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14.07.27 일상 그리고 다시 일상. 2
  2. 2014.07.24 7월22일 2
  3. 2014.07.16 ## 4
  4. 2014.07.13 려수밤바다
  5. 2014.07.09 Special thanks to. 2
  6. 2014.06.29 다시,여수.
  7. 2014.06.22 MOJI STUDIO에서 함께한 13일의 금요일 4
  8. 2014.06.11 소설
  9. 2014.05.03 현실과 환상 사이
  10. 2014.04.27 4월의 어느 멋진 밤에 4

 

 

 

06월 30일부터 07월 25일까지, 4주간의 여수에서의 현장근무가 끝이 났다.

상투적이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4주간의 현장근무.

중간에 사람과의 문제로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숙소 생활이 너무 갑갑해서 스트레스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후반부를 달려갈수록 적응이 되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이제 회사생활하면서 다시는 없을 한 달간의 길고 긴 OJT겠지.

그런 생각하니 조금 - 아쉽네. 조금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OJT 첫날. 조별미션으로 급하게 찍었던 우리 조 사진.

 

 

여수 시내가 아닌 산단에 위치해 있었는데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이라서, 회사 셔틀버스나 자기자동차가 아니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첫 2주는 숙소 안에만 갇혀지내려니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처음으로 2인 1실 숙소를 쓰려니 같이 지내는 룸메이트 언니도 신경을 써야해서 이래저래 답답했었다.

 

 

처음으로 산단 탈출 :)

 

같이 내려간 회사직원들은 7명이었는데, 서로 다른 팀에 배치되고 각자 다른 교대조를 도는 바람에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기가 꽤 어려웠다.

나는 다행히(?) 교대조가 아닌 Day근무를 하게 되어서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자유시간을 누렸다.

자유시간이라고 해봤자, 갇힌 숙소 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 뿐......-_ㅜ

 

쟁굼쟁과 순천만 투어 -

 

 

3주차에는 다른 대리님의 차를 한 대 빌려서 다니게 되었다.

한참 장마전선이 오락가락 할 때라, 그나마 날씨가 맑았던 날에 근무가 끝나자마자 옆동네 순천으로 일몰을 보러 왔다.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서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여수를 벗어나 순천만 정원을 거닐면서 즐거운 시간 :)

 

 

 

 

오랜만에 다같이 모인 OJT 연수생들.

이상게도 우리가 모이기만 하면 비가 내렸다.

여수에 왔는데 회도 안먹고 가면 아쉽다고 해서 찾아간 돌산의 한 횟집.

.....비싸..겁나 비싸....ㅠㅠ

 

 

1주년 !

 

 

연수기간동안 입사 1주년도 함께했다.

 

숙소에서 보이던 이순신대교 그리고 노을.

 

 

 

여수에 있는 초반 며칠을 빼고는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도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를 고민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래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어 잠시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서울에 돌아가면 이제 또다시 이 무거운 인생의 수레를 끌어야겠지...

서울에서도 단순하게 살 수는 없는걸까.

 

 

 

여수에선 초산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후각을 일깨우는 그 냄새는 초산냄새라고 했다.

 

야밤에 운동을 끝내고 홀로 터덜터덜 숙소로 걸어가는 그 순간이 좋았다.

밤이었지만 주변 산단의 광폭등 때문에 여수 산단의 하늘은 대체로 붉으스름했다.

별이 많이 보일거라 했는데 장마기간이 겹친 탓에 항상 구름이 가득했다 .

그러다 떠나기 이틀전  맑게 개인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을 보았다.

 

 

매일 공장복을 입어야 하고, 안전화를 신어야 하고

아침이면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

나도 모르게 힘주어 걸었고,

인사를 할땐 "안녕하세요"가 아닌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했다.

이 모든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다 일상이 되었다.

 

 

또 한번 일상을 깨뜨리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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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2일

■ 삶/II. 삶 2014. 7. 24. 11:10

 

1주년 :)

 

2013년 07월 22일.

그날 아침엔 비가 꽤 많이 내렸다 .

마치 면접이라도 보러 가듯 칼같은 정장아래 비가 온다고 땡땡이무늬 장화를 신고서

나는 출근을 했다.

지금은 아무렇지않게 드나드는 건물을

설레면서 떨려하면서 그렇게 회전문을 열고 들어갔다.

27층 인사팀으로 들어가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회사 뱃지와 업무수첩, 목줄을 건네받았다.

면접 때 봤던 인사팀 사원은 8시 55분에서야 조금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왔다.

33층으로 올라가 전무님께 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내 자리라는 곳을 안내받았다.

