

회사에 일하러 나갔는데,  왜 화장을 안하냐는 둥 (남자 후배가 하는 소리다)

또 반대로 다른 분들은 결혼하면 좀 퍼지던데 책임님은 피지컬이 결혼전이랑 같다는 둥 (이걸 칭찬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에 여행은 이제 질린 줄 알았는데, 갑자기 15년 전에 멕시코여행을 하던게 떠오르면서 

한 세달간 남미를 배낭여행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매년 2주씩 해외여행을 해왔지만, 2주는 너무 짧다. 준비하는데 두달 걸리는데 2주라니.

외국가서 시차적응하고 어쩌고 하고나면 바로 또 집에 돌아가는 날에 가까워져버린다. 

최소 두달은 해야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도 잊고 지금 내 삶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정도 여행하려면 무거워서 옷도 많이 싸짊어지고 가지 못한다. 

가용도 높은 옷 몇벌을 열심히 믹스매치해가면서 (너무 추울땐 패션도 포기하고 다 껴입어가면서) 여행하는거다.

15년 전에 여행할땐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하고 옷을 바꿔입어가면서 여행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장기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져서 

손도 누렇게 타고, 얼굴도 한 톤 어두워지고 눈가에 기미가 생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기미 생겨서 어떡하지, 한국가서 레이저로 지워지나 이런 생각하다가

그마저도 여행이 길어지고 내가 한국의 삶, 한국 사회가 부지불식간에 밀어부치는 그 기준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될대로 되라지 싶다가 어느 순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아지는 순간이 온다

햇빛에 그을러서 까무잡잡하고, 옷도 어딘가 어설프지만 

그냥 이 모습으로 있을 수 있어서, 지금의 내가 - 바로 나라서 좋은 그런 순간이. 

상상 속의 여행지를 남미로 택한 것도, 한국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만 가도 이제는 배낭여행이 아니라 화보여행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속에, 어찌나 잘 차려입고 명품백을 들고서 나 이렇게 남부러운 삶을 누려요~라고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이 많은지. 

여행지에 가서 아침부터 일어나 머리를 세팅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예쁜 내 모습을 남기러 가는 그런 여행 말고, 또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곳 말고. 

오래오래 걷고, 바닥에 풀썩 앉고,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이 여행이 여기서 끝이 아닌 것처럼 여행하는 여행자이고 싶다.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하게 여행하고 싶다. 아마도 나는 그런 나를 그 어느 떄보다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그 곳에선 그럴 일도 없지만)화장 좀 안해서 지적질 좀 당해도 괜찮다.

네일 좀 안한다고 내가 덜 꾸미고 산다고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해지도록 여행하는 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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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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