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밭엔 지뢰가 심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이미 헤집어져버린 마음밭을 조심조심 짚으며 걸었지만
이따금씩 마음 속 깊은 곳에 심어진 지뢰를 밟으면
마음 속에선 폭탄이 터지고 땅은 너덜너덜해졌다.
뒤늦게 터지는 지뢰들은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얼마나 더 많은 지뢰들이 묻혀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헤지고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이 언제쯤 고르고 단단한 땅이 될지 답답할 뿐이었다.
=============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어트도 잊고 달달한 과자들을 먹어보아도,
한껏 걷고 달리고 땀을 흘려보아도,
친구들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어보아도,
허전하고 허무했다.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어느 날 밤에 아주 약간의 음주를 하게 되었다.
술기운 탓일까,
다음 날 속은 미식거리고 쓰라렸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일이든 인생이든 뭐든 잘 해보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이게 신기루 같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결국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건
어떤 의지의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알콜덕분이라는 생각은
마음 한 켠을 씁쓸하게 했다.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지 않겠다.
힘든 일을 술로 위로받지 않겠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해결하고 회복시켜내겠다 자신했지만
결국엔 세상 많은 사람들처럼 술의 힘이 자신을 일으켜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삶 > II.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여수. (0) | 2014.06.29 |
---|---|
MOJI STUDIO에서 함께한 13일의 금요일 (4) | 2014.06.22 |
현실과 환상 사이 (0) | 2014.05.03 |
4월의 어느 멋진 밤에 (4) | 2014.04.27 |
꽃밭에서 (0) | 2014.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