컴퓨터도 없는 빈 자리였지만

칸막위 위에 내 명패가 번듯하게 서 있었다.

아직도 생생한 2013년 7월 22일은

나의 첫 직장, 입사 첫 날이었다.

 

 

여수에서 입사 1주년을 맞이했다.

감사하게도 여수와 서울에 나뉘어져있던 입사동기들이

마침 여수에 모두 내려와있었고

내 바람대로, 케이크에 초를 하나 꽂고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일년"을 잠시 흥얼거리며

초를 불었다.

 

어느 새 입사 첫날의 긴장감, 설렘은 사라지고

많은 것에 적응하고 무뎌져버렸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1년을 꽉 채운 것에 감사하며.

매년 이렇게 한 해, 한 해를 감사하며 기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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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II. 삶 2014. 7. 16. 10:03

 

 

 

어제 새벽, 운동을 끝내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어른이 되었구나...싶었다.

 

상황들은 엇비슷한데 그걸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들이 모두 달라져있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그때의 나는 과감하게 결단했고 기꺼이 부서져라 달려들었다.

지금의 나는 체념하고,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외롭고 씁쓸하고 마음이 허무했지만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래봤자 아무도 내 마음을 깊게 헤아려주고, 공감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뱉고서 알량한 위로를 받고 또다시 깊은 공허함으로 빠지는 것보다

그냥 여기서 찰랑이는 마음을 끌어안고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노라니

이런게 어른이 되는건가,

어른들은 이런건가.

그런 씁쓸하고 슬픈 기운이 마음곳곳에 뻗쳐왔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가.

기운빠지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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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수밤바다

■ 삶/II. 삶 2014. 7. 13. 00:51

 

여수산단 내에서의 삶은 꽤나 갑갑하다.

대중교통은 커녕 콜택시가 아니면 택시도 다니지 않는 곳인지라

여수에 내려가고서도 한동안은 회사셔틀버스를 타고 숙소와 공장만 오갈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갑갑하게 지낸지 열흘쯤 지나고나서야

마침 퇴근후, 그리고 출근전(나이트 시프트)인 동기분들과 저녁을 먹으러 여수시내로 나갔다.

매 끼를 공장식당밥을 먹다가, 고기를 구워먹으니 왜이리 행복하던지.

 

태풍 너구리가 지나간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내내 흐리던 하늘이 오랜만에 맑게 개였다.

노을이 지는 것 같아 혹시나 낙조를 볼 수 있을까 싶어

낙조로 유명하다는 하멜등대를 찾았다.

 

아쉽게도, 하멜등대로 오는 도중에 해가 모두 져버렸지만

모처럼만에 공장에서 벗어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유를 만끽한 시간이었다.

 

 

 

어스름이 지는 바닷가.

 

보름달같이 환하게 빛나던 달.

 

아주 조금, 외국같기도. 지중해.

 

하멜등대.

 

함께 내려간 경력/신입사원 동기분들.

 

남은 연수도 화이팅!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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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의 시간도 어느새 10일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수에서의 업무적인 얘기는 다음에.

 

 

 

설레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설렌다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노력에 의해서 되지 않는 본능적인 거라고

또 설렌다는 것은, 단순한 호감을 훨씬 넘어서 마음을 쥐었다 놓는 것이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누가 이 사람이라고 콕 찝어준 것도 아닌데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반응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차차 알아가기는 커녕, 자기소개도 하기 전에 마음이 먼저 알아챈다는 게 신기하다.

 

 

 

한동안,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둘러보아도 내 마음을 흔드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더 이상은 설레는 마음은 사치인건가,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고, 설레고,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

이십대 초반에까지만 허락되는 그런 것이었나

나도 이렇게 덤덤하게 나이들어가는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어떤 의도였던간에, 어떤 결과이던간에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뒤돌아서 웃음짓게 만드는,

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행복한 세포들이 온 몸에 퍼지게 하는,

나도 내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잠시 내 앞에 나타나줘서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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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여수.

■ 삶/II. 삶 2014. 6. 29. 22:09
지난 한주간 땡볕에서 세차알바(?)를 끝내고
4주간의 현장근무를 위해 다시 여수로 내려왔다.
5개월 전,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여수행 비행기를 탔을 때
정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는데
그래도 시간이 약은 약인가보다.
창밖을 보며 덤덤한 마음이었다.
오히려 몇년전 다같이 제주도를 갈때가 생각이 났다.


4주간 공장근무는 어떨지.
기대가 많이 된다.
다시,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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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13일의 금요일 DAY

 

 

 

우리 부문에서 13일의 금요일은 일종의 암호(였)다.

