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미있는 얘기 또 해줄까?

 

- 뭔데?

유리말이야. 낮에 보이면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잘 안보이는데

밤에 보면 거울처럼 잘 보이잖아. 왜그런지 알아?

 

- 반사되어서 그런거 아냐?

 

음. 쉽게 말하면 유리는 90%의 빛을 통과시키고 10%의 빛을 반사시켜.

낮에도 유리 앞에서면 10%정도는 반사가 되지만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90%가 강하기 때문에

유리 앞에 반사된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거지.

하지만 밤이 되면 캄캄해지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없어지고 반사된 10%의 내 모습이 또렷해보이는거야.

 

- 아, 그런 원리가 있는 줄은 몰랐네.

 

 

 

 

- - -

 

 

회의 도중 잠시 창문을 걷어올리다 문득 창문에 비친 내 손에 눈길이 닿았다.

단 한번도 창문에 어렴풋이 반사되는 모습을 이런 원리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대낮 창문에 뿌옇게 반사되는 내 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유리가 10%만 반사한다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매일 보아오던 지루한 그 장면이 새롭게 보이던 그 순간.

똑같은 세상이 새롭게 보이던 그 순간.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잖아!

 

 

그러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주와 또 다른 우주의 만남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네.

나라는 세계에 전혀 다른 세계가 조금씩 펼쳐지는 것 같은,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조금은 신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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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잘 모르겠지 뭐.
좋은 점 싫은 점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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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 삶/II. 삶 2018. 3. 12. 16:40


미세먼지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오늘.



쓸데없는 일을 예단해가면서 혼란스러웠던 주말.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감정에서 벗어나 조금은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피어나고,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단점을 눈감아 가며 보고싶은 것인데

인위적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이 사람이 내가 좋아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따져보며

감정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 자격을 검증해보기 위해 만나는

그런 만남에서 어떤 인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평가하고 나또한 상대방에게 평가받는다는 부담감 속에서

좋아해도 되는 이유와 좋아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저울질하면서

도대체 어떤 호감이 생길 수가 있는 걸까. 


-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걸까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것과 갖추지 못한 것이 각양각색이라

일관된 기준에서 비교할 수가 없는데.

나는 연애가 하고 싶은건지 결혼을 하고 싶은건지 

결혼을 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건지

스스로에게조차 대답이 어려우니 어쩌면 좋을까.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그 어느 누굴 만나도 확신이 없지.

그냥 이마에 써있으면 좋겠다.


"인연"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또각 또각 써보고

사실은 정말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우며

우선순위를 매기다보면 결국 그 끝에 닿는 것은,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그를 사랑하는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할 수 있는가.


나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인 사랑은 공포스러울 뿐이고

나만 쏟아내는 일방적인 사랑은 비참할 뿐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 좋은 타이밍, 좋은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사실 그 안에 사랑이 빠져 있으면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지.

길 가다 스쳐지나가는 행인과 다를 바 없지. 



자. 


우여곡절끝에 

오리무중 속의 여러 가지 조건들 중 몇 가지의 검증에 통과하였을 때

너는 과연 나를 사랑하게 될까.

나는 과연 너를 사랑하게 될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모습일 수 있을까.


참 어렵다.

그러게, 사랑이 먼저 시작되면 좋을 것을.

사랑이 먼저 시작될 떄는 수많은 허울좋은 조건들은 무너져내리게 되니까.




사랑을 하고 싶은건지

사랑을 받고 싶은건지

사랑하는 내가 즐거운건지

사랑을 받는 내가 행복한건지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처럼

깜깜한 오리무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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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아이

■ 삶/II. 삶 2018. 3. 7. 15:55


내 깊은 마음 속에는 불안한 아이가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어.

난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
날 모두 알게 되면 날 사랑해주지 않을거야.
결국 나에게 실망할거야.
실망스러운 내 모습까지 사랑받지 못할거야.

끝까지 사랑해줄 수 없다면,
사랑하다 실망하고 질려서 돌아설거라면,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아줘.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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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간 곳도, 갈 곳도 많다. 




구글지도를 펴놓고 여름 여행을 구상해보려다가 12년간의 세계여행지를 구글지도에 표시해보았다.


1번 가본 도시 - 파란색

2번 이상 가본 도시 - 주황색

5번 이상 가본 도시 - 빨간색 (밴쿠버)

마크만 보아도 나의 여행지 선호도가 완벽하게 나오는군?!





일단, 2번 이상 가본 도시는 북미대륙에 많이 몰려있다. 

아무래도 교환학생을 했던 곳이라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서일까?


