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의 시간도 어느새 10일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수에서의 업무적인 얘기는 다음에.
설레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설렌다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노력에 의해서 되지 않는 본능적인 거라고
또 설렌다는 것은, 단순한 호감을 훨씬 넘어서 마음을 쥐었다 놓는 것이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누가 이 사람이라고 콕 찝어준 것도 아닌데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내 마음이 반응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차차 알아가기는 커녕, 자기소개도 하기 전에 마음이 먼저 알아챈다는 게 신기하다.
한동안,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둘러보아도 내 마음을 흔드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더 이상은 설레는 마음은 사치인건가,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고, 설레고,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
이십대 초반에까지만 허락되는 그런 것이었나
나도 이렇게 덤덤하게 나이들어가는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어떤 의도였던간에, 어떤 결과이던간에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뒤돌아서 웃음짓게 만드는,
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행복한 세포들이 온 몸에 퍼지게 하는,
나도 내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잠시 내 앞에 나타나줘서
새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