때는 2013년 12월 13일, 역시 금요일.

싱글인 쥬니어들끼리 함께 모여 1박 2일 MT를 준비했고 볼링과 우노게임으로 점철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회사 사람들과 회사 밖에서 어울려 논다는게 쉽지 않다는데

유난히 28세~34세의 젊은 싱글들이 몰려있어서인지 다들 흔쾌히 동참해주었고, 또 즐겁게 보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철저히 회사에서는 비밀이었다.

 

 

 

 

올초 한참 여수사건과 세월호 사건으로 회사도 나라도 뒤숭숭했던 시간들이 조금 가시고,

또 한번 친목을 다질 겸, 제 2차 13일의 금요일 DAY 발동!

이 모든 일은 내가 다 추진하였다.....(...)

 

 

이번 13일의 금요일의 장소는 바로 연희동의 MOJI STUDIO !

크로아티아 여행준비 때문에 한참 airbnb를 뒤적일 땐데,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검색했다가

너무나도 완벽한 시설! 위치! 가격!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MOJI STUDIO 발견 +_+ 덜컥 예약 고고.

MOJI STUDIO는 연희동에 있는 마당이 딸린 2층 주택인데

1층은 작곡가들의 작업실이고, 방 4개와 다락방까지 딸린 커다란 2층이 바로 대여공간이다.

(https://www.airbnb.co.kr/rooms/2970798?guests=8&s=qIm8)

 

 

 

드디어 13일의 금요일, 모 대리님이 전무님께 놀러간다는 사실을 발설하는 바람에

우리의 13일의 금요일 계획이 모두 들통나버리는 참사가 있었지만,

어쨌든 퇴근과 함께 연희동으로 출발 ~ ♬

 

 

 

 

회사가 역삼에 있다보니, 2호선을 타고 서울을 반바퀴 돌아 연희동에 도착했을땐 이미 해가 지고 날이 조금씩 어둑해지고 있었다.

사러가 쇼핑에 내려서 장을 보고 골목을 걸어 올라가다보니 MOJI STUDIO 주인분이 커다란 (?)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산책겸 마중나와주셨다.

친절한 주인분(♥) 이 미리 밥도 해주시고, 된장국도 끓여주시고 식기구도 모두 세팅해주신 덕분에

우리는 짐만 풀고 바로 마당에 상을 펴고 고기 굽기를 시작했다.

 

 

 

 연희동의 이쁜 주택, MOJI STUDIO. 참 따뜻해보인다.

 

소고기가 지글지글! 주인분이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와 함께 :)

 

 

 

소고기는 조대리님이 아버님께 부탁해서 직접 공수해오신 최고급 소고기였다.

숯불에 구워진 소고기는 노릇노릇 얼마나 맛있던지....ㅜㅠ 내 입으로 몇개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야들야들한 고기를 씹어먹었다.

한편, 소정의 비용으로 주인분이 밥, 김치, 야채, 쌈장 등등 필요한 잔반찬들을 다 마련해주셔서

정말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 저녁식사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주인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__)(--)

 

이 아이가 MOJI 귀여운척 >_<

 

 

이 집엔 MOJI 라는 6개월된 골든 리트리버가 살고 있었는데, 주인은 이 주택에 살지 않고 오로지 대여공간으로만 쓰시는 듯했다.

집 이름이 MOJI STUDIO인데...그럼 이 집 주인장은 MOJI, 너인것이냐?

다들 이 커다란 주택의 소유주가 설마 강아지는 아니겠지 하며 등기부등본을 떼보겠다고 법석을 떨다가 다시 소고기를 폭풍흡입.

 

 

 

조용하고 아늑한 연희동 거리.

 

 

저녁을 먹고서 배를 꺼뜨릴겸 다같이 노래방엘 갔다.

우리 회사는 회식이 거의 없어서 사실 다같이 술을 마실 기회도, 함께 노래방에 가서 유흥을 즐길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회식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환영할만한 회사 분위기이지만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회사 사람들과는 업무적으로만 대하게되고 그 이상으로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고런 아쉬움을....이번 노래방에서 다같이 열창하고 떼창하며 화악 날려버렸다!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후렴구를 외쳐대는 열광을 보여주었다....하아.

다들...잘 노는 거였어....그 중에도 내가 제일 잘 노는거 같았다.....

 

 

도란도란한 분위기지만 사실은 개그치고 있다.

 

 

노래방에도 다녀왔고 어느새 시간은 11시가 넘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렸던 UNO 타임~!!!