2007년12월  : 밴쿠버 > 샌프란스시코 > 라스베가스 > 로스엔젤레스 > 멕시코시티 (태평양 서부 해안 도시 여행)

2008년 2월  : 밴쿠버 > 캘거리 > 밴프 (캐나다 겨울 로키 산맥)

2008년 5월  : 밴쿠버 > 토론토 > 나이아가라 > 몬트리올 > 퀘벡 > 몬트리올 (캐나다 동부 주요 도시 여행)

2012년 2월  : 로스엔젤레스 > 파닉스 > 그랜드캐년 > 브라이스 캐년 > 자이언 캐년 > 라스베가스 > 밴쿠버 (미국 서부 그랜드 써클 투어)

2014년 4월  : 밴쿠버 (교환학생 추억여행)

2015년 2월  : 샌프란시스코 >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선샤인 3박 5일 여행)

2017년 7월  : 밴쿠버 > 켈로나 > 밴프 > 재스퍼 > 캠룹스 > 밴쿠버 > 빅토리아 (캐나다 여름 로키 산맥)

2017년 10월 : 몬트리올 > 퀘벡시티 > 베셍폴 > 셔브룩 > 몽뜨헝블렁 > 몬트리올 (캐나다 가을 동부 단풍 여행)





그 다음으로는 유럽, 그중에서도 서유럽이 집중적이다. 특이하게 독일이 통째로 빠져있다는 거. 

대체적으로 2년에 1번씩 유럽을 갔네.


2008년 5월  : 런던 - 파리 - 바르셀로나 - 라우터브루넨 - 루체른 - 베른 - 로마 - 폼페이 - 포지타노 - 아말피 - 피사 - 피렌체 - 베니스 - 빈 - 할슈타트 

                 프라하 - 체스키 크롬루브 - 브뤼셀 - 브리헤 - 크녹 (대학생 유럽 일주 여행)

2009년 12월 :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 네르하 - 프리힐리아나 - 세비야 - 리스보아 - 신트라 - 포르투 - 마드리드 - 세고비야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주여행)

2011년 8월  : 파리 - 리옹 - 안씨 - 니스 - 에즈 - 아비뇽 - 엑상프로방스 - 파리 (프랑스 프로방스 여행)

2014년 8월  : 이스탄불 - 자그레브 - 로비니 - 흐바르 -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 - 모스크바 (크로아티아 여행)

2016년 8월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 헬싱키 (러시아 여행)




아시아는 중국 베이징과 홍콩, 일본의 도쿄, 오사카, 교토, 그리고 베트남 호치민과 캄보디아의 씨엠립.

큰맘먹고 갔던 남미는 페루의 리마, 이카, 쿠스코, 마추픽추, 이과수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름에만 휴가를 쓸수 있는 제한 때문에 아무래도 여름엔 겨울이 되는 남반구에는 가지 못하는 특징도 있다. 

자연환경보다는 섬세한 중세도시를 좋아하는 편이라, 북유럽과 아프리카도 크게 끌리지 않는 편. 



이번 여름 여행은 어디로 가야할까나.

내 마음을 부르는 곳이 어디일지.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언제 또 누구랑 가게 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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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 R.I P.

■ 삶/II. 삶 2017. 12. 19. 13:33

 

 

마음 속 커다란 늪 같은거지. 난 이걸 늪이라고 해. 처음엔 발 하나가 빠진 줄 알았는데 무릎, 허리, 가슴팍을 지나 목까지 차오르는거지.
죽을 용기로 살아가라고들 하지만 살아있어야 하는 날이 너무나 길고 끝없고 눈뜨는 순간 순간 힘을 짜내어 살아내는 척 하는게 더 어려운 일이지.
이건 배부른 소리도 나약한 마음도 아니야. 죽으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데 그게 가장 간단한데 살아있는 날 동안 해내야 하는 일들은 어렵기만 해.
원하는 걸 이룬것도 같은데 마음이 원하는걸 이뤄내지 못한 것 같은 삶도 괴롭지. 무의미하지. 내가 나로 사는게 가장 힘들고 버겁지.

무엇보다도 이 늪에서 빠져나와 홀가분해지고 싶은 건 나인데 늪에서 빠져나갈 방법도 가능성도 보이지 않아 발버둥치는 것도 이젠 지쳤을거야.  

 

이런 마음의 늪에 잡아먹힌 것만 같은 시간도 있다고,

그게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않고 나를 오래도록 좀먹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그렇게 말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수고했어. 고생많았어.

산다는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 속에서 영원하길.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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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국 시그니처 :-)


 


아직 여름 로키 여행기의 반도 쓰지 못했는데,
추석 연휴 동안 캐나다 동부 퀘벡주 곳곳을 다니며 단풍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젠 열심히 일하면서 여행기를 쓸 일만 남았네요.
다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셨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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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좋은 날

■ 삶/II. 삶 2017. 8. 30. 14:52

 

청명한 아침이었다.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깨끗하고도 멀게 느껴졌고

햇살 사이로 부는 오전의 바람은 쾌청하고도 제법 차갑게 느껴졌다.

