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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April. 2014. @ 선정릉
폭풍같던 3월이 지나고, 어느새 4월이 이렇게 또 시작되었다.
몸이 부서져라 약속을 잡고 나가고 만나고 그러고서 집에 돌아오면 허무하기 그지 없어 힘들어하던 3월이 지나가고,
비로소 마음이 잔잔하고 영혼이 자유로운 4월이 시작된 것 같다.
나의 감정에 대해 고민했던 긴 시간들이 지나가고,
이제 나의 삶- 나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스물여덟.
지금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이 결정되었다고 생각되는 나이지만
또 먼 훗날 뒤돌아생각하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마음먹으면 뭐든 새로 할 수 있는 아지 좋은 나이였다고 생각할 그런 나이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나의 시간들을 도전하는 데, 노력하는 데 아낌없이 써야겠지.
우리의 삶은 우리의 생각대로 그려진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의 삶은 참으로 뻔하다.
태어나서 학생이 되어 공부하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기낳고 아줌마가 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인생이 끝난다.
이 뻔하고 뻔한 삶을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장식을 하는지는 결국 그 사람이 얼마나 꿈꾸고 도전하느냐에 달려있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기낳고 아줌마가 될테지만, 거기가 끝인지 거기가 시작인지는 사람마다 다른 일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나는 뻔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나에게 바라는 바람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지금 내 삶에 만족하지만- 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엉뚱한 것을 상상하고, 고민하고,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면서
내 삶을, 나라는 우주를 커다랗게 확장시켜나갔으면 좋겠다.
또 한 주가 시작한다.
이렇게 당연하게 시작하는 한 주를
뻔하게 살지 않기를.
1st. April. 2014. @ 선정릉
지난 월요일, 회사 노조설립일을 맞아 모처럼 찾아온 휴가에 모교에 가서 짧은 강연(?)을 하고 왔다.
선생님께서 변호사가 온다고 하셨는지 후배들이 엄청 딱딱하고 고지식해보이는 선배가 올줄 알았나보다.
머리도 노랗고 장난꾸러기 같은 선배가 와서 당황들한듯. (-_-)
주제는, 즐거운 대학생활이었다.
한 때 - 나도 대학입시만 바라봐야 했던 교복입은 고등학생이었고
학교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좌절하고 숨막혀했던, 특별히 주목받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순간 해야 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그 안에서행복하려 애썼고
중요한 순간마다의 내 선택들이 모여 지금 내 삶을 만들었다.
후배들에게는, 짧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대학생활을 소개했다.
열심히하라고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 여러분과 같이 평범했던 선배가 대학에 가서 누리고 즐겼던 삶들을 간단히 소개했을 뿐.
반짝반짝 빛나는 대학생활
너무 프로필이 적나라해서...(..)
한번에 100명씩, 2시간 연달아 2번의 강연을 하고 나니 목도 쉬고 열까지 올랐지만
나름 뿌듯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귀엽고 꿈많은 아이들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인생에 다시 없을 행복한 20대를 보내기를.
2007년. 오지게 서로 갈구고 장난치던 톰과 제리.
절뚝거리는 다리로 교대역을 한참 걸어 6번출구로 나와 7번출구로 걸어갔다.
바로 앞 빌딩 라운지에 들어가있었더니 금세 전화가 온다.
"야. 나와"
어둑어둑한 길거리에 전화기를 들고 서 있는 사람.
오도방정을 떤다는 걸 알면서도
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머리 위로 손을 휘적휘적 흔들어댔다.
내 뒤로 직장인들이 우르르 퇴근하고 있었는데도.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똑같이 휘적휘적 흔들어 주는 손.
톰이었다.
7시에 나오려고 소개팅을 간다고 있지도 않은 뻥을 쳤는데 결국 늦어졌다면서
정신없이 안부를 나누며 식당엘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 수다들.
- 오빠. 이상해. 내가 오빠 처음 만났을 때 오빠 26살이었는데 지금 나보다 어려.
지금 생각하면 오빠 완전 애기였어.
- 그랬어? 나 그거밖에 안됐었어?
- 응. 근데 오빠 완전 나한텐 오빠같았는데. 완전 큰 어른.
- 아닐껄 아닐껄? 1~2살 많게 느껴지지 않았어?
- 아니야. 내가 오빠라고 불러본 사람중에 나랑 5살 차이 나는 사람은 오빠가 처음이었어.
- 야. 무슨 5살이야. 4살아냐?
- 나 87.
- 뭐야. 짜증나. 에잇.
그랬다. 내가 톰을 처음 만난건 2007년 3월.
나는 스물한살. 톰은 스물여섯살.
어느 새 나는 스물여덟살. 톰은 서른세살.
우리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을까.
우리 그때 파릇파릇한 대학생이었는데.
나 그때 톰 완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완전 애기.
- 결혼하려면 이왕이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게 좋지.
- 음. 아니야. 좋아하는 거보다 나랑 잘 맞는 사람. 내가 야! 하면 호! 해주는 사람.
생각해봐. 좋아하는 감정은 언제나 변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잖아.
10년만 같이살아봐봐.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있을까?
- 음..아니.
- 그러니까. 잘 맞는 사람. 봐봐. 나는 좀 개구쟁이잖아. 다른 사람 눈치도 잘 안보고.
나는 아까처럼 꺅 인사도 하고 기분이 좋으면 노래도 불러.
내가 학교다닐때 주말이었어. 학교엔 사람도 별로 없었지.