 

1차 13일의 금요일 DAY에도 그랬고, 빠질 수 없는 우리 부문의 공식 카드 게임.

1차때는 벌칙으로 멍석말이 (ㄷㄷㄷ)를 했었는데, 이번엔 뭘 할까 하다가....

1등이 꼴등 얼굴에 립스틱으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__________________^)/

 

 

...

 

 

평균나이 30세의 게임벌칙 수준..

그렇게 새벽 4시까지 죽음의 패가 돌아가고, 우리들 얼굴은 모두 립스틱으로 난장판이 되었다는.....

 

 

벌칙 기념삿~ 모두의 초상권을 지켜드립니다. 히히

 

 

그렇게 광란의 새벽이 지나고, 모두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 굿나잇 -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커튼을 걷자, 커다란 유리창 사이로 햇살이 환하게 쏟아졌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들만 있는 동네라 아무것도 햇살을 가릴 것이 없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창가 옆의 오디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주인분이 꽂아놓은 USB에 담긴 이루마의 피아노 곡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칫솔을 물고 창가에 서니

싱그러운 기분이 들었다.

햇살에 널어놓은 하얀 이불처럼

내가 바삭바삭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2층 창가에선 스튜디오의 마당과,

작은 골목길과,

건너편 집과

그리고 탁 트인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런 아침을 매일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단독주택의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낯선 것이었다.

서울에 있지만 서울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내 집은 아니지만 또 응당 집 같은 곳이었다.

분명 낯선데 정감이 뚝뚝 묻어났다.

내 삶에서 떨어져 있지만 또 가장 현실적인 누군가의 삶이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가 온통 풍경을 가로막고 있는 곳 말고, 창문을 열면 골목길과 하늘이 탁 보이는 곳.
너무 높지않아서 땅에서 가깝고 하늘에서는 먼 곳.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말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곳.

햇살이 바짝 비춘 스튜디오의 마당. 하늘색 하늘과 푸르른 나무와 하얀색 농구대가 참 잘 어울린다.

 

연희동 골목

 

 

 

 

어느새, 짧은 1박2일의 일정이 끝나고 -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MOJI STUDIO를 나섰다.

연희동은, 낯설면서도 정감있는 동네였다.

MT가 끝났다는 것보다, 이 곳에서의 하루살이 삶이 끝났다는게 아쉬웠다.

서울에서의 신선한 충격이자 일탈이었고, 또 생각지 못할정도로 커다란 리프레쉬였다.

내가 답답하고 지루한 삶이 벅차다고 느낄 때, 다시 찾아와 하루쯤 지내고 싶다.

 

 

이 날의 느즈막한 토요일 아침을,

나는 한동안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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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삶/II. 삶 2014. 6. 11. 13:02

 

 

=============

 

 

마음밭엔 지뢰가 심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이미 헤집어져버린 마음밭을 조심조심 짚으며 걸었지만

이따금씩 마음 속 깊은 곳에 심어진 지뢰를 밟으면

마음 속에선 폭탄이 터지고 땅은 너덜너덜해졌다.

뒤늦게 터지는 지뢰들은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얼마나 더 많은 지뢰들이 묻혀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헤지고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이 언제쯤 고르고 단단한 땅이 될지 답답할 뿐이었다.

 

 

=============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어트도 잊고 달달한 과자들을 먹어보아도,

한껏 걷고 달리고 땀을 흘려보아도,

친구들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어보아도,

허전하고 허무했다.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어느 날 밤에 아주 약간의 음주를 하게 되었다.

술기운 탓일까,

다음 날 속은 미식거리고 쓰라렸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일이든 인생이든 뭐든 잘 해보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이게 신기루 같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결국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건

어떤 의지의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알콜덕분이라는 생각은

마음 한 켠을 씁쓸하게 했다.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지 않겠다.

힘든 일을 술로 위로받지 않겠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해결하고 회복시켜내겠다 자신했지만

결국엔 세상 많은 사람들처럼 술의 힘이 자신을 일으켜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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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0)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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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Cove 에서 카약을 탔다.
무려 7년전부터 나의 wish list에 있던 것 중에 하나였다.
아쉽게도 혹시라도 물에 젖는 대참사가 발생할까 싶어 핸드폰과 카메라를 모두 육지에 두고 가는 바람에 사진한장 찍지 못했지만

뭐랄까.
밴쿠버는 밴쿠버고 캐나다는 캐나다랄까.
푸릇푸릇한 침엽수림의 산계곡 사이에
깊고도 넓은 - 넘실거리는 호수가 있고
그 호숫가마다 개인 선착장을 가진 별장같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쨍하지만 뜨겁지 않은 햇살 아래
투명하지만 무겁게 느껴지는 물을 저으며
아- 여기가 캐나다구나.
이 자연풍경이 캐나다구나.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캐나다답다는 생각을 했다.