 

잠시 커피를 사러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밝은 햇빛,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가을이 왔다라는 생각보다도

북미같다 또 유럽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곳은 이런 건조하면서도 상쾌한 바람이 불더라.

 

그리고 아무런 맥락없이

7~8년전 쯤,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매일 아침 먹었던

커피와 갓 구운 바게트토스트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때 그라나다 날씨는 오늘 같지도 않았는데.

그 때 그 커피, 그 때 그 고소했던 토스트 향기.

참 좋았었지.

 

그라나다에서 3일 아침을 있었던가,

세비야로는 어떻게 이동했었지?

그 때마신 커피가 에스프레소였나 라떼였나.

이제 디테일한 기억들은 모두 희미해졌는데

그 때 그 그라나다에서의 커피와 토스트가 좋았더라는 추억만 남다니.

 

문득, 죽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은 쾌청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좋은 날.

특별한 일 없어도 날씨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날.

그 때 그 그라나다에서의 커피와 토스트가 참 맛있었지!

라고 흐뭇하게 떠올리며 죽을 수 있다면

그런 순간에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을 수 있는 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행복한 죽음일 것 같다.

 

오늘, 참 죽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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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치뤘던 스페인어 시험 DELE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7월쯤에는 나올 줄 알고 계속 메일함을 열면서 기다렸는데

3개월이 넘도록 결과가 안나와서 엄청 답답했네.
사실 합격/불합격보다는 각 과목별 점수가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나온 과목 :  독해 (만점, Yay!)
예상(?)보다 잘 나온 과목 :  듣기와 회화. (회화 만점 Yay!)
평소(?)보다 못한 과목 : 쓰기...(...)
확실히 공부하면서 시간 안에 정확히 쓰는 연습을 덜했더니 시험장에서 바로바로 못쓰고 버벅거렸다.


사실 이 DEPE시험은 합격, 불합격만 따지고 점수는 중요하지 않은데
막상 점수를 보고나니 더 높은 레벨을 칠걸 그랬나...아쉽기도 하다.

 

 
사실 A2레벨은 조금 만만하게 생각하긴 했는데

시험공부를 해보니 독해, 듣기, 쓰기, 말하기 4과목을 과락 없이 골고루 점수를 내야 해서

듣기와 말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에 6시간씩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주중에는 숙제하고 단어외우고, 출퇴근하면서 신나는 음악 대신 스크립트를 듣는것은

확실히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여간 지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변호사 시험 이후에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는 긴장감 있는 시험은 오랜만이라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시험 준비하며 느끼는 적당한(?) 긴장감과 짜릿함.
그리고 시험을 만족스럽게 끝냈을 때의 성취감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시험 직전일을 뺴놓고는 공부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즐겁고 재미있었다.

 

 

또, 일만 계속 하면서 매일 나를 쥐어짜내고 소모시켜 버리는 상황이었는데

어린 대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리프레쉬도 되고 자극을 받기도 했고,
어딘가 비어버린 뇌 한 구석이 새로 채워지는 느낌도 좋았다.

(젠장...나 공부변태인가봐....☞☜) 



어쨌거나, 2017년 새해 목표 중 하나가 스페인어 자격증 따기였는데
비록 레벨자체는 높지 않지만
쓸데없는 걸 돈 들여 왜하냐는 회의감을 이겨냈고,
주말과 주중 저녁을 쪼개가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또 그 과정을 전반적으로 즐기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데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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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승인 EUR  300.00, HSL ] 

 

 

도대체 이게 뭔가요....

결제된 시각을 보니 3일전 밤 10시 경. 

헬싱키 처음 도착한 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40만원가량 되는 돈을 쓴 적이 없는데.

이건 분명 해외에서 카드 도용 당한게 분명해!!!!

라고 생각하는데 저 알파벳 어디서 본 것 같다. ??

.....H....S.....L...

 

 

어디서 봤더라?

헬싱키 첫날 내가 이 카드로 뭐 했더라?

신용카드 쓴거라곤 헬싱키 자전거 밖에 없는데...?

 

 

 

우리 헬싱키 씨티 바이크 싸이트에 다시 들어가보자.

https://www.hsl.fi/en/citybikes

 

 

 

어라, 여기있네..HSL...?

뚠뚠뚠...점점 불안해진다.

 

 

 

 

 

 

그래. 여기 Register as a user. 클릭

 

 

 

 

 

 

 

그래. 24hours에 5유로 클릭했었지.

그리고 바로 결제를 했었지...

그런데...밑에 짤린 박스에 뭐라 써있노?