그래서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좀 흥얼흥얼 거렸다?
그랬더니 그때 남자친구가 내가 쪽팔리다고 날 버리고 먼저 걸어가는거야!
내가 어이가 없어서 왜 먼저 가냐고 물어봤더니, 남들앞에서 튀는 행동을 안했으면 좋겠대.
그때 얼마나 서운하고 눈물이 막 나던지. 정말 서운했어.
나는 그런 사람 만나면 안되는거지.
- 그랬군.
그런데,
나는 너가 그런 지적때문에 너 다운걸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너 다운걸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에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나 자체로서 좋아하고 인정해주고 있구나.
내가 애써서 나를 바꾸고 맞추지 않아도
그냥 나 그대로를 좋아해주고 이뻐해주고 이런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주는 사람.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옆에 있었구나.
고마워.
나라는 사람을 나 그 자체로 이뻐해주고 인정해줘서.
고마워.
내 반가운 인사에 그렇게 같이 손흔들어줘서.
고마워.
인연이 아니었으면 내 인생에서 영원히 못만났을 텐데 -
내 인생에 기적처럼 찾아와서 내 친구가 되어줘서.
나- 나를 잃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그렇게 살게.
회사앞 플라워카페에서 나눠준 튤립 한 송이.
유리병에 오롯이 꽂힌 모습이 정말 이쁜데
아쉽게도 사진에는 그런 모습을 담지 못했다...
지난주 목요일
이번주 화요일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지난 주중, 점심먹고 들어오는 길에 플라워카페에서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이미 다른 여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다양한 화분들을 키우고 있지만
뭔가 하나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감 때문에 굳이 살아있는 것을 내 곁에 두고 싶지는 않았는데
노랗게 피어있는 꽃을 보고서는 괜히 마음에 설레서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처음엔 한두송이 피어있더니 며칠만에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이렇게 꽃이 피고, 지고- 또 꽃이 피고, 지고 봄이 오는구나.
꽃샘추위로 아직도 한겨울 같은데 꽃들이 봄이 온다고 알려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극적인 (추하고 더러운 면을 가진) 세상사들에 관심일 갖기 시작했다.
세상이 항상 맑고 아름다울수만 없는 것이지만
더럽고 추하고 자극적인 것들을 볼수록 내 영혼과 생각까지도 의심과 부정으로 가득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바르고 아름다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순간에 이 세상과 내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 나의 마음도, 영혼도, 생각도 맑고 아름다운 기운에 정화가 되기를.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기로, 했다.
한 그루가 정말 "맥아리 없이" 큰 키를 주체 못하고 늘어져 있길래
햇볕을 못 받아서 그런걸꺼라고
창가에 놓아두고 블라인드를 걷어올려주었다.
그리고 겨우 반나절 지났을까.
돌아다니다가 다시 화분을 찾았을 때
정말 거짓말처럼 늘어져있던 식물줄기가
햇볕을 좇아 어영차 힘을 내 꿋꿋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나는 잠시 그 화분 옆에 앉아
생명력의 놀라움과 함께
본성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본래 식물은 햇빛을 보고 자라야하는 것인데 사무실 구석 한자리에서
인공조명아래 자라나다보니 자꾸 아이들이 시들시들해진다.
하지만 햇빛을 받으니 놀랍도록 그 생명력을 회복하고 줄기가득히 그 힘을 채운다.
우리 사람들도 각자를 힘나게하는 태양 같은 것이 있을텐데
일상에 치여 그것을 놓친채로 에너지만 소모하며 지쳐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람들에게도 햇볕같은게 필요하다.
이유없이 지치고 늘어지고 우울해질 때
조용히 마음을 데우고 내 안에 힘을 채우게 하는.
나도 나만의 햇볕을 받아 스스로 힘내고 건강하고 밝게 살아야지.
영차!
2014. 02. 21. @ 강남 마노디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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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불안은 내 삶의 중심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버려질까 두려웠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군거림과 지적을 받을까 두려웠다.
내 삶을 모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끌고 결정하도록 무책임하게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나는 그 다른 사람들에 휘둘려서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이다.
다른 사람에게 버림받을 것이 뭐 중요한가?
나도 내 성에 차지 않으면 버려버릴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좀 수군거리면 또 어떠한가.
내가 떳떳하면 그만인 것을.
어찌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너무 쉬운 것을-
그동안 진흙탕 속을 헤메는 것처럼 나는 헤메었다.
그러다보니 삶이 구질구질해졌다.
이건 내 삶이 아니구나.
이건 아니구나.
내 삶은, 나의 의지로 이끌고 간다.
외부의 변화, 충격, 소란스러움은 나의 마음을 해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의지로 내 삶을 계획하고, 집중하여 가꾸고
다른 사람의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 인생이 아닌 나의 꿈과 인생을 찾으려 애써야 한다.
그렇게 내가 나를 가꾸고 돌볼 때,
자연히 좋은 사람들이 나를 돌아봐주고 곁에 다가와주겠지.
내가 나 좀 알아봐달라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은, 나의 의지로 이끌고 가겠다.
나는 결정을 내렸고, 그 가운데 마음이 아프더라도 나는 단단히 나아가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의지였고, 나의 결정이었으므로 나는 책임을 지고 실천하겠다.
상대방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이제는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나의 행복을 찾아서,
나의 삶을 찾아서,
나는 힘주어 간다.
따박따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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