한시간 반가량의 노젓기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피곤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좋은 곳도- 결국에는 현실이라고.
여기 사는 사람들도 결국은 현실에서 살고 있는 거고
지지고 볶고 살면서 웃고 울고 하는거라고.
그리고 내가 아무리 떠나와도
결국 나는 내 삶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게 내가 거진 10년가까이 매년 여행을 하먼서 깨달은 가장 큰 생각이기도 했다.
삶은 여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은 나의 삶, 나의 고민으로 돌아간다.
아주 잠시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을 뿐.



그렇다.
그러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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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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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적막한 공간을 채우는 새벽이다.

그 선율 사이사이를 가벼운 키보드 소리가 치고 든다.

 

 

이미 자정이 넘어버리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깨어있으므로.

2014년 4월 26일. 거짓말처럼 1년이 지났다.

싸이월드의 작년 일기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4월 26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새삼스레 떠올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2013년 4월 26일의 일기에도 그렇게 써있었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 이 날을 잊어버리고 살지도 모른다고.

 

 

2013년 4월 26일.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날이다.

 

나는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마치 오늘 밤처럼, 나는 밤을 새워 나의 이 공간에 글을 썼다.

약속했던 미국 여행기의 마지막 편을, 벽에 등을 기대고 밤새 써내려갔다.

그리고 아침 해가 밝아올때쯤 마무리를 했다.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햇살이 화창했다.

나는 장미꽃 두송이를 사서 환한 대낮에 강남에 갔다.

합격발표시간은 5시였다. 하루종일 그 시각만을 기다린다는건 엄청나게 피를 말리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참 무덤덤했다.

시험을 치르던 5일 중, 어느 날부터 나는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었다.

시험이 끝났지만 개운하지 않았고, 홀가분해하는 친구들로과 떨어져있고 싶었다.

여러번 떨어졌을 때를 가정하고, 미리 그런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그래서였는지, 떨어져도 괜찮다고.

나는 합격을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다.

 

 

강남에서 딱히 할게 없었다 .

시간이라도 때우는게 좋을 것 같아서 영화관엘 갔다.

아이언맨 2였는지 3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그 영화표를 사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발표가 임박해서였는지 아니면 스토리가 유치하지 못해서였는지

가뜩이나 영화에 집중이 안되고 시간만 지나가던 한 순간,

핸드폰 불빛이 번쩍번쩍 거렸다.

 

"이히 축하"

 

 

 

 

-

 

 

 

실감이 안났다.

붙어서 미치도록 행복하다기보다는,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무섭고 험난한 과정을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즐겁기도 하면서 괴로운 백수시절도 3개월정도 보냈다.

그러나 또 너무 힘들기 전에, 운명처럼 - 한 회사에 덜컥 입사를 했다.

행복했던 느낌으로 따져보자면 나는 변호사 합격발표가 나던 날보다 입사합격발표가 나던 날이

더 설레고, 기쁘고, 행복했던 것 같다

평소마시지도 않던 술을 엄청나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직장인이 되었고, 동기언니오빠가 생겼고, 직장동료가 생겼다.

신입사원을 건너뛰고 회사생활을 시작한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웃긴 사고도 많이 쳤다.

일이 없어서 답답하고 눈치보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나선 탓에 지금은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경험해보고 노하우도 쌓아가고 있다.

 

 

 

1년 사이에 나의 생활은 참 많이 바뀌었다.

길고 긴 20년의 학생생활을 잘 마무리 지었고, 사회인으로서의 새 장을 무사히 열었다.

마치 강남콩에 뿌리하나가 쏘옥 자라나듯, 그렇게 회사에 조금씩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회사원이라는 옷이 어색하고 서툴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배울 것 투성이다. 공부는 끝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울 것이 투성이라는게 또 나를 설레게 한다.

1년이 지나면 그때는 조금 더 익숙해져있을까. 조금 더 성장해있을까.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행복한 1년을 보냈다고 믿고 싶다.

그 하루하루 사이에 우는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들을 다 묻을 수 있을만큼

성장하고 발전하고, 또 행복하고 감사한 1년이었다.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2014년의 나는 행복하다.

내게 주어진 기회와 여유와 시간과 건강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PS. 염색을 하려다 머리를 싹둑 잘랐다. 짧은 머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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