(이제 발견함 @.@)

 

 

 

 

 

 

" 최대 이용시간은 5시간입니다.

만약 최대 이용시간을 초과할 경우,

당신에게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청구됩니다..

80유로가...

8...C......8......

 

 

그랬다...

5유로 버튼 클릭에 정신이 팔려서,

주의사항을 1도 읽지 않았던 것이었다.

 

변명하자면, 아니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주의사항이 먼저 나와야 하는거 아닙니꽈?

스크롤을 다 안내리면 내 핸드폰에서는 주의 문구가 다 보이지도 않아여!!!

 

 

하...어쩌지,

이 물가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 자전거를 하루종일 빌리는데 5유로만 받는게 이상하지...ㅠㅠ

 

 

정확히 말하면,

헬싱키 씨티 바이크의 이용권은 아래와 같은 룰을 따른다.

 

 

1. 24hours pass의 기본요금은 5유로이다.

2. 1회 이용(거치대에서 뽑아서 반납할 때까지)의 기본 이용시간은 30분이며,

    30분 이전에 거치대에 반납할 경우 추가 요금이 없지만,

    30분을 초과하여 반납할 경우, 30분 단위로 1유로씩 추가 요금이 붙는다.

3. 1회 이용은 최대 5시간까지이며, (즉, 1자전거를 최대 5시간까지 연속 이용)

   5시간을 넘겨 반납할 경우는 80유로의 Penalty가 부과된다.

 

 

...

 

종합하면, 24hours pass를 결제하고 나면,

24시간 동안은 거치대에서 1번 뽑으면 30분 내로 반납하고,

다시 뽑아서 반납하고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는 거다.

24시간동안 자전거 1개를 찜해놓고 다니지 말고...ㅜㅠ

(사실 서울에서 운영하는 따릉이도 1시간 단위로 반납하면 천원내고 무료로 계속 탐...)

 

 

하. 그러면 우리는 왜!!!

자전거 1개를!!! 12시간씩이나 끌고 다녔느냐!!!!

 

 

그건 바로 안장높이 조절하기 귀찮아서였다. (-_-).....쩝쩝쩝....

여기 북유럽 애들 다리길이 때문에 안장 높이가 다 우리 명치 근처야.

매번 갈아탈 때마다 명치높이의 안장을 내 다리 길이에 맞추기 귀찮아쒀..

그래서 그냥 1개를 맞춰놓고 내 자전거마냥 하루종일.......

 

(대여료+추가비용+페널티) x 자전거 3대 = 40만원.

 

 

오....자전거 한 대를 샀을 가격인데?

...

 

 

 

우리가 주의사항을 안 읽어보고 하루종일 끌고 다녔으니

Penalty를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ㅜ.ㅜ

여러분, 헬싱키에서 자전거 타실때는 꼭 30분마다 한번씩 거치대에 꽂았다가 다시 뽑아주세요...(ㅜ.ㅜ)

 

 

 

 

 

 

 

허망한 자전가 폭탄 요금을 맞고 아침에 K와 J에게 이실직고하고 

공항에 가려하니 날이 엄청 흐리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원래는 마지막 날 택시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었으나, 

우리는 어제 자전거 비용으로 각자 13만원씩 지출한 관계로 ^^.....

반성하며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ㅜ.ㅜ

결국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기어코 폭우가 엄청난 기세로 내렸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데

진심으로 내가 핀란드에 있는지 캐나다에 있는지 헷갈린다.

너무나도 닮았다.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길거리에 영어간판 대신 핀란드어가 있고

동양인이 거의 없는 대신 엘프같은 백인들이 돌아다니고,

핀란드 시내가 조금 더 유럽식으로 정교하고 세련되었다는 거?

특히, 에어비엔비 건물 1층을 들어가면 느껴지는 약간 따뜻한 온도와

북미에서 느끼던 특유의 향 (러그냄새 같은)이 나는 좋았다.

포근한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비록 자전거 대여료 300유로의 폭탄을 맞긴 했지만

헬싱키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계획도, 가이드북도 없었지만.

관광지를 보아야 한다는 기대나 욕심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고 (사실 볼 게 없다...)

바다와 호수와 베이를 마음껏 산책하고

여유로이 앉아 있으면서 이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면 맛있었던 커피와,

대형브랜드에 눌리지 않는 각각의 고유성과 개성이 있는 샵들.

 

 

 

 

 

돌아가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일상.

일상에서 느꼈던 고민은 잠시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거다.

 

일 생각도, 가족 문제도, 동생문제도, 연애문제도.

나이가 든다는 슬픈 생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다이어트 걱정만 했네.

 

홀가분하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더라도

한결 가볍게 버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게 이번 여행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

 

키토스!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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